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5호] 복창! 헌법을 부수고라도…2025년 5월 3주차(5.19~5.23) (⌚7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내란의 주요 임무 종사자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참여연대는 매주 1회, 주요 내란 피고들의 공판 진행 상황을 종합해 내란 범죄에 대한 형사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요약해 짚어보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지난 5월 둘째 주에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세 번째 공판과 김용현 등의 6차 공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윤석열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통해 이진우, 곽종근 등 사령관들에게 국회를 장악하고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목격한 증인들(사령관들의 부관들)이 증언을 했었습니다. 비공개가 이어지는 김용현 등 공판에 강력한 이의제기도 있었죠. 이번주에는 윤석열과 경찰 간부들, 군 간부들 모두 한번씩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윤석열 공판일의 풍경과 군사법정 근황까지, 이슈가 많았던 한주를 돌아봅니다.
1. “문을 부숴서라도 들어가겠다” (곽종근)
- 윤석열 재판(2025고합219)
19일(월), 윤석열의 네번째 공판에서는 ‘의원들 끌어내라’란 지시가 하달된 과정에 대한 검증이 계속됐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이 다시 출석했습니다. 박정환 준장은 지난주, 자신의 상관인 곽종근 사령관이 전화로 국회에 헬기를 날리라는 독촉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던 사실을 증언했었는데요. 이번주에는 좀더 자세한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여전히 곽종근의 통화 상대방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 김용현 전 장관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 곽종근 사령관은 “문을 부수고서라도 (국회로) 들어가겠다”고 복창(군대에서 상관의 명령을 받은 하급자가 제대로 인식했음을 상관이 알 수 있도록 그대로 따라 말하는 것)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 곽종근 사령관은 부하들을 향해 국회를 “확보”하라며 ‘유리창을 깨라’, ‘표결을 못하도록 의원을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너무 충격적인 지시라, 박 준장과 출동한 참모들도 북한이 테러나 도발을 한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는 윤석열의 주장을 분쇄하는 중요한 증언입니다. 윤석열 측은 지금도 국회에 군을 투입한게 ‘질서 유지’ 목적이었으며, 계엄 또한 평화적이었고 대국민 호소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증언으로 인해, 군부대 투입의 진짜 목적은 계엄 해제 표결을 막으려는 것이었다는 것이 명확해집니다.
한편 윤석열은 그 전 공판때 직접 장시간 변론하던 모습과는 달리, 이번 공판에는 단 한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까지 감고 있었는지, 지귀연 판사가 우스갯소리처럼 ‘주무시는 건 아니시죠?’ 라고 묻기까지 했는데 이조차도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환 증인 신문이 길어지면서, 오늘 출석했던 곽종근 전 사령관의 또다른 직속부하인 이상현 특전사1공수여단장의 증인신문은 다음 공판(26일)으로 미뤄졌습니다.
여담: 윤석열 재판하는 날의 풍경
윤석열이 지하주차장이 아닌 지상으로 법원에 출입하게 된 이후, 윤석열이 재판받는 날이면 법원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라집니다. ‘YOON AGAIN’ 슬로건이 적힌 빨간띠나 피켓을 든 윤석열 지지자들이 잔뜩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동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을 폐쇄하고 출입자 보안검사를 강화합니다.
19일에도 법원 울타리 주변에는 집회 트럭이 주차했고, 경내에는 경찰들과 경찰버스가 군데군데 배치됐습니다. 경내에도 지지자들이 몰려든 통에 서관 쪽 입구로는 건물 출입이 불가능했습니다. 서관 내부와 법정출입구 인근은 비교적 조용했지만, 방청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과 기자들에게 윤석열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다가와 ‘대통령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게 정말 내란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오전 재판이 12시 10분 즈음 휴정하고 윤석열과 변호인들이 퇴정하자, 법원 경내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줄줄이 동문을 함께 나서는 통에 동문은 아침보다 더 시끄러웠습니다. 오후 재판이 모두 끝난 뒤에도 서관 입구에서는 여전히 지지자들이 모여 연신 ‘대통령’을 연호했습니다. 법원 내부에까지 소리가 울려퍼질 정도였습니다. 윤석열 구속 취소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2. 증언도, 녹취도 나왔지만 아무튼 몰랐다
- 조지호∙김봉식 등 재판(2025고합51)
21일(수)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는 방첩사령부와 경찰이 협력해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했던 사건에 대한 검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공판에 이어, 방첩사령부의 지원요청을 경찰 중 처음으로 받았던 이현일 전 국수본 계장이 다시 출석했는데요. 이현일 계장은 계엄 당일 방첩사 과장으로부터 체포조를 인솔할 형사 다섯명 지원을 요청받은 후, 자신의 상관이자 피고인 중 한명인 윤승영 전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수본에 인력이 없으니 영등포 형사들을 보내는게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윤승영은 “청장님(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보고드렸다. 영등포 형사 사복으로 보내주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방첩사의 지원요청이 이현일을 거쳐 조지호에게까지 보고되었고, 조지호의 결정으로 체포조 지원이 승인됐다는 걸 드러내는 증언입니다.
이는 검찰 공소사실의 기본전제를 뒷받침하지만, 여전히 그 지원 요청과 지시가 정치인 체포 목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이현일 계장은 영등포경찰서 간부와의 통화 녹취파일로 ‘국회 가면 누구를 체포하는 거겠냐’는 발언을 했던 사실도 드러났고, 방첩사 구민회 과장이 이 계장에게 한동훈, 이재명 등의 이름을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계장의 답변은 다소 애매모호합니다. 체포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될수 있다고는 생각했다면서도, 국회의원이 포함된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이재명이나 한동훈 등의 이름을 듣지도 못했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의 역할은 현장 인솔, 즉 길 안내 정도로만 이해했지, 직접 체포하는 건 방첩사 역할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치인 체포작전과 관련해 자신과 경찰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떠올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현일 계장은 방첩사로부터 체포조 지원 요청을 받았을때, 국수본에 인력이 없음에도 거절한게 아니라 영등포 경찰서 인력을 보내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3. 김용현 재판 드디어 공개… 그런데 억울한 건 재판부?
- 김용현∙노상원 등 재판(2024고합1522)
“다음 공판부터는 공개재판으로 하겠다”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의 공판은, 지귀연 판사의 공언대로 23일(금) 공개됐습니다. 단, 오전 10시부터가 아닌 오후 5시 넘어서 말이죠. 표면상 이유로는 비공개로 진행됐던 정보사령부 신 모 증인의 신문이 지난주에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오전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피고인 측과 검찰이 서로 재판 비공개 관련해 책임 공방을 벌였습니다.
피고인은 ‘검찰 측 입장때문에 비공개 된건데 우리가 대신 욕먹고 있다’며, 검찰은 ‘국가기밀상 필요한 일부 증인신문만 비공개하는 거고 입장을 번복한 건 오히려 피고 측이다’라며 공격했습니다. 듣다 못한 지귀연 판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공개로 인한 비판여론에) 억울한건 재판부죠. ”
그러면서 설명한 비공개 기준은 이렇습니다. 형사소송법 147조에 따르면,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사항을 법정 증언하기 위해서는 상부의 승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출석한 증인의 소속기관(정보사령부)에서 ‘비공개를 전제로’ 승낙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증언의 증거능력을 위해 비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법문에는 소속기관이 승낙할 때에 공개나 비공개여부를 조건으로 걸 수 있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건부로 신문을 승낙하는것 자체가 월권의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그 조건부 승낙 결정에 재판부가 따라야 한다는 법조항도 없습니다.
결국 지귀연 재판부는 신 모 증인의 비공개 신문을 위해 10시 30변경 또다시 방청객의 퇴정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군인권센터 측에서 비공개에 대한 항의발언을 하자 피고인측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오후 세시부터 다음 증인인 구삼회 전 육군제2기갑여단장의 신문을 위해 재판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 모 증인의 신문이 오후까지 계속됨에 따라, 재판은 오후 다섯시가 넘어서야 공개됐습니다.
구삼회는 김용현과 노상원 등이 만든 일종의 별동대인 ‘제2수사단’의 한명입니다. 이 비공식 부대는 계엄이 선포되면 중앙선관위를 장악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의 증거들을 확보하기 위해 구상되었습니다. 즉, 구삼회를 증인신문 한다는 것은 이 재판이 군인들의 선관위 장악 전모를 밝히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뒤늦게나마 신문이 시작됐지만, 그나마도 변호인 측이 끊임없이 검사의 신문이 ‘유도심문이다’라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결국 신문은 한시간여만에 종료되었으며, 6월 2일로 예정된 다음 공판에서 하루 종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4. 번외: 군사법원 재판–자기 재판에서야 입을 연 군인들
20일(화),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공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지시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뤘는데, 그동안 구체적 답변을 거부해왔던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처음으로 윤석열의 지시를 인정하였습니다.
이진우는 그동안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비상 계엄 당시 윤석열 지시사항에 대해 “답변이 제한된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해왔는데요, 이번 공판에서 처음으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윤석열로부터 “문을 부수고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습니다. 계엄 당일 밤 11시 30분부터 계엄해제 의결 전까지 윤석열로부터 3번 전화를 받았는데, 첫 번째 통화에서 윤석열은 국회 상황을 물었고, 두 번째 통화에서 “사람이 들고나기 어렵다”는 이진우의 보고에 윤석열은 “너희가 4명이 들어가 1명씩 들고 나올 수 있잖아”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세 번째 통화에서는 윤석열이 “발로 차서라도 부수고 들어가야 하지 않냐”며 심하게 화를 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전날 윤석열 공판에서 나왔던 박정환 준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방첩사령관 여인형도 달라진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석열은 계엄 당시 국정원에도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요. 이 지시에 따라 여인형에게 전화를 건 인물이 국정원 1차장 홍장원입니다. 홍장원은 검찰조사에서 여인형이 자신에게 한동훈, 이재명, 우원식 등 체포대상자 14명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여인형은 그간 이 증언에 대해 탄핵심판에서는 증언을 거부해왔지만, 자신의 공판에서는 태도를 바꾸어 홍장원의 조서 증거 채택에 동의했습니다. 사실상 자신이 체포대상자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는것을 시인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 둘에게 각각 지시를 내린 건 윤석열입니다. 군사 재판에서도 증거와 증언이 하나 둘 윤석열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윤석열 재판에서 김용현의 지시를 받은 곽종근이 부하들에게 ‘표결을 못하도록 의원을 끌어내라’ 등의 지시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평화적 계엄’, ‘질서 유지 목적 군 투입’ 등 윤석열 측의 거짓말을 분쇄하는 증언입니다.
- 방첩사령부에 경찰 인력을 지원한 국수본 이현일 계장은 여전히 ‘체포조’가 국회의원 체포 작전인 줄은 몰랐다며, 자신과 경찰의 책임을 부정하는 증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 김용현 재판은 오후 다섯시 넘어서야 공개로 전환됐습니다. 군인들의 선관위 장악 전모에 대한 검증 단계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 그간 탄핵심판이나 국회 청문회 등에서 증언을 거부했던 현역 군인들이, 자신이 피고가 되자 비로소 입장을 바꾸어 윤석열의 지시를 시인하는 증언을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