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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고객 개인정보 ‘매매’ 사건. 한 번 더 복습하자. 사안은 아주 단순하다.

홈플러스는 2011년에서 2014년 사이에 수집한 약 2,400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를 7개 보험회사에 팔아 약 232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2015년 2월 홈플러스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홈플러스 개인정보 판매 혐의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홈플러스는 고객 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 약 232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기소했고, 공정위는 검찰 기소로 사회문제화한 홈플러스 고객 개인정보 매매행위에 대해 약 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6월 초 매물로 나왔다. 지분 100%의 평가액은 7조 원을 호가한다.
홈플러스가 법을 위반해 번 돈은 4년간 약 232억 원인데, 2015년 4월 27일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이었다.

나는 해당 사건 기사를 쓰면서 “당신이 홈플러스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라면 이렇게 남는 장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

내가 홈플러스라도 고객 정보 계속 팔아먹겠다. 공정위마저 솜방망이로 처벌하는 시늉만 하는데 그만둘 이유가 없지 않나. 수억 원도 수십억 원도 아닌 수백억 원이다. 이렇게 남는 장사를 그만두면 그건 ‘비합리적인’ 인간이다. 달리 표현하면, ‘비경제적’ 인간이다. 쉽게 말해, 바보다.  공정위는 홈플러스의 고객 개인정보 매매행위를 과징금으로 ‘벌’한 것이 아니라, 솜방망이 과징금으로 ‘장려’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를 멈출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다. 그리고 그 법원의 판결이 최근에 있었다. 우선 결론을 말하면, “홈플러스 무죄.”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으로는 죄가 맞는데, 법으로는 죄가 아니란다. 2015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도성환(61) 전 홈플러스 사장과 홈플러스 주식회사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2015년 1월 11일). 홈플러스 개인정보 매매 사건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담당할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에게 이번 홈플러스 판결의 의미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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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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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판결은 형사 1심이다. 판결 개요와 쟁점과 개요를 설명해달라. 

1심 재판부는 홈플러스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적 쟁점은 세 가지다.

1. 홈플러스의 ‘고지’ 의무

쟁점: 홈플러스는 소비자에게 경품 이벤트 등을 벌이고, 개인정보를 수집하면서 그 정보를 매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했는가.

  • 우리는 홈플러스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재판부는 ‘소비자의 인지’와 상관없이 고지한 것으로 봤다.

2. 소비자의 ‘인지’ 문제 – 1mm 그것이 문제로다 

쟁점: 홈플러스가 ‘개인정보 매매’를 고지했다고 하더라도, 그 주요 내용을 담은 글자 크기가 (검찰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1mm”다. 이런 작은 글자로 적힌 내용을 소비자가 제대로 인지(인식)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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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발표한 검찰 보도자료 중 일부
  • 우리는 사실상 가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봤다.
  • 재판부는, 작게 적어진 것은 맞지만, 복권이나 응모권도 글자 크기가 작은 건 마찬가지고, 온라인에서는 확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독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피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1mm 항의 서한 (제공: 경실련)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피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1mm 항의 서한 (제공: 경실련)

3. 개인정보 처리 위탁 허용의 범위 문제

쟁점: 홈플러스는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마케팅에 활용할 정보를 선별하기 위해서 이를 보험회사에 넘겼다. 이것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한 행위인가.

  • 우리는 당연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행위로 봤다.
  • 재판부는 이 행위를 통해서 개인정보를 넘긴 행위를 통해 이익을 챙긴 주체가 홈플러스이기 때문에 제3자(보험회사)에 개인정보를 넘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 이번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개인정보의 업체간 거래다. 이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목적 범위 내의 최소한 이용’ 원칙을 어겼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개인정보법상의 원칙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만약에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이 판결의 오류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개인 정보 침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다.

– 홈플러스가 고객정보를 매매해서 취득한 이익은 환수되지 않는 건가.

고객 정보를 팔아먹어서 챙긴 200억여 원은 그대로 홈플러스의 이익으로 남는다.

– 즉, 고객정보 팔아먹은 이익이 부당이익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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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이전에 상식으로 생각해도 고객 개인정보로 장사해서 이익을 챙긴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참담하다.

– 이번 판결을 개인정보 매매 측면에서 평가하면.

개인정보는 원칙적으로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이번 판결로 인해 개인정보의 매매가 정당화되어 버렸다.

– 이번 판결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무시한 비상식적인 판결.

– 활동가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소감을 밝힌다면.

기업과 소비자는 서로 상생해야 하는데, 이제는 노골적으로 기업의 편에서 모든 판이 짜지고, 그들만의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화난다.

– 이번 판결은 예외적인 판결이라고 보나. 아니면 최근 법원의 판례 경향을 반영한다고 보나.

최근 판례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 개인정보 유출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미 개인정보는 유출되어버렸다는 자포자기랄까, ‘어차피 다 유출된 건데’, ‘어차피 대한민국 개인정보는 공유잰데’ 이런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항소심은 또 다른 재판이 시작되는 것이라서 관련 소비자들의 의견을 모아서 법원에 의견을 제시할 생각이다. 더불어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민사 재판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 끝으로 독자들, 소비자들에게 한마디.

재판부가 비상식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우리가 당한 피해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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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m”의 상식과 정의 

홈플러스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1mm” 글씨도 잘 보인다고 한다. 이 글씨가 잘 안 보이는 이들에게는 친절하게 온라인 경품 약관이니 디지털 문명의 특성을 잘 살려서 ‘확대’해서 보면 그만이란다.

정의 상식 법원

‘법 이전에 상식’이라는 말을 우리는 종종 한다.

1mm 글씨도 잘 읽어내는 ‘밝은 눈’을 가진 대한민국 법원이 살펴야 하는 건 법 형식적 논리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가 마땅히 지켜내야 하는 ‘상식’이다. 그 상식을 끝내 읽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작아서 보이지 않으면 ‘확대해서 보라’는 훈계를 고집한다면, 그리고 그런 재판부를 시민사회가 당당하게 비판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상식과 정의는 1mm도 전진할 수 없다. 우리의 시계는 몰상식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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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2일 홈플러스 형사재판 2심 선고 역시 홈플러스, 보험사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참고 기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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