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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오보, 그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 [특집]

기자들에게 오보를 낼 위험은 상존한다. 아무리 팩트 확인을 거듭해도 결과적으로 오보를 낼 수가 있고 취재원의 잘못일 수도 있고 때로는 취재원에게 속을 때도 있다. 어느 경우든 오보의 책임은 취재 부족에서 비롯한다. 크로스 체크와 반론 청취는 취재의 기본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울 때도 많다. 제한적으로 드러난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써야 할 때 기자들은 오보를 낼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기자들이 언제나 완벽한 팩트로 기사를 쓰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거나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분석과 전망을 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기자의 신념이나 편견이 본질을 가리는 경우도 있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팩트를 혼동하거나 좀 더 지나치면 팩트를 임의로 취사선택하거나 무시하기도 하고 고의로 오보를 내는 경우도 있다. 몇 가지 오보의 사례를 살펴보고 유형을 나눠보도록 하자.

1. 조선일보가 지난 1월 “김정남 ‘천안함, 북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핵과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일본 기자와 인터뷰에서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일본 기자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 SBS가 지난해 3월 고 장자연씨가 숨지기 전에 쓴 편지 50여통을 단독 입수했다며 보도한 적이 있었다. 장씨가 사회 저명인사 31명에게 100여 차례에 걸쳐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신문사들이 SBS 보도를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10일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편지가 장씨의 친필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편지는 수감 중인 전아무개씨가 벌인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3. 중앙일보가 지난해 8월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다짐해 온 김 장관에 대한 북한 암살조가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과 미국의 군·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암살조 색출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고 SBS와 YTN까지 메인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추측성 보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4. CNN이 한국 발 대형 오보를 낸 적도 있었다. CNN은 2010년 10월 “한국의 군 관계자가 북한이 남한 전투기를 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면서 ‘긴급 속보(breaking news)’ 방송을 내보냈다. 당연히 세계 금융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잠시 뒤 오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미사일 발사가 아니었다”고 정정하고 다시 정규 방송체제로 전환했다. 실수를 적당히 덮으려는 듯 아무런 사과 멘트도 없었다.

5.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지난해 12월, 개국 첫 날 “탤런트 강호동씨가 일본 야쿠자와 연루돼 있다”며 강씨의 23년 전 사진을 공개했다. 채널A는 이 사진이 1998년 일본 야쿠자와 국내 폭력조직 칠성파의 결연식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특종 보도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강씨는 “고교 시절 일본에서 열린 위문씨름대회에 참가했는데 마침 단장이 밥이나 먹자고 해 갔던 것”이라며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몰랐다”고 밝혔다.

6. 신동아와 동아일보가 2009년 2월 “미네르바는 박대성이 아니라 금융계 7인의 그룹”이라는 K씨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검찰이 박대성씨를 체포한 뒤였다. 신동아는 2008년 12월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결과 박대성씨의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 등이 미네르바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고 K씨는 거짓이 탄로 나자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7.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재개됐던 2008년 7월 중앙일보는 1면에 두 명의 여성이 미국산 쇠고기를 굽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그런데 한 누리꾼이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음식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자가 운영하는 프렌차이즈 음식점이며 고기를 굽기 전 연출한 사진이라는 사실을 지적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중앙일보는 사진 속의 여성들이 자사 취재기자였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8. 연합뉴스가 미국산 쇠고기가 대량 리콜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여러 언론사가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썼다. 2008년 8월 기사였는데 대량 리콜 사태는 2007년 9월에 있었고 문제의 쇠고기 수출 업체는 이미 파산한 뒤였다. 연합뉴스는 “미국 특파원이 모아놓은 자료를 읽다가 최근 사건일 줄로 착각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 쓴 서울신문 기자는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쓴 것으로 사실 확인은 못했다”고 말했다.

9. 얼마 전에 연합뉴스가 나경원 전 의원의 피부과 원장이 시사인 기자를 고소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검찰에 접수된 고소장을 보고 쓴 기사였는데 이 피부과는 시사인이 처음 보도했던 연 회비 1억원의 그 피부과가 아니었고 이 피부과 원장은 경찰 수사와 무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상당수 신문들이 이를 인용해 시사인의 기사가 거짓으로 드러난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를 작성한 한 기자는 “팩트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0. 1993년 10월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승객 362명 가운데 292명이 숨졌다. 사고 이튿날 한겨레가 백운두 선장이 살아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소맷자락 하나 젖지 않은 채 구조 어선에서 내리는 걸 봤다는 주민들의 목격담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백 선장이 중국으로 도주했을 거라는 추측 기사와 함께 백 선장을 지명수배하고 백 선장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사흘 뒤 백 선장의 시신이 인양됐다.

11.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고 3일째인 28일 실종자 휴대전화에서 발신이 있었다는 기사가 떴다. 실종자 여러 명이 배 안에 생존해 있다는 기사도 떴고 가족과 통화했다는 기사도 떴다. 정보가 차단돼 있는 상황에서 온갖 미확인 루머가 그대로 기사화됐지만 모두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다. 가라앉은 천안함 내부에서 최장 69시간 생존 가능하다는 국방부의 발표 역시 터무니 없이 과장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12. 지난해 10월 매일경제가 “5세대 아이폰이 출시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는 우리 시간으로 새벽 2시에 열렸다. 아이폰 신제품이 나오는 게 확실시되던 상황이기 때문에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는데 황당무계한 오보가 됐다. 매일경제 기자는 “아침에 신문을 받아볼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서비스 차원이었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예측해서 확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3. 지난해 12월29일 YTN에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별세했다는 자막이 뜨자 연합뉴스가 미리 작성해 둔 기사를 송고했고 여러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썼다. 민주통합당은 서둘러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고문이 위독한 상태였던 건 사실이었지만 명백한 오보였다. 연합뉴스는 곧바로 기사를 삭제했고 김 고문은 다음날인 30일 오후에 별세했다. 사소한 오보였지만 속보 경쟁의 서글픈 단면이었다.

14. 동아일보가 2008년 8월 “7년 파업의 눈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콜트악기라는 회사가 노조의 강경 투쟁 때문에 폐업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위장폐업한 뒤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옮겼다는 사실을 업계에서는 모두 알고 있었다. 콜트악기 노조는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 3년 만인 지난해 9월 최종 승소했고 정정보도 게재와 위자료 500만원을 받아냈다. 동아일보의 정정보도는 1단 단신기사로 실렸다.

15. 2007년 3월31일 조선일보는 조간 신문에 “한미 FTA 협상 타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한미 통상 대표단은 이날 새벽 7시까지 쇠고기와 자동차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했다. 한겨레가 “우리 삶 바꿀 그들의 협상은 끝났다”는 다소 모호한 제목의 기사와 함께 “신문제작 여건상 30일 밤 협상 진행상황까지만 지면에 담았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였다.

16. 한겨레는 2006년 2월 손학규 당시 경기도 지사의 수뢰 의혹 보도를 오보로 인정하고 권태선 편집국장 등 3명을 감봉 조치했다. 한겨레는 2005년 11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 손 지사가 아무개 건설회사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도했으나 검찰은 한 달 뒤 “손 지사가 이 사건에 연관됐다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과문과 함께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17. 100만 해고대란설은 오보의 역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여론조작 사건이었다. 비정규직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신문들이 발효 2년이 다가오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될 거라며 기간제 사용기간 2년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해고된 기간제 노동자 비율은 37.0%에 그쳤고 나머지 63.0%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신문들은 법적으로 정규직인 이들을 ‘무늬만 정규직’으로 규정하며 차별 대우에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18. 한겨레가 지난해 4월 내보낸 4대강 속도전에 느티나무 100그루 ‘살처분’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취재원의 거짓 정보와 기자의 과욕이 뒤섞여 만든 오보였다. 한겨레는 “꽃과 나무가 다투듯 푸른 잎싹을 틔울 계절인데도 주검처럼 널브러진 나무는 황량함만 남겼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보상을 끝낸 나무를 옮겨 심는 장면이었다. 수자원공사는 소유주가 추가 보상금을 요구하며 알박기를 했다고 반박했고 한겨레는 정정 보도를 내보냈다.

(내 경우에는 트위터에서 대형 오보를 날린 적 있다. 지금 국회의원에 출마한 김용민씨와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다가 루머를 전해 들었다. 예비 대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방금 전 서거하셨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울컥해서 트위터에 “김 전 대통령이 이미 심장이 멎었다는 소식이 있다”고 적었다가 난리가 났다. 곧바로 정정 트윗을 썼는데 김 전 대통령은 2주 뒤에 돌아가셨다. 이 때문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여러 오보 사례를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오보는 충실하지 않은 팩트 수집에서 비롯한다. 특종과 속보 욕심에 소수의 취재원에 전적으로 의존해 기사를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둘째, 취재원의 실수 또는 의도적인 거짓이 오보를 만들기도 한다. 역시 크로스 체크만 잘 해도 피할 수 있는 경우지만 취재원이 핵심 관계자일 경우 그의 의도에 말려들기 쉽다.

셋째, “○○에 따르면”이라고만 쓰고 인용해도 기계적으로 오보를 피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한 발 물러나 객관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반론 청취는 필수다.

넷째, 기자가 의도적으로 팩트를 과장하는 경우도 많다. 흘려 넘긴 말 한 마디를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다섯째,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과 독자들이 기사를 읽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진행형의 사안을 그대로 전달해도 결과적으로 오보가 될 수도 있지만 오보를 내지 않으려고 섣불리 결과를 예단해 보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조선일보 김정남 오보와 중앙일보의 미국산 쇠고기 시식 사진 조작 사건은 기자와 편집자의 과욕이 만든 명백한 팩트 왜곡이다. 각각 북한이 천안함을 포격했다거나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본문에 없는 제목을 뽑거나 현장을 조작하면서 없는 팩트를 만들어냈다. 정치권력화한 언론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김관진 암살조 오보 역시 마찬가지다. 조중동이 왜 외면 받는지를 설명해주는 사건이었다.

SBS의 장자연 편지 오보와 신동아의 미네르바 오보 등은 취재원에게 속은 경우지만 역시 기초적인 크로스 체크만 잘 했어도 이런 황당무계한 실수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둘 다 첫 보도 때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특종처럼 보였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SBS 오보는 과대망상 정신질환 환자에게 속은 경우고 신동아 오보는 증권가 술자리 농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희대의 오보로 확대된 경우였다.

연합뉴스의 미국산 쇠고기 리콜 오보와 문화일보의 1억 피부과 오보는 기자의 착각에서 비롯했지만 이 기사를 베껴 쓴 다른 언론사들 역시 오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장 취재 없이 자료에 의존한 기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다. 전화만 한 통 걸었더라면 사전에 바로 잡힐 실수였지만 상당수 기사들이 이처럼 책상 앞에 앉아서 만들어진다. 반론 청취가 취재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 사건들이었다.

동아일보의 콜트악기 기사는 기자가 의도적으로 팩트를 과장한 경우다. 파업 때문에 기업이 망한다,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도 피해를 본다는 메시지를 깔아두고 사례를 꿰어맞췄다고 할 수 있다. 집회 때문에 교통이 마비됐다는 기사도 자주 발견되지만 사실 경찰이 행진을 차단해서 체증을 빚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기사가 숱하게 쏟아지지만 정정 보도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구석에 처박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겨레의 느티나무 살처분 기사는 진보성향 언론 역시 특종의 과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할 사례를 찾던 도중 취재원의 거짓에 속아 넘어가고 여기에 살을 붙여 상황을 부풀리는 과정에서 크로스 체크가 빠졌고 4대강 사업의 정당성과 무관한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냈다. 손학규 전 지사의 수뢰 의혹 역시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난 꼴이 됐다. 특종과 오보의 경계는 미묘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북한 관련 기사는 팩트 확인이나 반론 청취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려들 위험이 없어서 마구잡이 추측과 의혹 보도가 난무한다. 북한은 정정보도 요청을 하지 않는 유일한 취재 대상이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 신문들은 의도적으로 북한을 자극하는 기사를 내보내는데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정도에서 크게 벗어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검찰 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철저하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린다. 즉답을 피하면서 여운을 남기거나 친한 기자들에게 슬며시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서 경험했듯이 전적으로 검찰의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론이 스스로 팩트를 만들어 내거나 미리 결론을 내놓고 여론을 떠보는 경우가 많다. 오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을 조작한다는 측면에서 오보보다 해악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 기사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2003년 김선일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살해됐을 때 다음날 아침 신문은 “김선일 아직 살아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숭례문 화재라는 단신 기사가 실렸던 날 아침 이미 숭례문은 폭삭 타서 주저앉은 뒤였다. 간밤에 미국 증시가 폭락했는데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종합주가지수 2000 돌파할까”라는 기사를 발견하는 것도 낯설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보의 확산 속도에 비례해서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히는 속도도 빠르다는 사실이다. 독자들 역시 언론의 왜곡 보도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만큼 정보의 유통 채널이 늘어났다. 독자들은 이제 뉴스의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조선일보의 인간 어뢰 보도는 오보라고 부르기에는 우스울 정도지만 이런 식의 여론 몰이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신뢰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팩트 확인과 속보 경쟁은 무너져가는 올드 미디어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주류 언론의 틈새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팩트의 이면을 보고 쏟아지는 팩트를 엮어 의미와 흐름을 짚어내는 새로운 저널리즘 기법이 필요할 때다. 인터뷰와 현장 취재, 탐사 보도를 강화하고 여기에 데이터 저널리즘을 보완하는 것도 좋다. 그게 블로그 글쓰기의 발전된 형태, 이를테면 슬로우뉴스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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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이정환닷컴!(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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