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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쓰는 법: 독자 위협하기

앞서 나는 문장 앞머리가 익숙할수록 좋으며, 더 나아가 관심을 끄는 것이면 더 좋다고 설명했다(→‘어순은 위대하다’ 참조). 문장의 도입부를 선택하는 원리는 문단, 섹션, 챕터, 논문, 책 등 범위를 확장하더라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글쓰기의 원리다. 다시 말해 모든 도입부는 독자에게 익숙하면서도 독자의 관심을 잡아두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도입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독자가 관심을 갖고 글을 읽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
  2. 글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미리 알려줌으로써, 독자가 글을 읽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실제로 어떤 글이든 써보면 글에서 가장 쓰기 어려운 곳이 바로 글의 첫머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 하더라도 첫 문장, 첫 장면은 끝까지 고민하며 고친다. 위대한 문학작품이 아닌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글을 쓸 때도 이러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문학동네, 이재황 번역 참조)라는 충격적인 장면을 묘사하는 첫문장으로 소설을 시작한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사진은 초판본 표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문학동네, 이재황 번역 기준)라는 충격적인 묘사로 카프카는 이 기념비적인 소설을 시작한다.

1. 글을 읽고 싶게 만드는 서론을 쓰는 법

그렇다면 독자에게 익숙한 정보로 시작하면서 동시에 글을 계속 읽어나갈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놀라운 사실은, 그 해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장을 담은 글을 분석해보면, 거의 예외없이 글의 시작 부분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탁월한 변론과 웅변으로부터 오늘날 학술 논문, 책, 신문 칼럼, 사소한 편지글에 이르기까지 모두 단 한 가지 패턴으로 전개된다.

공감대 ⇒ 문제 ⇒ 주장

여기서 공감대란 독자와 저자가 공감하는 정보, 즉 독자에게 익숙할 것으로 여겨지는 ‘구정보’에 해당한다. 이렇게 공감대를 먼저 제시하고 난 뒤 ‘하지만’이나 ‘그러나’와 같은 접속사를 내세워 독자의 기대를 뒤집고 나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 인간이 떠올릴 수 있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는 실용 문제이고, 하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묻는 개념 문제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해법은 달라진다.

하지만 독자에게 자신이 제기하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서 글을 계속 읽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제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풀지 못했을 때 독자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을 구체적으로 진술함으로써 독자를 ‘위협’해야 한다. 실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는 구체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개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는 ‘불편한 상황’이 지속된다. 독자들이 이것을 위협으로 느낀다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이고, 그 해법에 대해서 궁금해할 것이다. 그 해법은 바로 글의 주장이자 결론이 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이 바로 글의 서론을 구성한다. 가끔은 글의 맨 첫머리에 에피소드나 인용구를 넣어 재미를 주기도 하는데, 이런 요소는 ‘도입부’라고 한다. ‘공감대 ⇒ 문제 ⇒ 주장’ 도식을 좀 더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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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론을 쓰는 법

책을 읽다보면 가끔 우리는 이 내용을 지금 왜 읽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아무리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나 에피소드라고 해도 그것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사실 쓸모없는 정보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글을 읽을 때, 이 글을 읽기 위해선 어떤 사전지식이 필요한지, 또 글 속에 담긴 내용을 다른 지식과 어떤 방식으로 통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호들을 눈여겨 본다. 당연히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신호들을 적당한 곳에 삽입하여 독자들이 제대로 된 맥락 안에서 글을 읽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처럼 맥락을 제시하여 글 전체에 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글의 시작부분에서 앞으로 이야기할 핵심메시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문단이든 섹션이든 챕터든 학술 논문이든 책이든 도입부의 맨 끝에는 본문에서 제시할 핵심메시지와 핵심 개념을 진술해야 한다. 이러한 ‘핵심 문장’은 글의 윤곽과 논증 구조를 알려준다. 핵심 문장이 없으면, 독자들은 자신이 읽는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미로

실제 예문을 읽어보자.

a. 초등학교 6학년생 30명을 대상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8주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이 쓴 글을 분석하여 교육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은 어떠한 형태의 논증에서든 매우 중요한 요소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쓴 글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별할 줄 아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교육이 4주 동안 진행된 뒤 쓴 글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일관적이지 않았다. 이후 글을 세 개 더 썼는데, 여기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노력의 일관성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교육이 끝난 뒤 6개월 후 쓴 마지막 글에서는 교육을 시작하기 전 쓴 글과 비교할 때 나아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국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으나, 그 효과는 일관적이지 않았으며 교육이 끝난 뒤 6개월이 지난 다음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b. 초등학교 6학년생 30명에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도록 가르치는 연구를 진행했다.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꽤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그 효과는 일관적이지 않고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며 교육이 끝난 뒤 6개월 후에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쓴 글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아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교육이 4주 동안 진행된 뒤 쓴 글에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일관적이지 않았다. 이후 글을 세 개 더 썼는데, 여기서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노력의 일관성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교육이 끝난 뒤 6개월 후 쓴 마지막 글에서는 교육을 시작하기 전 쓴 글과 비교할 때 나아진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교육을 단기적으로 진행해서는 일관적이며 장기적인 효과를 얻기 힘들다.

두 글을 읽어보면 a보다 b가 훨씬 쉽게 이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전체가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글의 요지를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세히 비교해보면 두 글의 본문은 거의 같다. 다만 이 본문을 소개하는 도입부만 다를 뿐이다. 도입부만 비교해보면 a와 달리 b는 결론까지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 전체의 설계도를 도입부에서 독자들에게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앞으로 어떤 내용을 읽게 될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미리 알고 글을 읽어나간다. 이렇게 글을 쓰면 독자는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 글의 어느 부분을 읽든 핵심 메시지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2. 글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전망대 망원경 예측 예견 예상 미래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결론을 미리 보여주면 누가 글을 끝까지 읽겠느냐고 질문한다. 물론 짧은 글일 경우는 결론을 뒤로 숨겨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어쨌든 글을 읽는 데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글일 경우, 결론을 끝까지 숨기다가 끝에서 ‘짜잔’하고 보여준다면, 더 나아가 그 결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독자로서 어떤 느낌이 들겠는가? 시간을 허비했다, 속았다, 사기당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쓰는 글은 다시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진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면, 결론을 미리 알려주어도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독자들은 글을 읽는 법이다. 얄팍한 기교로 독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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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윤영삼
초대필자. 번역가

영국 버밍엄대학 대학원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기획, 번역, 편집, 저술, 강의 등 출판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논증의 탄생》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 등 지금까지 40 여 권을 번역했으며 2015년 《갈등하는 번역》을 썼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번역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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