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기소를 할 수도 있겠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법원이 밝혔듯이 직접적인 증거도 부족하고 진술과 증언도 엇갈린다.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대선 연장전의 후반전이 시작됐다”면서 “이재명에게 반격의 기회가 왔다”고 분석했다. 이재명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났지만 당이 깨질 상황은 아니다. 다만 좀 더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있다. 잘 하는 것보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혁신해야 이긴다. 윤석열은 반성하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힘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어떨까.
성한용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재명 플러스알파’ 체제를 갖춰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물을 비대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결단에 달린 문제”라는 이야기다.
구혜영(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색출 논란이 경선 구도가 되면 정권 심판론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민주당의 내분 상황을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재명의 진짜 정치는 이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다.
2023년 09월28일.
검찰의 정신 승리와 한동훈의 뒤끝.
이재명이 병원에 실려 갔을 때 한동훈이 이런 말을 했다.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자해한다고 해서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이렇게 할 것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기자들이 “야당 대표를 잡범에 비유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잡범이라고 한 적 없다”면서 “잡범이 아니라 중대범죄 피의자”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한 뒤에도 “영장이 기각됐다고 죄가 없다는 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칼을 쥐여주고 살인을 지시해야만 지시인 것이냐”면서 “이화영 회유 등 증거인멸 행위를 통해 이득을 얻는 사람은 이재명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크고 체포동의안 가결도 쉽지 않다.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윤석열 사과와 한동훈 파면을 요구했다. 한동훈 탄핵 소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3년 09월28일.
신문 1면 기사를 비교해 보자.
구속 영장 기각이 새벽 두 시가 넘어가면서 종이신문이 하루 늦게 나온 상황인데 1면 편집이 흥미롭다.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극단 치닫는 정치”다. 중앙일보는 “살아난 이재명 블랙홀, 총선까지 대선 연장전”이다. 한겨레는 “민주 ‘윤 대통령 사과하라’”를 제목으로 내걸었고 한국일보는 “끝 모를 이재명 대치, 정치 복원이 추석 민심”이라고 뽑았다. 동아일보는 “야 ‘무리한 수사’, 여 ‘무죄 아니다’”라고 양쪽 반응을 다 실었다.
국민일보는 “가을 정국 시계 제로”. 세계일보는 “여야 강대강 대치 심화”다. 경향신문은 “직접 증거 없는 영장, 혐의 소명부터 막혔다”고 영장 기각의 의미를 짚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빼면 모든 신문이 ‘충돌’과 ‘혼란’을 키워드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한 부장 판사의 말을 인용해 “영장심사는 본안 재판이 아니라 기각되고도 유죄가 날 수 있고 발부되고도 무죄가 될 수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영장 심사를 월드컵 결승전처럼 만들어놨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것도 눈길을 끈다. “검찰이 영장 기각을 법원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군색하다”면서 “법정에서 탄탄한 물증과 법리를 제시하고 혐의를 입증해 내지 못한다면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에 요동치는, 반전과 역설에 내맡겨진 요지경 정치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넌더리를 내는 지경이 됐다”면서 “국회 정상화와 민생법안, 예산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철은 “수사 정당성에 의문을 가질 상황 자체를 없애야 한다”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첫째, 대통령의 검찰이 맡기에 부적절한 사건은 원칙적으로 특별검사에 맡겨야 한다. 둘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키워서 상설 특검처럼 운용할 수도 있다. 셋째, 검사장 직선제도 검토해야 한다.
“시작할 때부터 갈 길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그래서 이제 3~4년으로 끝나지 않을 긴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대런 아세모글루(MIT 교수)는 ‘좁은 회랑’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지만, 그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바이어던은 인간의 힘을 초월한 강력한 바다 괴물을 말한다. 절대 권력의 비유로 쓰인다.)
“사회의 질서를 세우는 검찰의 기능이 서지 못하면 지리멸렬한 나라가 되고 만다. 그러나 검찰이라는 리바이어던에게 족쇄를 채우지 않으면, 인권과 민주주의는 위협받게 된다. 지금 검찰은 좁은 회랑을 벗어나 폭주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언제쯤 좁은 회랑으로 돌아올 것인가. 과연 돌아오기는 할 것인가.”
2023년 10월09일.
검찰 특활비로 격려금.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이 고양지청 특활비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우수 사례 격려’, ‘수사활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50만~100만 원 수준의 현금을 지급했다. 부서별로 나눠먹기 한 정황도 확인됐다. 애초에 이런 용도로 쓰라고 책정된 예산이 아니다.
송경호와 고형곤, 강백신은 2019년 조국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이듬해 모두 지역으로 좌천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했다. 물론 억울했을 수도 있다. 정환봉(한겨레 법조팀장)은 “권력의 편에서 수사하면서 우리만 정의이며 상대를 불의라 단정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 ‘송·고·강’이 이재명(민주당 대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최근 언론사 압수수색도 이들 작품이다. 정환봉은 “전국에서 수사를 가장 잘한다는 검사들이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피해자 윤석열’을 위한 수사에 뛰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김대기(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말이다. “지난 정부는 호남 인사를 쓰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박상혁(민주당 의원)이 “검찰 카르텔 정부”라고 하자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조선일보가 “현실과 동떨어진 답을 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국가보훈부 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심지어 국립암센터와 한국가스공사, 한국마사회 등에도 검사 출신이 내려가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된 검찰 출신은 136명이다.
윤석열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검찰총장 시절에 신임 부장검사들을 모아놓고 “국민이 원하는 진짜 검찰개혁은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눈치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춘재(한겨레 논설위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은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이었고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분명 아니지만 ‘살아 있는 권력’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은 윤석열 취임 이후 4개월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단순히 김영란법 위반에 그치지 않고 국정 개입 논란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어느 정부가 그나마 보장했느냐”는 질문에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형(이상득)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이제 윤석열이 쿨한 모습을 보여줄 차례”라고 지적했다.
2023년 12월15일.
지드래곤과 검사 처남의 전혀 다른 마약 수사.
둘 다 제보를 받아 수사가 시작됐다.
지드래곤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이 전부였고 결국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끗발 날렸던 차장검사의 처남은 처남 부인의 제보로 수사를 시작했는데 물증이 넘쳐났다. 손톱까지 박박 긁었던 지드래곤과 달리 이 처남은 신고 이후 석 달 보름이 지나서야 소변과 모발 검사를 했다. 심지어 대마를 피우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나왔는데 결국 불송치 결정이 났다. 떠먹여 주는 제보도 받아먹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김민아(경향신문 논설위원)는 “‘대통령의 형님’이 방송의 독립성과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외친들 누가 믿겠느냐”며 “외관의 공정성이 깨졌다”고 지적했다. 김홍일(방통위원장 후보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대통령의 동생’이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수직적 당정관계 변화를 약속한들, 누가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한동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칼은 충성스런 막내 한동훈이, 펜은 믿음직한 맏형 김홍일이 쥐고 흔들 것”이라는 말이다.
“네포티즘(nepotism·족벌측근정치)의 폐해는 공적 권력의 사유화다. 국가의 중대 정책·현안이 공적 회의체 등 시스템 대신, 술자리·밥자리·전화 통화·텔레그램 같은 사적 접촉을 통해 결정된다. 절차의 민주성에서만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더 나쁜 건, 동종교배가 갖는 원초적 위험성이다. 앉은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동종교배는 집단사고를 낳게 마련이다. 집단사고는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위시풀 싱킹(wishful thinking·희망적 관측)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이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이고, 새만금 잼버리의 난맥이다.”
2023년 12월26일.
김홍일의 검사 시절 흑역사.
김홍일(방통위원장 후보자)이 검사 시절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압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0년 일이다.
용의자로 잘못 지목돼 불법 구금을 당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청구했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구타, 전기고문 위협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김홍일이 피해자가 불법 구금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도 강제추행 혐의로 우선 구속한 뒤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고 판단했다. 강압 수사에 못 이겨 자포자기 상태로 허위 자백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피해자는 석방된 뒤 암 진단을 받고 죽었다. 피해자의 친형이 한국일보에 “동생은 경찰의 잘못으로 조작된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지휘 검사였던 김 후보자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본다. 그런 분이 고위 공직자로 지명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게 국민의힘의 볼멘소리지만 사실과 다르다. 김건희가 검찰의 출석 요청을 거부했고 아직 사건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핵심이다.
권오수(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재판에서는 최소 3개의 김건희 명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김건희가 단순한 전주인지 핵심 공범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추가 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가 특검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2월29일.
법무부가 윤석열 징계 상고를 포기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1심에서 패소, 2심에서 승소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추미애 시절 법무부가 이기고 한동훈 시절 법무부가 졌다.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변론을 하지 않아 ‘패소할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는데 상고를 포기한 건 이런 의혹을 입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패배를 시인했다. “중대한 절치 위반과 방어권 침해 등이 있었다는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이렇게 외칠 수 있었던 건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은 임기제다. 임기를 보장해 줄 테니 눈치 보지 말고 수사를 하라는 취지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검찰총장에게 직접 지시를 할 수 없고 법무부 장관은 총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다.
한동훈은 검찰총장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건 아니지만 정치적 중립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었다. 야당 대표를 탈탈 털었고 이제는 여당 대표(비대위원장)으로 옮겨가서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중이다.
최현철(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한동훈의 재임 중 검찰의 특수수사는 야당 대표를 탈탈 터는 데 주력한 인상만을 남겼다”면서 “김건희와 대장동 사건도 질질 끌다가 특검법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중립이 아닌 정권과의 일체를 택한 것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2024년 01월09일.
이선균과 이재명 피습 수사, 왜 이렇게 다른가.
이선균은 애초에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초범인 데다 수사에 협조했고 구속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세계적인 배우를 엮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피의사실을 유출했고, 공개 소환과 공개수사를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수사는 현실에서 국가가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다. 무기이니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고, 그래서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최후 수단’이다. 하지만 평생 수사만 했다는 사람이 대통령도 하고 여당 대표도 하는 세상이 되자, 최후 수단은 선제공격을 위한 흉기로 둔갑해버렸다. 수사는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정의와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의 수사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졌다.”
2024년 01월12일.
이재명 테러범 김진성 실명과 직업을 밝힌 뉴욕타임스 기사. 온라인 갈무리.
공수처 3년 동안 유죄 0건.
직접 기소한 사건은 3건뿐, 이 가운데 2건은 항소심까지 무죄가 선고됐고 1건은 1심 재판 중이다. 구속 영장을 5번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김진욱(공수처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수사력 부실에 ‘빈손 퇴임’이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법조 기자들이 검찰 관계자에게 흔히 하는 질문이다.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으니 시그널을 받기 위해 선문답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 동아일보가 대장동 설계자 장영학의 녹취록 가운데 “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단독 보도했는데 누가 봐도 검찰에서 흘러나온 정보였다. ‘그분’이 이재명(당시 민주당 후보)이라는 추측 보도가 쏟아졌는데 검찰은 아무런 설명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공개된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은 없었다. 명백한 오보였다. 이정하(한겨레 기자)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만한 오보였는데도 오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의사실 공표의 책임은 지지 않고 추측성 기사가 확산되긴 바라는 건 아닌지 의심을 살 뿐”이라는 이야기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검찰 수사관이 회사나 집에 들이닥쳐 서류와 컴퓨터를 마구 들고 나가지만 그것은 쌍팔년도에나 가능했던(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이다. ‘무차별 압수’로 확보한 자료를 수사에 활용하면 검찰이 재판에서 진다.”
2024년 2월07일.
수사 이렇게 해놓고 큰소리쳤나.
수사 잘 한다는 평판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패배가 계속되면서 윤석열(대통령)과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검사 시절 실력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 수사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면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민주당 대표) 등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떠들썩했던 사법농단도 속속 무죄로 결론 났다. 한때 문재인(당시 대통령)의 칼이었는데 말을 갈아타고 정권을 잡은 뒤 보수 진영의 차가운 비난에 직면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그나마 부실 수사였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송평인은 “법원은 늘 검찰에게는 갑이었다”면서 “대법원장마저 잡아서 모든 권력이 검찰 아래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고서는 그 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과 좌(左)동훈 우(右)복현 체제에서는 저인망식으로 혐의가 걸릴 때까지 수사하고, 걸 수 있는 혐의는 모조리 기소하는 방식이 주(主)가 됐다”는 비판도 신랄하다. “좌천감인 수사를 한 검사들이 그 수사로 승승장구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아직 못 해봤지만 꼭 해봐야 할 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검찰의 수사 농단 수사다. 손준성과 김웅의 고발 사주 시도는 빙산의 자그만 일각일 뿐이다. 저인망으로 샅샅이 뒤지면 농단이 국정에만 있고 사법에만 있었겠나. 수사 농단은 그보다 더했는지 덜했는지도 한 번쯤 확인해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살권수)한다며 기세등등했던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는 말이 나온다.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고발장이 작성됐다는 데 있다.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손준성(대구고검 검사)은 어떻게 확신했을까. 이춘재(한겨레 논설위원)는 “윤석열과 한동훈에게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두 사람이 고발장 작성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그만큼 작다”고 지적했다.
“앞에선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다’고 큰소리치고, 뒤로는 총선에 개입할 의도로 ‘고발 사주’ 공작을 꾸미고 있었던 셈이다. 이건 ‘내로남불’ 아닌가.”
2024년 2월07일.
압수수색은 다 들고 가라는 치트키가 아니다.
검찰이 이진동(뉴스버스 대표)과 허재현(리포액트 기자)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의 전자 정보를 통째로 저장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위법한 압수영장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라는 것일 뿐 저장해두고 언제든지 꺼내보라고 허용한 게 아니다. 수사와 무관한 자료까지 통째로 저장했다가 별건 수사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한덕수(국무총리)도 김앤장 출신이다. 애초에 김앤장에 있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총리를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다시 김앤장으로 갔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부르니 총리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에도 김앤장 출신이 많았다. 신현수(전 청와대 민정수석)와 이인걸(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신지연(전 청와대 비서관) 등도 모두 김앤장 출신이다.
김진욱(전 공수처장)도 김앤장 출신이다. 조응천(개혁신당 의원)과 김한규(민주당 의원)도 김앤장 출신이다.
김앤장을 사례로 들었을 뿐 법조 카르텔은 진영을 넘나든다. 김종목(경향신문 사회부문장)은 ‘법권 정치의 시대’라고 정리했다. “검사와 변호사, 법대 교수 출신을 각각 수장으로 둔 정당들이 프레데터, 에이리언, 고질라가 싸우듯 맹렬한 기세로 다투지만, 이들 정당의 구성원들은 부동산, 가상통화, 주식, 이중국적, 미국 유학 같은 키워드로 동맹한다.”
2024년 03월29일.
검사와 정치가 어울리지 않는 이유.
검사의 세계에는 선과 악, 피해자와 가해자 밖에 없다. 기소 아니면 불기소, 유죄 아니면 무죄의 흑백 공간이다.
김민아(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정치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100% 선도 100% 악도 없다. 100% 승리도 100% 패배도 없다. 회색의 중간지대를 사이에 둔 채 주고받고, 타협하고, 윈윈(win-win)한다. 그러려면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갖고 대해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이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세계다.”
검사들은 수직적 상명 하복 문화에 익숙하고 책임을 질 일도 없다. 사과하지도 않는다. 정치는 달라야 한다.
2023년 기준으로 벌금 납부 대상자 51만209명 가운데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간 사람이 5만7267명. 11% 정도 된다.
벌금 500만 원을 못 내서 구금을 선택하면 50일을 갇혀 있어야 하는데 분할 납부를 선택한 사람이 6%가 채 안 된다. 검찰은 분납 신청이나 납부 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고 신청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분납을 허가받으려면 벌금의 절반이나 적어도 30% 정도를 미리 내야 한다. 규정대로 6개월이나 12개월에 나눠 내게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오창익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선 꿈쩍도 못 하는 검찰이 가난한 사람에게만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06월28일.
“검찰이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이 이재명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뒤늦게 소환 조사하겠다고 밝힌 걸 두고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검사들을 탄핵한 뒤 이에 보복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면서 이 문제가 마치 민주당과 검찰의 정치 싸움처럼 보이게 됐다”는 이야기다. “검찰 수사는 내용은 물론 외관도 공정해야 한다. (중략) 지금의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지연으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만 키우고 있다.”
2024년 07월09일.
좋은 사람이 좋은 검사가 될 수도 있나.
이 질문에 애비 스미스(조지타운대 교수)는 아니라고 말한다. 검사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이런 격언이 돈다고 한다. “진범을 상대로 유죄 판결을 받는 건 어느 검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유죄 판결을 받는 건 정말 재능 있는 검사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애비 스미스는 이를 두고 “‘좋은 사람’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로버트 잭슨(전 미국 법무부장관)의 연방검사회의 연설 가운데 일부다. “검사가 실제 업무에서 해야 하는 일은 기소할 사안을 고르는 일, 즉 혐의가 가장 명백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가장 크고 증거가 가장 명확한 사안을 고르는 일이다. (중략) 검사는 기소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고르기보다는 처벌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고르게 된다. 검사가 싫어하는 사람, 괴롭히고 싶은 사람, 사회적 혐오 대상인 집단 등을 고른 뒤 그의 혐의를 찾아내는 검사의 왕국, 여기에 검찰권 남용의 가장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북 송금 관련해서 이화영(전 경기도 부지사, 징역 9년6개월), 안부수(대북 송금 브로커, 징역 3년6개월),
대장동과 백현동 사건 관련해서 김인섭(백현동 로비스트, 징역 5년),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징역 2년6개월), 남욱(변호사, 징역 8개월),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징역 4년6개월),
민주당 돈봉투 사건으로 윤관석(전 민주당 의원, 징역 2년), 강래구(전 민주당 의원 징역 1년8개월),
이밖에도 불법 정치자금으로 김용(전 경기도 대변인, 징역 5년), 법인카드 의혹으로 배아무개(전 경기도 공무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뿐만 아니라 아직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이재명만 해도 7개 사건에 11개 혐의로 4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쯤에서 나올 질문은 이것이다. 그런데 김건희는?
강찬호(중앙일보 논설위원)는 “20명 넘는 민주당 안팎 인사들이 이런 혹독한 검찰의 칼날을 맞은 마당에 국민이 직접 목도한 명품백 논란 수사를 막는다면 붕괴 수준의 역풍을 맞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건희가 검찰에 출두해 투명하게 소명하고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대통령과 정권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24년 07월18일.
김건희(대통령 부인)와 윤석열(대통령)의 반려견 써니와 나래.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비공개 조사.
“약속 대련”에 “소환 쇼”, “황제 조사”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이 김건희(대통령 부인)를 정부 보안 청사에서 12시간 가까이 비공개로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고발 이후 4년 3개월 만이고 디올 백 사건 이후 7개월 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추미애(당시 법무부 장관)가 윤석열(당시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수사에서 손을 떼도록(수사 배제) 지시한 뒤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이창수 입장에서는 이원석에게 수사지휘권이 없어서 건너뛰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창수가 대통령실과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윤석열(당시 검찰총장)이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추미애(당시 법무부 장관)의 지시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당연히 법무부 장관도 바뀌고 검찰총장도 바뀌었다. 그때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지휘권을 박탈한 뒤 복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지휘권이 없다는 게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애초에 사건 관련자의 남편이 검찰총장이라 지휘 배제를 했다면 대통령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검찰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총장에게 지휘권을 돌려줘야 맞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원석이 수사권을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묵살한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2024년 07월24일.
기자들 통화 내역 탈탈 털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지난 1월4일과 5일 무더기로 통신조회를 한 사실을 뒤늦게 통보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가입 정보를 수집했다는 내용이다.
반부패수사부는 2022년 대선 직전 뉴스타파의 김만배(화천대유 실소유주) 인터뷰가 윤석열(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의 언론인들과 함께 이재명(민주당 대표)과 추미애(민주당 의원) 등도 통보받았다. 언론비상시국회의는 “언론인 통신 사찰”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 조회는 법원의 영장이 필요 없다. 통신사들이 검찰의 요청에 따를 의무는 없지만 관행적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통화 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수신‧발신 내역, 기지국 위치 등을 확인하려면 통신사실 확인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통보한 통신 조회는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가입 정보뿐이다. 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통화 내역을 확보한 뒤 관련 전화번호를 추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 조회의 경우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통보하게 돼 있는데 테러나 신체 위협,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3개월 안에 두 차례 유예할 수 있다.
“검사 100명만 데리고 들어가면 나라를 바꿀 수 있다.” 윤석열이 당선 직후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과연 나라를 바꿨나. 강천석(조선일보 고문)의 평가는 이렇다. “국민들은 검사 출신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인사를 어떻게 하는지, 국민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수신제가는 어떻게 하는지 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다시 정권을 만드는 것은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병아리를 꺼내는 일만큼 어렵다.”
이 칼럼은 “이재명의 난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시작했는데 한동훈은 더 어려울 거라는 결론으로 흐른다. 보수 진영의 복잡한 멘탈리티를 읽을 수 있는 칼럼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공수처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통신사실 조회를 한 걸 두고 한 말이다. “게슈타포나 할 일”이라고도 했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언론인들을 상대로 통신기록을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 윤석열의 발언이 다시 거론된다.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을 ‘입틀막’하고, 방송장악 쿠데타로도 부족해 이제 대놓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황운하(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에는 수천 명의 통신정보를 조회한 검찰이 주가조작과 명품 백 수사를 하면서 김건희의 통신정보를 조회한 적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