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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뷰징 필드: 어뷰징 담당자는 기자인가

기업이나 정부의 부정·비리를 찾아내 파헤치고 이 사실이 보도돼도 되는지 보도돼서는 안 되는지를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게 파악하고 게이트 키퍼로서 기사에 대한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검증한 다음 시청자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작성한 고품질의 기사만을 내는 사람을 기자라고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기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또 그런 사람들이 은퇴할 때까지 그 모습으로 남으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

기자

나는 어뷰징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누군가를 만났을 때 나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기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도 기자일 수는 있다.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을 기자로 규정한다면 나를 비롯한 어뷰징 담당자는 모두 기자라고 할 수 있다. 어뷰징 담당자는 기사를 날마다 적게는 10개, 보통 30개에서 많으면 100개도 작성한다.

취재하지 않는 어뷰징 담당자

하지만 나는 이 회사에서는 아무 것도 취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편집기자나 교열기자였던 것도 아니다. 전화기도 없는 자리에서 오로지 인터넷에 있는 정보만을 이용해 하루 수십 개의 기사를 냈다. 내 기사에 대한 근거 자료는 일반 네티즌과 똑같았다. 이용할 내부 자료나 과거 자사 매체 기록도 없었다. 결국, 나 역시 기사를 쓸 때 포털 검색을 이용해 기사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했다.

내가 입수하는 정보의 수준은 내가 일반 네티즌일 때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실제로 나는 블로그 하나만 있으면 어뷰징 업체 내부에 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어뷰징을 할 수 있다. 어뷰징 담당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일반 네티즌보다 단 한 가지도 더 나은 것이 없다.

설령 내가 특정 연예인의 지인이어서 연예인의 결혼설이나 파경설에 대해 일반인이나 지금 언론에 퍼져있는 이야기보다 더 진전된 정보를 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해 작성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의 목적은, 더 나아가 이 언론사의 목적은 이 회사가 작성하는 기사 수를 늘려 사람들이 1분 1초라도 이 회사 사이트에 더 머물게 하는 것이지, 새로운 정보를 독자에게 알리고 기사에 대한 책임이나 부담을 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뷰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나 외에도 몇몇 언론사에서 기자들이 기사화한 바 있다.

나도 기자들이 어뷰징에 대해 쓴 기사를 읽어본 적이 있다. 기사에서 바이라인 없는 기사에 대한 취재원 기자들의 변명은 대체로 ‘그거 다 알바생이 쓴 기사예요’다. 이런 식으로 기자인 자신과 어뷰징을 하는 알바생을 분리하고 회사와 어뷰징 담당자를 구분 짓는다. 나는 그 기자들의 해괴망측한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알바로 대표되는 어뷰징 담당자들의 선발과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기자들이다.

어뷰징 담당자를 교육하는 기자들

내가 있던 어뷰징팀의 팀장도 결국 그 언론사에서 일하던 취재기자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숙련된 어뷰징 기술자로 입사한 사람도 아니다. 기자들은 그간의 트래픽 순위를 분석해 어떤 제목을 달아야 좀 더 높은 조회수를 얻을지 분석했다. 그리고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거쳐 그들이 소위 알바생이라고 부르는 사회 초년생 비정규직 근로자를 뽑아 날마다 이 내용을 주지시키는 한편 전날의 트래픽 순위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달아야 할 제목의 방향을 정해주고 일일 기사 작성 건수를 늘리도록 담당자를 독려했다.

어뷰징의 책임을 알바생에게 돌리는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어뷰징 담당자가 하루 8시간씩 컴퓨터 앞에 꼬박 붙어 앉아 복사 붙여넣기로 트래픽 올리고 최저시급 받는 동안, 당신들은 어디서 뭘 했는지. 그 시각에 내가 본 기자라는 사람들은 사주의 전화 한 통에 특정 연예인은 공격하고 특정 연예인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도록 그 알바생이라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지시했다.

자기 손 더럽히지 않고 비정규직을 시켜 회사 수익은 다 챙기고 어뷰징 담당자 몇 명분의 월급을 매달 받아가며 어뷰징 담당자와 기자로 입사한 자신을 분리하려는 시도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야말로 기자 타이틀을 붙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속한 언론사의 문제를 비정규직의 손을 빌려 해결하고 자신과 문제를 분리하는 사람은 이미 기자가 아니다.

나도 기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진실을 알아내지 않았고 진실을 보도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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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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