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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차 vs. 타바론 디자인 도용 논란: 차재국 토탈임팩트 부사장 인터뷰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경구는 많은 이에게 스티브 잡스의 발언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사정을 아는 사람에게는 피카소나 스트라빈스키의 발언을 잡스가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 이 경구의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T. S. 엘리어트의 [성스러운 숲]에 다다른다. 엘리어트는 [성스러운 숲] (The Sacred Wood, 1920)에서 이렇게 말한다.

한 시인이 (다른 작품을) 빌려오는 방식은 가장 확실한 (시인에 대한) 평가 방법 중 하나다.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나쁜 시인은 그들이 훔친 것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뭔가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거나 최소한 다른 것을 만든다.

One of the surest of tests is the way in which a poet borrows. Immature poets imitate; mature poets steal; bad poets deface what they take, and good poets make it into something better, or at least something different.

(참고: Quote Investigator – Good Artists Copy; Great Artists Steal)

출처: Quote Investigator 에서 재인용  http://quoteinvestigator.com/wp-content/uploads/2013/03/Stravinsky03.jpg

출처: Quote Investigator에서 재인용

이 유명한 경구는 베끼고, 훔치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된 오늘날, 두 가지 의미를 시사한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원본'(출처)이 미디어와 시간을 거쳐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잡스의 유명세와 미디어의 호들갑은 이 경구의 취지는 잊은 채 잡스 발언이라며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했다. 하나 더, 잡스가 엘리어트의 책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잡스나 엘리어트가 말하려는 취지는 ‘모방하느니 차라리 훔치는 게 장땡’이라는 약육강식의 처세술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원전 격인 엘리어트의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나쁜 시인은 훔친 작품을 훼손하고, 좋은 시인은 뭔가 더 좋은 것을 만들거나 최소한 다른 것을 만들어 낸다. 이 경구는 수용을 통한 창조에 관한 잠언이다. 모방하고, 훔치는 일을 정당화하거나 저작권 무시하면서 원작자의 노고를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즉, 이 경구는 단순한 모방이나 도용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앞선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창조하려는 자의 열정과 방법론을 표현한 말이다.

공차, ‘좋은 시인’인가 ‘나쁜 시인’인가 

타바론코리아의 디자인을 훔치고, 훼손한 ‘나쁜 시인’으로 공차코리아를 비판한 디자이너가 있다. 타바론코리아의 차 패키지를 디자인한 차재국 토탈임팩트 부사장이다. 씨넷코리아 봉성창 기자의 적절한 지적처럼, 차재국 부사장은 디자이너답게 카드뉴스라는 디자인을 통해 공차코리아를 비판한다. 디자인 자체가 메시지인 셈이다. 우선 차재국 부사장의 주장을 들어보자.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고, 더 나아가 법원의 몫이다.

타바론 차재국

차재국 타바론 공차 토탈임팩트

차재국 타바론 공차 토탈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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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차재국을 만나다 

그를 만나고 싶었다. 디자인 도용을 비판하는 카드뉴스라는 참신함에 끌렸고, 카드뉴스에 아직 표현하지 못한 목소리가 있다면 듣고 싶었다. 그리고 2015년 8월 7일, 서울숲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디자이너 차재국(토탈임팩트 부사장)을 만났다.

  • 2015년 8월 7일 (금) 오후
  • 서울숲 토탈임팩트 사무실
차재국, 디자이너 그리고 토탈임팩트 부사장

디자이너 차재국

– 자기소개 

디자이너. 토탈임팩트 부사장이고, 타바론코리아 차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 문제 제기 취지는. 

우선 도둑맞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봐도 이건 아니다. 100퍼센트 카피라고 본다.

– 패키지(포장)도 이렇게 디자인에 공이 들어가는 줄 처음 알았다. 

나도 이번 작업을 하면서 패키지 디자인이 이렇게 힘들 줄 처음 알았다. (웃음)

– 이 정도 디자인이면 어느 정도 인력과 시간이 투여되나. 

일률적이진 않지만, 이 정도 작업이면 서너 명으로 구성된 팀이 약 6개월 정도 투입된다. 이번 타바론 패키지도 그 정도 인력과 시간이 투여된 작업이다. 차와 관련한 시장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사전 준비 작업과 기획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다. (웃음)

– 디자인 도용 논란은 업계 고질병 같다. 

도용 논란은 비일비재하다. 체험적으로 논란은 되지만, 결국 카피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더라. 그런 게 싫었다. 우리 회사에서 최근 현대카드 디자인에 관한 책을 썼는데(‘현대카드 디자인 스토리’), 그 책에서도 우리 회사 디자인을 카피하고, 마치 자신이 작업한 것처럼 강의하러 돌아다니는 풍토를 지적한 바 있다. 현대카드 디자인 10년의 역사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더는 그런 행태(현대카드 디자인을 자신이 한 것처럼 약 팔고 다니는)가 없기를 바란다.

차재국

– 현대카드 디자인이 그렇게 유명한가.

10년 동안 같은 ‘룩앤필’을 유지한 브랜드는 현대카드가 대표적이다. 외국의 유사한 사례는 애플 정도가 있다.

– 토탈임팩트의 자부심이 녹아 있는 책?

그렇다. 예전에 현대카드 건도 그랬지만, 이런 디자인 카피가 여전히 반복되는 것에 회의와 자괴감이 들었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다.

– 바람직한 해결 방식은 뭐라고 보나. 

법적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공차 측에서 사과하고, 판매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타바론코리아 측의 법적 대응을 말릴 용의도 있다.

– 공차 디자이너들도 업계 후배일 텐데, 어떤 마음인가. 

프로세스의 문제라고 본다. 우선 스케치를 먼저하고, 그다음에 벤치마킹이다. 그리고 유사성이 있으면 버려야 한다. 이번 사안에선 스케치도 없었다고 본다. 잘못 배웠거나 프로세스가 잘못됐거나 아니면 위에서 내리찍었거나. 디자인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추정한다.

공차 디자이너를 개인적으로 만나면 백 퍼센트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 같다. 내가 만약에 5년도 안 된 디자이너고, 사장이나 전무가 시켰다면? 나도 그렇게 하지. 하지만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자부심이랄까. 최소한이 있어야 한다.

– 우리나라 디자인 실력은 세계적으로 어떤가. 

디자인 사각지대는 아니다. 하지만 디자인 회사만 볼 게 아니다. 일을 맡기는 클라이언트 단위를 보면 좋겠다. 종종 해외 유명 광고와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디자인 회사의 잘못이지만, 클라이언트 역시 수준이 높아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 대자본과 고급 인력이 결합해서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질풍기획]을 보면 말도 안 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자기 눈에만 예쁜 못생긴 딸을 광고 모델로 쓰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질풍기획

– 이 인터뷰를 클라이언트가 읽을 수도 있는데. 걱정되지 않나? (웃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잘난 척이나 건방이라면 모든 영업은 그 순간 끝이다. (웃음)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고민해보자는 거다. 혹시라도 내가 회사에 문제가 된다면 그만둬야지. (웃음)

– 디자이너 과잉 공급이 사회적 문젠데. 

무슨 소리. 사람이 없어서 못 뽑는다. 다시 가르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뿐만은 아닐 거다. 학교에서 배운 걸 그대로 활용하는 회사는 없을 거로 생각한다.

– 학교 교육이 문제다? 

일례로 우리 회사에 한 신입으로 들어와서 ‘보드 작업’을 시켰다. 그런데 보드 작업 못 하겠다고 튕겼다.

“‘어, 그래? 그럼 나가.”

학교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게 자세다. 디자이너도 되기 전에 아티스트 흉내를 낸달까.

– 디자이너도 되기 전에 아티스트? 

나는 내 화풍이 없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니까. 그 회사에 가장 적합한 걸 찾아주는 게 내 일이다. 아티스트로서의 욕구를 채울 수 없으니까 그림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다. (웃음) 디자이너는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사람이다. 오영식 대표와 나는 하고 싶은 걸 못한다. 클라이언트를 우선으로 생각해서 작업한다.

사무실 한켠에 있는 기타가 눈길을 끈다.

사무실 한편에 있는 기타가 눈길을 끈다.

–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는 다르다? 

그런데 또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오해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를 분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는 이미 그 분야의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또 디자이너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창성은 기술에 바탕해야 한다. 그런 기초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가면 시행착오가 생긴다.

– 당신은 디자이너인가 아티스트인가.

좋은 디자이너가 되려면 클라이언트를 만족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한 체험, 그리고 그것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라도 성실한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오영식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그럼 월급을 너 자신에게 다시 다 투자해.”

– 끝으로 디자인을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미대 쪽에서 실력 있는 친구들은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아이덴티티)로 가지 않고, IT와 모바일로 간다. 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에는 다 웹으로 갔고, 지금은 그 흐름이 모바일과 IT다.

‘요즘은 이게 잘 나가지? 그럼 나는 이걸 할 거야.’

일이 아니라 조직을 보는 것 같다. (현실의) 꿈대로 살려고만 하면 나머지 것들이 어그러진다. 미리 정해 놓은 목표가 있는 건 좋지만, 그 꿈 때문에 진짜 꿈이 사라진다. 꿈이 있어서 꿈에 다가설 길이 없어지는 모순이 생긴다. 너무 성급하게 시류에 편승해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차재국

공차코리아와 타바론코리아 측의 입장을 확인했다. 공차코리아는 “도용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고, 타바론코리아 박영준 대표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6개월 동안 토탈임팩트와 함께 고민 끝에 내놓은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서 판매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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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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