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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3월 28일 동아일보를 보면 재미난 기사가 하나 있다.

‘대뇌반구’의 수술에 성공. 저능아를 정상회복. 두번이나 개가. 도규계(刀圭界)의 새 화제.
‘대뇌반구’의 수술에 성공 / 저능아를 정상회복 / 두번이나 개가 / 도규계(刀圭界)의 새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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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반구 수술 성공!

위 기사는 “『大腦半球(대뇌반구)』의手術(수술)에成功(성공)”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1958년 7월 25일 한국 최초로 시행된 대뇌의 절반을 제거하는 수술인 ‘대뇌반구적출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다.

초3 지능 가진 23살 전쟁고아

더욱 흥미로운것은 이 뇌수술이 기생충 질환, 특히 폐흡충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23살이었던 환자는 수술을 받기 전까지 반신마비와 만성적인 간질발작, 초등학교 3학년을 겨우 수료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고아가 되었던 그는, 객혈이 지속되어 인천 적십자병원의 결핵연구소에 수용되었는데 치료에도 호전 되지 않아 58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당시 수술을 집도했던 사람은 신경외과 과장 심보성으로, 뇌수술 부분을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세계 최초 뇌폐흡충중 치료

당시 이루어진 대뇌반구적출술은 뇌폐흡충중의 치료로는 세계 최초로 시도했던 것이다. 프라지콴텔 같은 효과적인 약물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이 유일한 완치법이었다. 처음에는 우측 뇌 일부에 보이던 폐흡충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시작해 반구 전체를 적출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머리뼈를 절개하고 들어가자 우측 반구 전체에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 및 기생충 제거를 위해서는 대뇌반구를 절제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

놀라운 수술 예후

수술 후 회복은 의외의 결과를 보였는데, 수술 4개월 후에는 보행이 가능해졌고, 4년 후에는 왼쪽의 운동장애가 호전되고 감각도 돌아왔다. 경련발작도 사라졌고, 장사를 해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지능도 회복되었다.

20년… 서울대병원 최장기 입원 환자 기록

특히 우측 반구를 적출하였으나 오히려 기생충 제거로 기존보다 상태가 더 호전되었다는 것이 의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이 환자는 서울대병원에 20여년간 머물렀다. 1958년에 입원하여 1977년 퇴원하였으니, 20년간 병원에서 생활한 셈인데 서울대학병원에 가장 오래 입원해있던 환자라고 한다.

드라마 같은 실화… 회복한 뒤 전쟁 통에 헤어진 누이를 찾다

훗날에는 지능이나 운동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어 신경외과 및 병동의 잔일을 돕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복해 전쟁통에 헤어졌던 누이를 찾기도 했다.

폐흡층이라는 기생충

민물가재나 참게 등의 중간숙주를 충분히 익히지 않고 먹어 감염되는 폐흡충은 주로 폐에 기생하는 기생충이지만, 뇌나 척수, 피하조직, 복강내, 안구, 생식기, 임파절 등 체내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특히 뇌내 기생충이 가장 흔한 편인데, 뇌막염이나 뇌농양 등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최근에는 프리지콴텔 등의 약물을 이용하여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만성 감염이나 농양이 형성된 경우 등에 있어서는 해당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 요법을 쓰기도 한다.

’50년대 폐흡충에 의한 피해 

1950년대까지 한국은 폐흡충 유병률이 굉장히 높은 국가에 속했다. 전체 인구 중 7.8% 가량이 감염되어 있으며, 50년대 당시 전체 감염자 규모는 150만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감염자 중 26.6% 가량은 뇌폐흡충증을 같이 앓고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해 민물게나 가재를 자주 먹었고, 조리 방식 역시 염장을 해 먹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감염자가 많았던 제주 지역에서는 게를 방아에 찧어 익히지 않고 죽으로 만들어 먹는 풍습도 있었다. 또 아이들이 홍역에 걸리면 가재나 게의 생즙을 짜 먹이는 관습이 있었는데, 홍역의 붉은 발진이 더 잘 돋아나 나을 수 있다는 민간요법의 일환이었다. 이런 이유로 폐흡충 감염률도 매우 높았고, 뇌폐흡충증으로 인한 이차 감염 등의 문제도 많았다.

가장 심각했던 건 결핵으로 오진이 많았다는 점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폐흡충이 당시 같이 유행하던 결핵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61년 진행된 한국결핵협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인구 2500만명 중 1750만명인 인구의 70%가 결핵에 감염되어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결핵의 주 증상인 객혈과 기침이 폐흡충증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고, 흉부 방사선 사진 역시 폐흡충과 폐결핵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간단한 치료 및 흡충 제거로 호전될 수 있었던 환자들이 결핵으로 오진되어 장기간 불필요한 입원치료를 받았던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8년 수술은 참으로 놀라운 사례

기생충 치료를 위해 외과수술 중 가장 침습적인 수술을 이용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뇌반구 전체를 제거했음에도 오히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증상이나 장애들이 거의 사라지고 완치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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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지영, 홍정화, and 김옥주. “1950-60 년대 한국의 뇌폐흡충증과 심보성의 대뇌반구적출술.” 의사학 20.1 (2011): 119-161.[/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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