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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인터뷰 48.]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태는 낯설고 무섭다. 왜 선진국 한국 청년이 캄보디아에 가는가. 왜 그토록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고, 범죄에 동원되는가. 그 ‘환상적 절망’을 우리는 과연 통제할 수 있는가.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말하는 인간과 노동. (⌚7분)

여는 말: 항상 곁에 있었던…

올해 4월 한국 제품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금지당했다. 소금이었다. 한국이 자랑하는 천일염.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 최대로 전남 신안군 증도에 1953년에 조성된 태양염전 제품. 2007년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2018년 국가는 태양염전 손일선 회장에게 ‘제12회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주기까지 했다. 나라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은 그 소금을 왜 미국은 거부했을까. 그렇게 자랑스러운 소금은 왜 미국으로부터 금지당했는가.

장애인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상까지 받은 그 자랑스러운 소금은 장애인 강제노동에 의한 ‘강제노동 상품’으로 통관에 억류된 첫 사례라는 불명예도 함께 얻었다(이상 한겨레, 미 한국 최대 염전 소금 ‘수입 금지’…강제노동 이유’ 참고, 2025.04.07).

올해 4월의 일이다. 그리고 ‘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가 터졌다. 2024년 보도로 처음 문제 제기됐지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한국인 청년 한 명이 납치 살해됐다. 수백 명의 청년들이 어느 정도는 자발적으로 또 어느 정도는 강제적으로 온라인 범죄에 동원됐다. 캄보디아에서 송환한 64명 중 59명이 구속됐고, 이들 중에는 200명 규모 범죄 조직의 관리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급여로 2000달러에 성과급으로는 수익의 8%를 받았다고 했다.

우리가 애써 외면했을 뿐, 태양염전의 천일염처럼 강제노동은 항상 우리 곁에 있었다. 그리고 캄보디아 범죄단지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반(半)자발적 강제노동, 조직범죄의 수렁에 한국인 청년들이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 이상헌 박사(ILO고용정책국장)에게 21세기 강제노동의 문제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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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5년 10월 10일(금)에 진행한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가독성을 위해 질문은 소제목 등으로 맥락화하고, 본문은 이상헌 박사의 답변을 일인칭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최종 정리 과정에서 이상헌 박사가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퇴고했습니다.
🔖 여는 말: 민노(질문자)
🔖 본문: 이상헌(답변자)

전 세계 2800만 강제노동, ILO 핵심 의제

강제노동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그런 일이 21세기에도 있느냐고 하지만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파시즘적인 경향이 득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제노동이 늘어가는 경향이다. 태국 국경도 그렇고, 베트남, 중국 등에서도 많은 인력이 움직인다.

한국에서도 불과 수십 년 전 과거에는 새우잡이, ‘봉고차’ 인신매매와 같은 납치와 강제노동이 빈번했다. 염전 강제노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쉽게 잊는다. 이번 사태를 보며, 한국 사람들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은 걸 연상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흥미로운 장면들을 연상하면서 뒤섞는다. 사실 한국만 잊고 몰랐던 문제지, 늘 있었던 아주 중요한 문제다.

사실 한국에서 ‘강제노동’이나 감금에 의한 강제에 의한 집단적인 범죄행위와 같은 종류의 뉴스는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한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은 국가의 위상에 비해서는 정말 국제적인 시선이나 관점이 부족하다. 국제뉴스라면 눈길을 주지 않다가도 한국인이 죽거나 연루되면 그때서야 큰 뉴스가 된다. 하지만 강제노동은 항상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어왔던 이슈다.

어느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는가 하면 ILO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의제 ‘탑 3’에 속하고, 그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위상을 가지는 의제다. 즉, 결사의 자유, 차별 금지와 같은 ILO 핵심 협약에 속하는 것 중 하나가 ‘강제노동 철폐’다. 요즘은 ‘산업안전’도 주요한 의제로 떠오른다.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철폐는 그런 산업안전의 영역과도 겹치는 정말 중요한 의제다.

2000년대 초반에서는 눈에 띄게 줄었는데, 지금은 다시 늘고 있다. 강제노동과 관련해선 작년(2024)에 보고서를 냈다(아래 그래프 참고). 여전히 전 세계 강제노동 규모는 약 2천800만 명에 달하고, 그렇게 얻어진 부당이익은 2360억 달러에 이른다. 거칠게 환산하면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한 명당 연간 1만 불에 가까운 이익을 올린다는 소리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이 정도 규모와 수익성이라면 당연히 해당 지역에서는 굉장히 고소득에 해당한다. 그래서 아주 작은 틈만 생기면 독버섯처럼 확 는다. 그 점이 고민이다.

거꾸로 가는 강제노동, 온라인 범죄의 ‘가성비’

전 세계적으로 아동 노동 문제는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인데, 강제노동은 거꾸로 간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가 좀 더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으로 변화하면, 강제노역과 같은 범죄적 행위를 용인해 줄 수 있는 권력적 공간이 생기고, 그러면 강제노동은 그대로 늘어난다. 마치 독버섯처럼. 평소에는 그 존재도 모르는데, 한번 퍼지면 확 늘어나는 거다. 강제노동을 제어하기가 어려운 게 그 뒤를 받치는 조직의 ‘물리적인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부당 노동행위를 규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아시아의 강제노동 규모가 1500만 명이다. 예전보다는 좀 나아졌다. 중국이 인구는 가장 많지만,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와 같이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강제노동의 근거지들이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건물들은 비교적 노출된 곳에 존재하는데, 마치 푸코가 말한 중앙통제식 파놉티콘(원형 감옥)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통제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태자단지(항공사진, 왼쪽)과 원형감옥 파놉티콘.

예전에는 농업과 산업에서의 강제노동이었는데, 요즘의 온라인 강제노동은 그런 넓은 공간이나 도구도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강제노동을 세팅하기가 쉬워졌다. 논이나 밭을 관리할 필요도 없고, 그냥 온라인 PC와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으면 된다. 언어를 통한 통제라는지 하는 변수가 적고, 통제가 다른 산업에 비해 더 용이하다.

그래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솔깃할 수 있는 거다. 투자 대비 수익이 압도적으로 높고, 코인 등을 통해서 바로 바꿔서 저장하고 유통할 수 있어서 돈을 적게 들어서 큰돈을 들일 수 있다. 그래서 투자 유인이 아주 큰 ‘산업’이다. 당국에서도 그런 시설을 용인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용인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온라인 범죄’를 산업의 일부로 인정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도 그럴 게 캄보디아 온라인 범죄 산업(사이버 사기, 스캠) 규모는 연간 약 125~190억 달러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강제노동 상태를 유지하려면 당연히 물리적 강제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범죄와 관련이 있고. 그 수단이 강제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범죄이기도 하다. 캄보디아나 미얀마 등은 예전부터 강제노동으로 문제가 많았던 지역인데, 최근에는 규모가 커지고, 중국 ‘삼합회’ 조직이 유입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이런 조직은 현지에 있는 정치권력과 밀착할 수밖에 없다.

절망적 환상…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한국 청년들은 ‘절망적인 환상’을 품고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 원인과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청년들이 애당초 그런 고수익에 현혹되는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절망적 환상의 구조를 어떻게 제도로써 컨트롤할 것인가. 그게 이재명 정부의 과제다.

어려운 점은 온라인 범죄를 뿌리 뽑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군대를 동원할 수도 없고,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한국 청년들의 ‘자발성’이라는 측면을 문제 해결 실마리로 가져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스템 차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데, 원천적으로 그런 움직임을 미연에 통제하고 막기는 불가능하다. ‘월 천만 원 벌 수 있다’고 하면, 그런 ‘절망적 환상’이 구조적이라면, 그걸 해결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그 구조를 전체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캄보디아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적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좀 놀랍다고 느끼는 것은 캄보디아로 떠난 청년들의 자발성이다. 스스로 ‘솔깃’해서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이동하고, 그 이후에 감금되어 강압적인 상황에서 강제노동을 했다. 여권도 뺏기고, 그런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긴 했을 텐데, 좀 묘한 감정이 생기긴 한다.

‘한 달에 천만 원 벌 게 해준다’는 꼬임에 빠져서 갔다고 하지만, 물론 그 구체적인 사연 하나하나에 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그리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전체적으로도 이 사안을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 아주 조심스러운 건 그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캄보디아에 갔다는 측면에서는 국내의 어려운 일자리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행위에 강제되는 것까지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걸 모른 상태에서 간 건지… 그 두 가지 경우가 섞여 있긴 할 텐데, 돈벌이 수단이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그 처벌을 면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여전히 그 경계가 모호한 측면도 있다.

해결에 오래 걸렸고, 여전히 옆에 있다…

한국만 해도 강제노동 문제 해결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봐야 하는데, 같은 마을에 살면서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했던 게 새우잡이, 염전…같은 강제 노역이다. 불과 얼마 전에 벌어졌던 일이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강제노동의 가장 대표적인 게 성매매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심했던 일이고, 섬이나 외진 곳에서 그런 일을 강제당했다. 우리나라 경찰과 언론이 큰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산업구조 개편의 영향도 있지만. 제도적으로는 성매매에 관한 여러 조치도 있었고.

성 산업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강제적인 성격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선 예전보다는 훨씬 종사자의 자발성이 커졌다고 봐야 한다. 지금도 자발적으로 들어갔지만, 비자발적으로 묶여 있는, 그러니까 반강제적으로 빚을 지고, 그 빚에 묶여서 폭력과 착취에 길들여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경우는 캄보디아에 간 한국 청년들의 상황과도 유사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그 구조적 원인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건 단계적으로 하나씩 접근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를 병행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이런 것들도 분명히 효과는 있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개별적인 사건들은 여전히 있지만, 조직적인 형태의 강제노동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강제노동이다. 그 뒤에 강제노동을 조직하는 사람 중에는 유럽 사람이 많다. 한국도 동남아에서 돈 번 사람들을 보면, 강제노동에 가까운 억압적인 형태로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 온라인 범죄조직과 남미 마약 카르텔의 비교?

이런 비교가 흥미롭긴 한데… 남미 카르텔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마약도 마찬가지로 권위적인 정부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경향성을 가진다.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게, 마약조직은 총칼로 무장한 조직이고, 그 수단은 강제노동이 아니라 ‘조직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둘은 유비하거나 대비해서 그 차이나 실익을 얻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범죄 조직을 제거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결심해서 쉽게 쉽게 제거할 수 있다면, 남미 마약 조직은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쿠팡도 그렇지만, 범죄 조직이 이미 시스템의 일부로, 권력구조의 일부로 편입돼 있다고 봐야 한다. ‘발본색원’한다는 그런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부터 작더라도 차근차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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