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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를 아십니까: 청년 생태학자와의 대화

이 글은 팟캐스트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의 녹음 기록을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 재구성한 인터뷰집의 일부입니다. 전체 인터뷰집은 ESC 청년과학기술인 위원회의 협력과 도움에 힘입어 [어떤 대화: 청년 과학기술인의 목소리](pdf)로 발간되었습니다. (필자)

  1. 청년 수학자와의 대화
  2. 청년 생태학자와의 대화 
  3. 공룡 꿈나무와의 대화 

¶ 이 인터뷰는 2015년 2월에 있었던 대화를 정리한 것입니다.

과정남 어떤 대화 청년 과학기술인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행동 생태와 진화 분야에서 박새와 곤줄박이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입니다. 석·박사 통합으로 들어와서 석사 2년 차가 되었습니다.

박새 (J Maurette, CC BY SA 3.0)

박새 (J Maurette, CC BY SA 3.0)

 (박새의 울음 소리)

곤줄박이 (Alpsdake, CC BY SA 3.0)

곤줄박이 (Alpsdake, CC BY SA 3.0)

– 연구자의 시작점에 서 계시네요. 분야가 굉장히 특이한데, 저희가 보통 이름을 들으면 “이런 걸 하나?” ‘이런 걸 쓰나?’ 느낌이 왔는데 이번에는 전혀 모르겠어요(…) 가볍게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말 그대로 행동 생태와 진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행동 생태는… “생태”는 일단 감이 잡히시죠? 자연 나가서 여러 가지 곤충, 식물 그런 것 다 보고 조사하고 그런 건데요. 생태가 생물이랑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두 조사하고 아는 것이라면, 행동 생태는 관찰 대상인 생물이 행동하는 것을 보는 건데요. 그 생물의 행동 유형이 환경이나 다른 생물 종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러니까 그 행동의 의미를 봅니다.

– 행동을 왜 하는지가 궁금한 건가요?

“왜”는 조금 다른 거예요. 행동 생태는 그냥 그 행동이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를 아는 선에서 멈추죠.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는 진화 쪽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 예를 들어서 공작새가 짝짓기 시즌이 되어서 구애 행동을 한다, 이런 것들이 범주에 들어가는 건가요?

네, 그렇죠.

– 예를 들면, 깃털을 펼친다.

깃털을 펼치는 게 암컷에게 구애하는 행동이라는 의미라는 것을 아는 게 행동 생태라고 볼 수 있고요. 왜 하필 꼬리를 펼치는 행위를 통해 구애하는지는 진화의 영역에 있는 의문이죠.

왜 하필 날개를 펼치는가? = 진화

깃털을 펼치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인가? = 행동 생태의 연구 영역
왜 하필 꼬리를 펼치는 행위로 구애하는가? = 진화의 연구 영역

– 그러면 두 개를 같이 해야겠네요, 보통?

맞아요. 칼로 자르듯이 깨끗하게 자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 그렇겠네요. 왜라는 질문을 하다 보면 ‘어떻게’가 나오게 되니까요. 학문이 다윈의 직계 후손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맞나요?’ 다윈이 하던 일을 현대판으로 한다는 느낌이 있는데요.

네 맞아요. 관련이 있어요.

찰스 다윈 (출처: Leonard Darwin, 1884)

찰스 다윈 (출처: Leonard Darwin, 1884)

새의 방어 행동을 연구합니다  

– 곤줄박이와 박새라고 하셨는데 이건 연구 대상인 것 같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연구하시나요?

연구실에서는 주로 육추(育雛: 알에서 깐 새끼 또는 그 새끼를 키우는 것)에 관해 연구하고 있고요. 방어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무엇을 할지는 확실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방어나 위협 행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 위협 행동이라고 하면 뭐 우리가 동물의 왕국에서 보는, 새끼들이 있는데 뱀이 올라오거나 촬영 팀이 가면 갑자기 날아와서 카메라 쪼고 그런 것 말하는 건가요?

네. 저도 공격당해 본 적이 있어요.

참새가 다가오자 짜증을 내는 박새 (출처: peakdistrictonline.co.uk) http://www.peakdistrictonline.co.uk/peak-district-birds-the-great-tit-c101041.html

참새가 다가오자 짜증을 내는 박새 (출처: peakdistrictonline.co.uk)

– 박새가 센가요, 곤줄박이가 센가요?

덩치는 곤줄박이가 더 큰데요. 직접 공격하는 건 박새만 그렇게 하더라고요. 제 주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공격하려고 해요. 버드 미사일 같이.

– 내리꽂고 그래요, 막?

네.

– 깃털을 가진 새가 왔다 갔다 하며 쪼면 무섭겠네요

저는 가소롭다고 말하려 했는데(…) 근데 이 아이들은 부리도 얇고 힘도 별로 없어서 막 데미지가 있지는 않아요. 게다가 저를 향해 날아온다고 방금 말했는데, 날아올 때 쳐다보면 방향을 바꿔요.

– 소심하구나?

그런 거죠.

– 사실 박새는 아마 실제로 봐도 잘 모를 것 같아요. 저희는 대충 까마귀, 독수리 이 정도 구별하는데, 박새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박새라는 종은 제가 정한 게 아니에요. 제 선배가 박새를 하셔서 저도 그걸 이어받게 된 게 있는 것 같아요.

– 연구를 이어 가는 건가요. 박새가 한국에 많아요?

네 되게 많아요.

– 어디 사나요?

전역에 살아요.

– 한국 아무 데서나?

네. 도시에도 살죠.

– 제가 그냥 모르고 지나갔는데 박새였던 걸까요?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긴 도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새 날아가네?” 했던 것이 박새일 수 있겠네요.

그냥 참새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치셨을 수도 있어요.

참새

참새

– 참새랑 크기가 비슷해요?

조그맣다는 면은 비슷하죠.

– 박새를 연구하는 게 흔한 편인가요?

한국에서도 이제는 몇 분이 연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냥 박새라는 종이 굉장히 연구하기가 쉽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해볼 수 있죠.

– 작아서? 위협적이지 않고? 그런 영향이 있나요?

일단 박새라는 종이 번식 연구하기도 되게 쉬운 게, 새들이 둥지를 보통 나무구멍 같은 데 짓거든요. 그래서 구멍이 있는 인공 둥지를 설치해주면 그 아이들이 들어와서 살아요. 그래서 연구하기가 쉽죠. 사는 곳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

– 애들이 좀 살만한 곳에 설치를 해 놓으면, 살 곳이구나 하고 들어와서 사는군요. 그럼 연구자는 주기적으로 가서 보면 되나요?

그렇죠.

– 서로 나름 좋은 일 하는 것 아닌가요? 연구자는 집 설치해주고, 박새는 집 생겼네 하고 들어가고.

조류 연구 하시는 분들은, 제 생각엔 웬만하면 다 한 번씩은 거쳐본 새일 것 같아요.

박새, 스웨덴에서 촬영. (출처: Bengt Nyman, CC BY SA 4.0)

박새, 스웨덴에서 촬영. (출처: Bengt Nyman, CC BY SA 4.0)

– 한국에서 생태 연구하는 분들이 수가 많나요? 조류 연구라 해도 좋아요.

조류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그냥 생태 전반은 꽤 있어요. 저희 학회만 해도 한국 통합 생물 학회, 한국 곤충 학회, 한국 어류 학회 이런 식으로 다른 동물 종에 대한 학회도 몇 개 있어요.

– 혹시 다른 학회를 가 보셨는지?

저는 조류학회밖에 안 가봤어요.

– 다 합쳐서 크게 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게 있기는 있다고 알고 있어요.

– 조류 학회는 뭐 얼마나 크죠?

저희가 아주 큰 학회에 속하지는 않고, 그냥 꾸준히 뵙는 사람들만 뵙고 그런 식입니다. 바로 이번 것은 삼사십 명 온 것 같아요. 발표 주제도 10개 정도 있었고요.

– 본격적으로 연구를 어떻게 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박새 연구를 위해서 둥지를 지어준다고 하셨는데 다큐멘터리 보면 막 위장 같은 것 하더라고요. 실제로 캠핑하고 그러시나요?

다른 연구실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그게 필요 없는 분야입니다. 번식연구이기 때문에 이 애들은 제가 있든 없든 자기 둥지에 들어갈 테니까요. 위장막 이런 게 없는 건 아닌데요. 연구를 위해서 쓰지는 않아요.

– 그러면 연구에는 무슨 장비를 써요?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릴게요. 일단 기본적으로 산에 가서 둥지를 체크하는 작업이에요. 그래서 사다리를 들고 갑니다. 한쪽에는 사다리를 메고, 한쪽에는 새를 잡아서 다리 길이나 꼬리 길이 이런 것 재고, 무게도 재고, 피 뽑아서 성별도 알아보고 하거든요. 그런 장비를 모두 이제 또 한 쪽에 메죠.

– 피를 뽑을 때 마취를 하고 뽑아요?

아니요… 너무 작고 피 뽑는 데 오래 걸리고 하지 않아서요.

– 피를 소량 뽑나요?

너무 작은 새라서 피를 많이 뽑을 수가 없어요.

박새는 아주 작은 새.

박새는 아주 작은 새.

– 새들이 반항은 안 해요?

반항하는 애들도 있고 안 하는 애들도 있어요. 왜 소리를 안 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시즌 / 비시즌 

– 혹시 겨울에도 가시나요?

겨울에는 안 해요. 겨울에 연구할 주제가 생긴다면 또 가서 하겠죠?

– 아하. 연구가 계절을 좀 타는 것 같네요.

그렇죠. 원래 생태 쪽 연구는 계절 영향을 많이 받아요.

– 지금 하시는 게 번식 연구라고 하셨는데요, 주로 어느 시즌에 가장 많이 하시나요?

3월에서 7월까지 보통 나가서 해요.

– 남은 시간엔 뭐하나요? 1년의 반 정도가 비네요.

제가 현장에서 측정해오거나 샘플을 들고 온 게 있잖아요? 그것들을 필드 시즌에 다 처리하면 좋은데, 필드 시즌에 너무 바쁘니까 남는 시간에 분석해야죠.

– 주로 어디 있는 박새를 연구하시는지?

관악산에 갑니다. 연구실과 가까운데요, 너무 가까우니까 날씨가 약간 불안하면 그냥 가기도 해요.

관악산. "주로 관악산을 갑니다."

관악산. “시즌에는 주로 관악산에 갑니다.”

– 뭐랄까, 운동선수 같아요. 시즌과 비시즌이 있네요.

네. 그래서 체력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그럼 시즌기의 생태학자 하루를 설명해주시죠.

그날 봐야 할 둥지 개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둥지가 너무 적어서 한 개면 오후에 잠깐 갔다 와도 되고, 둥지가 아예 없으면 학교에 아예 안 가도 괜찮아요. 어떨 때는 둥지가 엄청 많아서 아침에 해 뜨면 나와서 해 지면 돌아오고 그럴 때도 있어요.

– 둥지가 많고 적은 건 어떻게 결정하는 거예요?

저희가 둥지를 체크하는 날짜가 따로 있어요. 부화한 지 3일째, 5일째, 12일째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체크를 하거든요. 3일째랑 5일째 겹치는 애들은 꼭 가서 봐야 하고, 3일째랑 7일째 이러면 3일째 것만 체크를 해도 되고 그런 식이죠.

– 연구실에 둥지 리스트가 쫙 있고, 체크하는 날짜가 쭉 걸려있는 건가요?

부화하기 전까지는 진짜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약속을 못 잡아요.

– 진짜 유동적이네요. 시즌에는 주중, 주말 구분이 없겠어요. 비시즌에는 어때요?

그때는 필드에서 가지고 온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요.

– 비시즌에는 필드에 안 가시는 거죠?

네. 그땐 관악산 쪽 쳐다보지도 않고(…)

관악산. "주로 관악산을 갑니다."

관악산. “비시즌엔 관악산 쪽은 쳐다보지도 않죠.”

– 다른 연구자들과 비교해서 “1년”이라는 개념이 아주 다르네요. 전혀 다른 두 개의 연구를 하는 느낌도 들 것 같은데, 신기합니다. 연구할 때 혼자 다니시나요?

주도하는 거는 저 혼자 하고요. 작년 같은 경우는 저도 처음이었으니까 사수 선배가 따라와서 많이 알려주셨고, 올해는 제가 주도하고 헬퍼(helper)로 한두 명이 같이 도와주시고 했어요.

– 두세 명이 팀을 이루어 다니는 시스템이네요. 몰려다니나요?

몰려다니죠. 제가 주도를 해야 하니까요.

데이터 분석 

– 그러면 지금 분석을 필드에서 갖고 온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걸 알아내려고 분석하나요. 분석하는 목적이 뭐죠?

일단 제가 들고 오는 샘플이 혈액 샘플, 깃털 그런 게 있거든요.

– 깃털도 뽑아요? 아프겠다.

별로 안 아플 거예요.

– 이건 박새에게 물어보겠습니다(…) 그래서 이걸로 뭘 알 수 있죠?

혈액에서는 DNA 추출해서 성별을 알 수 있어요. 스미어(smears. Blood smear)라고 해서 아주 얇게 도말(현미경 관찰을 위해 슬라이드에 표본을 펴 바르는 것)합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백혈구 개수를 파악하는 일도 하고 그래요.

HEME002

– 백혈구 개수를 파악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죠?

백혈구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그중 특정 백혈구의 비율을 알아내면 걔의 건강, 스트레스 그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스트레스 레벨을 알아낸다고 하셨는데, 연구하시는 게 방어 행동이나 위협 이런 걸 보시는 거잖아요? 다가가서 잡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올리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래서 혈액을 빨리 뽑아야 해요.

– 그러면 얼마나 숙련된 사람이냐에 따라 데이터 질이 다르겠네요. 그런데, 저희가 아직 낯설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아직도 방어 행동과 지금 하시는 연구가 연결되는지가 명확하지가 않네요.

아,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은 방어 행동이랑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그냥 평소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걸 말씀드린 거예요.

– 방어 행동은 어떻게 관찰하나요? 

가령 서로 다른 천적을 놓고 박새의 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그 소리를 내는지 관찰할 수도 있겠죠.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은, 사람이 접근하면 이 애들이 이제 여러 가지 행동을 취하거든요. 그런 행동을 취하는 원인이 무엇인지에 흥미가 있어요.

– 예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위협을 하려고 빙빙 도는데, 눈을 마주치면 도망가고 딴 데 보고 이게 과연 왜 그럴까 뭐 이런 의문인가요?

네. 비슷한 거죠. 어떤 애는 공격하고, 어떤 애는 안 하는데 왜 그럴까.

– 하긴, 우리가 그걸 보고 나서 어떻게 인간의 말로 물어볼 수는 없으니까. 데이터로 유추할 수밖에 없네요. 혹시 실험 변수 제한하려고 옷도 매번 똑같이 입고 같은 냄새를 풍기며 가야 한다든가 하나요?

실험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해야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는 그걸 실험으로 해본 건 아니라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요.

– 그래도 계속 그렇게 가면 알아보지 않아요?

알아봐요. 심지어 다른 옷 입고 가도 알아봐요.

– 어떤 행동을 취하나요? 반가워합니까?

공격해요(…)

– 천적 취급이네요.

둥지 자체에 접근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동으로, 꼭 제가 아니더라도 둥지에 접근하면 그런 행동을 취하는 건지는 아직 몰라요.

– 저희가 이 질문을 항상 하는 편인데, 그걸 굳이 왜 알아내시려고 하나요?

솔직히 저한테는 자기만족입니다. 저는 꼭 박새가 아니더라도 새를 관찰하고 새를 연구할 수 있는 일이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새덕후’인가요? 

– 새를 좋아하시는 새덕후입니까?

아니요. 그 정도까지는…

– 대충 새를 좋아한다는 수준의 사람이 대학원까지 와서 학위과정 밟으면서 매일 관악산까지 오르며 연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생각하거든요.

저 정도는 새덕후라고 하기는 좀 그래요. 새덕후 중에서는 그 새가 몇 년생인지 그런 것 아는 사람도 있어요.

– 그런 건 어떻게 알아요?

깃털 패턴이 조금 달라요.

– 그걸 관찰하고 유심히 보면 아 얘가 몇 살쯤 됐다 알 수 있어요?

네. 알 수 있어요.

오버워치의 캐릭터 '파라' (출처: Panza 님의 그림)

오버워치의 캐릭터 ‘파라’ (출처: Panza 님의 그림)

– 신기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하네요. 혹시 이런 연구 이야기를 가족들이나 이런 분들과도 함께 하시는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뭐 하는지는 말씀을 안 드려요. 그냥 대충 “새 연구한다” 그 정도요?

–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이런 존재론적 질문을 받나요?

받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 이 분야를 선택하신 계기나 인생의 파이팅, 동기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계시가 있었다든가 한가요.

어릴 때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동물을 좋아했죠, 많은 아이들이 그랬듯이. 그냥 그때부터 계속 동물이랑 같이 살고 싶다거나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동물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덕후 맞네요.

고등학교 때는 별로 생물 공부를 안 했어요. 그때는 IT 쪽 관심이 있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이런 것을 하면서 생물 정보에 관심이 있었는데요, 관련 분야 대학에 떨어지면서 그냥 관두고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관심이 있던 생물 쪽으로 들어왔어요. 학부는 생물학을 했는데, 사실 학부 선택은 조금 실패였어요.

– 왜요?

제가 다녔던 학부에서는 막 세포 생물이나 분자 이런 쪽을 했었죠.

– 현대 과학에서 집중하는 생물학을 주로 하셨군요?

지금 와서는 그때의 지식을 갖고 있었으면 지금 고생을 안 할 거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때는 몰랐으니까… 재미가 없고 공부를 안 하고 그랬죠.

– 그러면 다른 활동을 하셨어요? 지금 하는 것과 관련된 것들?

네. 대학 연합 ‘야조회’라는 것이 있어요.

– 야조?

네. 야생조류연구회요.

야생조류연구회 (학관 606호)

야생조류연구회 (학관 606호)

– 그런 게 대학 동아리로 있어요?

몇 개 대학이 모여서 하는 게 있어요.

– 그럼 같이 새 보러 다니고 그런 거예요? 천수만 같은 데 가고 막 겨울에?

사실, 천수만이랑 순천만은 한 번도 안 가봤지만, 군산은 가봤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산에만 가는 것 같네요.

– 아직 석·박사 통합에서 석사 2년 차면, 연구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사실 딱히 많이 없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요? 그러면 맞습니다(…)

별일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 자연 관찰에 기반하는 연구인데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그러면 “동물 연구를 하는 사람의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죠. 살기 어떠시죠,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별로 불편한 건 못 느끼고 잘살고 있는데, 예.

– 별일 없이 산다?

네.

– 생태 쪽에서 조류 연구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쪽 연구를 하는 분들이 많나요? 조류 말고 다른 분야에 동물들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있는 건가요?

많을 거예요. 다른 분야는 사실 제가 모르겠지만, 조류 쪽에서도 일단 저희가 가는 데가 크게 몇 군데가 있거든요?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철새연구센터, 국립생태원, 그리고 국립공원 이런 데가 새 하는 사람들도 많이 가는 데라고 알고 있어요.

– 생각해보니 필요하겠네요. 국립공원 같은 데 관리하고 관찰하려면 이런 분들 필요하죠.

숲 해설가나 탐조 해설가? 그런 자리도 있다고 들었어요. 대학교 연구실 가서 ‘포닥'(포스트 닥터)하거나 그런 방법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는 선배는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하고 있어요.

"아는 선배는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을 연구하죠."

“아는 선배는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을 연구하죠.”

– 진짜 멀리 가시네요. 취직을 남극으로 하다니. 사실 워낙 생소한 분야인지라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거든요?

저희 연구실은 기존에 두 가지 연구를 했던 거로 제가 알고 있는데요, 소금쟁이에 대한 연구와 까치에 대한 연구로 어떻게 지원을 받아서 하는 거로 기억하는데 구체적으로 규모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그런 지원을 어디서 받죠? 혹시 생태학 분야가 연구 지원금을 받는 구조에 대해 좀 아시나요? 혹은 같이 일하는 기관들에 방문해 보신 적이 있다거나. 

지원금 구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협업은, 저희가 공대와 뭔가 같이 하기도 해요. 공대에서는 ‘생체 모방(biomimicry)’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요.

생체모방(출처: inhabitat.com) http://inhabitat.com/finding-design-inspiration-in-nature-biomimicry-for-a-better-planet/

생체모방(출처: inhabitat.com)

– 기계과, 전자과와 함께 뭘 할 수 있겠네요. 생체모방공학 쪽으로.

그런데 이것도 까치에서 하는 거라서 전 잘 모르겠네요.

– 박새는 모방해서 쓸 게 없는 건가요?

글쎄요(…) 저희 연구실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데서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날아가는 걸 어떻게 응용해서 군사 쪽을 본다고 들었어요. 스파이 로봇을 만든다거나. 새는 크잖아요? 곤충들이 날아다니는 메커니즘은 또 다르다네요.

생태학자가 본 4대강 

–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 결국 다시 질문이 돌아오는데요. 아까 존재의 의의, 존재론적 질문을 잠깐 드렸습니다만, 개인 만족이다 하셨는데 저희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어요. 그런데 가령 어떤 국회의원들이 나와서 “박새, 이거 알아서 뭐할 건데?” 라고 하면 어떡하죠? 이 사람 하는 거 보니까 6개월 동안 관악산 올라간 것밖에 없는 것 같은데,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나한테 돈 주면 더 싸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저도 좀 스스로 이걸 공부해서 어떻게 써먹을지 생각을 하긴 하는데요, 사실 모든 분야에 있어서 쓸모가 없는 분야는 없거든요? 그냥 어떻게 써먹을지 모를 뿐이지.

–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네. 어떻게 설득할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일단 자연 자원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거는 다들 동의를 하시죠?

– 네. 자원은 언젠가 분명 돈이 되죠.

그걸 보존을 하거나, 좀 뒤처진 자연 자원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환경에 관해 잘 알아야 하잖아요? 박새는 그 요소 중 하나인 거구요. 근데 예를 들어 박새를 보존하려면 이 아이가 평소에 어디서 사는지, 다른 동물들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그런 기초자료를 잘 모으면 자연자원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보존하고 잘 운용하는 데 하나의 초석이,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부분이군요. 우리 지구 푸르게 푸르게 그런 느낌으로? 흔히 국제사회에서 많이 말하는 “지탱 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는 연구다?

네. 약간 교육적인 방향으로 하는 거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 그런 의미에서 갑자기 누가 와서 관악산에 우리가 스키장을 만들겠다고, 막 박새를 연구하던 길을 밀어버리고 스키장을 만들겠다, 케이블카를 만들겠다 이러면 뭐라 하실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반대를 깔고 들어가죠. 제 필드니까요. 일단 그걸 설명하려면 왜 그 장소가 되어야 하는지를, 왜 꼭 관악산이어야 하는지를 개발 쪽에서 설득할 수 있어야 되겠죠. 또 관악산이 가지는 가치가 새로 개발하려는 무언가 보다 더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도 생각을 해야겠고. 그래서 정말로 개발하는 쪽이 더 가치가 있다 하면 저도 뭐 어쩔 수 없지만 아니면…

– 최근 우리 사회에서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예전에는 사람들이 환경에 많이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요새는 환경문제가 계속 이슈가 되잖아요? 첨예한 이슈들에 대해서 조금은 얄팍한 질문을 해보자면, 예전에도 문제가 되었고 요즘도 문제가 되는 4대강 이슈가 있죠.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이걸 여쭤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4대강 관련 인터뷰가 나오면 패턴이 있어요. 건축하는 사람들 인터뷰가 하나쯤 나오고, 정치인들 인터뷰가 나오고 환경공학이나 환경단체에서 하나 나오고. 그렇게 세 개가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나오는데 저희 기억으로는 생태학 관점의 인터뷰를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생태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4대강은 어떤 프로젝트예요?

일단 제가 정부 정책 같은 것에 평소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서 4대강도 정확히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강과 육지라는 것이, 해변을 생각해보면 모래가 점점 경사지면서 서서히 물로 들어가잖아요? 헌데 4대강은 그 과정에서 그 구조를 계단같이 단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생물들은 그 천천히 경사진 부분들을 많이 이용하거든요. 예를 들어 육지가 1이라 하고 물이 0이라 하면, 생물들은 0.1, 0.5, 0.7 이런 부분들을 모두 이용해요. 그런데 4대강을 하고 나면 0과 1만 존재하게 되니까 중간 부분을 이용하던 생물들은 거기를 다 떠나게 되는 거죠.

토건 자본을 위한 초대형 버라이어티 삽질 이벤트 '4대강 사업'

토건 자본을 위한 초대형 버라이어티 삽질 이벤트 ‘4대강 사업’

– 순천만 그런 곳을 생태 보호구역이라 해서 중요하게 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인가요? 이런 중간지대 비슷한 느낌이라서? 만, 늪지대 이런 곳을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네. 맞아요.

– 즉, 생태학 입장에서 보자면 다양성을 해치니까 결국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은 어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다?

네네.

–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개발 사업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반대를 하게 되나요? 생태학적 입장에서는?

종류에 따라서 좀 다르기는 해요. 사실 저는 스키장 같은 인간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이미 있는 건 어쩔 수 없는데 굳이 새로 만들건 없는 것 같거든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느끼면 설치해야 하겠지만, 생태학적 입장에서 보면 더는 뭔가를 크게 개발하는 것은 별로 안 좋아 보여요.

– 그러면 생태학적 입장에서 동물원은 어떻게 생각을 하시나요?

동물원은 일단 연구에 도움이 되죠.

– 응? 진짜요?

네. 사람들이 야생에서만 연구를 하긴 쉽지 않잖아요?

– 도망 다니고, 관찰 데이터 모이기 힘들겠죠.

맞아요. 그리고 모든 행동을 관찰하기 힘들고. 헌데 동물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원은 제한된 환경에서 동물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런 걸 알 수도 있어요. 동물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걸 또 볼 수 있고.

– 실제로 동물원들이랑 이렇게 생태학 연구하시는 분들과 커넥션이 있어요?

네. 다른 연구실에서도 제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침팬지? 원숭이? 그걸 연계해서 뭘 했다고 들은 것 같아요. 돌고래였나.

– 저희가 아는 범주 내에서 동물원이 생태학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멸종 위기 동물들을 데려와서 보호한 다음에 어떻게든 번식을 시켜보려고 노력하는 그런 건 알고 있어요.

네. 국내에서 하는지는 전 잘 모르겠는데, 전 세계적으로 그런 걸 같이, 그러니까 동물원이랑 멸종 위기종 번식을 같이 수행하는 데가 몇 군데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생태학이 필요한 이유 

– 마지막으로 정리 발언 비슷하게, 생태학에 관련해서… 사실 저희가 계속 말씀을 드리지만 생소한 분야라는 인식이 좀 크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걸 하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하냐 하는 식으로 언급이 될 것도 같아요. 그래서, 한국 생태학의 미래 혹은 한국에서 생태학이 필요한 이유 같은 것을 말씀해 주신다면?

개인적으로 생태학은 우리나라의 자연자원을 지속해서 보전하기 위한 기본적인 학문이니까 정말 필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왜 식물이랑 동물, 그러니까 당장 써먹을 수 없는 그런 거를 공부하냐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개개인과는 별 상관없는, 정말 남을 위한 학문이죠.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잘 살아가는 데 도움이 어쨌거나 되기 위한 거니까. 글쎄요 제가 이걸 설득하긴 어렵지만요.

– 제일 좋은 답은 사실 이거죠. 뭐 이거 하는데 이유가 있냐? 그냥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뭐.

어쨌든 돈이 됩니다. 많이들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행동생태학도 비슷한 논리로 진행할 수 있죠?

그렇죠.

– 마오쩌둥이 “저 새는 나쁜 새다” 했다가 망했던 꼴이 나지 않도록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하신가요? 더 좋은 사다리? 사람들이 어떻게 지원해 주어야 할 지 모를 수도 있잖아요?

민간 연구자도 조금 있고 시민단체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이렇게 자기 일을 수행하는 그런 분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주시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만화 [창천항로] (이학인, 킹곤타) 1권 중에서

만화 [창천항로] (이학인, 킹곤타) 1권 중에서

– 뭐, 연구소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하시나요?

그건 제가 아직 피부로 잘 안 느껴져서 잘 모르겠어요. 이미 제가 속한 곳에서는 제가 뭘 부족하게 느끼는 게 없기 때문에…

– 한국 좋은 나라네요.

금전적으로 지원을 더 해주면 좋기는 한데 지금은 사람 자체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일단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말이죠.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고 공부하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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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과정남
초대필자. 과학기술정책 읽어주는 남자들

과학, 기술, 그리고 정책과 관련된 복잡한 이슈들을 가볍지만 진지하게 핥아보는 프로젝트. 박대인과 정한별로 이루어진 비즈니스유닛이자 온라인 인격체이다. 나이는 한국 나이로 두 살. 흔히 과학기술정책이라 생각하는 R&D 정책부터 과학자들의 일상생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이야기한다. → 과정남(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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