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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신화 5: 나는 내 삶에 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이게 정말 불법이 아니라고요?”

저작권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뜻밖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이용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마저 움츠리게 합니다. 오픈넷 박경신 이사(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잘못된 저작권법 상식, 그 신화를 하나씩 깨뜨려 보시죠. (편집자)

누구와의 삶과도 다른 나의 삶, 그 삶에 관한 저작권은 존재할까요? 이 문제는 ‘사람 얼굴에 저작권이 있는가’라는 문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주의! 이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나 초상권 문제는 별개입니다.)

사례: 무인도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A 씨의 삶

가령, A가 무인도에 살았다고 가정해보죠. 마치 로빈슨 크루소처럼 아주 한정된 자원으로 생존을 위해 집도 짓고, 요리도 하고, 정말 창의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극적으로 구조돼어 집으로 돌아왔죠.

기자들이 질문합니다. A가 어떻게 살아 돌아왔는지 당연히 궁금하겠죠. 그래서 A는 무인도에서 수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헐리우드에서도 A가 무인도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A의 드라마틱한 삶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화를 결정하죠.

로빈슨 크루소

여러분이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특별한’ 삶을 살았다면 그 삶에는 저작권이 있을까요? (이미지: 로빈슨 크루소, 위키백과 공용)

그렇다면, 영화사는 A의 삶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 A의 허락을 얻어야 할까요? 혹은 피겨스케이트 여왕 김연아에 관한 전기를 쓰고 싶다면 어떨까요? 김연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김연아 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답은 ‘승낙’을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삶에 관해서는 저작권이 없으니까요. 삶은 그 자체로는 아예 ‘저작물’이 아니니까요. 따라서 저작권이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삶’에 저작권이 없는 이유: 삶은 ‘저작물’이 아니다 

무인도에서 죽지 않기 위해 정말 고심하고 고심해서 살아남았는데, 정말 소설 쓰는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창작력을 동원해 창의적으로 살아남았는데, 왜 그런 ‘독창적인’ 삶을 보호해주지 않을까요? 문화 예술이라는 것도 ‘창의성’과 ‘독창성’ 때문에 보호한다고 하면서 왜 A의 창의적인 생존, 그 창의적인 삶은 저작권법으로 보호하지 않을까요?

헐리웃

헐리우드는 A 씨의 삶을 영화화하는데 왜 A 씨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the city projict, CC BY NC SA)

좀 표현을 달리해서 질문해보겠습니다. 왜 진실한 삶은 보호하지도 않으면서, 허구인 소설은 보호해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술’입니다. 소설은 문화 예술의 범위에 속하지만, 아무리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삶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 삶 자체를 예술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면, 삶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문화 예술 분야에 속하는 독창적이고, 구체적인 표현물)이 아니죠.

만약에 여러분이 정말 멋진 삶을 살았고, 그 속에서 정말 멋진 삶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면, 그런데 그 삶을 저작권으로 보호받고 싶다면, 그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삶을 직접 글로 써서 책으로 출판하세요. :D

‘꿈’에는 저작권이 있을까?

‘꿈을 판다’, ‘꿈을 산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꿈도 정말 창의적인 꿈이 있고, 그냥 ‘개꿈’이 있잖아요? 저는 주로 흔한 개꿈만 꿉니다. 정말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만 일어나죠. 현실에서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놀라운 일을 꿈에서 겪는 일은 거의 없어요. 손으로 꼽을 정도죠.

꿈

꿈은 저작권이 있을까요? (이미지: daybeezho, CC BY NC SA)

그런데 정말이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영화와 같은 상황을 꿈으로 꿨다고 하더라도 그 꿈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순간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달리 말해서 그건 여러분이 누리는 ‘삶’의 일부죠. 그래서 그 꿈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지 않습니다. 삶과 마찬가지로 꿈은 구체적으로 표현된 문화 예술의 범주에 속한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이 생길 여지조차 없죠.

그러니까 영화 같은 꿈을 꿨다면, 그런데 그 꿈의 내용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 싶다면,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꿈을 직접 글로 써서 ‘저작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꿈 자체는 아무런 저작권도 없습니다. 저작물이 아니니까요.

허구와 진실, 삶과 예술 그리고 저작물  

다시 한 번 복습하면, 저작권법은 삶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바탕한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닌 구체적인 표현을 저작물로 보호합니다. 타인에게 감흥을 일으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 것, 그런 창작물(저작물)을 보호하죠. 쉽게 말해서 삶이나 꿈은 그 자체로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작권에 관한 이해와 지식이 일천하던 시절에는 프로야구 선수 박찬호에 관한 전기를 박찬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썼다는 이유로 소송이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박찬호 측이 소송에서 졌죠. (서울고등법원 1998. 9. 29. 자 98라35)

이런 맥락에서 제가 만든 저작권에 관한 경구가 있습니다.

“저작권은 허구이든 진실이든 ‘표현된 삶'(저작물)은 보호하지만, ‘삶 그 자체’는 보호하지 않는다.”

저작권 신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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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작성 기사 수 : 3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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