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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가 잊혀질 소리를 찾아 나섭니다. 문창극 신임 총리 후보자가 이런 소리를 했네요.  “책임총리, 그건 처음 듣는 얘기.”

  • 언제? 2014년 6월 11일
  • 어디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면서
  • 누구와(에게)? 책임총리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즉, 국민에게)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
기획/디자인: 써머즈

출처를 찾아서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 수행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해 국가개혁을 이끌 적합한 인사인지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 후보자는 11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면서 책임총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책임총리 그런 것은 지금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드러난 적폐를 일소하고 개혁 전반을 지휘해야 할 총리 후보자의 발언인지 의아한 대목이다.

– 노컷뉴스(최승진), 문창극 “책임총리 처음 듣는 얘기”…야권 “오만한 자세”, 2014년 6월 11일 (그 외 다수 관련 기사)

세월호, 한없이 무책임한 정부

세월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유가족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팽목항에 묶여 있습니다. 더는 나오지도 않는 마른 눈물을 흘립니다. 세월호 참사, 그 비극은 어디에 자리합니까?

세월호의 비극은 침몰 사건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의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구조작업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태를 수수방관한 무책임한 정부에 세월호의 더 큰 비극이 있습니다. 그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는 단 한 명의 생명도 살려내지 못했고, 단 한 명의 유가족 눈물도 닦아주지 못했습니다.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

가장 먼저 가장 무겁게 책임져야 하는 사람을 단 한 명 뽑아야 한다면, 그것은 마땅히 박근혜 대통령일 것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세칭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습니다.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의 눈물 역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는 박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세월호의 거대한 분노와 노여움 속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차기 총리로 지명했습니다.

그 무거운 책임을 함께 나눠야 하는 사람

‘무능’과 ‘무책임’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박근혜 정부를 쇄신하고 ‘정상화’해야 할 책임을 박 대통령과 함께 나눠야 할 사람, 누구입니까? 총리입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거기에 걸맞은 ‘책임’은 당연히 뒤따릅니다. 그런데 그 무거운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사람 입에서 나온 일성이 “책임총리, 그건 처음 듣는 얘기”랍니다. 저 역시 이따위 무책임한 소리는 그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듣습니다.

“책임총리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에 담긴 의미

평생 언론인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말과 글의 힘, 그 의미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기자들 앞에서 허투루 이야기했을 리 만무합니다.

두 가지라고 봅니다.

자신은 주군인 박근혜 대통령의 ‘부하’일 뿐이라서 책임과는 상관없이 그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용비어천가’만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그런 본심을 확인한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혹은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총리의 위상에 관한 솔직한 판단과 그 심경을 피력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둘 모두입니다.

세월호로 침몰한 것은 비단 단원고의 아이들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만을 남기고, 현실정치의 희망을 세월호는 집어삼켰습니다. 그나마 그 세월호의 아이들이 남긴 유산은 ‘새로운 교육을 하라’는 명령, 이른바 진보교육감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총리를 맡겠다는 사람은 이런 소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법적인 총리의 권한이나 현실적인 총리의 권한을 남 이야기하듯 논평하라고 기자들이 묻지 않았을 것입니다. 총리 후보로서의 다짐을 듣기 위해 기자들은 질문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겠다는 다짐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책임총리’라는 말이 없다면 그런 말을 스스로 실천을 통해 만들겠다고 먼저 나섰어야 합니다.

“책임총리 그런 소리 처음” 따위의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자가 총리 후보가 되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주군’에겐 겸손한 말 / 국민에겐 ‘오만’한 말

문창극 후보자의 말은 ‘주군’에게는 겸손한 말이겠지만, 국민에게는 ‘오만’한 말입니다. 총리가 섬겨야 하는 건 대통령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섬겨야 하는 존재가 국민이라면, 총리 역시 섬겨야 하는 궁극의 대상은 국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국민의 명령이 무엇입니까. 당파를 떠나 제대로 된 정부, 책임을 다하는 정부,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정부,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부를 만들라는 명령, 그것이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지요.

그런 국민에게 “책임총리 그런 소리 처음”이라니요.

이런 사람, 총리를 맡겨도 좋습니까?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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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문창극 후보자의 또 다른 ‘잊소리’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하나님이) 남북분단을 만들게 해 주셨어. 그것도 저는 지금 와서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디자인: 써머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제주도에서 4.3 폭동 사태라는 게 있어 가지고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서 반란을 일으켰어요."
기획/디자인: 써머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무슨 게이 퍼레이드를 한다고 신촌 도로를 왔다갔다 하느냐. 나라가 망하려고 그러는 거다."
기획/디자인: 써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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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 업데이트: 문창극 후보자 자진 사퇴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된 지 15일만이다. 문 후보자는 2014년 6월 24일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입력: 2014년 6월 24일 오전 1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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