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인터뷰]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이 말하는 노동과 인간. 오늘 주제는 플랫폼 노동. (12분)
→ 이 글은 플랫폼 노동: 카카오와 배민의 독점본색으로 이어집니다.
인트로: 플랫폼 노동의 현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용어와 사례를 소개한다. 더불어 ‘라이더, 혁신의 노예'(오마이뉴스, 2022) 기획 연재 기사를 추천한다.
- 플랫폼 노동(자): ‘온라인 플랫폼 중개를 통하여 조직 또는 개인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얻는 일자리'(유로파운드, 2018)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카카오T 앱을 매개로 일하는 노동(자)이 대표적이다.
- 노동자 = 근로자 = 직원 = 종업원: 근로기준법상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한다.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해고로부터 보호, 연차휴가, 퇴직금 등 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자영업자 = 사업자 = 독립사업자 = 개인사업자: 플랫폼 사업자와 개인사업자의 자격으로 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자격’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요기요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고용노동부 판단(2019.10): 플랫폼 기업인 음식배달앱 요기요와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고 배달업무를 수행한 배달기사(라이더)에 관해 요기요 소속 노동자라는 고용노동부 판단이 있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 서울북부지방노동청(북부청)이 2019.10.28. 요기요 라이더들이 제기한 체불 임금 진정을 처리하면서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고 다음날인 11.05. 밝혔다.

- “플랫폼 노동자 28.5% 계약 없이 일해…근로자 지위 보장 필요” (법조신문 임혜령, 2022.10.07): “종래 고용보험법에서는 비정규직, 비정형근로자, 특수고용노동자, 특히 최근 증가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최명지 변호사, ‘코로나발 양극화와 법정책’ 세미나)
- “산재1위 직종 배달라이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민노총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성명서, 2023.10.05) “건설업보다 더 많은 산업재해. (…) 2023년 1~8월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주문을 수행하는 우아한청년들이 산재 신청 1,273건으로 1위, 쿠팡이츠는 181건으로 19위” “쿠팡이츠는 줄은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2023년 이츠플러스라는 외주화 배달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츠플러스는 현재 쿠팡이츠 전체물량의 약 50% 이상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 2022년 2명의 라이더 사망사고가 있었지만 쿠팡이츠 정식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바로고, 부릉, 만나플러스 등 배달대행업체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 “라이더 산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선 배달업(늘찬대발업)의 산재 규모 파악, 배달업을 현행 인증제에서 등록제로 변경, 유상운송가입 의무화가 필요하다”
- 배달업 경우 ‘약관’을 통한 일방적 계약 형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단순한 약관 동의 절차로 라이더의 의사 표시를 갈음한다. 약관 변경 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의를 받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앱 접속이 불가해 라이더가 불리한 조건으로 약관이 변경되는 것을 인지하더라도 생계를 위해 강제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배달플랫폼노조, 이상 출처는 청년일보 김원빈 기자, 국회 앞 모인 라이더 “배민 배달료 삭감 규탄…악의적 ‘약관변경’ 막아야, 2024.05.29)

이상헌의 ‘제네바 인터뷰’ [ep. 25]
플랫폼 노동: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독점이다
질문, 정리: 민노
알림
– 이 글은 스위스 시각 기준 2024년 7월 5일 오전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 가독성을 위해 질문은 맥락화하거나 소제목으로 표시하고, 이상헌 박사의 답변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두 가지 플랫폼
플랫폼 노동에는 이슈가 꽤 많다. 노동자성(근로자성,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을 따지는 게 중요하긴 한데, 우선은 플랫폼의 두 가지 종류를 구별해야 한다.
우선, 온라인 플랫폼(Web-based Platform)이 있다. 가령 번역업을 생각해 보자. 일자리를 번역 서비스를 연결하는 일자리 플랫폼에 올리면 번역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내가 할게’ ‘내가 할게’ 했다. 일부 전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노동 영역이라는 느낌보다는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느낌이 강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특징은 전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위치 기반 플랫폼(Location-based Platform: 로케이션 플랫폼 = 로케이션 베이스 플랫폼)이 있다. 대표적인 게 배달 서비스다. 우버가 대표적인 로케이션 플랫폼이다. 위치 기반 플랫폼은 온라인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다. 고용 형태도 다르고, 노동 행위도 온라인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띤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T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같은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로케이션 플랫폼
시작은 자영업자, 결국 직원화
로케이션 플랫폼은 처음부터 라이더(배달기사)를 개별적인 계약자(개인사업자)로 보고, 고용인(근로자)은 아니라고 배제하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먼저 살펴볼 게 하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근로자성(= 노동자성)’은 나쁜 번역이다. 보상을 위해 유용한 일을 하는 게 노동이다. 거기에서 제외되는 유일한 사람은 고용주뿐이다. 이렇게 노동자에 관한 일반적인 정의에 따르면 노동자 안에는 ‘자영업자’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근로자성’이라는 용어는 마치 자영업자(독립사업자)는 통상의 노동자가 아니라고 취급한다. 그리고 통상의 노동자를 직원(= 근로자 = 노동자)으로 한정해서 그 범위에서 배제한다. 이는 자영업자인 노동자의 권리 확보에 불리하다. 즉, 자영업자를 기존 노동법 제도의 보호 범위에서 배제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다시 로케이션 플랫폼 문제로 돌아가면, 로케이션 플랫폼에서 노동자는 처음에는 보통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 독립사업자)로 시작한다. 그때 전제는 ‘다양한’ 플랫폼이다. 배달 플랫폼 영역이라면 다양한 경쟁업체들이 있다. 즉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아닌 다른 플랫폼도 이용할 수는 있는 환경이다. 나는 A에서 일해야겠다. B에서 일해야겠다. C에서 일해야겠다. 이렇게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 전제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배달 노동자는 결국 플랫폼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플랫폼의 독과점적 성격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그런 독점화는 익히 알려진 경향이다. 배달 노동자는 자영업자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일하는 걸 보면 한두 개의 플랫폼에 노동행위가 집중돼 있고, 그런 과점에서 보면 종업원(근로자)에 훨씬 더 가깝게 된다.

직원화된 노동자의 세 가지 문제
겉으로 보면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인데 실질적으로 종업원(근로자)과 차이가 없다. 그렇게 지위가 모호하면, 법적인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배달비 계산 같은 실질적인 문제가 생긴다. 크게 다음 세 가지 문제가 생긴다.
- 가격 결정권
- 대기시간의 노동시간 편입 문제
- 안전사고 책임 소재
우선 한두 플랫폼에 종속되면, 달리 말해서 플랫폼 선택권이 사라지면, 배달료에 관한 결정권이 사실상 사라진다. 다른 좋은 조건의 배달료 정책을 가진 플랫폼으로 이동할 여지가 점점 더 사라진다. 한마디로 플랫폼과 상대할 협상력(바게닝 파워)이 사라진다. 결국 배달 시장은 배달 플랫폼 운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배달료가 책정된다.
두 번째 문제는 보상의 근거를 노동시간으로 할지 건수로 할지의 문제다. 한두 개 플랫폼에서 일한다면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편입할지 여부가 쟁점이다. 특히 선택권이 없는 배타적으로 하나의 플랫폼만 이용하는 경우에는 더 문제가 된다.
세 번째가 가장 큰 문제다. 안전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플랫폼이 한 10개 정도 된다면, 해당 플랫폼 이용 노동자의 자영업자 성격이 강해짐으로 스스로 책임지는 게 맞다. 그런데 한두 곳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종업원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 특히 노동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문제가 된다. 악천후에도 배달을 사실상 거절할 수 없는 경우라면 공장에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공장으로 이동할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근로자성의 문제 ∽ 결국 플랫폼의 독점적 진화 문제
플랫폼의 독점적 진화 과정에서 가격 결정권의 문제, 노동시간 설정 문제, 특히 안전사고 책임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다. 이런 맥락 속에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냐, 종업원(근로자 = 협의의 노동자)냐의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했다. 명백한 사실은 플랫폼의 독점화가 진행할수록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노동자의 종업원(직원) 성격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노동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민법으로 해결할 거냐. 로케이션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핵심 쟁점인 이유는 이런 맥락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로케이션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인가, 직원인가?
플랫폼 사업자의 전략
최근 한국에서도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의 배달료 문제로 말이 많다(개별 사안에 관한 분석과 구체적인 해법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인터뷰에서 다루도록 한다. 편집자).
독점화와 개별적인 가격 세팅
플랫폼 사업자들끼리는 처음에는 출혈 경쟁이라고 할 만큼 경쟁적이다. 그러다가 시장에서 생존하고 승리해 시장을 확보하면 독점화가 진행한다. 독점화 진행 과정에서 차별적인 가격화를 병행한다. 플랫폼 독점화는 가격을 높게 설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플랫폼 기업이 확보한 다양하고 막대한 ‘데이터’에 기반해 가격을 ‘개별적으로 세팅’하는 게 더 큰 문제다.
가령, 배달 플랫폼 기업은 자신이 확보한 데이터에 기반해 지역에 따라 배달 방식에 따라 주문 가격에 따라 배달료를 차별적으로 세팅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가격을 높여서 이윤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소비자와 라이더 개개인에게 맞춰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이론이 현실로: 정보의 비대칭 현상
소비자나 배달기사들은 플랫폼 기업의 정보력에 대항할 여지는 없다. 지금까지는 이론이었지만, 이제는 현실을 통해 입증된 게 플랫폼 노동의 정보 비대칭 현상이다. 개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모두 플랫폼 기업에 넘긴다. 이런 과정은 통상 계약(약관)을 통해 필수적인 전제로 진행되고, 모든 개별적인 소비행위 자료에 근거해서 개별화하고 차별화된 가격 전략이 가능하다.
한국의 배달료 문제도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에 기반한 것이다. 배달료는 지역에 따라 거리에 따라 주문 가격에 따라 차별화 세분화한다. 음식점도 힘든 게 음식점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플랫폼 기업이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그 한도까지 수익을 밀어붙여 가격을 세팅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플랫폼엔 ‘최선의 결과’
전기요금과 임대료에 이어 배달요금도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규모는 올해 안에 발표합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배달료 책정에서)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용이 되는지 공정하게. 그런 여건을 만들면서, 저희가 혹시 재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겠습니다.
자영업자 대출은 상환을 더 미뤄주기로 했습니다. 정책자금과 지역 신보가 보증한 대출 상환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합니다. 자영업자 지원 규모는 모두 25조 원입니다.
KBS뉴스, 소상공인 배달비 지원 추진…대출 기간 연장, 2024.07.03
정부가 최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위 기사 참고). 최근의 배달료 상승분을 보조하기 위한 명분이다. 플랫폼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가격을 세팅하고 그걸 적용했다. 그런데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게 그런 플랫폼 기업의 가격 세팅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 대신에 배달가격 상승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음식점)을 돕는 방식으로 25조 원이라는 돈을 풀고, 대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게 그 정책 방향이다.
이런 정부 정책은 플랫폼 기업의 배달요금 상승으로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하는 음식점 사장님들을 일시적으로 도울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기업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 플랫폼 기업은 미래에 더 안심하고 공격적으로 가격을 세팅할 수 있다. 결국 음식점에 정부 지원이라는 건 일시적인 희망고문일 뿐이다.
자영업자를 돕지 말라는 게 아니다. 자영업자를 도우면서 플랫폼 독점을 견제하고 제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오히려 플랫폼의 바게닝 파워만 키우는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독점이다
기술 아니라 독점과 차별, 인간에 관한 문제
배달 플랫폼을 예로 들면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가맹점에게도, 배달기사에게도 압도적 지위를 가진다. 플랫폼이 음식점과 배달기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건 좋지만, 그러면서 독점화하고, 절대적인 ‘갑’이 된다. 문제가 생기면? 알고리즘 뒤에 숨는다. 알고리즘은 기업 기밀이라면서 공개하지 않고 그 뒤에 숨어버리는 거다. 카카오T 문제도 이런 것이다(카카오T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은 다음 인터뷰에서. 편집자).
전 세계적인 방향성은 플랫폼 기업 규제다. 그만큼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차별적, 공격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체를 두고, 좋다 나쁘다 이론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떤 형태의 플랫폼인지를 실질적으로 논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분명한 건 있다. 점점 더 플랫폼 기업이 약탈적인 형태로 독점의 폐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독점과 차별의 문제가 핵심이다.
플랫폼은 그 자체로는 테크놀로지다. 그 기술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모노폴리(독점)가 문제라는 거다. 즉 플랫폼 노동의 문제, 플랫폼 기업의 독점 문제는 기술과 그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독점과 인간에 관한 문제다.
현재 판례 경향은 플랫폼 노동자가 어떤 계약서에 사인했느냐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추세다. 특히 미국 판례의 경향이 그렇다. 그만큼 플랫폼이 질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그 현실을 반영하는 판례다.

스페인 라이더법(2021): 알고리즘 정보 접근성 보장 필요
정보 접근성 보장에 관한 논의도 아주 중요하다. 스페인에서는 운송노조가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알고리즘을 공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라이더를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직원)로 추정하는 일명 ‘라이더법'(2021.05)이라는 긴급명령을 승인했다(오마이뉴스, ‘라이더, 혁신의 노예’ 연재 참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의 배차 요구에 대한 라이더의 거부에 벌점을 주는 건 차별 관행이라고 판단하고 금지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런 노력과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플랫폼을 어떻게 견제해야 할지는 여전히 남은 숙제다.

한국은 안전사고 가장 큰 문제… 최저임금도 관련 문제
한국은 가장 큰 문제가 안전사고다. 대리기사·배달라이더도 2023년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만, 여전히 배달기사 사고가 산재사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임 소재도 모호하고, 법률 규정도 구멍투성이다. 산업안전사고를 줄이려는 노력과도 정반대 방향이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사고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비오는 날, 눈오는 날 플랫폼의 배달 오더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사고를 낼 수밖에 없다.
일하는 실질적인 노동 형태를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상황이라면 최저임금 같은 논의도 끌어와 협의했어야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지도 못한 게 몹시 아쉽다.

플랫폼 접근성
플랫폼 노동자의 네트워크 보장
플랫폼 노동자는 일반적인 노동자와는 다른 단결할 수 있는 툴이 있다. 바로 플랫폼 자체가 그 네트워크 수단이다. 가령 우버는 우버 앱을 통해 라이더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지금은 플랫폼에서 그 네트워크를 모두 차단했다.
초기 플랫폼은 집중화된 형태이긴 했지만, 수평적인 소통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수직 개별화됐다. 플랫폼이 진화해서 완벽하게 개별화된 수직 통합 구조를 완성했다. 배달노동자뿐만 아니라 가맹 음식점마저도 플랫폼을 통해 소통할 수 없다.
이렇게 소통을 차단한 게 왜 문제가 될까. 가령 플랫폼 이용자를 직원(근로자성, 노동자성)으로 인정한다는 얘기가 뭐냐면 배달기사든 가맹 음식점 사장이든 이 사람들이 직원으로서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막아서는 안 된다는 거다.
만약에 그런 플랫폼 이용자의 플랫폼 접근성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면, 가령 플랫폼에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을 필수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집단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라이더유니언을 보면, 카톡 등을 이용해서 아주 개별적으로 서로 소통한다. 이들이 플랫폼 자체를 이용해서 소통할 수 있다면 이들의 네트워크 파워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민노총 한노총 도움이 필요하다
알고리즘 투명성과 소통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노조, 즉 한노총이나 민노총이 도와줘야 한다. 새로운 업종의 노동자는 스스로 세력화하는 게 너무 어렵다. 그래서 민노총이나 한노총이 이들 새로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조직의 성격으로도 라이더들은 대개 아주 젊은 층이 많다. 미래의 노동계층을 조직화하는 데 투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미래의 우리 노조원이 될 젊은 노동자에게 투자하는 것, 그런 관점으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 기준이 필요한 이유
ILO이 국제적 기준을 준비하는 이유
국제노동기구(ILO)가 플랫폼 노동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2025년에는 마련하자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냐 종업원이냐는 판단이 각 나라마다 다 다르다. 판결도 갈리고, 규율하는 제도도 제각각이다.
미국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는 종업원이다, 어떤 경우에는 독립사업자다, 한 나라에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 특히 우버에 관한 판결에서 그렇다. 프랑스에서는 직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유럽연합은 법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참고로 프랑스에는 플랫폼 노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법안이 2016년에 통과해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이 부여됐다. 편집자).
- 참고 – EU, 긱워커 보호 세계 최초 법적 지침 마련(2024.03.11): 긱워커는 차량호출이나 배달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임시 계약 노동자를 의미한다. “초안보다 완화된 형태지만, 전면 무산 위기에서 벗어나 긱워커가 EU 내에서 법적 근로자 지위를 누리는 세계 최초 법적 가이드라인이 나왔다고 EU는 평가”(이데일리 이소현, 2024.03.12.)

하지만 이렇게 일국적인 차원에서 맡겨놓는 것보다는 국제적인 기준과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합의에 기초해 논의가 시작되는 시기다. 하지만 각 국마다 사정이 다르고, 이해당사자가 아주 복합해 쉽지 않은 문제다.
어떻게 보면 로케이션 기반 플랫폼 기업 안에서 각 기업마다 다양성이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플랫폼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맥락이 다르다. 기업으로선 자신의 비즈니스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서 로비가 아주 심한 분야이기도 하다.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시장 독점적 사업자라 더 목소리가 크다.
로케이션 플랫폼 공식화(2018)
온라인 플랫폼과 로케이션 기반 플랫폼을 구별한 건 물론 대학에서 먼저 그런 이론적 논의가 있었지만, ILO가 2017년과 2018년 당시 본격적으로 연구해서 공식화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배달서비스가 많지 않아서 한국 케이스가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배달 플랫폼이 한국에서 특히 발전했는데, 그런 점도 영향을 줬다.
처음 온라인 플랫폼에만 관심이 집중됐을 때는 미국 온라인 번역 시스템이 주요한 분석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때 쟁점은 개발도상국의 값싼 노동력 착취 문제와 온라인을 통한 세금 회피 문제가 초기 플랫폼 노동의 쟁점 사항이었다. 이런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 규모와 중요성이 크게 줄었다.
반면 이제 논의의 중심은 로케이션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기본 단위가 빌리언(10억 달러)인 초거대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무빙 타깃’ … 플랫폼의 진화 속도
문제는 플랫폼 변화 속도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이론과 제도, 법률의 속도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플랫폼은 점점 더 ‘무빙 타깃’이 되어 간다. 즉, 제도와 법률의 대응 속도를 이미 예견하고 플랫폼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일종의 숨박꼭질인 셈이다. 즉, 플랫폼 기업의 변화 방향을 예상해서 표적을 겨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국제 협약으로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
현재 ILO의 준비 작업은 그 위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플랫폼 노동에 관한 국제 협약(컨벤션)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그 차순위로 권고를 마련하는 것을 차선으로 삼고 있다. 이 과정은 전 세계 노사정 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와 투표를 통해서 결정된다.
매년 6월에 하는 행사(국제노동회의)에 전 세계 회원국에서 5~6천 명 규모의 정책 담당자들이 온다. 플랫폼 노동에 관한 안건은 가장 큰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협약을 만든다고 하면 그 안건이 가장 중요한 안건이다. 통상 ILO의 6월 행사에는 한두 개 정도 협약을 만든다. 가령 내가 작년에 만든 게 가사노동협약이다. 협약은 각국 국회에서 비준하면 바로 국내법으로서 효과가 있다.
협약 하나 만들려면 통상 5년 정도 걸리는데, 플랫폼 노동에 관한 가이드는 지금까지 한 3년 정도 준비했고, 결론을 도출하기까지는 2년 정도가 남은 셈이다.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고,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