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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원성윤(건국대학교 대학원)의 석사 논문(‘외부 참여자를 통한 참여저널리즘의 사례 연구’, 2014. 8.) 자료로 행한 서면 인터뷰를 최소한으로 퇴고한 글입니다. 참여 저널리즘에 관한 슬로우뉴스의 고민을 초대필자 그리고 독자와 공유하는 차원에서 공개합니다.

단, 아래 답변은 슬로우뉴스 편집팀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공통분모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민노 편집장 개인의 답변입니다. 질문은 내용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 한도에서 그 표현을 축약했습니다. (편집자)

  • 질문: 원성윤
  • 답변: 민노 [/box]

– 참여 저널리즘이 태동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크게 아래 주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했다고 본다.

  1. 기성 저널리즘에 대한 실망.
    – 특히 극단적인 당파성과 이를 유지하는 적대적 공생 구조.
    – 종이매체의 온라인 천시 및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빌붙는 트래픽 정책과 수익 구조.
  2. 인터넷의 탄생과 물적 인프라 및 관련 기기들의 진화, 즉, 의견 생산과 전달이 손쉬운 커뮤니케이션 환경과 관련 기기의 확대.
  3. 오랜 군부 통치 기간 동의 억압에 관한 반작용,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통과하면서 참여 욕구 증대.
  4. 기성 기자와 언론조직이 충족하지 못하는 분야 전문가, 생활 속 이른바 ‘오덕’(마니아, 애호가)의 표현 욕구 증대.

– 외부 참여자(이하 ‘초대필자’ – 편집자)를 선발하는 기준은. 

글 자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어떤 글감을 다루고 있는가(문제의식). 어떻게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는가(철학). 그 두 가지에 성공하고 있는가(작문과 논리)

– 초대필자에게 어떤 동기와 보상이 주어지는가. 이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최소한의 물적 대가(원고비)를 지급한다. 물론 그 대가는 아직은 상징적인 액수에 불과하다. 앞으로 재정을 충실하게 키워 좀 더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싶은 게 편집팀의 바람이다.

물적 대가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정신적 육체적 노동은 당연히 대가를 필요로 하고, 현재 그 대가는 ‘금전’으로 환원 가능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필자의 글을 공들여 편집함으로써 그 정신적인 노고와 기회비용에 값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필자의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지만, 편집에 관해서는 대부분 아주 큰 만족도를 보여줬고, 그 점에서는 그 옥고의 노고에 최소한으로 ‘몸빵’ 했다고 본다.

– 슬로우뉴스와 여타 참여 저널리즘 경쟁 매체와의 차이점은.

이 질문에 답할 만큼 다른 매체에 관한 깊이 있는 체험치가 없어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즉,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대부분 매체에서 글 쓰는 기자와 개발하는 개발자를 나누고 있는데, 슬로우뉴스는 글 쓰는 것과 시스템 개발을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기획만큼 현재 반영되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긴 하지만.)

개발자나 디자이너 역시도 현재의 디지털 모바일 환경 속의 저널리즘 시스템에서 아주 중요한 저널리스트다. 그런 차원에서 슬로우뉴스는 훌륭한 개발자가 편집팀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매체다.

– 초대필자의 글이 슬로우뉴스 매체 성격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 어떻게 하나. 

필자의 개성과 철학은 아주 중요하다. 따라서 필자를 존중하는 것은 가장 기본에 속하는 일이다. 다만 텍스트(기사/칼럼)의 의미는 필자만을 존중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편집팀의 철학과 방법론 그리고 독자의 적극적인 해석이 동반한다.

따라서 필자의 추정적인 승낙 범위를 예상하는 한도에서 적극적으로 편집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편집 방향은 그저 자극적으로 독자의 기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원문의 취지를 읽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 필자의 원문이 (혹여) 놓친 오류, 부정확한 팩트에 관한 검토를 병행한다.

– 초대필자의 글은 기존 뉴스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나.

기성언론의 기사투 글쓰기는 많은 장점이 있다(두괄식 서술의 경제성과 효율성, 육하원칙이라는 기본적인 글쓰기 원칙, 정보원에 관한 기본적인 고려). 하지만 역시 많은 단점 역시 포함한다. 쉽게 말해 획일적이고, 지루하며, 객관을 가장한 당파적 왜곡이 소위 말하는 주관적인 블로거의 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체험적으로 그렇게 말해도 좋을 만큼이라는 것이다.)

초대필자는 당사자들이 갈등하는 소재에서 정보원 등의 고려에는 약할지 모르겠지만(객관적인 공평의 형식적인 고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해당 사안에 관해 고민한 필자들이 대부분이고, 딱히 전문적인 분야가 없더라도 자신의 진실한 ‘체험’에 바탕한 글쓰기이기 때문에 장점이 크다.

– 초대필자의 참여를 통해 저널리즘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보나.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현대 저널리즘은 불편부당이라는 근대적인 정론지 모델을 이미 현실적으로 포기한 모델이다. 저널리즘이라는 존재의 가치보다 언론기업으로서의 ‘생존’의 요구가 철학을 압도한다.

그런 차원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한 분야에 관한 고민과 자신의 삶, 그 체험이 응축한 ‘참여자의 글쓰기’는 본래적인 의미에서 공동체가 근심해야 마땅한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껍데기만 남은, 불편부당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한 당파지로 전락한, 현실 저널리즘에 충격을 주고, 저널리즘의 본질에 다가서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 초대필자의 글쓰기가 기존의 규범적 뉴스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나. 

앞서 말했듯 ‘불편부당’의 신화적인 껍데기 주장만을 일삼고, 한편으론 철저한 당파지로, 또 한편으론 철저하게 포털에 종속한 키워드 장사꾼으로 전락한 현재의 매체 환경에서 오히려 블로그를 모체로 활동했던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필자 그룹,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가 그룹과 생활 속 다양한 오덕 문화의 생활 전문가들은 그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기성의 저널리즘에 큰 쇼크를 줄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 초대필자의 글 가운데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는 어떤 검증 과정을 거치나. 

통상적으로 다음 순서로 확인한다.

  1. 우선 인터넷 자료를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확인하고,
  2. 이것으로 해결할 수 없으면 해당 분야 전문가인 편집팀원과 상의하며
  3.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또 다른 외부 자문그룹(대개 필자 그룹과 겹친다)을 통해 조언, 자문을 구한다.

– 초대필자의 글쓰기 형식은 기존 매체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나. 

저널리즘적 글쓰기의 형식적 요건은 그 시대의 기술적인 환경과 정치 문화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한국에서의 기성언론의 글쓰기는 아주 식상하고, 재미없는 형식적 육하원칙의 메마른 서사 덩어리다.

의견과 사실의 분리라는 저널리즘의 금과옥조는 여전히 귀한 것이지만, 사실 적시만이 진실은 아니다. 편집을 통해 얼마든지 사실만 열거해서 악의적인 선동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슬로우뉴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의 덕목은 자기만의 목소리, 그 뜨거운 인간의 목소리다. 형식은 부차적이다.

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https://flic.kr/p/7Gn1FX
Raul Lieberwirth, “shouting in the storm”, CC BY-NC-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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