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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송환 불허’를 토론하다: 사법주권, 사법정의, 사법민주성

이 글은 아동 성착취물 공유 웹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관한 비평입니다. 이미 이 문제를 장철준 단국대 법학대학 교수의 판결비평으로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눈으로’ 이 사건을 다시 바라봅니다.

이 글은 현재 참여연대 느티나무아카데미와 사법감시센터에서 함께 진행하는 ‘내 생애 첫 사법감시 – 판결문 읽기’ 강좌에서 해당 결정문을 시민들과 함께 읽고 나눈 토론을 토대로 수강생 중 한 분이신 국혜수 님께서 작성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는 2020 가을 민주주의학교의 일환으로 ‘내 생애 첫 사법감시: 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이 중 우리가 처음 읽은 결정문에서 대한민국 법원은 미국이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인도청구를 요청한 것을 거부했다. 이 결정문을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다양한 쟁점들이 도출되었는데, 참여자들이 함께 논의한 쟁점들을 살펴보기 전 ‘손정우 사건’에 관해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손정우 사건 개요 

  • 손정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전용 웹사이트(D사이트)를 운영하고 해당 음란물을 업로드하는 행위를 통해 본인 및 아버지의 비트코인 지갑주소(가상계좌)로 돈을 벌었다.
  • 특히 D사이트는 포인트 적립을 위해 회원들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 또는 업로드할 것을 자극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 이러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사이트 운영에 대해 손정우는 2019년 5월 징역 1년 6개월의 형과 몰수 및 추징을 선고받았지만, 솜방망이식 처벌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 한편, 한국의 수사와는 별개로 미국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국제형사사법공조에 참여하며 D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미 처벌을 받았기에, 미국은 손정우가 D사이트에서 번 돈에 대해 자금세탁을 한 죄로 2019년 초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요청을 했다.
  • 미국의 범죄인 인도청구 요청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은 2020년 7월 손정우의 미국 송환 거부 결정을 내렸다.
외신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로 평가된 손정우는 한국법원으로부터는 무려 1년 6월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손정우는 한국법원으로부터는 ‘겨우’ 1년 6월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그리고 이런 송망방이 처벌에 시민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참고로 어제(2020년 11월 26일) ‘N번방’ 조주빈은 1심에서 40년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송환 거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단지 손정우가 한국인이기 때문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중대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결정문에서는 네트워크 기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를 발본색원하여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서 손정우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논리에 따라 송환 거부 결정에 다다른다. 송환 거부 결정을 뉴스에서만 접했을 때는 그 사실에 대해 분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결정문을 직접 읽어가면서 관련 쟁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환 불허’의 쟁점들 

1. 송환이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가? 

이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범죄인 인도가 사법주권을 침해하지 않는가?

손정우 사건과 관련된 우리의 분노에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범죄에 대해 충분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송환이라는 사안 자체만을 봤을 때 송환하는 것이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참여자는 혹시 자국민이 자국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인도를 하는 게 우리나라 사법부의 ‘무능함’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는지, 사법부의 ‘자존심’이 달린 일인지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 질문은 비교적 큰 쟁점은 아니었다. 이전에는 국가 간 사법주권이 중요하게 강조되기도 했지만, 특히 손정우 인도 송환 거부 결정과 관련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전 세계적으로 인도주의에 반하는 범죄로 보편성이 인정되며, 특히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 국가만의 문제라고도 보기 어렵다. 이 사안과 관련해서 국제형사사법공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범죄에 대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할 때는 주권의 개념이 약해진다. 실제로 결정문에서도 형사사법 관할 분할권을 언급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 법원은 국제적 아동성착취 사건의 규모를 '국내 사건'으로 축소시켰다.

한국 법원은 국제적 아동성착취 사건의 규모를 ‘국내 사건’으로 축소시켰다.

2. 송환 불허는 사법정의에 부합하는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손정우가 송환되지 않는 것인가? 네트워크 기반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처벌에 대한 사법정의는 무엇인가?

인도 송환 거부 결정의 핵심 논리는 D사이트를 이용한 ‘소비자’에 대한 발본색원적인 수사를 위해 손정우가 한국에 남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법원이 이러한 논리에 따라 인도 송환 거부 결정을 내린 것이 검찰에 대한 법원의 명령으로 여겨지는가?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법원은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검찰에 명령할 수 없다. 또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법정 모욕죄라는 명목 자체가 없다. 따라서 법원 판결에서 ‘소비자’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지만, 검찰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이에 대해 제재가 가해질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인도 송환 결정 거부가 절대적 사유도 아닌, 판사의 재량인데 단지 ‘소비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리라는 가능성으로 자금세탁이라는 사실관계에 대한 송환 거부 결정을 한 것이 빈약한 근거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특이한 점은 인도 송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판결이었지만, 미국이 송환을 요청한 항목인 자금세탁에 대해서만 판단하고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근절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며 이를 위해 송환 거부를 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인도 송환 여부 결정과 뗄 수 없는 포괄적인 사안들을 파악하려는 판사의 접근방식은 타당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송환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정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이미 손정우가 충분한 처벌을 받았고, 사법부가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리라는 사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뒷받침될 때 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결국 손정우의 범죄 목적은 '돈'이었다.

결국 손정우의 범죄 목적은 ‘돈’이었다. 그러므로 손정우의 범죄행위인 사이트 운영과 ‘자금세탁 혐의’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또한 역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사법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손정우를 송환했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이미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해 처벌을 받았다 하더라도, 아직 처벌을 받지 않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사이트 운영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금세탁 혐의다. 온라인으로 통해 이루어지는 불법활동이 외국에 송환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네트워크 기반 범죄에 경종을 울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국내에서 D사이트의 ‘소비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을 믿기보다 손정우를 미국에 송환하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결정문에서 근거로 삼고 있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사법정의를 더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덧붙여 말하면, 결정문에서는 D사이트 회원들을 ‘소비자’라고 지칭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 또는 유포에 대한 공범이다. 이미 손정우를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했기에, 이에 대해 분노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이러한 공범인 ‘소비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비자’ 처벌에 대해 목소리를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현재로서 우리가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3. 사법민주성, 국민의 마음과 동떨어진 결정 

법과 판결 자체가 사법정의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어긋나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참여자들 모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중죄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었지만, 법이나 형량이 사법정의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어긋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처벌 자체가 미약하고, 두 번째는 범죄인인도법에 의거해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대중의 정서와 달랐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안인 손정우 인도 송환 거부 결정에 대해 ‘비동의’를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택한 이들은 현재 정해진 법규의 형량이 우리의 기대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충돌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와 법에 따라서 내린 결정이라면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에 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기반은 여론에 따라 법이 집행되는 것이 아닌, 정해진 법규에 의거하여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현재 법과 제도가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에 맞게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판결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 법이라는 것이 답이 정해져 있는 체계라기보다는 판사의 재량이 작용되는 측면들이 많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판결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나타나며, 법에 의거한 판단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정도의 불안정성이 내재한다. 그런 점에서 손정우 인도 송환 거부 결정을 내린 판사들의 기본 논리는 국가중심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된다. 이러한 해석이 반영되었다면 과연 보편적으로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범죄를 우리나라에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가장 타당할까에 대한 쟁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손정우 사건에 대한 분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관련 범죄에 대해 지극히 약한 처벌을 받았다는 데 있다. 손정우의 불법적 행동은 해당 범죄가 법 체계의 틈으로 처벌을 면한 긴 역사의 누적된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성을 고려할 때 손정우 사건으로 인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해당 수업을 수강한 이들 모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유포는 중죄이며, 현재 이를 처벌하는 한국의 법이 약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과연 아동들을 제대로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 걸까?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과연 아동과 청소년을 제대로 지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 걸까? 손정우 사건을 통해 시민의 관심이 환기된 점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아동과 청소년을 이용한 중대 범죄자를 처벌하는 한국의 법체계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손정우 사건 이후로 네트워크형 성범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더 무거운  형벌을 선고받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은 결코 영구불변 고정된 것이 아닌, 사회 맥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해감이 나타난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판결이 무조건 나쁘지도 않고, 판결이 무조건 국민 정서를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법의 민주성이라는 측면에서 수많은 이들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한 한국 법의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관련 법규를 사회 맥락에 맞춰 정비하는 것에 대한 시민과 전문가들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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