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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는 재해예방사업도 적지 않은 규모로 포함돼 있다. 재정문제를 고민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산만 편성하고 돈을 준다고 재해예방이 자동으로 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제대로 예산을 쓰지 못하거나 쓰지도 못하고 남아있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추가경정예산(追加更正豫算): 예산이 정하여진 뒤에 생긴 사유로 말미암아 이미 정한 예산에 변경을 가하여 이루어지는 예산.
Ken Teegardin, CC BY SA  https://flic.kr/p/ahtNwe
Ken Teegardin, CC BY SA

그런 점에서 보면 추경예산안에 들어있는 재해위험지역정비(744억 원)소하천정비(250억 원) 예산은 재해를 예방하는 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box type=”info” head=”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과 소하천정비사업 “]

모두 1998년부터 시작된 계속사업이다.

재해위험지역정비는 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각종 재해 취약 요인 해소를 위한 정비사업이고, 소하천정비는 재해 위험이 높은 미정비 소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안전처는 추경설명자료에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소하천은 국가관리하천(96.2%)에 비해 정비율이 43.1%로 낮다”면서 “정비 완료된 소하천에 비해 미정비 소하천에서 피해액이 17배나 많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box]

1. 준비 부족 

두 사업은 사업계획과 사전절차 등 사전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급박하게 예산안을 편성했고, 국회예산정책처조차 분석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할 정도다.

“사업계획과 사전절차 등 사전준비가 미흡하다. 올해 안에 집행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 국회예산정책처, 201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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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준비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처는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을 위한 수요조사는 전화통화로 해결했다. 안전처에서 지자체에 전화를 걸어 사업수행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긍정적인 답을 들은 게 전부다.

소하천정비사업도 만만치 않다. 안전처는 “지자체에 수요조사 계획을 7월 2일 통보하면서 7월 3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다”고 자신의 행위를 이실직고했고(아래 안전처 설명 자료 참고),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추경예산안을 확정한 게 7월 3일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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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7월10일 자 소하천정비사업 기사에 대해 국민안전처는 설명 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2일 공문을 보내, 3일 정부안 확정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이토록 창조적인 설명자료는 여태 본 적이 없다.

2. 문제는 ‘국고보조사업’이란 사업방식 

효과적인 예산집행을 가로막는 두 번째 요인은 국고보조사업이라는 사업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두 사업은 국고보조율 50% 규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게 돼 있다. 국회가 추경예산을 편성하더라도 해당 지자체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해 국회가 편성한 예산액만큼 추가로 편성해야 사업수행이 가능하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국회가 편성한 예산은 고스란히 내년으로 이월될 수밖에 없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는 아랫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2-1.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먼저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안전처는 지방비 확보 가능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재해 위험 저수지 57곳과 급경사지 붕괴위험지역 174곳에 대한 소요예산을 각각 258억 원과 486억 원으로 결정했다.”

“일부 지자체는 수요조사현황과 다르게 국고보조금 교부계획을 수립해 지자체 재정부담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

지자체에 재정 부담 가중 

가령 안전처는 재해 위험 저수지인 경북 경산시 기리지구에 국비보조금으로 7억 5,000만 원을 교부할 계획이지만, 수요조사 현황자료를 보면 경산시에선 정작 지방비 1억 원 규모 사업비만 요청했다. 결국, 추경예산안대로라면 경산시는 느닷없이 추가사업비 6억 5,000만 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셈이다.

전남 장흥군 기산지구 역시 수요조사에선 지방비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안전처는 4억 원이나 교부할 계획을 세웠다.

급박한 수요? 추경예산 원칙과도 동떨어져 

게다가 추경예산은 급박한 수요 때문에 편성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재해위험지역정비 집행률 현황을 보면 이런 원칙과도 어긋난다. 재해위험지역정비사업 6월 말 집행률 현황을 보면 서울은 집행률이 13.2%, 광주는 30.0%, 울산은 34.0%에 불과하다.

게다가 홍수 등 재해는 7~8월에 집중되는데 지자체 추경을 고려하면 사업 시작은 겨울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 결국, 내년도 예산을 미리 편성하는 것 말고는 정부가 말하는 “시급한 예산편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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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소하천정비사업에 대해 

소하천정비사업의 국고보조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은 국회에서 2009회계연도 결산시정요구를 통해 제기했고,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 역시 2012년과 2013년 연달아 국고보조율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비슷한 성격을 가진 지방하천정비사업 국고보조율이 60%라는 점을 들어 형평성이라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올해 초 지방하천정비사업 국고보조율을 50%로 낮춰 형평성을 맞추는 것으로 ‘화답’했다.

소하천정비사업은 예산편성방식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 사업은 과거 구체적인 사업에 따라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법적 근거도 없이 총액단위로 편성하는 총액계상사업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총액계상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지역 수요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총액계상사업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게 됐지만, 이번 추경예산안은 또다시 사실상 총액계상사업처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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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그 세금, 국민에게 돌려주시라  

예산 집행(계획)은 아주 중요한 국가의 기회비용이다.

1천 억 원 가까운 국민의 세금을 어떤 기준으로 어떤 목적하에 어떻게 어떤 사업에 집행할 것인가. 이를 위해선 치밀한 사전 준비와 고도의 정책적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국민안전처의 재난관리 추경예산안에 이런 판단력과 준비가 전제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사업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지금대로라면 내년으로 이월 가능성이 크다.

흔히 이런 사업은 각 지자체에 나눠 먹기 식으로 조금씩 그 예산을 n분의 1로 나눠주기 마련이다. 즉, 지자체와 지자체에 근거를 둔 토건사업자의 예산 나눠 먹기 사업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히 추경을 해야 한다면, 국민의 ‘삶의 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지역 토건사업을 부추기는 지역별 나눠주기식 예산안은 곤란하다.

경기 침체 회복이 필요하다? 동의한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1천억원을 국민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게 경기침체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인당 2000원이다. 중산층이나 부유층에겐 커피 한 잔 값도 안되는 돈이지만 저소득층에겐 라면 두세 봉지라도 살 수 있고 가게에서 콩나물이나 채소 얼마라도 살 수 있는 돈이다. 말도 안된다고? 최소한  전국민 1인당 2000원이면 소비활성화도 되고 서민경제에 조금이라도 이득은 될 것이다. 아울러 소득재분배에도 좋다.

Hans Splinter, CC BY https://flic.kr/p/7acLp9
Hans Splinter,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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