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리포트] 22대 총선 언론 보도 진단.
총선 이후 관전 포인트
22대 총선 언론 보도를 어떻게 봤나.
- 오늘 아침 신문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조중동이 약속한 듯 “미래로 가자”는 메시지를 내건 것이다.
-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심판은 과거로 향하는 것인데 선거는 미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 장덕진(서울대 교수)이 중앙일보 1면 칼럼에서 “심판은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고 했다.
- 미래로 가자고 말하는 건 과거를 들먹이지 말자는 것이다. 깊은 패배감이 드러나는 논조다. 조중동 보도에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
- 크게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 첫째, 그 어느 선거보다 민감하게 여론이 반응했다. 지지율이 1주일 만에 15% 포인트 급등락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도 논란이지만 애초에 이번 총선이 대결 구도였다는 이야기다.
- 둘째, 프레임의 대결이었다. 윤석열 대신 한동훈을 내세워 한동훈-이재명, 심판자-범죄자 구도를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정권 심판을 이조심판으로 물타기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 셋째, 탄핵이라는 키워드가 지배했다. 한국은 탄핵을 성공한 경험이 있는 나라다. 실제로 범야권 200석은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한쪽에서는 기대, 다른 한쪽에서는 공포와 불안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 결국 선거는 기세고 누가 더 적극적으로 투표소에 가느냐가 좌우한다.
- 윤석열이 핵심 변수였다. 모든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났다. 윤석열이 달라지느냐 마느냐에 따라 선거 판도가 바뀔 수 있었다. 조중동의 압박을 윤석열이 뭉갰고 이제 그 성적표를 받을 차례다.
조중동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서로 논조가 많이 다르지 않나.
- 슬로우뉴스는 조중동의 탈출 순서가 동아-중앙-조선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조중동이 윤석열을 버리는 순간이 온다는 리포트를 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 윤석열은 한 번도 누구 밑에서 일해 본 적이 없다. 검찰은 압도적인 권력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자리다. 틀렸다는 걸 용납할 수 없는 조직이다.
-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일찌감치 경고를 보냈으나 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보수 진영에서는 좋든 싫든 윤석열 정부가 5년을 가고 정권 연장도 해야 하니까. 애초에 윤석열과 가는 길이 달랐다. 윤석열에게는 5년 뒤가 없다.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자존심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다. 손에 왕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인데 애초에 언론의 조언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 보수 언론의 실망과 짜증, 누적된 분노가 지면에 넘쳐났다.
조중동도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 인내심의 티핑 포인트를 넘겼다. 거슬러 올라가면 엉망진창이었던 잼버리가 보수 언론의 자존심에 크게 스크래치를 냈다. 보수 언론은 나라 망신에 버튼이 눌린다.
- 보수 언론은 권력자의 권위를 중요하게 본다. 2016년 10월26일, 최순실 국정 농단을 인정한 박근혜 기자회견 다음날 조선일보는 “부끄럽다”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언제든지 대통령을 버릴 준비가 돼 있다. 쪽팔리는 데 의리가 어디 있나.
- 2011년 이명박 지지율이 꺾이자 조선일보가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정권 교체”라며 이명박의 퇴장을 주도했다. 조선일보는 ‘판은 우리가 짠다’는 자부심이 있다.
- 박근혜가 총애했던 우병우를 치라고 조언한 것도 조선일보였다. 그런데 박근혜가 말을 안 들었다. 그래서 탄핵으로 갔다.
- 대통령실에 V1과 V2가 있다는 말을 가장 먼저 쓴 건 조중동 가운데 동아일보였다. 김건희와 윤석열 가운데 누가 V1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 김순덕(동아일보 칼럼니스트)은 일찌감치 “문재인과 다를 줄 알았다”고 강한 실망을 드러냈다. 채상병 사건이 동아일보가 기대를 거둔 결정적인 계기였다. 보수는 군인의 명예를 중요하게 본다.
- 이재명 구속 영장이 기각된 지난해 9월28일. 보수 언론은 멘붕에 빠졌다. 정치 초보 윤석열과 한동훈이 권력의 정점에 오른 건 유능한 검사라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렇게 큰소리 치더니 한동훈의 실력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 양상훈(조선일보 주필)이 “스타일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의 문제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고민이 부족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조언이 아니라 짜증이었다.
- 급기야 조선일보가 1월4일, 한동훈에게 주연을 넘기라고 했다. 주연 지지가 낮으면 흥행이 안 된다는 게 양상훈의 진단이었다. 윤석열은 주연을 넘기지 않았다.
경제도 최악이다.
- 역대급 세수 펑크, 이거 정말 심각한 문제다. 부자 감세는 이명박도 했지만 이명박은 민간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니 재정 지출로 막았다.
- 윤석열은 감세와 지출 감소를 병행했다. 재정도 엉망이 되고 급기야 성장률도 꺾이고 실질임금도 줄어들었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란 벌거벗은 임금님 코스프레는 결정적이었다.
- R&D 예산을 깎고 입틀막을 했다. 진보 보수를 떠나 넘지 않는 선을 넘었다. (’삼체’를 봐라.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할 때 과학자들을 가장 먼저 공격한다.)
- 글로벌 스탠다드도 뭉갰다. 공매도를 금지한 건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째, 윤석열은 과연 보수가 맞나 하는 의문. 둘째, 도대체 누가 이런 조언을 하나 하는 의혹.
- 포퓰리즘도 보수 언론이 학을 뗀다. 그런데 윤석열은 진보도 아니면서 이것저것 막 지른다. 예산은 신경도 안 쓴다.
- 동아일보가 “떨어지는 집값도 못 잡는다”며 “뭘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보수는 실력이라는 게 보수 진영의 자부심이었다. 윤석열은 ‘그래도 보수가 경제는 잘 한다’는 믿음을 무너뜨렸다.
조중동이 그래도 열심히 방어를 하지 않았나.
- 결정적인 건 디올백 사건이었다. 몰카라고 방어했지만 아무래도 쉴드가 안 된다. 사과하고 적절한 처벌을 받겠다고 했으면 정리됐을 일을 키웠다.
- 윤석열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내에게 충성하는 남자였다. 한동훈을 찍어 눌렀지만 지지율까지 꺾였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 디올백 때문에 독일 덴마크 순방 취소한 것도 보수 진영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내에서 쪽팔린 것도 모자라 외교적 결례와 국제 망신이 됐다.
- 급기야 조선일보는 “내년 총선에서 완패하면 남은 3년은 식물 정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희(조선일보 논설위원)는 아예 “윤석열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신년 기자회견을 건너 뛰고 KBS와 대담하면서 “외국 회사 조그만 파우치” 어쩌고 한 것도 윤석열의 문제 해결 능력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겨우 이런 이벤트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 의료 대란을 찍어누른 것도 패착이었다. 초반에 잘 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피로감이 커졌다.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하니 대화도 안 풀렸다.
총선 지면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김대중(조선일보 칼럼니스트)이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기능을 상실한다”고 했다. “레임덕이 문제가 아니라 임기와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만이 ‘선장 없는 나라’의 혼란과 참담함을 면하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 김대중 칼럼은 누가 주인인지 일깨우는 경고였다. 길어봐야 5년짜리 대통령이 말을 안 들으면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윤석열은 무시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은 어땠나.
- 양비론이 많았지만 막판에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었다. 조국 현상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어쨌거나 정권 심판의 열망이 조국으로 결집했다. 여론 추수적인 보도도 많았다.
- 정의당이 몰락하면서 대안 세력도 없는 상태다.
- “혐오의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이들 언론이 정치 냉소에 빠져 있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 진보적 성향의 언론에서도 윤석열-이재명 대결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 강희철(한겨레 논설위원)이 “복수 혈전의 판타지”란 표현을 썼는데 애초에 대결 구도를 짜고 심판론을 희석한 게 보수 언론의 프레임이었다. 애초에 민주당의 어젠다가 부실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진보 성향 신문들도 심판 Vs. 심판의 프레임을 깨지 못했다.
공영방송이 무력화됐다. 방송 보도는 어땠나.
- 일단 KBS에 낙하산 사장이 내려왔고 방통심의위를 내세워 언론을 겁박했다.
-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를 문제 삼아 징계를 남발했다.
- KBS에서는 진행자들이 대거 교체됐다.
- 그나마 이종섭 보도는 MBC가 잘 했다. 출국 금지 해제도 MBC 단독이다. 비행기 타고 호주까지 따라갔다. 그런데 KBS는 단독이라고 내걸고 정부 해명을 반복 보도했다.
- “파우치, 외국회사 그 조그마한 백”, 신년 대담도 언론의 신뢰도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KBS에 신뢰를 거뒀다.
- 선거에 임박해서는 황상무와 이종섭, 양문석, 공영운, 김준혁 등의 네거티브 보도가 쏟아졌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기계적 균형이거나 받아쓰기 보도가 넘쳐났다. 정권 심판론이 워낙 강해서 결정적인 한 방이 되지는 않았다.
MBC가 막판에 복면가왕 9주년 특집을 취소했다. MBC도 장악된 거 아니냔 말이 나온다.
-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해프닝이지만 상징적인 사건이다.
- MBC는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싸워본 저력이 있는 조직이다.
포털 영향도 있지 않나.
-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알고리즘 편집이 전면화됐고 언론사 판 형식으로 바뀌면서 이슈 파이팅이 줄었다.
- 다음에서는 마이너 언론사들이 빠졌고 댓글 시스템도 바뀌었다. 24시간만 유지된다.
- 포털 뉴스 이용자는 4050 비율이 높다.
-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봐야 한다”고 했던 게 2008년인데 16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포털은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이슈를 희석화하면서 논란을 회피하려고 한다.
2030의 보수화에 미디어 환경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
- 포털로 뉴스 본다는 답변이 69.6%로 줄었다. 10명 가운데 3명은 포털 뉴스를 아예 안 본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 비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 (2017년 통계지만 4% 수준.)
- 메인 스트림 미디어가 무너지고 모두가 다른 타임라인을 소비한다.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본다.
- 올해 총선에서 2030 투표율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30의 높은 무당층 비율, 특히 이대남의 보수화도 변수다. 한국 사회가 의제 제안과 토론 없이 고립돼 있다는 이야기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지 않았나.
- 메인 스트림 미디어가 사라진 상태다. 버티컬하고 딥하다. 9시 뉴스로는 안 된다. 신문에 난 건 대부분 아는 이야기다. 포털은 쟁점을 뭉갠다. 사람들은 그 이상을 원한다.
- 한국은 유튜브로 뉴스 본다는 답변이 53%로 세계 1위다. 세계 평균은 30%다.
- 올해 총선은 유튜브 정치 담론이 폭발했다.
- 유튜브는 라이브도 많이 보지만 비동시성이 강점이다. 커뮤니티 특성도 있다.
- 3월 기준으로 MBC가 월 4억 뷰 정도 되는데 오마이TV가 거의 월 1억 뷰(9153만 뷰), 뉴스공장의 두 배(4111만 뷰)다.
- 오마이뉴스가 웬만한 주류 언론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성윤(검사장) 두 차례 인터뷰가 244만 뷰를 찍었다. 이성윤을 스타로 만들었고 정치로 끌어냈다. 디올백과 천공 이슈도 오마이가 아젠다 키핑을 했다.
- 오마이가 채상병 이슈를 주도했다. 박정훈과 윤석열의 데칼코마니가 윤석열 정부의 도덕적 기반을 흔들었다. (윗선의 개입과 수사외압 폭로, 부당한 좌천, 대중의 열광. 윤석열만 모른다.)
- 다만 유튜브 저널리즘은 브로드하기 보다는 특정 정치 성향 독자들끼리 모인다는 한계도 있다. 뉴스공장도 마찬가지다. 동시 접속이 10만 명이 넘지만 에코 체임버에 갇힐 우려가 있다.
김어준이 여론조사로 판을 주도했다. 어떻게 봤나.
- 일단은 새로운 현상이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 비싼 게 정확하다? 과연 그럴까. 지역구 조사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 어차피 관망층이 다수였던 예측이 어려운 선거였다.
- 공천 파문 때도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게 김어준 주장이다.
- 하지만 조사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맞은 게 아니라 맞게 만든 걸 수도 있다.
- 여론조사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선거 이후 언론 지형에 변화가 있을까.
- 포털 제휴평가위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추가 진입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 노종면과 이훈기, 양문석 등 언론인 출신 의원들이 언론개혁 이슈를 주도할 것이다. 박성중은 퇴출될 거고 조중동 저격수였던 김의겸도 탈락한 상태다.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 배현진은 살아남을 거고 김장겸도 등판한다.
결론.
- 국민의힘이 단독 과반을 하지 않는 이상 레임덕이 본격화될 것이다. 총선 이후 관전 포인트는 인내심이 바닥난 조중동이 윤석열을 지켜줄 것이냐다.
- 이미 레임덕과 상관 없이 물러나야 한다고 여러 차례 경고를 한 상태다. 윤석열은 조중동의 경고를 무시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윤석열에게 책임을 돌릴 것이다. 패배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할 상황이다.
- 윤석열은 최초로 임기 3년차에 조중동에게 버림 받은 보수 진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Acıpayam eskort ,
공매도 금지인데도 공매도하는 기관들 보면 아직도 공정한 증시 되려면 한참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