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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슬로우뉴스는 NCSOFT와 함께 2016년 연중기획으로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초래한 변화를 점검하고, 그 미래를 전망하는 ‘미래 읽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디지털 시대의 언론

  1. 모바일 – 국내외 뉴스 사이트 비교
  2. SNS – 페이스북이라는 딜레마 
  3. 도전과 과제 – “10년 뒤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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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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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더라도 멜로디는 기억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환의 시대 

이 노래는 동명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비를 맞으며 부르는 영화의 대표적인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할리우드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는 시기입니다.

무명이던 주인공은 노력 끝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성영화를 통해 명성을 얻은 주인공은 시대의 변화를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안 될 것이라며 비난하던 유성영화가 일약 대성공을 거두면서 유성영화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죠.

결국, 위기의식을 느낀 주인공과 그가 소속된 제작사에서도 유성영화를 찍기로 합니다. 그러나 유성영화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제작진과 아름답긴 하지만 형편없는 목소리와 발성의 여성 파트너로 인해 영화는 시사회에서 혹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의 친구와 애인의 협조를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합니다. 목소리가 나쁜 여배우의 대사를 목소리가 좋은 애인의 립싱크로 대체한 것이죠. 비록 완벽한 대처는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임시방편을 통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이런 전환 시대의 모습을 현재 언론을 둘러싼 환경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언론이 취사선택한 정보를 일방향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면 그만이었습니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역할이었죠.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footnote]외국에선 이들 서비스를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통칭하지만, 국내에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통칭하므로 이 글에선 독자에게 친근한 용어인 SNS로 쓴다. – 편집자[/footnote]가 등장하면서 시대는 언론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합니다. 독자와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쌍방향으로 기사를 만드는 것 말이죠.

이제는 독자들이 만든 의제를 언론이 받아 기사를 쓰고, 기사 제작 과정에 독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SNS를 통해 독자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처럼 언론이 정보를 독점한 상태의 게이트키핑은 어렵게 되었죠. 과연 한국의 언론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처럼 이 위기를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혜성같이 등장한 트위터

2009년 1월 15일. US 에어웨이즈 비행기 한 대가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합니다. 갑자기 날아든 새떼와 충돌해 엔진이 고장 나 버린 것이죠. 이 사건을 가장 빨리 보도한 곳은 전통 언론사가 아닌 바로 트위터였습니다. 사고 현장의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가장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 언론은 트위터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허드슨 강 추락 사고 현장을 담은 최초의 사진. (출처: jkrums의 트윗) https://twitter.com/jkrums/status/1121915133
허드슨 강 추락 사고 현장을 담은 최초의 사진. (출처: jkrums의 트윗)

국내에서도 2009년부터 살며시 불던 트위터 열풍이 그해 겨울 애플이 아이폰3GS를 출시하면서 폭발합니다. 실제로 2010년 1월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국내 방문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는 아이폰3GS 출시 영향이 큽니다.

페이스북, 트위터의 웹 사이트 방문자수 트렌드(국내, 출처: 코리안클릭) http://koreanclick.com/information/info_data_view.php?id=260
페이스북, 트위터의 웹 사이트 방문자 수 트렌드(국내, 출처: 코리안클릭)

아이폰 발매와 함께 얼리어답터를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이 트위터의 매력에 빠져 트위터 전도사로 활약했습니다. 당시 ‘아이폰 쓰니?’라는 말과 ‘트위터 해봤어?’라는 말을 참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 2009년과 2010년 중반만 해도 국내에서는 페이스북보다 트위터가 더 인기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보고서[footnote]도준호·심재웅·이재신,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2010, 한국언론진흥재단)[/footnote]에 따르면 2010년 국내 SNS 이용자의 66%는 트위터를, 43%는 페이스북을, 23%는 미투데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복수응답 허용)

출처: 도준호·심재웅·이재신,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2010, 한국언론진흥재단)
출처: 도준호·심재웅·이재신,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2010, 한국언론진흥재단)

또 하나 눈여겨볼 사실은 당시만 하더라도 SNS 이용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이 아닌 PC를 통해 접속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전적으로 PC를 이용하는 비율이 43%, PC를 주로 사용하고 스마트폰은 보조로 사용하는 사람이 31%로 둘을 합치면 약 74%가 PC에 의존했습니다.

도준호·심재웅·이재신,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2010, 한국언론진흥재단)
출처: 도준호·심재웅·이재신, 소셜 미디어 확산과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2010,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작은 화면과 글자를 입력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합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의 과도기적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죠. 요즘은 대다수가 모바일을 통해 SNS를 이용하고 있으니 시대 변화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날로 높아지던 트위터의 인기는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국내 언론사의 큰 주목을 받습니다. 트위터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언론사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미디어 기업별 소셜 미디어 활용 현황. (출처: 국내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활용(2010))
국내 미디어 기업별 소셜 미디어 활용 현황. (출처: 국내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활용(2010))

이 시기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한겨레 등이 발 빠르게 트위터에 대응했습니다. 전담팀을 만들고, 속보를 강화하면서 트위터에 적응합니다. 자동으로 발송되는 주요 뉴스 SMS를 트위터 API에 적용하는 한편, 기사 유통과 독자와의 소통 채널로서 트위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국내 미디어 기업별 트위터 현황. (출처: 국내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활용(2010))
국내 미디어 기업별 트위터 현황. (출처: 국내 미디어 기업의 소셜 미디어활용(2010))

좋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2010년 추석 첫날, 서울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광화문 일대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마침 연휴 기간이라 언론사에서 긴장을 늦추던 시기이기도 하였습니다. 갑자기 발생한 폭우는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중계가 되었습니다. 반면 보도가 늦은 언론에는 조롱과 비난이 뒤따랐습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자사의 워터마크를 사진에 붙여 저작권 논란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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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에 치러진 재보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던 트위터는 꾸준히 가입자가 늘었지만, 점차 페이스북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결국,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트위터의 인기는 빠르게 식죠. 트위터에서 우세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에게 패하면서 트위터에 대해 ‘찻잔 속 태풍’이라는 비난이 거세졌습니다.

또한, ‘조리돌림’이라는 일종의 왕따 문화와 거친 언변, 너무 빠르고 부정확한 정보로 사람들은 점차 트위터에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피로를 느낀 이들은 공개적인 트위터보다 조금 더 사적이고, 지인과의 교류에 최적화한 서비스 페이스북에 정착합니다. 언론 역시 2011년부터 차츰 트위터보다 페이스북에 더 집중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언론사의 의제 설정 방향은 트위터를 기점으로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트위터는 상호작용을 통해 의제를 형성하는 최초의 쌍방향 서비스였습니다. 트위터는 기존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에서 의제화하고 이를 공론화해 기존 언론사가 역으로 트위터에서 발생한 이슈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는 새로운 모습을 제시했습니다.

한때 주목받았던 잠룡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기업 구글은 페이스북의 성장에 맞서 2011년 구글플러스라는 SNS를 출시합니다. 그러나 구글플러스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사용자에게 외면받습니다.

국내에서는 속칭 ‘남탕’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죠. 공대 출신의 남성이나 얼리어답터들이 많이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소수 언론사만 구글플러스를 운영했습니다. 사용자가 적은 탓에 딱히 인기를 끌지 못했고, 구글에서도 방치하고 있다고 싶을 정도로 관심을 놓고 있는 비운의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구글플러스 미투데이

2012년에는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에 기반을 둔 SNS의 명성이 높아졌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지친 젊은 사용자들이 사진 기반의 감성적 서비스에 빠져들었던 것입니다. 사용자는 꾸준히 늘어났지만, 언론사는 사진 기반 SNS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고요? 대개의 보도사진이 딱딱하고 단조로운 탓에 감각적이고 화려한 사진이 많은 공간에서 시선을 끌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텍스트보다 사진 위주의 서비스이다 보니 사건을 글로 풀어쓰기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언론사가 테스트 차원에서 문을 두드리다 결국은 서비스를 접거나 올리는 게시물의 개수를 현저히 줄였습니다.

외국산 SNS의 폭풍 성장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SNS는 지속해서 흥행에 참패하였습니다. 다음의 요즘은 2013년 8월, SK컴즈의 C로그는 동년 10월, 네이버의 미투데이는 2014년 6월 이용자 감소에 따라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릅니다. 특히 미투데이의 경우 초기에 꽤 많은 언론사에서 계정을 운영했지만,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후 언론사들은 또 다른 국내 SNS인 카카오스토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카카오스토리는 국내 최고의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과 연동되어 넓은 사용자와 확장성이 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30대와 40대 이상의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카카오스토리의 특성상 기사 유통에 일정한 한계가 따르기도 하였습니다.

절대 강자로 우뚝 선 페이스북

트위터의 하락세와 여타 SNS의 활용이 곤란해지면서 페이스북만이 언론사의 유의미한 SNS 채널로 남게 되었습니다. 특히 포털에 종속된 현재 구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 거론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언론의 짝사랑은 깊어졌습니다. 수많은 언론사가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개설하여 기사 유통에 힘쓰기 시작합니다. 이미 2010년 11월, 한국인 사용자 수가 25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내 트위터 사용자를 뛰어넘죠.

2010 하반기에서 2011년 상반기까지 국내 트위터 및 페이스북 사용자 통계(상단이 트위터, 하단이 페이스북, 출처 : 오이코랩&소셜베이커스) 
2010 하반기에서 2011년 상반기까지 국내 트위터 및 페이스북 사용자 통계(상단이 트위터, 하단이 페이스북, 출처 : 오이코랩&소셜베이커스)

또 때마침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소셜 네트워크’(2010년 11월 개봉)가 국내 개봉하면서 인기에 가속도가 붙습니다. 페이스북은 당시에 전 세계적으로 이미 트위터보다 더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였습니다. 국내에서는 뒤늦게 활성화된 측면도 있죠.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비교하면 큐레이션의 폭이 더 넓었습니다. 140자로 게시물의 길이를 제한한 트위터와 비교하면 더 많은 글자 수를 게시물에 담아낼 수 있었고, 더 많은 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였습니다. 언론사는 페이스북 전담팀을 개설하거나 SNS 제작 인턴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색다른 시도와 맞춤형 전략을 통해 언론사는 팔로워를 늘리고, 트래픽을 창출하고, 독자와 교감할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에 페이스북은 기존 포털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졌습니다.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남긴 것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팔로워를 모으고 도달률을 높이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고,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1. 자극적인 ‘드립’ 남발 

조선일보는 과도한 드립과 무리한 댓글로 원성을 샀습니다. 그럼에도 팔로워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특정층의 지지가 잇따르자 많은 언론사가 이를 따라 하였죠.

이전과는 달리 억지로 유머 코드를 게시물에 삽입하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경향이 잦아졌습니다. 독자와의 소통을 빌미로 자극적인 문구에 의존하고, 형평에서 벗어나며, 휘발성 높은 말초적 언어 감각에 기대는 언론사 페이스북의 모습이 사실에 바탕한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본분에 어울리는 방법론인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2. 댁의 카드뉴스는 안녕하십니까? 

언론이 주력으로 밀었던 카드뉴스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언론사에서 컨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카드뉴스에 대한 독자의 피로감이 높아졌습니다. 단조로운 패턴과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페이스북이 노출 알고리즘을 동영상 우대로 변경하면서 (텍스트와 비교하면 가중치가 높았던) 이미지 노출도가 낮아진 것도 한 요인입니다.

3. 동영상이 대세라고요? 

알고리즘 조정에 따라 다른 콘텐츠에 비해 높은 도달률을 보이는 동영상. 하지만 이 또한 앞으로 어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동영상은 카드뉴스나 단순 링크 공유와 비교하면 제작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요구됩니다. 채산성이 높지 않죠.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소비 방법’에 관한 조사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 텍스트로 뉴스를 읽었다는 비율은 59%
  • 뉴스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비율은 24%
  • 위 수치는 조사 대상 26개국 전체 합산 결과

뉴스 동영상이 뜰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 뉴스 동영상 재생은 아직 일반적인 뉴스 소비 패턴은 아니었던 것이죠. 이에 대한 이유로 텍스트를 읽는 것이 빠르고 편리해서(41%)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3초 이상만 영상이 재생되어도 조회수 1이 올라가기 때문에 허수가 많습니다. 성과 측정에 있어 실제 동영상 조회수보다 많이 부풀려지게 보이는 것이죠.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체 동영상 제작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일종의 우회책으로 외국 인기 영상을 부분 편집하거나 자극적인 CCTV 및 블랙박스 화면을 활용하는 방법이 대세로 떠오릅니다. SNS 후발 언론사였던 YTN은 이러한 방식으로 급격하게 팔로워를 늘리며 페이스북 영향력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외국 영상과 제보 영상의 증가가 저널리즘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엘로 저널리즘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4. 팔로워는 동남아에서 수입하면 그만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닌 의도적으로 팔로워를 늘려 논란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가 그 예입니다.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니지만, 돈을 써서 좋아요를 늘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와는 별개로 상당수 언론사가 광고비 등을 집행하여 팔로워를 늘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아마도 실무급에서는 팔로워 수는 별 의미가 없고, 도달률과 공유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위에 보고하기 쉽다는 이유와 간단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팔로워 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KPI(핵심 성과 지표)의 오류죠.

5. 인턴 열정 삥뜯기 

SNS팀 전력 상당수가 인턴이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 영상 제작 등을 위해 인턴 채용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게 정규직은 보장받지 못 하는 자리입니다. 언론사 대다수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정도 인턴을 활용하여 SNS 컨텐츠를 제작하고, 운영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들을 자사 직원으로 고용하는 데는 대개 실패합니다. 인턴들은 짧은 언론사 경력만을 남긴 채 다시 힘겨운 취업 시장으로 돌아가야만 하죠. 언론사 역시 그들의 경험과 열정을 내재화하지 못합니다. 언론사와 인턴 모두에게 한때의 영광만 있었을 뿐입니다.

6. 인스턴트 아티클의 장밋빛 전망? 

한때 주목받았던 인스턴트 아티클 역시 현재로써는 부정적입니다. 2016년 5월과 6월 두 달간 인스턴트 아티클을 운영했던 블로터는 트래픽과 수익성 감소로 결국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인스턴트 아티클은 인링크 방식(페이스북 안에서 소비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론사 사이트 트래픽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또한, 인터넷 속도가 빠른 국내 사정상 인링크와 아웃링크의 속도 차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아 이용자 편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면도 있죠.

7. 언론사 브랜드의 실종 

네이버와 같은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언론사 브랜드를 기준으로 뉴스가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 사항입니다. 열심히 만든 콘텐츠가 단순히 하나의 정보로만 소비되고 마는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힘을 빼는 일입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한국은 포털에서 뉴스 브랜드 인지도가 24%였고, 소셜미디어에서의 뉴스 브랜드 인지도는 23%로 오히려 포털보다 1% 낮게 조사되었습니다. 언론사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사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이를 확산하는 것인데요. 그것이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원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8. 수퍼갑 페이스북의 컨텐츠 공급자로 전락  

무엇보다도 언론사에 페이스북 알고리즘 변경은 가장 큰 위협입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알고리즘 변경에서는 친구와 가족 등이 직접 게시한 콘텐츠를 뉴스피드 상단에 배치하도록 하였는데요. 이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언론사 입장에서는 노출이 더 어려워짐을 의미합니다.

그 이전에도 게시물을 많이 발행하는 페이지는 노출 비중을 줄여, 상대적으로 짧은 간격으로 자주 포스팅을 올리는 언론사 계정이 불리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변경이 언론사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플랫폼은 절대갑이 되었고, 언론사는 다시 페이스북이라는 절대갑의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해버린 것이죠.

페이스북이라는 딜레마 

최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16년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스토리텔링의 진화’에서 박상현 페이스북 코리아 홍보총괄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페북 성공법칙? 일단 부장님이 관심을 꺼야 합니다” (미디어오늘, 2016. 8. 28)

의사 결정권자의 지나친 관심이 독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죠. 그는 최근 만났던 한 언론사의 페이스북 담당자가 1~2주만에 전원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하면 그동안 쌓은 노하우가 전부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현재 언론사 구조상 쉽게 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운영자를 취재기자 중에서 고른다면 1년에서 2년 사이 부서 이동에 따라 팀을 떠나게 될 것이고, 비(非)취재기자 중에서 고른다면 SNS를 잘 모르는 취재기자가 상사로 있으면서 운영자의 운신 폭이 줄어들 것입니다. 명확한 뉴미디어 전략이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번복되는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또한, SNS는 성과를 수치화하기 쉬워서 이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 좋지만, 이에 매몰될 위험성도 큽니다. 팔로워나 도달률 등이 바로 집계되고, 콘텐츠마다 그리고 지정한 기한마다 통계가 잡히기 때문에 콘텐츠의 질보단 보이는 숫자에 집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콘텐츠보다 꼼수에 눈길이 가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통계는 양날의 검과 같아 분석을 신중히 해야 하며 지나치게 통계 수치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 언론사가 SNS를 운영한 지 대략 6년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SNS가 과연 언론사의 미래 먹거리가 맞는지, 포털을 대체할 새로운 유통 창구가 맞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SNS에서 출발하여 뉴스가 소비되는 비중은 18%에 불과합니다. 대다수(60%)는 여전히 포털과 뉴스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소비가 시작되었죠.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SNS를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 비율도 37%에 그쳤고, SNS를 주요 뉴스 창구로 이용하는 비율은 6%에 불과했습니다.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 비율은 46%였는데,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이용 비율은 24%로 일본(16%)과 함께 조사대상 중 가장 낮았습니다. SNS와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이용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지요.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자료 출처: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6’

물론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소셜미디어와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이용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6년 동안 차별화에 성공한 언론사는 SBS 뉴스 한 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언론사의 한계든 플랫폼의 한계든 언론사에 SNS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알고리즘을 조정하여 벌칙을 부여할 수 있는 플랫폼의 예측 불가능성과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에 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SNS는 계속해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고, 언론 역시 이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친 집착과 애증이 꼭 이득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도입부에 ‘사랑은 비를 타고’를 언급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바뀌는 모습이 시대적 상황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을 둘러싼 현재 환경은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SNS는 유성영화라기보다는 립싱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당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대적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처리해야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닌 것처럼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결코 그것만이 언론의 미래는 아닐 겁니다.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모델을 계속하여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네이버의 ‘포스트’나 카카오의 ‘1boon’, 카카오톡의 ‘채널’과 같은 신규 플랫폼에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최근 중앙일보가 선보인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굳이 언론사가 지금처럼 치열하게 SNS를 운영해야만 할까요? 언론사의 본업인 좋은 기사를 지속해서 생산한다면, 그 가치를 알아보는 독자가 스스로 기사를 SNS에 널리 유통할 것입니다. 최근 변경된 페이스북 알고리즘 역시 바로 그러한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좋은 기사, 새롭고, 참신한 형식의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테죠.

어쩌면 한국 언론은 지금 소셜미디어에, 특히 페이스북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이미 피부로 그러한 사실을 느끼고 있지만, 너무 깊이 발을 들여 빠져나올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언론사에 페이스북은 ‘오직 그대만’이 아니라 ‘친구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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