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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심의를 심의한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위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는 2022년 12월 11일 출범해 선거일 30일 뒤인 2024년 5월 10일까지 6개월간 운영됩니다. 공직선거법 제8조의2에 따라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설치, 운영되는 법정 심의위원회입니다.

국회 교섭단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방송사·방송학계·언론인단체 및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심의위원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 선방심의위는 편파 추천, 불공정 심의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종편 TV조선에서 자사 출신을 위원으로 추천했고, 보수단체 추천 일색 위원으로 꾸려졌기 때문입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가 공정한 심의를 하는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선거기간 감시를 합니다. (민언련).

2024년 2월 29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8차 선거방송의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날 안건은 총 15건으로 2건은 ‘의견진술’ 받기로 한 것이고, 3건은 제7차 회의에서 차기 회의로 넘긴 것입니다. 8건은 이번 회의에 올라온 안건이며, 2건은 재심 청구 안건입니다.

일신상 이유로 사퇴를 표명한 최창근 부위원장(한국방송기자클럽 추천)은 이날 불참하여 8명이 의결에 참여했습니다. TV조선 대상 심의 3건은 권재홍 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 이미나 위원(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이 TV조선 관련 이력으로 심의를 회피하겠다고 밝혀 6명이 의결에 참여했습니다. 권재홍 위원은 TV조선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이미나 위원의 TV조선 관련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심의한 15건 대상과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재심 청구 2건은 모두 기각, 나머지 13건 중 행정지도가 7건, 법정제제가 4건(1건은 의견진술 후 ‘관계자 징계’ 확정, 3건은 차후 ‘의견진술’ 예정), 문제없음이 2건입니다.

이날 확정된 법정제재 1건 ‘관계자 징계’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가 받았습니다. 관계자 징계는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방송평가에서 4점을 감점할 수 있는 중징계로,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에서 유독 관계자 징계가 늘었습니다. 2008년 출범 이후 ‘관계자 징계’는 두 번밖에 없었는데, 이번 선방심의위에서만 CBS를 포함해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이주의 심의: 세 개의 장면

제8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발언은 세 가지입니다. 선거보도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정부·여당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며 편향적으로 심의해 전문성 부족이 의심스러운 경우입니다.

① 비슷한 사안, 채널A엔 ‘균형적’ CBS엔 ‘편파적’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4년 1월 9일 방송에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출연한 데 대해 ‘진보진영은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출연자(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가 출연하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 출연자(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을 출연시켜 정부·여당에 우호적인 발언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신청됐습니다. 적용된 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5조(공정성) 제2항,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 제1항 등입니다. 이전 회의에서 법정제제에 5명, 행정지도에 4명의 위원들이 의견을 내 이번 회의에서 의견진술 절차가 진행됐습니다.

위원들은 민원 취지에 동의하면서 ‘장성철은 여당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다’, ‘보수 참칭 패널이다’ 등 장성철 씨가 해당 방송분에서 한 이야기가 완전히 여당 쪽이 아니라는 이유로 편향성을 주장했습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20여 년간 보수정당에서 활동했고 기사 등을 통해 자신을 ‘진짜 정말 보수 우파 패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의견진술자로 나온 유창수 CBS 제작국 제작1부장은 ‘[김현정의 뉴스쇼]가 하루에 4~5꼭지를 방송하는데 한 부분만 떼서 균형을 논할 수 없다’, ‘다른 코너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관련 문제제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을 전체적으로 봐달라’ 등으로 답변했으나 위원들은 ‘민원인이 특정 방송 내용을 듣고 불공평하다고 하는 건데 민원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라거나 ‘그럼 앞뒤로 어디까지 듣고 판단을 하라는 거냐, 그런 규정이 있냐, 수해 등으로 매일 못 들을 수도 있는 거다’, ‘[김현정의 뉴스쇼]를 들어본 적 없는데 연속해서 들어야 균형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청취자에게 들으라고 강요하는 걸로 들린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편향성을 지속해 주장했습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8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CBS <김현정의 뉴스쇼>(왼쪽, 2024/1/9)와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오른쪽, 2024/2/2)

그런데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2024년 2월 2일 방송을 심의할 때는 심의기준이 달라졌습니다. 해당 민원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출연자들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상당한 지역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열릴 것’이란 대담을 나눈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취지였습니다. 적용된 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 제2항 등입니다. 이날 방송엔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출연했고, 김형주 씨가 해당 내용을 먼저 발언했는데요.

심재흔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김형주 씨가 통합민주당 출신이라고 하지만 아군인지 적군인지 불확실하다’며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장성철 씨를 대상으로 제기된 지적과 같은 논리를 펼쳤는데요.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출연자 구성이 균형적이다’, ‘기계적 균형이 돼 있다’며 문제없다고 봤습니다.

위원들의 문제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②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한 건 역사적 사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2024년 2월 1일 방송이 더불어민주당을 다루며 ‘히틀러’에 비교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이 ‘정치를 전쟁에 비유하는 부적절한 전쟁용어를 사용했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결정을 위해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보도본부 핫라인] 진행자 윤태윤 씨가 “이걸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인데”라고 언급하고 출연자 장혁수 TV조선 기자가 “맞다. 유인태 전 총장은 전 당원 투표에 대해 맹비난을 하면서 히틀러에 비교를 했다”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유인태 전 총장 자료화면이 나오면서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하는 사람들이, 대개 원래 히틀러가 ‘국민만 보고 간다’고 그랬다”, “못된 짓은 다 전 당원 투표해서 한다, 민주당이”라는 발언이 자료화면으로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흐름으로 방송이 진행됐는데요. 적용조항은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2조(사실보도) 제3항 등입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8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2024. 2. 1.

민원인의 본래 취지는 ‘전쟁용어 사용’이었지만, 선방심의위 위원들은 취지 외에 더 넓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공표해야 할 것들을 공표하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와도 공정성이나 편향성 등을 기준으로 심의하기도 하는데요.

일례로 같은 날 MBC [MBC 뉴스데스크] 2024년 1월 16일 <“의원 250명으로 감축”··“특권 더 커질 수도”> 민원에 대해 일부 위원들은 본래 민원 취지와 다른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했습니다. 해당 리포트에 대해 ‘국회의원 정원 관련 여론조사나 공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고지해야 할 것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됐으나 일부 위원은 ‘해당 리포트는 여론조사 관련 부분은 문제없지만, 오히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 수 감축에 대해 말한 데 대해 반대하는 의견 위주로 구성된 게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 관련 민원에 대해서 위원들은 전쟁용어 그 자체만 언급하며 문제없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한국 정치를 갖고 전쟁 용어에 빗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 ‘유인태 총장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 평가에 부합하는 것’ 등의 발언이 오갔는데요.

위원들의 문제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③ 근거 없다고 밝혀진 코카콜라 실험 제 “영상조작에 의한 선거개입”


회의 막바지 최철호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2024년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를 긴급심의에 올릴 것을 제안했습니다. 최철호 위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며 “미세먼지 농도가 ‘1’이라면서 큰 팻말을 들고 기호 1번을 제시했다”, “명백하게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영상조작, 사실조작에 의한 선거개입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에 △기상청에서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1’이라고 발표한 사실이 있는지 △MBC가 이같이 미세먼지 농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 있는지 △다른 공영방송에서 ‘1’ 팻말에 파란색을 입혀 방송한 적 있는지 등을 파악해달라고 말했습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8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최철호 위원이 신속심의안건으로 제안한
MBC [MBC 뉴스데스크] (2024. 2. 27)

최철호 위원은 “신속심의가 필요한 이유는 영화가 1초에 36프레임으로 만들어지는데 1프레임에 코카콜라를 집어넣으면 은연 중 고객들에게 마케팅이 된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철호 위원이 말한 것은 1957년 미국 시장조사자 제임스 비커리(J. M. Vicary)의 실험으로, 그는 당시 고속 영사기를 통해 3000분의 1초 동안 관객들에게 코카콜라와 팝콘을 먹으라는 메시지를 보여줬더니 매출이 증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BBC매일신문프레시안 등 여러 보도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실험은 조작된 것이며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실험을 통해 비슷한 결과가 재현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이후 비커리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인디애나 대학의 멜빈 드플러는 동료인 로버트 페트라노프와 팀을 꾸려 비커리의 주장을 검증해 본 결과, ‘잠재의식 광고’는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즉, 최철호 위원이 주장하는 ‘잠재의식 광고’는 정설이 되기에는 아직 논란의 영역이고, 이를 ‘영상조작’, ‘상징조작’의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 명단

방통심의위는 2023년 12월 11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심의위 위원들을 위촉했다. 방통심의위 제공.

모니터 대상

 2024년 2월 29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제8차 선거방송심의위원회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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