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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홍수에서 살아남기

정말 기사가 많습니다. 실시간 검색어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매체도 너무 많아 어떤 기사가 좋고 어떤 기사가 좋지 않은지 분간하기 쉽지 않죠. 보수색을 띠는 매체도, 진보색을 띠는 매체도 분명 읽어볼 만한 글이 있습니다.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기사도 많고요.

우리는 어떤 기사를 읽어야 하는 걸까요?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고 네티즌 반응과 동어 무한 반복이 되어 있는 허접스러운 기사만 읽어야 하는 걸까요? 그래서 좋은 기사를 찾는, 그리고 나쁜 기사를 걸러내는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수사 지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박근혜 대통령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수사 지시, 진실을 밝혀라” “박근혜 대통령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수사 지시, 찌라시일까?” “박근혜 대통령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수사 지시, 결과가 궁금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수사 지시, 정부의 힘을 빼지마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출처: 어느 온라인 매체 기사 중에서. 동어반복으로 이뤄진 어뷰징용 문장인데, 저게 모두 한 문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 바이라인을 확인하라 그리고 기억하라

바이라인(byline)은 시작이나 끝에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이름을 적은 행을 뜻합니다. 요즘엔 바이라인에 이메일 주소까지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죠. 반면 어디에도 기자 실명을 찾아볼 수 없는 기사도 많습니다. 주로 실시간 검색어 장사하는 기사들이 그렇습니다. 보통 이런 기사들은 바이라인에 “온라인 뉴스팀”이나 “이슈팀”과 같은 이름이 붙곤 합니다. 기자 이름을 걸고 쓰기엔 창피한 수준의 기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바이라인에 실명이 들어가 있지 않다고 모두 허투루 기사는 아닙니다. 바이라인 없는 가장 유명한 매체로 이코노미스트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익명으로 글을 쓰는가? 많은 사람이 이코노미스트를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공동의 목소리를 냅니다. 편집국의 모든 구성원에게 열려있는 주간 회의에서 항상 회의하고 자주 논쟁이 이뤄집니다. 저널리스트는 기사를 쓰기 위해 자주 협업합니다. 어떤 기사는 많은 편집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익명성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누가 쓰냐보다 어떤 것이 쓰여지느냐가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Why is it anonymous? Many hands write The Economist, but it speaks with a collective voice. Leaders are discussed, often disputed, each week in meetings that are open to all members of the editorial staff. Journalists often co-operate on articles. And some articles are heavily edited. The main reason for anonymity, however, is a belief that what is written is more important than who writes it.

출처: 이코노미스트 – About us

이외에도, 국내 언론의 사설같은 경우 바이라인이 익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설은 해당 언론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이기에 회사의 이름을 걸고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사를 클릭을 해 들어갔는데 바이라인에 기자 이름이 없다면 사설이 아닌 이상에야 볼 가치가 없는 기사입니다. 99% 이렇습니다. 어서 닫고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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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라인은 ‘온라인뉴스팀’?

또, 좋은 기사를 읽었다고 생각해면 바이라인을 유심히 보시길 바랍니다. 그 기자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해보세요. 다음에도 좋은 기사를 쓸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추가로 바이라인에 관해서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한겨레 안수찬 기자의 글을 한번 읽어보세요. 제가 이 글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한 글귀는 아래였습니다.

내가 쓰는 기사 끝에 붙는 ‘안수찬 기자 ahn@hani.co.kr’의 바이라인은 따라서 이런 뜻이다.

‘이 기사는 안수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겨레] 뉴스룸을 거쳐 지면에 나가는 기사이지만, 취재·보도의 일차적 책임은 안수찬에게 있습니다. 중대한 착오는 매체 전체가 책임지겠지만, [한겨레]는 안수찬 기자의 능력과 시각을 신뢰하므로, 오늘 그의 이름을 빌어 [한겨레]의 기사를 전합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 기사 끝 바이라인, 이렇게 깊은 뜻이

2. 실시간 검색어는 그만 봐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해 나오는 기사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기사라고 하기 힘듭니다. 위에 말한 바이라인이 없는 기사들도 많고, 어떻게든 해당 단어가 검색어 순위에 올라 있는 동안 여러분의 클릭질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관계도 엉망이고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수십개씩 찍어내기도 합니다.

기레기니, 찌라시니 욕하면서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더 좋은 글을 찾고 읽읍시다.

3. 피드백을 하자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합시다. 바이라인에 나와있는 기자의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도 보내 격려와 칭찬도 해줘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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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 collins, thank you. CC BY-NC-ND 2.0

좋은 기사를 지인들과 공유하고, SNS상에 링크를 공유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기사와 이를 쓴 기자를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안 좋은 기사의 경우에는 무턱대고 욕을 하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이런 점들이 틀렸다고 지적해주면 아무런 피드백이 없더라도 기자에겐 상당한 압박이 됩니다.

4. 기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읽기

사설은 의견입니다. 종종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평론의 자유) 사설 등 평론은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명하는 등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다.

출처: 신문윤리강령 제9조 2항

하지만 일반 기사에서는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하진 않습니다. 표명하더라도 구분하죠.

(보도기사의 사실과 의견구분)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명확히 구분하여 보도기사를 작성해야 한다. 또한 기자는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로 보도기사를 고르거나 작성해서는 안된다.
출처: 신문윤리강령 제3조 1항

그렇지만 글은 결국 사람이 쓰는 것이라 기자의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내용을 취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는 순간부터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니까요. 사실만을 써 놓았다 해도 어떤 사실을 쓰고 어떤 사실은 쓰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들어가니까요.

슬로우뉴스 계정으로 발행되는 글

슬로우뉴스도 ‘슬로우뉴스‘라는 계정으로 글을 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의 원칙에 부합할 때 슬로우뉴스 계정으로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1. 공지 성격의 글
    (예: 2014년 우리를 빡치게 한 최악의 발언을 뽑아보자)
  2. 편집위원 여러명의 의견을 종합한 글
    (예: 슬로우 리스트: 내 유년 시절의 책)
  3. 여러명이 공동으로 집필해 특정 필자를 규정하기 힘든 경우
    (예: 2012년 제18대 대선 1차 토론회 팩트 체크: 정치, 남북관계, 외교)
  4. 필자가 익명을 요청해 특정 필자의 바이라인을 달기 어려울 때
    (예: “어찌 그리 잔인한가” – 세월호 특별법 카톡 ‘루머’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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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ord, Facts Not Opinions. CC BY 2.0

4-1)기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읽기 (왜 이 기사가 쓰여졌을까?)

그래서 왜 이 기자가 이 글을 썼는지, 또 왜 이 언론사가 해당 기사를 발행했는지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대형 언론사의 경우엔 기사만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사업도 합니다.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교육 사업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사업들은 정부의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데 자사의 이익을 위한 보도인지 아니면 정론직필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4-2)기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읽기 (전문가 의견)

유심히 보셔야 할 또 다른 부분은 기사 마지막에 주로 나오는 ‘전문가 의견’ 부분입니다. 들풀님의 글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저널리즘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말한 대로 써라’는 것이고, 그 다음 중요한 원칙은 ‘말했으면 그냥 말했다고 하라‘이다.

출처: 슬로우뉴스 – 동영상 보도에서 배우는 ‘전지적 기자 시점’

하지만 여전히 ‘주장했다’, ‘비판했다’ 등등 기자의 주관이 들어간 표현들을 쓰곤 합니다. 이런 부분들은 의도적으로 ‘말했다’나 ‘밝혔다’ 정도로 바꿔 읽어보세요. 그리고 직접 이를 말한 사람이 이를 주장하려고 한건지, 옹호하려 한건지, 아니면 비판하려 한건지 생각해보세요.

5. 한 주제의 다양한 기사를 보라

관심가는 주제의 기사를 읽고 조금이라도 의문이 생긴다면, 그 주제로 검색을 해 다른 매체의 보도를 읽어보세요. 다양한 매체를 많이 읽을수록 어떤 곳이 제대로 보도를 하고 있고, 어떤 곳이 편파적인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외국어 독해 능력이 있다면, 같은 주제를 보도한 외신도 읽어보세요. 국내 언론이 담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적발(?)해낼 수 있을 겁니다.

Newspapers B&W | CC BY

Newspapers B&W | CC BY

6. 네이버/다음 뉴스에 너무 의존하지 마라

포털 뉴스는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한곳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댓글을 통한 사람들의 피드백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저분한 광고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글을 읽을 수 있죠.

하지만 포털에 걸리는 기사들은 언론사가 아닌 포털이 직접 편집해 배치하는 형태입니다. 네이버 뉴스도, 다음 뉴스도 말이죠. 한마디로 어떤 기사가 가장 중요한지를 판단하는 주관적인 과정이 한번 더 들어가게 되는겁니다.

그래서 아래 소개할 다른 방법들도 한번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6-1)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구독’해보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오직 뉴스를 받아보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의 계정을 찾아 팔로우를 하고, 이들이 직접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공유해주는 기사들을 보는 것이죠.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정치인, 정부기관, 기업 등)을 직접 팔로우해 소식을 빠르게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제되진 않았지만 윤색되지도 않은 말들을요.

follow-me-on-facebook

Follow me | CC BY-NC-ND

6-2) 홍보성 기사 걸러내기

우리가 읽는 기사가 기업이 돈을 내고 산 기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지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어떤 기사가 이렇게 돈을 받고 언론사의 양심을 판 기사인지 판별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가 봐도 광고형 기사인 것이 분명해 보여도, 정말 기자나 언론사가 그렇게 생각해 기사를 발행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이건 왕도가 없습니다. 많은 기사를 읽고 비판적 시각을 갖추는 수밖에요. 언론사가 먼저 나서서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이미 너무 만연한 행태라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현명해지는 수밖에요.

7. 그 외 참고하면 좋을 만한 곳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슬로우뉴스의 ‘현명하게 뉴스보기’ 코너를 참고해보세요.

과연 기자와 언론사는 어떤 윤리강령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아래를.

더 자세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다면, 신문법을.

언론사를 비판하는 매체를 보고 싶다면, 이 두 매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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