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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계의 생존 전략: 미 군정에서 2010년 이후 행동 그룹까지

2015년 6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 대법원은 대법관 5:4로 동성 결혼에 합헌 결정했고, 이로써 미국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이는 세계적 추세라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성끼리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나라가 존재합니다.

멀리 갈 것 없습니다. 지난 2014년 12월 서울시민인권헌장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이라는 문구를 헌장에 넣었고, 이를 통과시켰지만, 결국 서울시는 이를 선포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선포를 거부했습니다.

여전히 동성애에 대해 “전 아무튼 반대”라고 이야기합니다. “동성애 마귀”라는 증오와 혐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울려 퍼집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직 동성애를 ‘인권의 항목’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미국의 동성 결혼 합헌 결정에 즈음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글로컬포인트의 기고를 특별연재합니다. (편집자)

  1. 서울시청 무지개 농성을 통해 만난 혐오와 사랑
  2. 성적 수치심과 혐오의 프로파간다: 증오로 성장한 개신교 우파
  3. 보수 개신교계의 생존 전략: 미 군정에서 2010년 이후 행동 그룹까지 (상) 
  4. 보수 개신교계의 생존 전략: 동성애와 진보를 사회악으로 만들기 (하)

장면 1. 성평등이 신마르크스주의? 

2015년 3월 6일, “헌재가 인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매매 합법화의 근거이기도 하다”라는 제목 아래, 의견을 담은 전면광고가 동아일보에 게재되었다. 이 광고에서 서술하고 있는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시킨 헌법재판소가 유럽의 신마르크스주의는 인정하는가?”라는 부제를 주목해볼 만하다. 이들은 이 광고에서 [성정치]를 쓴 빌헬름 라이히를 언급하며 ‘성해방’, ‘성정치’, ‘성평등’이 유럽 마르크스주의의 소산이라고 주장한다.

근래에 보수-개신교 계열의 성소수자 혐오세력(이후 ‘혐오세력’으로 표기)으로 가장 앞에 나서서 프로파간다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블로그에서는 이런 맥락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이들의 의견광고가 과거 동성애 관련 내용에 집중되어 있던 데 반해, 최근에는 이주민 관련법이나 다른 성 윤리에 관한 내용으로 확장되고 있는 경향을 주목한다.

동아일보 광고

장면 2. 홍혜선, 자위행위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 

2014년 대한민국 개신교 신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화제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홍혜선 전도사다. 그녀는 수많은 교회의 초청을 받아 설교 강연을 다니며 자신이 보았다는 천국과 지옥을 묘사하면서 2014년 12월 14일에 한국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제2 롯데월드 지하를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 이미 엄청나게 많은 땅굴이 있고, 청와대와 종로가 제일 먼저 공격을 당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은 수많은 이를 태국 등지로 피난 가게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또 한 가지 유명한 강연 영상이 있다. ‘자위 행위 회개하라’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홍혜선 강연 동영상 중 캡처 (재인용 출처: [홍혜선 전도사 서울 마지막 집회] 자위행위 회개하라)  https://www.youtube.com/watch?v=jQTuV95IyWM

홍혜선 강연 동영상 중 캡처 (재인용 출처: [홍혜선 전도사 서울 마지막 집회] 자위행위 회개하라)

홍혜선은 ‘여성은 낙태해서 지옥에 가고, 남성은 자위행위로 지옥에 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설교한다. 자위나 체외수정 등으로 생명인 정자를 함부로 버리게 하는 남자의 죄는 여성이 남성의 욕구를 받아주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 이 설교의 주요 맥락이다. 여기에 더해 성적 상징으로 가득찬 지옥에서의 형벌 묘사와 성경 구절 인용을 들으며 청중은 “아멘”을 읊조린다.

홍혜선 전도사의 전쟁 예언으로 교인들 사이에 혼돈이 발생하고 일부는 피난을 가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그녀를 이단 내지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취급하며 선 긋기에 바빴지만, 사실 결정적인 아이러니는 그녀의 설교 내용이 이미 기존 보수 개신교 교회에서의 설교 내용과 맥락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나 빨갱이, 공산주의자를 ‘사탄’, ‘마귀’로 묘사한다거나 ‘언제 북한이 쳐들어올지 모른다’, ‘미군이 떠나면 한반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와 불안을 조장하며 이를 선교와 교세 확장의 기반으로 삼았던 보수 개신교의 논리, 한국 사회의 이성애 중심주의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순결운동과 성 윤리 운동을 했던 논리들이 그녀의 설교 안에 다 녹아들어가 있다.

장면 3. “대한민국은 대사님을 사랑합니다” 

2015년 3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 신도들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리퍼트 대사님 힘내세요”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부채춤을 추고 엄마부대봉사단 회원들은 신촌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입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의 쾌차를 기원하는 피켓과 꽃다발을 들고 그를 응원했다.

그런데 부채춤을 추고 난타 공연을 하는 이들의 복장이 익숙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이 지난 2014년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반대하러 나와서 광화문에서 한복을 입고 춤 추던 이들과 같은 소속이었던 것이다. 물론, 엄마부대 봉사단이야 말할 것도 없다.

보수 개신교, 왜? 무엇을 위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근래 5년여간 눈에 띄게 활발해진 보수 개신교 조직의 공격적인 선전 활동과 행동이 도대체 어떤 동기에서 시작했고, 또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초기에는 그저 일부 극단적인 개신교 신자들의 행위로만 보고 그들의 비상식적인 논리와 막말을 비웃을 뿐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들의 혐오 선전과 행동은 더욱 극단적인 방식으로 치닫고, 극우 보수 단체들과 보수 개신교 조직들의 연대와 연합 또한 점점 긴밀해진다.

이들의 동기와 목적, 관계망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 자료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다음 몇 가지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1. 기독교 근본주의 

하나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 분석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시작된 종교적 입장과 신도들의 감정적 동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로 대표되는 동성애와 성적 타락으로 인한 멸망의 두려움이 교회와 신도를 적극적으로 길 위에 나서도록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부여한다. 따라서 성경을 다르게 해석하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논쟁하면서, 종교적 두려움과 사명감을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  vs. 보수 개신교 가치 충돌 

두 번째는 근래의 사회적 변화로 인한 가치관과 문화가 보수 개신교계의 윤리적 가치관과 충돌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진전된 동성결혼 합법화, 동성 파트너십의 제도적 인정 추세는 보수적 가족가치와 저출산·고령화 시대 위기 담론과 맞물리며 보수 개신교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3. 한국 개신교의 위기 대응 – 희생양 만들기

세 번째는 한국 개신교의 위기 대응 차원에서 그 동기를 분석하는 것이다. 90년대 이후 대형 교회들의 비리와 세습, 목사들의 성추행 등 사회적 범죄 행각이 드러나고, 교회의 확장과 난립, 무리한 선교활동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교회와 사회적 위기의 원인을 돌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 개신교는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사회의 윤리와 질서를 지키고 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제하는 담지자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 불안을 이용한다. 극심한 경쟁과 양극화, 파편화된 관계, 아무리 갚아도 쌓이는 빚과 불안정한 고용, 치솟는 물가, 전 세계적 경제 불황과 전쟁 소식. 이 모든 것에 둘러싸여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박탈감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근래에 새로운 시민 사회의 주체로 등장한 이들을 향해 혐오의 화살을 돌리도록 함으로써 보수-개신교가 차지해 온 기득권과 가부장적 기반을 유지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수 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혐오세력을 한 가지의 원인만 분석해서는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 모든 것이 한 데 뒤섞여 다양한 동기로 작동하고 있고, 심지어 교단이나 세력 지형 등에 따라 각기 복잡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주의해서 보아야 한다.

‘정치적 존재’로서의 한국 보수 개신교

그러나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한국의 보수 개신교가 단지 종교적이거나 문화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한가운데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정치적 존재라는 점이다.

한국의 개신교 복음주의 보수 세력은 일제시대와 미 군정기, 이승만 정부수립, 한국전쟁과 근대화 등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존재다. 무엇보다 이들은 학교, 사회복지, 의료재단 등을 운영하거나 위탁운영 등을 맡으면서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그러면서 윤리를 단속하고, 사회적, 성적 규범을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이들이 그간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와 변화 속에서 실질적으로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현재 이들이 행하고 있는 혐오의 바탕에 있는 맥락을 알 수 있고, 향후에 어떤 정치·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어떻게 방향을 잡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보수 개신교의 이러한 위치와 성격을 한국의 성 체계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적 성 장치’로 여기고 분석해 보고자 한다.

이데올로기적 성 장치

‘이데올로기적 성 장치’라는 개념은, 고정갑희가 루이 알튀세르(사진)의 국가장치 개념에서 가져온 것이다. 고정갑희는 자신의 저서 [성이론]에서 성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 규정으로 ‘가부장체제’를 제시하고, 이를 이론화하기 위해 먼저 성 체계의 이론화를 시도한다.

고정갑희의 이론에 따르면 ‘성 체계’는 체제를 유지하는 토대인 ‘성관계’, 성관계를 유지하는 노동으로서의 ‘성노동’, 그리고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물질적/이데올로기적 장치인 ‘성 장치’로 구성된다.(고정갑희, [성이론], 도서출판 여이연, 2011.)

성이론 | 고정갑희 | 여이연 | 2011.12.07

성이론 | 고정갑희 | 여이연 | 2011.12.07

여기서 ‘성’은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관계’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인간생산, 쾌락생산, 상품생산 등에 걸친 성적 생산관계와 성적 권력관계, 성적 계급관계로 구성되고, ‘성 노동’은 이러한 생산과 관계, 계급을 유지하는 노동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성 장치’는 성적 위계와 억압의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성 장치는 여성/남성과 다양한 성적 주체들을 생산, 재생산하는데 동원되며, 체제의 국면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신체, 서사, 시장, 국가, 가족, 교육, 종교, 미디어 등이 있다. 

한국 보수 개신교의 역사와 생존 전략 

이 글은 체제 유지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적 토대로 작동하는 ‘종교’, 특히 한국의 보수 개신교에 관해 주목하려고 한다.

1. 미 군정기와 이승만 정부 – 특혜적 기반과 정체성 형성기

한국개신교는 해방 이후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압축적으로 성장 기반을 다졌다. 미국은 소련과 사회주의 세력을 견제하고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다질 필요가 있었고, 이승만 정부는 해방 이후의 혼란한 정국에서 자신의 취약한 정통성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엄청난 후원과 특혜를 받았다.

일제에 탄압을 받고 해방 정국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 계열과 싸우며 남쪽으로 내려온 개신교인들은 미 군정과 이승만 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최적의 종교집단이었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 개신교 지도자들은 소련을 세계적화 야욕을 지닌 ‘제국주의 세력’으로, 남북한 공산주의자들을 소련 제국주의의 하수인인 ‘반민족세력’으로 낙인찍고, 자신들을 이들에 대항하는 ‘민족진영’ 혹은 ‘자유진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과 기반을 확보해갔다. (강인철, 2005)

개신교

해방 이후 미 군정은 한국에서 활동해 온 미국 선교사들을 주요 공직에 발탁하면서 이들과 친분이 있는 한국인 개신교 신자들을 대대적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일본이 소유했던 재산을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압도적인 특혜를 받아 일본 종교 단체들이 남기고 간 자리에 100개가 넘는 개신교 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다. 한경직 목사가 세운 영락교회도 서울에서 가장 큰 천리교 포교당 자리를 넘겨받아 이때 세워진 것이다.

한편, 이승만은 제헌의회를 기도로 시작하고, 한국기독교연합회(KNCC)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첫 제헌의회 선거일을 월요일로 연기했으며, 국영방송에서 선교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첫 민간방송으로 기독교 방송 CBS를 인가했다. 군목, 형목, 경목 제도를 도입해 군대와 형무소, 경찰에서 선교 사업을 할 수 있는 특혜를 주었고,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했다.

또한, 개신교는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교육 정책과 행정에 밀접하게 참여하면서 수많은 교육기관을 운영했으며, 해외 원조 배분권을 쥐고 사회복지 분야를 장악했다. (백중현, 2014) 결국, 현재까지도 한국 보수 개신교계가 군대와 경찰, 정치권, 언론, 의료, 사회복지, 교육기관 등 정치·사회 영역 전반에서 특권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대부분 이 당시에 형성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기독교인 통치자 이승만, 그는 광복한 나라를 '예수회 나라'로 만들고자 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기독교인 통치자 이승만, 그는 광복한 나라를 ‘예수교 나라’로 세우고자 했다. (출처 미상)

무엇보다 이 시기 특혜로 다져진 바탕이 곧 현재 한국 보수 개신교의 중요한 이데올로기 토대이자 자기 정체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예수교 나라’로 세우고자 했으며 제헌의회는 목사의 기도로 시작되었다. 해방 이후 개신교가 공산세력과 싸우면서 동시에 중요한 정치·사회 각 분야에서 건국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일련의 역사 인식은, 이 모든 역사적 과정이 ‘하나님이 선택하신 민족’이기에 가능했다는 ‘선민의식’의 토대가 된다.

현재 성소수자 및 사회적 소수자 혐오를 조직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행사하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 개신교 단체인 ‘선민네트워크’의 홈페이지 단체소개는 이렇게 시작한다.

“선택된 민족! 선진민족! 선한민족! 기도 위에 세워진 나라 대한민국을 축복하소서!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제1차 회의는 당시 임시의장이었던 이승만 박사가 의원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개회사로 시작되었다……(후략)”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선민의식이, 보수 개신교의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한국사회가 움직여야 하며, 따라서 그들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리고 신도들에게 이런 사명감을 부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이는 ‘주권운동’ 혹은 ‘신사도 운동’ 계열의 개신교 집단들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한편 이 시기에 한국 개신교는 공창 폐지와 첩을 둔 자의 공무원 자격 제한, 음주 및 흡연 제한, 아편 제한 등을 요구하고 이를 미신타파 운동과 함께 ‘신생활운동’으로서 전개했다. (강인철, 2009) 낙인과 배제를 통해 자신의 기반을 다진 이 시도는, 사회 윤리의 담지자이자 통제자 역할을 스스로 맡은 이들이 만든  ‘이데올로기적 성 장치’로서의 초기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2. 박정희 정부 – 친미와 반공반북, 근대화 상징의 성 윤리 단속

박정희 시대 보수 개신교는 이전 시대에 형성된 물적, 정치·사회적 기반과 반공, 건국 선민사상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군사 독재 정권에 부응하는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박정희 정권은 초기에는 4.19 혁명 등 이승만 정권과 개신교에 대한 적대감을 의식해 미션스쿨 종교교육을 규제하고, 일요일 국가행사를 부활시키는 등 개신교를 규제했다.

박정희

하지만 다시 정권의 필요성을 위해 보수 개신교계의 영향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치적 정당성이 취약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수 개신교는 반공과 반북, 친미의 적극적인 대표자로서 이 필요성에 충실히 기여했다. 한국기독교협의회는 5.16 쿠테타 직후 다음과 같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금번 5.16 군사혁명은 조국을 공산 침략에서 구출하고 부정과 부패로 기울어가는 조국을 재건하기 위한 부득이한 처사였다.”

그뿐만 아니라, 10월 유신과 긴급조치 발령으로 민주인사들이 탄압을 받던 시기에, 구국 기도회 등을 열어 사회 분위기를 반공으로 몰아갔으며, 베트남 파병도 적극 지지했다. 한경직, 김장환 목사는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민간 사절로서 미국에서 순회 강연과 방송 출연 등에 나서기도 했다. 베트남 파병, 3선 개헌 지지, 주한미군 철수 반대 등에 반공을 근거로 내세우며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던 박정희 정권은 이러한 개신교의 반공 관련 활동을 적극적인 체제 유지의 도구로 활용했다. (백중현, 앞의 책)

특히, 베트남 파병 이후 창설되었다는 ‘구국십자군’은 이 당시 보수 개신교가 어느 정도까지 종교적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을 뒷받침해 주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한구국선교단 십자군 충남 1군단 창군식을 전한 경향신문 보도의 일부(1976년 4월 23일 자) ⓒ 경향신문

대한구국선교단 십자군 충남 1군단 창군식 (1976년 4월 23일 자, ⓒ 경향신문)

멸공대, 기동대, 전도대 등의 구성, 발대식에서 ‘순교적 신앙으로 총궐기하여 기독교의 선과 미로써 조국의 성업에 총 매진할 것을 다짐’했다는 사실 등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보수 개신교의 강력한 반공/반북, 친미/애국 사명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서북청년단 재건위’ 등에 나서는 보수 개신교 인물들 역시 이와 같은 박정희 시대 보수 개신교의 영향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시기 보수 개신교는 ‘새마을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갔다. 새마을 운동을 기독교적 가치로 내면화하기 위해 청교도주의와 근면 이데올로기가 그 바탕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다.

청와대 교회

조용기 목사는 박정희와 만난 자리에서 “새마음 운동을 벌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로써 새마음 운동은 새마을 운동의 탄생에 기여하게 된다.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자는 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이다. 시골 마을마다 교회가 없는 곳이 없다. 교회가 새마음 운동의 중심이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순복음교회는 급격하게 성장한다. 1963년에는 재적 교인이 3천 명을 넘어섰고, 1973년에는 1만8천 명을 돌파했으며, 1972년부터 1981년까지 평균 9.3% 성장했다. 이 시기에 조용기 목사의 유명한 ‘3박자 구원론’도 나왔다. 신앙생활을 잘하면 물질도 생기고 건강도 얻는다는 것이 3박자 구원론이었다.

또한, 소리 지르고 울고 나뒹구는 영적 체험은, 혹독한 시기를 견뎌야 했던 도시 영세민들에게 체제로부터 비롯된 고통을 종교적 체험으로 해소하면서, 동시에 신앙과 근대화에서의 자기 역할에 충실히 임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백중현, 앞의 책, 정연복, 2013)

잘 알고 있다시피, 이 시기는 정부 주도의 압축적인 근대화와 함께 가족계획 정책, 성 윤리 단속으로 대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1975년 12월 18일 자 경향신문은 ‘모자의 불행을 사전에 막는 것이라면 권장할 수 있다’고 응답한 개신교인이 70%에 달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가족계획사업이 국가정책으로 결정되었을 때 가톨릭은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에 반해 개신교는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

가족계획

이는 미국 교회와 당시 미국 교회가 주도하고 있던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들은 1950년대부터 인구제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토의하면서 ‘자의적 가족계획과 책임적 부모의 원칙’을 내세우거나 가족계획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다. 1960년대부터 WCC에 제3세계 교회들이 정식으로 참여가 늘어났다. 그러자 WCC에서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이들을 방어하고, 제3세계 국가들의 물질적인 부의 창조를 위해 인구조절 계획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제시된 것이다.

한국 개신교는 이들로부터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특히 당시에 공산주의 세력을 ‘사탄’, ‘적그리스도’와 동일시하던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북한의 공산주의 세력과 일본의 경제 정책 사이의 위기에서 한국을 하루빨리 살기 좋은 금수강산으로 만들어 하나님의 온전한 진리와 자유를 원수들에게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의 최대 목표는 남한사회에 경제적인 부를 앞당기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가족계획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이를 수용한 이유였다. (윤정란, 2008.6)

가족계획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 보수 개신교는 근대화 시기 가족계획과 근대적 가족가치 모델을 종교적 가치로 내면화했다. 그리고 ‘근로하는 아버지’와 ‘알뜰한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한 근대 가부장제의 가족상을 교회 규범이자 사회적 규범으로 확립하는 데에 역할을 하게 되었다.

3.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 보수 개신교의 위기감

그런데 이렇게 다져온 한국 보수 개신교의 기반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크게 타격을 받았다는 위기감이 현재 한국 보수 개신교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 정서다.

우선 햇볕정책을 강조하는 김대중 정부의 등장으로 친미와 반공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보수 개신교의 기반부터가 대중적으로 설 자리를 잃었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에서 연이어 교회와 목사의 비리 사건이 보도되고, 대형교회의 세습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보수 개신교계는 이를 ‘친북 좌파 정권의 개신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조갑제(사진)가 보수 우파 단체들과 보수 개신교계를 잇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에 ‘조갑제닷컴’에 ‘전 인구의 약 30퍼센트나 되는 잘 조직된 거대한 반공보루’로서 개신교를 언급하고, 이후 2년간 [월간조선]을 통해 조용기, 김장환, 옥한흠, 김진홍, 길자연 등 대형교회 목사들을 인터뷰하는 등 보수 개신교와의 연대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직접 방문하여 ‘한국 교회가 반김대중, 반공산주의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2001년 7월 한 달 동안 ‘기독교의 궐기:카인의 후예, 사탄의 제자 타도’‘하나님의 자리를 찬탈하려고 했던 김일성-김정일’, ‘기독교 뿌리에서 나온 이승만과 김일성의 차이’ 등을 게재하면서 적극적으로 보수 개신교계에서 이런 역할을 맡도록 선동했다. (백중현, 앞의 책)

이에 부응해 보수 개신교계는 수차례의 친미, 반공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의 국면을 맞으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계는 본격적으로 광장에서 연일 대규모 집회를 열기에 이른다.

한기총이 주최한 '사립학교법 재개정 특별기도회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077684.html

한기총이 주최한 ‘사립학교법 재개정 특별기도회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은 수많은 학교법인을 쥐고 있었던 보수 개신교 기반을 흔드는 최대의 적으로 여겨졌다. 목사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해 삭발 투쟁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으며 의원 낙선운동까지 벌였다. 그리고 바로 이때, 적극적으로 이들과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에 나섰던 박근혜가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는 배경이 되었다.

정치인 박근혜를 거리로 나오게 한 유일한 이슈, 사립학교법

정치인 박근혜를 거리로 나오게 한 유일한 이슈, 사립학교법

이때 형성된 네트워크와 정치적 경험이, 이후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비롯한 각종 보수 네트워크에 보수 개신교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주도하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이는 민주당 계열에 대한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세력이 되어, 이명박, 박근혜 등 뉴라이트, 보수 정권을 세우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지원 세력으로 기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권의 제도화 정책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좌파적 음모’를 가지고 시작된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평등권이나 인권 보장과 관련된 법·제도를 이들 정부 당시에 유입된 ‘특혜 정책’으로 규정짓는 선동 방식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형성되었다.

현재 보수 개신교계에서 선동하고 있는 논리 대부분과 교회 위기 대응, 사회적 소수자를 종북이나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집단으로 낙인찍고 혐오를 조장하는 주장들은, 모두 이 당시에 형성된 보수 개신교 세력의 활동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의 ‘차별금지법’ 제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 반 동성애 운동을 본격화하는 결정적인 불씨가 되었다.

4. 한기총과 뉴라이트전국연합 그리고 이명박 정부 이후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투쟁을 벌이면서 한국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뉴라이트 단체와 연합을 강화하면서 ‘뉴라이트 네트워크’, ‘한국기독교개혁운동’, ‘기독교 뉴라이트’, ‘기독교사회책임’ 등 보수 단체들을 연이어 결성하였고, 특히 한기총은 그 핵심이었다.

"국민화합.독도수호.경제발전.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한기총 주최의 특별기도회 (2008년 8월 5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217924.html

“국민화합.독도수호.경제발전.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한기총 주최의 특별기도회 (2008년 8월 5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그뿐만 아니라, 이후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박영모,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추부길 등 개신교 목사들은 뉴라이트를 장악하면서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정상호,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3호)

재밌는 점은 미국에서도 기독교 우파가 뉴라이트에 적극적으로 연합하게 된 계기가 카터 행정부의 사립학교 면세제도 폐지였다는 점이다. 결국, 사립학교가 기독교 재단들의 재정적,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의 핵심 기반인 현실에서, 미국과 한국의 자유주의 정부들이 이를 건드린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던 셈이다.

미국 기독교 우파는 사회의 성적 타락을 명분으로 학교에서 성교육 대신 채플 수업을 통한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피임, 낙태, 동성애 등을 적대시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보수 기독교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학교 내 종교의 자유, 임신출산과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등에 동성애 공포 조장으로 맞섰다. 더불어 전교조를 한국 교육의 절대적인 적으로 규정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맥락에서 보면 기독교계 사립학교 재단에 대한 위협을 막아내기 위한 흐름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전국연합 발기인 대회 모습 (2005년 6월 30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025982.html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전국연합 발기인 대회 모습 (2005년 6월 30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한기총이 김진홍 목사를 내세워 뉴라이트전국연합에 적극적으로 결합했고, 이명박 정부의 당선에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내분 과정에서 유출된 자료에 의하면 2006년 3월부터 2007년 7월까지 출처가 모호한 거액 후원금이 31차례에 걸쳐 8억 2천여만 원이 입금되었는데 이 중 김진홍 목사가 있는 두레교회 명의로 입금된 것이 3억 8천만 원가량이었다. (정상호, 앞의 글)

김대중 정부 당시 비리 문제로 수세에 몰렸던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등은 대놓고 이명박 후보의 선거활동에 나섰다. (백중현, 앞의 책)

“다시는 좌파 정권이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로 후보를 마귀의 참소, 테러의 위협에서 지켜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이렇게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보수 개신교는 이후 정치권과 연계된 안팎의 네트워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이어진 보수 개신교계 코드 인사는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서 매번 심각한 논란을 겪으면서까지 보수 개신교계 인사들을 앉히게 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정권 실세들. 왼쪽부터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2008년 11월 7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228585.html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당시 정권 실세들. 왼쪽부터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2008년 11월 7일,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박근혜 정부는 후보 캠프 시절부터 중앙선거대책위원장과 부위원장, 대변인 등이 모두 개신교 인사로 채워지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핵심 실장과 수석도 개신교 인사가 맡는 등 보수 개신교 네트워크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백중현, 앞의 책)

박근혜 "뉴라이트 운동과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032284.html

박근혜 “뉴라이트 운동과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현재 교육부총리를 맡은 황우여를 비롯하여 다수 장관직도 보수 개신교인들이 차지했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된 정치적 위치를 기반으로 보수 개신교계는 교과서 개정,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 동성애 반대, 동성혼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수년째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5.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행동 그룹들

한편, 2010년 이후 한기총 외에 본격적으로 새로운 행동그룹들이 등장한다.

  • 세계성시화운동본부
  • 선민네트워크
  • 기독교사회책임
  • 기독교유권자연맹
  •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이하 ‘바성연’)
  • 참교육어머니전국연합
  •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하 ‘동반국’)
  • 엄마부대 봉사단
  • 홀리라이프
  • 예수재단 등.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776150.html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차별금지법의 경우 2007년 당시에는 한기총이 성적지향, 학력 및 병력, 출신 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등 7개 항목을 차별금지 영역에서 제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2010년 바성연이 창립된 이후에는 바성연이 관련 이슈를 거의 전담했다.

‘바성연’과 ‘참교육어머니전국연합’, ‘동반국’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비롯해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광고를 수차례 게제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서울시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에 ‘동성애 조장’을 내세워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내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벌였다.

바성연 인생은 아름다워

이를 움직이고 있는 핵심적인 인물들로는 세계성시화운동본부의 명예총재이자 선민네트워크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삼환 목사, 세계성시화운동본부 명예총재 조용기 목사, 역시 세계성시화운동본부의 총재인 전용태 장로, 기독교사회책임의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 선민네트워크 공동대표이자 한기총 정보통신위원회 기획위원, 바성연 실행위원 등을 맡고 있는 안희환 목사,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의 이용희 목사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2010년경부터 정치적 활동과 공격적인 선전·선동 활동 등을 본격화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나 기독교사회책임을 비롯해 수시로 새로운 조직과 해체를 반복하면서 선거 시기마다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들이 내세운 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 종교편향지원 반대
  • 종교와 선교의 자유 보장
  • 한국사회에 대한 기독교 기여 부문 인정
  • 낙태 반대와 동성애 옹호 조장법 반대 등 건전한 윤리 회복
  • 공정한 기독교 역사 서술
  • 종교 교육의 자율성 보장
  • 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
  • 북한인권법 제정과 탈북자를 위한 종교단체와의 협력 강화

지자체의 인권조례 반대, 인권헌장 반대, 동성애 반대에서 이제는 더욱 확장되어 이주민 지원정책, 간통죄 폐지 비판에 이르는 의견광고 등이 이들이 중심으로 벌이는 활동이다.

one god특히, 이들이 주로 ‘주권운동(dominionism)’ 혹은 ‘신사도운동’으로 분류되는 급진적 개신교 운동을 공유하고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이들 계열이 보수적 가족가치를 내세우며 레이건 정부를 당선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 역시 이들의 목표와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

주권운동은 존 칼빈이 1500년대에 스위스 제네바에 주입했던 신정(神政)을 정치적 모델로 삼는다. 주권운동은 하나님이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도록 명하셨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결국은 지구 자체를 기독교인이 ‘지배’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수의 재림과 하나님의 나라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 비즈니스-재정, 교육, 가정, 미디어, 예술, 스포츠, 종교 등 7개 권역으로 나누어, 이 모든 분야를 신사도운동의 교회가 지배하고 통치하여 지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면 예수가 재림하신다고 믿는다.

일곱 개의 산을 정복하라! 그럼 예수가 재림한다!

일곱 개의 산을 정복하라! 그럼 예수가 재림한다!

그리고 이 목표 아래에서 노동조합, 각종 인권법, 공립학교 등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고, 창조론과 기독교적 가치들이 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하며, 기독교적 가치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에게는 시민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정연복, 앞의 글) 이런 믿음 하에, 이들이 유포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바로 가부장적 성 체계의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타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미국 보수 개신교에서 이들이 주권운동을 통해 미국 개신교를 통한 세계 지배를 목표로 삼았듯, 현재 한국의 ‘세계성시화운동본부’나 ‘선민네트워크’같은 단체들은 ‘하나님이 선택하신 나라 대한민국’이 이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국은 아직 한국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타락한 나라’라는 이중적 지위를 자치한다. 이와 같은 ‘주권운동’ 혹은 ‘신사도운동’의 논리는 현재 한국의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활동과 공격적 행동들에 강력한 사명감과 명분을 제공한다. (‘하편’으로 계속) 

참고 문헌(과 웹 페이지 및 사이트)

  • 고정갑희, [성이론], 도서출판 여이연, 2011.
  • 백중현, [대통령과 종교:종교는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인물과 사상사, 2014
  • 강인철, ‘한국 개신교 반공주의의 형성과 재생산’, [역사비평] 2005년 봄호(통권 70호), 2005.2.
  • 강인철, ‘대한민국 초대 정부의 기독교적 성격’, [한국기독교와 역사] 제30호(2009년 3월 25일)
  • 정상호,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교 연구 : 정책이념·네트워크·정책의 형성 및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3호
  • 정연복, ‘종교와 파시즘, 그 역사적 고찰-기독교를 중심으로’, [2013 만해축전 학술세미나]
  • 윤정란, ‘국가ㆍ여성ㆍ종교: 1960-1970년대 가족계획사업과 기독교 여성’, 여성과 역사 제8집, 2008.6.
  • 나영, ‘미국 뉴라이트의 성적 보수주의와 프로라이프, 그리고 한국’, [적녹보라 패러다임과 섹슈얼리티],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2013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액티비즘센터 2012년 포럼주간 발표문)
  • 나영, ‘한국 보수 기독교계의 동성애 혐오논리와 맥락’,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글로컬액티비즘센터 [기독교와 여성, 섹슈얼리티] 잡답회 발표 자료, 2014.
  • 나영,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진보평론] 2014년 가을 (제61호), 2014.9.
  • 이신철, ‘미국 기독교 우파의 이념적 특징과 정치참여’, [사회와 철학] 제10호.
  • 신진욱, ‘보수단체 이데올로기의 개념 구조, 2000~2006:반공, 보수, 시장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경제와 사회] 2008년 여름호(통권 제78호)
  • 정원희, ‘한국 개신교의 동성애 논쟁과 사회적 실천:감정 동학과 종교적 의례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석사학위논문,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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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나영
초대필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 네트워크 팀장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고 어린이도 같이 뒹구는 참 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길 바라는 소박한 레즈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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