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미가 꽉 들어차 있는 힘 있는 문장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예문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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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a.[/dropcap] 사회를 완전히 변혁할 미래의 사건을 예측하려 하지 마라.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사건들의 최종 결과다.[/box]
잘 읽어보면 이 글은 많은 의미들이 중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변혁하다’는 말은 ‘완전히 바꾸다’라고 대체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완전히’라는 의미는 ‘변혁하다’라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다.
- ‘예측하다’는 말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추측한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미래의’는 쓸모 없는 말이다.
- ‘역사가 증명한다’에서 역사는 ‘과거의’ 일을 의미하기 때문에 ‘과거의’는 불필요한 중복이다.
- ‘놀라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야 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진술할 필요가 없는 말이다.
- ‘결과’를 수식하는 ‘최종’은 아무런 의미도 더해주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수식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미의 중복은 각각의 어휘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음미하지 않으면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이러한 중복을 삭제하면 다음과 같이 고쳐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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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b.[/dropcap]혁명적인 사건을 예측하려 하지 마라. 역사가 증명하듯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사소한 사건들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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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을 쓰는 6원칙
이처럼 ‘간결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다음 6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1. 의미 없는 단어를 지운다.
¶. 사실 생산성은 어떤 기술보다 기본적으로 심리와 연관된 특정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 생산성은 기술보다 심리에 좌우된다.
2. 의미가 중복되는 단어를 지운다.
- 예: 훨씬 더, 가장 최초에, 매주마다, 약 100명 정도, 지나친 과소평가
3. 다른 단어 속에 의미가 담겨 있는 단어를 지운다.
¶. 세포막 영역은 외적으로 윤기를 띠며 분홍빛 색깔로 변한다.
⇒ 세포막은 윤기를 띠며 분홍빛으로 변한다.
4. 구를 절로 대체한다.
¶. 모임의 지체이유를 설명하시오.
⇒ 모임이 왜 지체되었는지 설명하시오.
¶. 용접부위에 대한 더욱 세심한 점검이 요구된다.
⇒ 용접부위를 더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 오류횟수의 증가가 눈에 띄었다.
⇒ 오류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5. 부정을 긍정으로 바꾼다.
¶. 서류 미비로 지원서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외에는, 혜택이 거부되지 않을 것입니다.
⇒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6.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를 지운다.
¶. 동양의 음양론은 화해할 수 없는 양극단의 대립요소가 아니라 가능한 한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는 요소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우리 일상적인 삶 속에 적용할 수 있을까?
⇒ 동양의 음양론은 화해할 수 없는 양극단의 대립요소가 아니라 가능한 한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는 요소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우리 일상적인 삶 속에 적용할 수 있을까?
⇒ 음양론은 대립요소가 아니라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는 요소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어떻게 우리 삶 속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한정(Qualification)
간결함만을 추구하다보면 지나치게 글을 단정적으로 쓰게 될 위험이 있다. 어떤 진술을 하든 100% 확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주장을 할 때에는 신중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다음 예문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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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c.[/dropcap]일본과 서구의 수사학이 다른 것은, 일본 문화는 고립되어 있었던 반면 유럽문화는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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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는 한정이 전혀 적용돼 있지 않다. 일반적인 대중은 이 문장을 명료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주장에도 예외는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논문이나 인문서 같은 학술적인 글에서는 이러한 단정적인 표현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장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며, 이런 글을 쓴 사람은 학자로서 자질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단언하는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거나, 남의 주장은 고려하지 않는 무식한 (그래서 용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을 쓸 때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이 잘못될 수 있는 확률을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이 잘못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 문장요소를 ‘헤지’(hedge: 한정어)라고 한다. 자신의 주장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잘못될 가능성을 낮춰주는 것이다. 위 문장에 헤지를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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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d.[/dropcap]일본과 서구의 수사학이 몇몇 측면에서 다른 것은, 아마도 일본문화는 고립되어 있었던 반면 유럽은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box]
하지만 헤지를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주장 자체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숨기려고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헤지를 넣을 때는 신중함과 확고함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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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opcap font=”arial” fontsize=”33″]e.[/dropcap]일본과 서구의 수사학이 몇몇 측면에서 다른 것은, 일본문화는 고립되어 있었던 반면 유럽은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box]
이처럼 헤지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지적인 의심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독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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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8년 4월 출간된 책 [스타일 레슨]에서 발췌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 레이건의 분노: “요점만 말해, 이 바보야!”
- 스토리텔링: 글쓰기의 첫걸음
- 어순은 위대하다: 문장의 깃발과 메시지의 초점
- 서론 쓰는 법: 독자 위협하기
-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 6가지 원칙
- 문장 미학의 원리: 긴 문장 짧은 문장
- 글 쓰는 사람의 윤리: 좋은 글은 어디서 나오는가? (끝)
¶ 알림:
[스타일레슨] 신간 출간 기념 번역자 특강(6월 24일 일요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을 진행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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