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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 ‘행성인’: 공동운영위원장 ‘웅’ 인터뷰

  • “스물한살 동성애자와 함께하는 채팅방”

질문 하나 하자. 이 채팅방 제목은 ‘미풍양속’을 해치는가? 그렇다면 다음 제목은?

  •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건전한’ 채팅방”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라는 단어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 인식은 오랜 시간 축적된 관습적 편견이다.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거란 얘기다. 하지만 그리고 그 편견이 ‘차별’에 관여하는 ‘잘못된’ 인식이라는 사회적 합의, 이른바 상식의 공간도 점점 더 커진 게 사실이다. 우리는 차별과 편견을 지워내고, 평등과 자유의 공간을 조금씩 더 넓혀왔다.

지난 8월 24일, 에스케이(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의 온라인 메신저 네이트온 음성채팅 서비스 토크온에서 ‘성소수자’, ‘동성애자’ 가 들어간 채팅방을 만들자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채팅방을 폐쇄하고 개설자에 대해 일주일 이용금지 처분을 내린 사건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는 불행스럽지만, 적어도 해결은 다행스러웠다. 사건 당사자(20대 대학생)의 적극적인 항의와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의 문제 제기, 그리고 사건 장본인 SK컴즈의 빠르고, 적극적인 사과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힘들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이번 SK컴즈 채팅방 사건에서 일방적으로 채팅방을 폐쇄당한 20대 대학생의 친구 역할을 한 성소수자 인권단체 중 하나가 바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이하 ‘행성인’)다. 행성인은 1997년 대학동성애자인권연합(약칭 ‘대동인’)으로 정식 출범해 오늘에 이르렀다.

내년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 행성인 공동운영위원장(닉네임 ‘웅’)에게 이번 사건의 의미와 성소수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행성인’의 현안 이슈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행성인 공동운영위원장 ‘웅’ 인터뷰 

-자기소개. 

행성인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일하는 ‘웅’이라고 한다.

-이번 SK컴즈 ‘동성애자 채팅방 폐쇄’ 사건의 의미를 평가하면.  

2016년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에서 ‘동성애’가 삭제된 게 10년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일이 계속된다. 법 규정에선 동성애가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이렇게 살아남아 반영되고 있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의 개별 심의 기준 중 ‘동성애’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청소년 유해 매체물의 개별 심의 기준 중 ‘동성애’ 부분.

기존(2004년 이전):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混淫),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당시에는 ‘제7조’에서 규정)

현행(2004년 이후):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混淫), 근친상간, 가학ㆍ피학성 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성매매 그 밖에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현재는 ‘제9조’에서 규정)

2004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당시) 시행령 7조 규정에서 ‘동성애’ 부분을 삭제하기로 입법예고했고, 이로써 ‘동성애’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상 개별 심의 기준에서 사라진다. (이상 편집자)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SK컴즈 직원 중 누군가가 채팅방을 폐쇄했을 텐데, 법 규정이 있어도 이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지가 중요한지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부 여론이나 사회적인 인식에 개인의 행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SK컴즈 네이트온의 음성채팅 서비스 '토크온'

SK컴즈 네이트온의 음성채팅 서비스 ‘토크온’

-SK컴즈의 빠른 사과는 평가하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했는데. 

SK컴즈의 빠른 사과과 재발 방지 약속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좀 더 바란다면, 성소수자 사내 인권교육이나 캠페인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랄지, 그런 의지를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동성애’ 혐오 분위기, 어떻게 보나. 

특히 보수 기독교단체의 활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단체는 “청소년 에이즈 감염률” 증가1, 군형법 시행령 중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 합헌 결정 등 민감한 현안 이슈에 대해서 국회 내에서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국회 안에서 이런 토론회가 열린다는 것은 거대 보수 기독교단체로서 집단의 힘을 과시하고, 간접적으로나마 국회의원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출처: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822920.html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최근 주민등록법 개정 움직임과 관련해 임의번호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현재 주민번호 체계가 관련 범죄에 취약하고, 사생활을 노출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임의번호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이용해서 주민번호 개정을 막으려는 전략적 접근이 아닌가 싶다.

-보수 개신교 단체와 성소수자 단체, 그 힘의 균형이 현저히 깨진 상태로 보인다. 

교회라는 단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것 교회가 근거지로 삼은 해당 지역에서 주민 여론을 반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제를 홍보하기도 하면서 수천, 수만의 지역인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지역에 현실적인 물적 기반을 둔 이들의 힘을 현실 정치권에서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도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하려고 노력하고, 성소수자 그룹의 역량이 어느 정도 커지긴 했지만, 기존 보수 교회 단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당(정치인)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총선 전후로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 이에 대한 고민과 평가가 많았다. 새누리당은 별론으로 가령,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한기총이 주최한 국회 기도회(2016. 2. 29)에 나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인권 관련법을 반대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 발표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성애 혐오세력의 압박을 피부로 느꼈다.

한기총 주최 '국회 기도회'에서 박영선 의원 (2016. 2. 29, 한겨레 영상뉴스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cXI2ZoCtDBE

한기총 주최 ‘국회 기도회’에서 박영선 의원 (2016. 2. 29, 한겨레 영상뉴스 캡처)

동시에 파트너십을 가져갈 의원들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도 조직도 조직대로 하면서, 언론대응이나 전문적인 역량도 필요하고, 파트너십을 가져갈 정치인 확보도 중요한 것 같다.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정치인 있다고 보나. 

있기는 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주변에서 ‘말린다’는 표현이 좀 웃기지만, 의원이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져도 ‘반발’을 예상해서 주변 사람들, 가령 보좌관이 말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한편에서는 의원은 성소수자 문제에 별 관심이 없지만, 보좌관이나 비서실에서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정책 입안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현재는 서로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연대 활동의 구체적인 모습이 궁금하다. 

행성인 경우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배제된 분들, 가령 장애인, 이주민 단체와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 장애인 단체 모두 4월이 추모 기간인데 이 기간동안 연대문화제를 함께 개최했다.

노동운동 영역에서도 성소수자의 노동권은 중요한 이슈다. 직장 내에서 성소수자 대부분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런 점들은 민주노총에서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종교 쪽에서도 조계종 인권위에서 성소수자를 위한 법회를 개최하면 함께 참여하고, 천주교 인권위 등과는 계속 연대 활동을 해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 사람 화합 협동 협력

-보수 개신교 단체와 직접적인 대화 시도 같은 건 없나. 

없다. (웃음)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서로 간에 제안한 적은 없다. 토론회 같은 곳에서는 함께 특정한 이슈에 관해 찬반 토론을 하기는 하지만, 토론장에서도 서로 각자 할 이야기를 하고 끝낸다.

설득이 안 되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노력하기보다는 대중 여론을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단은 중요하고, 이와 저불어 전문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다변화할 필요는 있지만,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활동에 골고루 역량을 투여하기보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소셜미디어을 통한 대중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선. 

사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단체 이름을 내걸고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걸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성소수자 담론을 만들고, 확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조직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 앞으로의 주력 사업이랄까. 사업 구상에 대해 듣고 싶다.  

내년이 창립 20주년이다. 20주년 기념사업으로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내년에는 차별금지법, 성소수자 정치 운동을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차별금지법, 군형법 합헌 판결 이후의 활동, 내년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사회인식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사업을 위해선 인력과 재원이 필요한데. 

행성인에는 상임 활동가 3명과 다수의 ‘활동회원’이 참여한다. 요즘에는 현안 대응도 많아지고, 커뮤니티 활동도 많아져서 상임활동가 3명으로는 좀 벅차긴 하다.

-재원은.

‘후원’을 통해서.

– 끝으로 독자에게. 

성소수자의 인권과 인식 향상을 위해서는 단체의 대중운동이 중요하다. 개개인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단체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담론을 만들고, 정책적인 대안을 고민하며, 대중을 조직하고, 목소리를 내고. 그러기 위해선 인력과 재원이 중요하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1. 참고로, 종교단체의 주장이나 의료기사 중에 포함된 ‘에이즈’ 혹은 ‘에이즈 환자’ 또는 ‘에이즈 감염’이라는 표현은 좀 더 엄밀하게 구별될 필요가 있다. “‘에이즈 환자’와 ‘HIV 감염인’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HIV는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이지만, HIV에 감염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에이즈 환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이즈 환자란 정확히, HIV에 감염되어 기회감염 및 종양 등 특유의 임상증상이 나타난 경우만을 지칭하는 것이다.(임예인, ‘엉터리 의료기사들’ 중에서)”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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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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