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type=”note”] 슬로우뉴스가 20대의 목소리 [미스핏츠]와 함께 합니다. (편집자)
세계로 나가는 미스핏츠!
‘반도의 신문물’은 위대한 대한민국의 문물을 국내뿐 아니라 널리 해외까지 소개하기 위한 연재입니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외국 친구들 모두와 아직 신문물을 접하지 못한 한국인 친구들을 위해 핫(!)하고 크레이지(!)한 한반도의 문물 전파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한반도의 신문물을 공개합니다.
두둥
두둥
두둥두둥
두둥두둥두둥
두둥두둥두둥두둥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둥~!
교육강국 화이팅! 졸음 방지 화이팅!!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수업 중에 졸음이 와도 걱정이 없습니다. 바로 반도의 신문물, 일명 ‘졸음 방지 책상’이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졸음 방지 책상은 서서 공부하는 책상, 스탠딩 책상이라고도 불립니다. 가격은 49,000원~64,000원 선입니다. 상판은 보통 책상과 다를 것이 없지만, 높이가 1m 남짓입니다. 성인 어른의 허리 높이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졸음방지 책상은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교실은 수면 부족에 빠져있습니다. 수업 중에 잠과 힘든 싸움을 벌이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안쓰럽다 못해 기괴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어떤 아이는 잠을 쫓기 위해 손등을 꼬집거나 샤프로 찌르기도 합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한 선배는 눈 밑에 물파스를 바르면 잠이 깬다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조금이라도 더 자두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펼쳐집니다. 책걸상을 붙여서 침대를 만들거나, 책상을 침대 삼아 잠을 청합니다. 사물함 위에 누워 자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겨울이면 작은 담요를 가지고 다니는데, 이 담요를 망토처럼 활용합니다. 학생들은 망토처럼 담요를 두른 채 필통이나 목베개, 또는 자신의 팔을 베고 숙면을 취합니다. 그렇게 10분을 자고 나면 다시 일어나 수업을 듣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의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졸지 않도록, 이 졸음방지 책상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교실 가장 뒤편에 졸음방지 책상을 놓아둡니다. 수업 중 졸음을 이길 수 없는 학생이 생기면 자발적으로 또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책을 들고 일어나 교실 뒤편으로 나갑니다. 책상이 허리 높이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선 채로 허리를 숙이고 책을 보거나, 손으로 책상을 짚고 강의를 듣습니다. 한 시간 내내 서서 수업을 듣기도 하고, 잠이 깰 때까지만 있기도 합니다. 졸지 않고 수업을 듣는데 효과가 좋은 편이지만 더러 몇몇 아이들은 서서 꾸벅꾸벅 졸기도 합니다.
한국 학생들이 특별히 잠이 많은 것일까요? 아니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잠을 덜 자는 청소년들이 바로 한국 학생들입니다. 한국의 고등학생은 웬만한 회사원 못지 않은 바쁜 스케쥴에 만성피로와 눈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과를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냅니다. 보통 오전 8시까지 등교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고, 그보다 일찍 학교에 나와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루에 6교시 또는 7교시 정도를 소화합니다. 그 후엔 보충 수업을 듣거나 학원을 가거나,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보통 10시~11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들의 평균 취침시간은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가 가장 많고(42%), 평균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38%)라고 합니다. 고등학생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27분1). 그러니 앉아서든, 수업 중이든 쪽잠을 자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이런 상황을 고려해 졸음방지 책상과 같은 획기적인 아이템이 한국의 고등 교육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8시간 이상 잠자는 미개한 너희에겐 시련이 필요하다!
이에 비하면 다른 나라는 어처구니 없이 긴 시간을 잠에 허비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16세 이상 청소년은 평균 약 8시간을 잡니다. 스페인에서는 8시간보다 못 자는 청소년은 남자아이들 중 18%, 여자아이들 중 22%뿐이라고 합니다(국내 중고교생 수면 부족 실태 조사, 가천의대길병원 정신과 이유진 ․ 김석주 교수팀, 2010). 독일과 스페인에 한국식 ‘졸음방지책상’을 시급히 소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box type=”info” head=”대한민국 학생의 수면 시간“]
전국 초등학생(4∼6학년)과 중·고교생(전 학년) 9천52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6분, 고등학생 수면시간은 2009년 6시간 30분에서 5시간 27분으로 1시간가량 줄었고, 69.5%가 ‘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론 고등학생은 ‘야간자율학습’(52.6%), ‘드라마·영화 시청, 음악 청취 등’(49.9%)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Ⅲ: 2013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통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box]
얼마 전 뉴욕타임즈에 ‘우리 아이들에 대한 학대'(An Assault Upon Our children)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에서 기고자 구세웅 씨는 한국 교육은 ‘아동 학대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11살인 한국 아이들에게 영문법을 가르쳤던 경험을 말하며 ’아이들은 진지했지만, 눈빛은 죽어있어 마치 아동학대 같았다‘고 합니다.
입시교육에 찌들어, 아이들이 눈빛에 생기를 잃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그 아이들 그냥, 졸렸던 것 아닐까요? 고등학교고 초등학교고 어차피 모두가 입시를 위한 기나긴 여정이라면, 고등학교 아이들만 우리의 신문물을 누리는 건 불공평한 처사겠습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널리 이 신문물을 소개하여 기필코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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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미스핏츠]에 올린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맞게 표제와 본문을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