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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한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중, 그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을 선정해 비평으로 공유합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함께 공익제보자 보호의 근간이 되는 법으로서, 2001년 제정 이후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정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법 취지를 소극적으로 해석해서 판결한다면 공익제보자 보호는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의 제2조는 공익제보자에게 가해지는 집단 따돌림 등도 불이익조치에 포함하고 있고, 제62조는 ‘누구든지’ 공익제보자에게 신고 등과 관련된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 또는 다수에 의한 가해 행위로부터 공익제보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해당 규정을 소극적-형식적으로 해석하여 오히려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을 가한 이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박은선(변호사/공익제보지원센터 실행위원)이 해당 판결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사건 개요

본 사건의 원고는 A 시민단체 전·현직 임원들로서, 원고들은 피고 국민권익위원회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인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를 중단하라고 내린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참가인은 전임자의 부패행위를 신고한 후, 원고들이 단체대화방에서 자신을 ‘허위 신고자’로 지칭하며 비방하는 등 정신적 손상을 주는 불이익조치를 하고 있다며 피고에게 신분보장조치를 신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권익위법’)에 근거하여 원고들에게 해당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이 사건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에 대하여 원고가 취소를 구한 것이었다.

판결 요지

법원은 원고들의 주된 주장(제척사유, 정당행위 등)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이 사건 결정의 처분 상대방에 관한 절차적 위법성을 판단하였다.

핵심적으로, 법원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2조의3 제1항에 따른 신분보장조치결정의 상대방은 ‘소속기관장등’으로 한정된다고 보았다. 법문상 ‘소속기관장등’은 신고인이 소속된 기관·단체·기업 등의 ‘장(長)’을 의미하므로, 해당 기관의 대표가 아닌 개인인 원고들은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소속기관장등이 아닌 원고들을 상대로 한 이 사건 결정은 그 자체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의 핵심적인 문제는, 부패방지권익위법상 신분보장조치결정의 상대방인 ‘소속기관장등’의 의미를 지나치게 문언에 얽매여 협소하게 해석함으로써, 부패행위 신고자 보호라는 법의 근본적인 입법취지를 외면했다는 점에 있다.

1. 2019년 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해석

부패방지권익위법은 2019. 4. 16. 개정을 통해 다음 [표1.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2조 제1항 등의 개정]과 같이 불이익조치의 유형 내지 범위, 불이익조치 금지 의무 주체 등과 관련한 규정들을 대폭 개정하였다. 이러한 개정의 핵심은 ‘신고자 보호’에 있었다. 2019년 법 개정은, 집단 따돌림 등의 개인의 가해 행위도 불이익조치에 포함하고, 불이익조치 금지 의무의 주체에 모든 이들이 포함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는데, 이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개인 또는 다수에 의한 직접적인 가해 행위로부터 신고자를 실효적으로 보호하려는 명백한 입법적 결단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판결에서는, 법률이 보호 대상으로 명시한 ‘개인의 가해 행위’에 대해 정작 가해 당사자인 개인에게는 직접적인 시정요구를 할 수 없고, 오직 ‘소속기관장’에게만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른다. 이는 보호 대상 행위는 확대하면서 정작 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구제수단은 제한하는 것으로, 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 판결은 신분보장조치결정의 상대방을 규정한 제62조의3 제1항의 ‘소속기관장등’이라는 문언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는 법률 조항을 전체적인 체계 속에서 파악하지 못한 형식논리적 접근이다. 제62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불이익조치의 범위가 개인의 행위까지 확대된 이상,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62조의3 제1항의 조치 역시 그에 맞춰 해석하는 것이 법률의 통일적·체계적 해석의 원리에 부합한다.

2. 입법 취지 몰각: 목적론적 해석을 외면한 경직된 판결

법 해석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서 출발하되, 법률의 제정 목적과 입법취지, 전체적인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목적론적 해석’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신고자 보호와 같이 적극적인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의 경우,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상판결은 ‘장(長)’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얽매여, 불이익조치를 직접 행하는 개인에게 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피해 구제에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신고자 보호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는 경직된 해석이다. 

또한, 유사 법률인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보호조치결정의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불이익조치를 한 자’에게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점(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2조 제4항)과 비교할 때, 대상판결의 해석은 법체계의 통일성을 저해하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3. ‘소속기관장등’ 형식논리적 해석: 신고자 보호를 외면한 소극적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소송에서 직접 주장하지도 않은 처분 상대방의 적격 문제를 직권으로 판단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경제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고 원고적격에 대한 판단이 법원의 직권조사 사항으로서 위법의 문제는 없을 수 있으나, 사건의 실체적 쟁점인 불이익조치의 존부 및 정당성에 대한 판단을 회피한 판결, 나아가 ‘신고자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적 가치를 외면한 소극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사건 판결은 부패방지권익위법의 문언을 지나치게 경직되고 형식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개인에 의해 자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조치로부터 신고자를 보호하는 데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판결이다. 법문상 ‘소속기관장등’에게 조치를 요구하도록 한 것은 조직적 차원의 인사권 등을 통한 구제를 염두에 둔 것이지만, 이것이 2019년 법 개정으로 명확해진 개인의 직접적인 가해 행위에 대한 중지 요구까지 배제하는 취지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는 점차 교묘하고 개인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고자 보호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법원이 불이익조치를 행하는 가해자 개인 또한 신분보장조치결정의 상대방에 포함될 수 있다고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 또한, 입법적 보완을 통해 이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신고자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해석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법리적 과제를 남겼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95번째 이야기

⚖ 서울행정법원 2025. 7. 24. 선고 2024구합63XXX 판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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