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box type=”note” ]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box]

요즘 부쩍 박치기가 생각난다. 머리로 한 번 박아버리는 좋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우리의 영웅 김일이 그립다. 내가 못하니, 누군가 대신해 주었으면 하는 유치함까지.

프랑스, 아니 알제리의 축구영웅 지단도 그립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마테라치가 지저분하게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자, 착한 그가 그랬다. “내 유니폼이 필요하면 경기 끝나고 줄게”.

이런 선의에 대해 마테라치 왈, “난 창녀 같은 네 여동생이 더 좋아”라고 했다. 이런 어이없는 입에 같이 말로 엉키기 싫었을 것이다. 그냥 머리로 박아버렸다. 물론 그 결과, 지단은 퇴장. 그 이후, 그는 축구선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영웅이 된다.

박치기 영웅.

지단의 박치기 모습 (1차 출처 불명, 사진: premasagar, CC BY NC)
마테라치에게 박치기하는 지단, 그리고 퇴장당하는 모습 (1차 출처 불명, 자료 합성: premasagar, CC BY NC)

그가 축구장을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의 박치기 정신은 남았다. 알제리 출신의 한 유명한 조각가는 마침내 “박치기”라는 조각상을 만들어 퐁피두 센터 앞에 전시하여, 만인으로 하여금 그 정신을 기리게 했다.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박치기밖에 없다는 정신. 물론 삶은 조금 고달파지지만, 그걸 생각하면 박치기 정신이 아니다.

지단 박치기 동상
축구 영웅 그리고 박치기 영웅 지단 (사진: o_O, CC BY)

공교롭게도 이 박치기 정신을 구매한 나라가, 2022년 월드컵을 주최하는 카타르다. 박물관에서 사들인 뒤, 바다가 보이는 곳에 번듯하게 전시했다. 박치기 정신에 호연지기까지 합쳤다. 그게 2013년 10월 초의 일이다. 청소부들이 닦고 조이고 광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철거되었다.

정성껏 광내던 동상, 한 달만에 철가되다 (사진: 출처 미상의 원본 사진 합성)
정성껏 딱고 조이고 광내던 동상(좌), 하지만 한 달 만에 철거되었다(우) (사진: 출처 미상 원본 사진 합성)

이유인즉슨, 반이슬람적이고, 우상숭배적이며,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슬람 어르신의 걱정 때문이었다. 이렇게 폭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사실 신념이 강해서 쉽사리 폭력적으로, 자유자재로 변신 가능하다. 그래서 지레 겁먹고 철거했다. 그리하여 2006년에 시작한 우리의 박치기 정신은 카타르의 어느 음습한 박물관 구석에 유배당하는 신세가 됐다.

박치기를 마음대로 못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박치기도 마음대로 못 보게 하는 ‘더러운’ 세상……

책상에 내 머리를 한번 박아야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박치기를 허하라!

꽝! 꽝! 꽝!

 

관련 글

첫 댓글

  1. 한물 간 지단이 그날 경기력도 제대로 안나오는 와중에 뻐기며 유니폼 준다고 하니까 화딱지 나서 한 말 아닌가요? 지기 싫어서 ㅋㅋ 마테라치가 트러블 메이커긴 했지만 외국에서는 욕할 때 가족 얘기는 단골 안줏거리라던데, 그 얘기도 자세한 내용은 한참 후에나 나왔고 자제를 하지 못한 지단이 문제였죠 홀리필드 귀를 물어 뜯은 타이슨이랄까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