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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타일은 ‘메타포’" – 이선욱 PD 인터뷰

이선욱. 그는 자신도 ‘한겨레 키드’다고 했다. 반가운 감정의 바닥에 씁쓸한 감정이 퍼졌다. 그건 아마도 내가 한겨레 키드로서의 들뜬 청년의 열광을 이미 한참 지나쳤기 때문이었으리라.

내가 이선욱 피디를 만난 건 순전히 ‘질투’ 때문이었다. 지난달 나는 헌법개정과 관련해 하승수 국민헌법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인터뷰했다. 당시로선 짧은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내심 만족했던 인터뷰였다. 충분히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인터뷰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승수 부위원장 인터뷰를 발행한 직후에, 그제서야 이선욱 피디가 만든 ‘슬라임으로 개헌을 이해해보자’는 동영상을 봤다. 내가 한 인터뷰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선욱 피디가 만든 ‘슬라임 개헌’ 영상은 놀라웠다. 특히 슬라임이라는 젊은이들의 ‘놀이’를 활용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는 내 인터뷰에 이선욱 피디의 ‘슬라임’ 영상을 보충 자료로 넣었다.

그리고 닷페이스 조소담 대표에게 전화했다. 그렇게 ‘슬라임 개헌’ 동영상을 만든 이가 이선욱 피디라는 걸 전해들었다. 이선욱 피디의 연락처를 받았고, 몇 번의 문자와 전화 끝에 드디어 만났다. 질투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칭찬하고, 감탄하며,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인터뷰는 젊은 미디어 생산자인 이선욱 피디에 관한 것이면서 동시에 나의 질투와 배움에 관한 것이다.

  • 2018년 3월 24일, 26일
  • 서울 홍대 인근 카페
  • 인터뷰이: 이선욱 닷페이스 PD
  • 인터뷰어: 민노

= 자기 소개

닷페이스에서 영상을 만드는 이선욱이라고 한다.

이선욱 닷페이스 피디

이선욱 피디

= 지금 하는 일은 재밌나.

글만 썼다면 재미가 없었을 건데, ‘슬라임’ 같은 것도 그렇고, 영상으로 만든다는 게 재밌다. 어떤 걸 영상에 담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다가 그것이 담기는 순간에 재미를 느낀다.

= ‘슬라임 개헌’의 기획력과 아이디어는 놀랍다.

‘슬라임 개헌’ 영상도 내가 생산한 일차 텍스트는 아니다.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즉 생산보다 가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가공보다는 생산을 늘리고 싶다.

= 가공보다 생산?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는 표현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슬라임 같은 작업을 하면서, 표현이나 연출에 욕심이 커졌다. 가공과 생산 둘 다 함께 가면 좋겠다.

= 둘 다 가면 좋겠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둘 다 갔으면 좋겠다는 건 다른 이들이 ‘이미’ 생산하고, 정리한 지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컨텐츠를 발굴하고, 생산했으면 한다는 뜻이다.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 쪽의 시각이 우리는 생산하고, 너희들(미디어 스타트업)은 꾸며주는 애들이야. 그런 시각이 있는 것 같다. 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무시랄까. 그런 편견을 불식시키고 싶다.

= 이른바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겠다? 

개헌 같은 건 한겨레나 경향에 이미 같은 내용이 있다. 훨씬 더 풍부하고, 자세히 있다. 내 작업은 많은 대중의 흥미를 이끌었지만, 생산의 측면에서는 그런 충실한 내용을 뛰어넘지 못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내용적으로도 직접 생산하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다.

= 최근에 인상적으로 접한 작품이 있다면. 

네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 다큐 진행자가 한국계 미국인 세프(‘데이비드 장’)이다. 주류 평론가의 시선과 편견에서 자유롭게 맛을 찾아서 여행하고, 음식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주류 평론가의 해석에서 자유롭다는 점에 더 애착이 간다.

내가 만드는 영상은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기반하다고 보니까 영상의 공백이 커선 안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미학적으로 포기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게 자르고 재미없어 진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그런 제약이 없이 자유롭고, 풍성한 내러티브를 보여준다는 점이 부러웠다.

팩트와 디테일 

 

=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랄까, 관점이랄까. 그걸 장착하면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쉽게 착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관점으로 이빨 터는 사람이 싫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관점에 빠지지 말고 팩트와 디테일을 챙기자고 다짐한다.

= 디테일과 팩트 챙기자는 사건 계기가 있었나?

대학교 1,2학년때 소위 운동권을 했는데 그때 환멸이 컸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항상 관점으로 무장했던 것 같다. 그게 굉장히 무너지기 쉬운 것이라서 토론에서도 밀리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몇몇 선배나 궁금해서 물어보면, 사실로 답하는 게 아니라 관점으로 환원에서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니까. 그런 게 아주 답답했다.

= 성장의 계기랄까.  

언론고시를 준비할 때는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타율도 안좋고 해서 때려치우고 뭐가 됐든 만들어보자고 했다. 친구들이랑 영상으로 풀어내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PD수첩’이나 ‘그알’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그걸 흉내냈다. 하지만 이런 거 하지 말고, 완전 딴 걸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든 게 유튜브에 만든 ‘킨토이’ 채널이다. 기술도 없고 하니까 간단하게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포멧이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았던 게 킨토이. 90년대 추억팔이도 하고. 초딩에게 인기 있는 걸 하기도 하고. 그런 걸 했다. 거기에서 뭔가 변방에서 기술을 익히고, 경험한 게 닷페이스에 들어와서 다른 이슈에 녹여내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체험이 없었다면, 슬라임 같은 영상도 없었을 거다. 저널리즘이나 다큐멘터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경직된 저널리즘과 단절해야겠다는 큰 결심의 소산은 아니지만, 다른 영상에서 다른 영상 문법을 배우고 들어온 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내 스타일은 ‘메타포’ 

 

= 영상 창작의 방법론이랄까. 실험이랄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지난 가을부터 계속 고민했던 게 어떻게 더 파격을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전에는 좀 이렇게 좋은 이야기, 매력적인 이야기. 왜 ‘따봉'(페이스북의 ‘좋아요’)이 이렇게밖에 안 나오지? 그런 고민이 많았다면, 지금은 좀 다르다.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나는 글로 책을 쓰는 사람, 칼럼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좋은 영상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연출’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지금도 과정상 그 영상 연출에 관해 탐구하는 시기다.

= 이선욱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메타포. 형식적으로 시각적으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유하고, 그걸 재밌어 한다. 다른 분들도 내가 그런 걸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더라.

= 메타포? 직설보다는 비유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데 이게 저예산 제작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이긴 하다. 가령, 초미세먼지를 직접 연구소에서 실험하고, 직접 그 유해성을 보여주고 싶어도 그럴 돈이 없으니까. 그런 실험을 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다른 사물에 빗대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우연히 내 색깔이 되고, 닷페이스의 색깔이 된 것 같다.

= 더 예를 들면?

가령, 홍수 영상. 거대 방송사에서는 세트를 만들어서 할텐데, 나는 그게 안 되니까 커피 드립퍼로 설명하고 그랬다. 돈을 적게 들면서 더 재밌게 보여줄 수 없을까,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개발된 일종의 능력이랄까.

그렇게 하다보니 실제와 비슷하게 재현하는 방식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돈이 없어서 시작한 방식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더 매력적이고, 효과적더라. 칼럼을 쓸 때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참신한 소재를 활용해야 하는 것처럼, 영상에서도 자기만의 개성과 스타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스타일과 관련해선 페이스북에서 주로 유통하는 닷페이스의 영상들은 아무래도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다. 페북의 (유통) 알고리즘은 ‘영상 문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플랫폼의 규칙이 생산자, 창작자의 자율성에 장애가 된다고 느낀 적은 없나. 

페북의 알고리즘은 내가 만드는 영상의 문법에 영향을 준다. 나는 이 점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작업해오면서 그런 점들을 조금씩 느끼고,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 페북에 놀아났구나.’ 닷페이스가 메인 유통공간을 페이스북이 아니라 유튜브로 가져가기로 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페북 알고리즘에 대한 강박을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착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더 짧은 영상에서 긴 영상으로, 내러티브가 있고, 호흡이 있는 영상으로 가려고 의식적으로 시도한다. 한편으로는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방법이랄까, 나쁘게 말하면 ‘어그로’인데(웃음), 페북 알고리즘 덕분에 그런 감각적인 방법론을 배운 점은 이득이다.

= 페이스북은 영상 컨텐츠의 노출도를 의도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로 관찰된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로선 고민이 많다. 

우리는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의 고민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페이스북이 거대 유통 프랫폼이고, 페북에서 영상의 노출도를 높인다고 해서 ‘영상하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상과 (문자) 텍스트는 분리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정보는 글로 읽는 게 편하고, 또 영상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 철구 같은 ‘과격한'(?) 영상작업을 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보나. 

처음에는 신기해서 많이 봤다. 소리 치고, 부수고. 사실 최근에는 식상해졌다. 그 패턴이 비슷해서 더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는 많이 보는 편이다. 아이템으로도 재밌는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최근에 아프리카에 조폭 출신 BJ가 늘었는데, 그 분들이 소년원 이야기, 교도소 이야기를 한다. 호기심이 생기고,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소재다. 조폭 출신 BJ와 사람들이 채팅하면서 보여주는 ‘형님에 대한 동경’이랄까, 중고딩 때에도 일진을 동경하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프리카TV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다.

아프리카TV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다.

= 우리나라의 미디어 지형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언시생'(언론고시생’)이라고 했는데, 방송사나 신문사에 대한 미련은 없나.

전혀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레거시 미디어(기성 전통 언론사)에 가서도 재밌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닷페이스가 하는 작업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작업이 된 것 같다. 다만,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서로 각을 세울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배울 게 많으니까.

= 공부가 되는 기성언론의 작품이 있다면. 

SBS 스페셜.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한 대안을 보여준다. 가령, 몸무게, 칼로리, 결혼문제 등. 한국 방송 중에선 삶에 밀착한 다양한 소재를 세련되고 깊이 있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sbsspecial 스페셜

모바일 시대의 감성과 시간

 

= 1년 전과 비교해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뭔가. 

영상의 길이. 예전에는 90초짜리를 만들었다. 이게 영상인가. 이게 퀄리티가 있나. 이게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나. 그런 고민이 많았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놀아난 것도 있는데, 지금은 분량에 대한 강박이 많이 사라졌다. 역량도 처음보다는 많이 올라간 것 같고.

영상 형식이 급변하는 시기다. 하지만 과거에도 다양한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매체들은 자신의 시간을 찾았다. TV가 50분, 영화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의 시간을 찾은 것처럼 모바일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그 형식과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1분짜리랑 5분짜리가 뭐가 다르냐고 볼 수도 있지만, 1분에서는 불가능한 내러티브가 이제는 생겼고, 인터뷰나 구도를 비롯한 표현 방식도 더 다양해졌다.

= 모바일 영상의 ‘시간’은 어느 정도 길이로 수렴될 것 같나. 

얼마전에 윤종신이 20분 영상의 시대가 온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10분은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

=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 거기에 담고 싶은 건? 

닷페이스는 뉴스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논픽션 스토리’를 만든다. 다큐도하고 싶지만, 설명과 해설이 들어간 컨텐츠도 만들고 싶고, 슬라임 같은 실험적인 홍보 작업도 하고 싶다.

= 모바일 세대의 감수성, 정말 다른 게 느껴지나.

에를 들면, ‘슬라임 개헌’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뜨거울 지는 몰랐다. 모니터해보니 가장 많이 본 연령대가 18~24 여성이었다. 이런 딱딱한 소재로도 이렇게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슬라임’이라는 소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개헌’이나 ‘기본소득’은 중요한 이슈지만, 나부터도 ‘그걸 누가 보겠어’라는 전제랄까, 그런 선입견이 있다. 이번 ‘슬라인 개헌’ 동영상에서는 그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고민했고, 시청자들이 그걸 봐준 것 같다.

= 그동안 그 ‘모바일 세대’에게 체험하면서 느꼈던 걸 들려준다면. 

사람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유튜브를 즐겨 보는 어린 친구들이 ‘감정적일 거야’, ‘전투적일거야’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체험해본 바로는 그렇지 않았다. 나이 든 분들보다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 자신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개진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가 만든 영상들 

 

= 가장 만족한 작품 베스트 3. 

¶ 3등 – ‘슬라임으로 개헌을 이해해보자’: 내용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가장 많은 ‘따봉’을 받앗기 때문에.

¶ 2등 – ‘키내틱샌드로 기본소득을 알아보자’: 기본소득을 키네틱샌드로 설명한 영상이다. 완성도에 만족한다. 전체적으로 설계를 잘 했던 것 같다. 컷 연결 작업에 특히 신경썼다.

¶ 1등 – 검은색 짜장면을 만든 사람들 – 화교: 미니 다큐. 그 사람들(화교)의 애매한 정체성이랄까, 자신을 중국인으로 규정하지도 않고, 한국인도 아니고, 모호한 정체성을 표현했는데, 그 내러티브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의 단초가 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 가장 아쉬었던 작업이 있다면? 

태국마사지 시리즈. 결과적으로 너무 자극적으로 소비된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엔 내 책임이 있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고 해야하나. 감정적으로 힘이 들어가서 시청자들이 미리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반응이 보면, ‘아 한국을 떠나고 싶다’, ‘한남충 싫다’ 그런 반응이 나오고. 좀 더 감정을 덜어내고 건조하게 했어야 하나 생각한다.

= 때로는 감정적인 분노도 필요하지 않나. 태국 마사지도 충분히 분노할 만한 이슈였다고 보는데. 

여러가지 결이랄까. 여자로서, 노동자로서, 을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인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분노, 그런 구조적인 부조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국사회가 이방인에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잔인하달까… 그런 것들. 그런데 ‘한남 X새끼’ 이런 즉각적인 반응들만 너무 많아서, 그런 반응이 너무 많은 것은 불만족스러웠다.

= ‘미투’는 닷페이스의 기존 작업의 경향을 고려해도 아주 중요한 테마일텐데. 이 피디 개인으로선 어떤가.

미투 현상에 대한 해석이 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노씨의 글도 그렇고, 다양한 결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이 사람은 X새끼, 이 사람은 변태… 그런 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닷페이스에 관해서 

 

= 현재 닷페이스의 인적 구성은. 

  • 김슬 개발자
  • 김헵시바 디자이너
  • 조소담 대표
  • 황유덕 인게이지먼트 프로듀서
  • 리인규 필름메이커
  • 손상민 필림메이커 (인턴십)
  • 이선욱 피디
  • 모진수 피디
  • 장은선 피디
  • 김석빈 피디

= 업무환경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출근이 좀 늦다. 10시 반쯤. 출근이 늦는 만큼 퇴근도 한두 시간 늦고. 노동 통제는 거의 없는 편이고, 서로 간섭도 거의 없다. 다만, 오전 회의에 좀 가급적 모두 참석하자는 이야기만 종종 있다.

= 피디 고유의 업무가 있나. 다른 역할과 구별되는.

경영적인 것과 행정적인 것, 멤버십 오픈하면서 해야 할 일들 등 그런 업무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제작과 컨텐츠 생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량을 보호해주는 편이다.

= 조소담 대표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팀원은 없다. 대신 자기 성장이 가장 큰 연료”라고 말했다. 동의하나.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건 아니라서(웃음). 맞는 말인 것 같다. 돈 벌이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사실 다른 조직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이유는 확실히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서. 영상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들어와서 스스로도 2년 동안 많이 성장한 것 같다.

= 그 성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연출력이랄까, 표현력이랄까.

= 아이템 회의 풍경은 어떤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가져 오고. 좀 빨리 빨리 할 수 있는 그 주의 핫 이슈는 공통적으로 정리한다(‘이건 누가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공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아이템과 개별 아이템은 3:7 정도의 비중으로 기회비용을 투여한다. 기본적으로 개별 작업의 중요성을 좀 더 존중하는 문화다. 애정을 가지고 닷페이스에 다니는 이유 중 하나다.

= 닷페이스는 페미니즘과 LGBT 이슈에 특화된 버티컬 미디어라는 평가가 존재한다. 

전체적인 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개별적으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창작자 집단도 아니고 뭐냐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피디가 하고 싶은 것에도 집중해서 그 개성이 모여서 닷페이스 전체의 색깔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개별 아이템을 다룰 때도, 톤의 차원에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소재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목표한 수용자’에게 맞게 방향과 톤을 ‘목표 독자’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킬’당하다는 아이템도 있고. 예를 들어 남북정상회담 같은 소재. 이걸 우리 세대에 맞게 풀어내기가 어렵겠다고 판단해서 보류하기도 하고.

‘우리 세대’에 관하여 

 

= “우리 세대”를 좀 더 풀면? 

‘밀레니얼’이라고 대외적으로는 이야기하는데,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 밀레니얼도 다양한 정체성의 집합인데. 그 ‘우리’ 안에 좀 더 구체화된 이상이나 지향 혹은 공유하는 정서,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경제적으로 빈곤한 세대다.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 담론도 거의 없고.

=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담론이나 조기숙이 트위터에서 “가난할수록 비굴하지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는 식의 훈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진짜 싫다. 뭐라고 해야할까. (이 질문에 대해 정말 답답해하는 것 같다…) 세대론이 정말 싫다. 청춘의 실체도 모르겠는데, ‘청춘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청춘은 특별해’, 이런 게 싫다. ‘우리끼리 살래’ 이런 것도 싫지만, 남이 왈가왈부하는 건 정말 싫다.

전 홍보수석비서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트윗.

전 홍보수석비서관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의 트윗.

= 서로 규정하는 게 싫은 건가?

조기숙 같은 부류가 있다고 한다면, 뭔가 분석은 하되 뭔가 이해의 차원에서 분석하는 사람들, 가령 엄기호랄지 이런 사람들은 뭔가 이해의 차원으로 접근한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연구를 통해 비판을 하든 뭘 하든 상관 없지만, 조기숙이나 김난도처럼 자기 체험에 비춰서 청춘을 규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질서 안지키는 노인에 대해서도 윤리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일반화해서 ‘한국 노인은 왜 이런가’라고 비난하는 것과 똑같다고 본다. 다양한 세대에서 많은 이들이 그런 행동 패턴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일면의사실을 가지고 ‘얘네는 이런 인간이야’라고 규정하는 건 너무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 자기는 항상 주어고, 타인은 항상 목적어인? 

그렇지. 그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 이선욱 피디도 목적어가 아닌 주어의 삶을 선택한 거 아닌가. 세상(사람)을 해석하고, 규정하며, 자신의 해답을 들려주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생각하더라도 자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은 그걸 걸러서 어떤 분야에서 믿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유시민이 됐든, 정재승이 됐든, 만물박사들이 저널리즘의 필터 없이 네임드니까 떠드는 건 언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 관심이 있는 테마는. 

환경 이슈로서 도시 계발이다. 최근에는 ‘도시 재생’으로 포장되는 말도 안 되는 재개발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음식으로 사회적인 문제, 역사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도 흥미를 느낀다.

= 지금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인가. 

더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끝인사.

“스스로 나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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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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