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미래기술을 소개한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이름 붙여진 무인 비행선이 아마존 물류센터를 출발해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배달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CBS 방송을 통해 연출됐다. 무인 비행선을 통해 30분 안에 주문한 물건이 배달되는 시대, 피자가 하늘을 통해 내게로 날아오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무인 비행선 vs. 택배 노동자
그러나 무인 비행기 기술에 대한 환호에 아마존 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가려져 있다. 나아가 이런 물류센터의 노동자나 택배 기사 같은 사람들의 노동이 빠르게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도 그 화려한 장면의 그늘에 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독일 땅에서 프랑스 파리를 공격할 수 있는 대형 대포를 만들었다. 당대인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130Km라는 도달거리를 가진 일명 ‘파리 대포(Paris Gun)’는 1918년 3월부터 8월까지 파리에 800여 개의 탄환을 쏘아대며 독일군의 인명피해 없이 파리를 초토화했다.
무인 비행기 또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첨단기술을 통해 미군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군인을 대체하는 무기기술이 정신질환을 호소할 정도로 처참한 노동조건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 기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노동조건 비판 뉴스보다 신기술에 환호하는 소비자
2013년 11월 영국 BBC를 비롯하여 서구 언론들은 아마존 물류센터의 비인간적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 뉴스를 쏟아냈다. 독일 아마존 물류센터는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파업에 돌입했다. 바로 이때 ‘아마존 프라임 에어’가 미국 CBS를 통해 등장하면서 전 세계에 아마존에 대한 칭송의 물결을 일으킨 것이다.
2013년 12월 1일 영국 가디언은 기자의 현장체험 형식으로 아마존 물류센터의 노동 현실에 대해 매우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를 통해 110년 전 과학경영(scientific management)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테일러주의(taylorism)가 아마존 물류센터에 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단순반복노동 탓에 일을 마친 뒤에도 스패너 돌리는 동작을 기계처럼 반복하는 공장노동자 찰리 채플린의 모습이 떠오르는 기사다.
이 물류센터에서 모든 노동은 세밀한 부분까지 표준화되어 있으며, 규격화된 노동 작업은 철저한 노동감시 아래 저가의 육체노동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 대부분은 장기 실업을 체험한 사람들로 큰 저항 없이 단순노동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오랜 실업 상태는 인간을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하기 마련이고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마음을 노동자에게 품게 하기 때문이다.
독일 아마존 노조는 시간당 임금수준을 높이기 위해 파업에 들어갔고, 기자들은 손을 높이 들어 아마존을 비판하고, 소비자는 ‘당일 배송’, ‘무료 배송’에 흡족해하며 오늘도 편안하게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빠른 배송을 가능하면 저렴한 가격(무료)으로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는 현재 배송 시스템의 효율성을 급진적으로 상승시키고 있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아마존 프라임 에어가 인간을 해방하리라?
극단적인 노동의 표준화, 공격적인 위계질서, 높은 노동강도는 소비자를 만족하게 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환경의 산물이다. 오늘 주문한 겨울 코트가 배달되고 어제 주문한 식수가 찾아올 때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서 온라인 쇼핑몰 물류센터 및 택배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공적 분노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편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와 충돌하는 소비자 요구를 대하는 언론, 노조, 시민단체, 정치인의 태도에서는 노동시장 변동에 대한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로봇 택배시스템인 아마존 프라임 에어 그리고 이미 2011년부터 아마존 물류창고에 도입되기 시작한 로봇 운반 시스템 키바(Kiva) 등은 10년 또는 20년 후에 등장할 ‘노동자 없는 사회’의 징조다. 온라인 쇼핑몰의 물류센터에서는 화장실을 가지 않으며, 동료와 잡담하지 않으며, 급여인상을 요구하지 않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 것이다. 명령에 복종하며 맡겨진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로봇이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인간을 해방할 것이다. 언론에 비친 아마존 프라임 에어는 그런 밝은 세상을 그려낸다.
컴퓨터가 일자리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열악한 노동에서 인간이 해방된다는 밝은 면은 물론 그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일시적 현상이거나 특정한 경제정책으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까지 나올 수 있다. 노동시장에 날벼락 같은 변화가 언젠가 닥쳐올 수도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미래기술 연구팀의 분석을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일자리 중 약 45%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 NBC의 분석을 보자. 이 방송은 총 9개의 직군에서 컴퓨터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첫 번째 직군은 약사다. 진료 및 치료와 처방전에 따른 약제조가 분업화되었고, 약제조는 빠르게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메디컬센터는 이미 두 개의 대학병원에서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된 조제실을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 업종은 변호사와 법무사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가 주도하고 있는 컴퓨터 법학 연구(computational legal studies)는 미국 법원과 영국 법원의 판례,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규제법, 기업 간 계약서 등 법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작업에 기초하여 다양한 법률 이슈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를 자동화하는 학문 분야다. 컴퓨터 법학 연구는 소송 이전에 유무죄 확률을 계산하고 유죄의 경우 그 경중을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알고리즘 기반 법률 서비스를 출현할 수 있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 영역으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직종은 운전사다. 2010년 구글이 시작한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self-driving car)’ 프로젝트는, 자동차가 주변의 변화를 인지하고 스스로 멈추고 운전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리도록 해 자동차 사고를 급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써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무사고 자동차 기술이 곧 눈앞에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순간에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은 슬픈 경험이 있거나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힘겹게 이용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이라면 이른바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가 인류에게 가져올 혜택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꿈의 자동주행 자동차는 약 350만 명에 이르는 미국 택시운전사의 일자리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그 밖에 상점 점원도 눈에 띈다. 현금 자동 인출기(ATM)가 은행 종업원의 수를 줄였듯이 가상 점원(virtual assistants)이 다양한 소매점 점원의 자리를 천천히 대신하기 시작했다. 동네 구멍가게를 지키던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대형마트의 유니폼 입은 점원으로 대체되더니, 이제 그 유니폼 대신 같은 색깔 로고를 입은 자동 계산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봇, 규격화한 육체노동 가장 먼저 대체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과 컴퓨터는 경제적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멈춤 없이 중노동을 저항 없이 이어나간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열악하고 규격화된 노동의 현장을 가장 먼저 대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키바(Kiva)를 도입한 아마존은 물류센터의 모든 노동과정을 철저하게 규격화하고, 표준화한다. 바로 극한에 가까운 노동의 규격화는 인간에서 기계로 노동이 이전하는 마지막 단계다. 실제로 아마존의 연구진은 물류센터 노동행위의 최소단위를 객체화하고 이를 프로그램에 담아내고 있다. 물류센터 전 노동과정이 알고리즘과 로봇에 의해 수행되는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마지막 작업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이 전하는 아마존의 노동 규격화 수준은 인간의 자율적 판단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진척된 상태다. 그래서 장기실업에 고통받는 노동자가 또는 미숙련 노동자가 아마존 물류센터에 고용되어도 물류센터의 높은 효율성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다. 오히려 숙련노동자는 노동과정의 세분화가 극한에 도달한 아마존 물류센터에서의 노동을 견딜 수 없다. 이렇게 테일러주의는 21세기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부활한 것이다.
알고리즘의 진화, 결국 지식노동도 점차로 대체
물론 아직 인간이 로봇보다 뛰어난 부분이 몇 가지 남아있다. 크리스마스 등 특별 시즌에 발생하는 상품포장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인간의 유연함까지 노동의 규격화는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기술의 진보를 고려한다면, 물류센터의 모든 노동이 시즌과 무관하게 100%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정신노동이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진화에 따른 지식노동의 대체를 아직 가까운 미래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 흐름은 작은 연구실에서 학술논문 몇 편을 위해 진행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크고 작은 기업들이 알고리즘에 기초한 노동 대체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이윤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공장의 로봇과 달리 알고리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의 경우 스포츠 뉴스와 증권 뉴스가 알고리즘에 의해 생산되기 시작된 지 오래여도 이를 피부로 느끼는 독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신용평가, 고빈도매매 등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된 신용업무와 투자업무 영역이 빠른 속도로 증가해도, 자신의 신용에 대해 전화로 상담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금융업무의 알고리즘 경향을 피부로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경험, 지식 그리고 직관 등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복제되고, 통계와 확률계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최소단위까지 육체노동이 규격화하는 것이 로봇에 의한 자동화의 시작이라면, 인간 또는 기업 조직의 판단과 결정이 최소 단위까지 규격화하는 것은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에 의한 기업 전반에 걸친 업무 자동화의 출발점이다.
산업혁명과 유사?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경제시스템도 그리고 사회체계도 현재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알고리즘과 로봇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 현상에 대한 대응전략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대다수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는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한 현상이며, 이러한 대체가 전체 고용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이윤율을 높임으로써 산업 전체의 발전과 고용의 확대로 이어져 온 과거의 사실을 지적할 것이다.
1761년 영국의 인구는 약 615만 명 수준이었으나,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1851년 약 1,674만 명으로 매우 증가한다(김종혁 2006, 388쪽). 인구증가의 원인으로는 의학 및 위생의 진보로 인한 사망률 감소 및 경제 변화에 따른 출생률 증대 등이 제기된다. 특히 하바쿠크(Habakkuk 1953)는, 산업발전에 따른 “노동에 대한 수요증대”가 출생률 증가로 이어져 결국 인구증가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Habakkuk 1953 / 김종혁 2006, 391쪽).
또한 18세기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전체 노동인구 중 농업 노동인구가 차지했던 비율은 80에서 90%까지 이르렀으나(김종혁 2006, 397쪽), 현재는 그 비율이 2~3%까지 축소되었다. 그러나 농업 생산성 증가에 따른 농업 노동인구 비율의 감소가 전체 노동인구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농업인구가 지난 1970년대 이래로 감소했음에도 산업화와 함께 새로운 노동 수요가 매우 증가한 것도 같은 이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기계의 진화에 힘입은 생산성 혁신은 노동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의 규모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기계의 힘을 빌린 노동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이윤 증가로 이어졌고, 기업의 이윤 증가는 새로운 영역의 사업 확대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이지는 알 수 없으나, 전 세계 수많은 정치세력은 일자리 창출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제2의 자동화 물결’ 이제 지식노동도 대체된다
그러나 과연 같은 역사가 알고리즘과 컴퓨터 로봇에 의한 인간 노동 대체 현상에서도 반복될 수 있을까? 기자와 변호사 등 지식 영역에까지 로봇의 역할이 확대될 때 노동사회에서 임금을 매개로 한 고용관계가 지속할 수 있을까?
와이어드(Wired) 전 편집장 케빈 켈리는 알고리즘의 진화가 ‘제2의 자동화’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Kelly 2012). 켈리는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진행된 기계에 의한 인간 육체노동의 대체 흐름을 제1의 자동화 물결로 비유하면서, 제2의 자동화 물결은 육체노동뿐 아니라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와 변호사 등 지식 영역에까지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고 나서도 이 사람들이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을까? 로봇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발생한 기업 이윤의 증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결국, 질문은 로봇에게 일자리를 넘겨준 택시 운전사, 약사, 변호사, 기자가 무인 비행선을 통해 최악의 노동조건으로부터 탈출한 택배 기사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의미를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찾을 수 있을지로 집약된다.
제2단계 세계화, 임금이 중요하지 않다
전 세계 수많은 정치세력은 ‘일자리 창출’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경제정책의 오랜 목표는 모든 성인에게 일자리가 주어지는 사회였다.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은 그런 가정 아래 설계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할 일 자체가 사라진다면 이 모든 설계는 그 효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기계와 인간 노동력의 관계는 세계 경제의 변화를 이끄는 힘이기도 하다. 중국과 인도의 값싼 노동력이로봇에 의해 대체될 때 세계 경제는 지금과 같은 논리에 의해 작동될 수 있을까?
높은 자동화 수준을 이룬 자동차 산업을 보자. 1990년대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공장을 옮기던 흐름에서 벗어나 최근 자동차 기업은 판매지 인근으로 생산공장을 이전시키고 있다. 생산품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을수록, (투자)지역을 선택하는 기준은 임금에서 이동비용, 사회기간시설, 기업 조세 부담, 정치적 안정성, 시장규모 등으로 옮겨간다. 기업의 장기적 이윤율에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 생산 공장의 중심은 저가 노동력을 대표하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로봇에 의해 인간 노동 대체비율이 높고 동시에 소비력이 높은 북미 및 유럽 등 국가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생산기지 이전 흐름의 중단 또는 축소가 자국 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헛된 일이다. 자국 내 새로운 생산공장이 세워져도, 규범화되고 규격화된 일자리가 인간의 몫이 될 가능성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고리즘과 로봇이 이른바 서구의 전유물도 아니다. 애플과 삼성 스마트폰의 주문생산기업인 중국의 폭스콘(Foxconn)은 증가하는 임금과 빈번한 파업을 이유로 최근 1백 만개에 이르는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폭스콘의 결정은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 노동력 투입을 축소하려는 경쟁이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
최저임금제도 또한 알고리즘 사회의 확대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인간의 자존감을 최소치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임금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또는 임금 외에도 복지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의 수는 어쩌면 기계 및 로봇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와 놓인 사람의 수에 대한 지표로서 기능할 수 있다.
자동화가 진행하는 산업영역과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노동자의 임금, 다시 말해 낮은 비용과 높은 생산성을 대표하는 로봇 및 알고리즘과 경쟁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식노동까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최저임금 적용대상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언론사 A가 스포츠 뉴스와 증권 뉴스 생산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경우, 미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 B의 관련 뉴스 생산자의 임금은 하락 압력에 놓인다. 오토바이와 화물차가 등장해도 지게꾼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지만, 지게꾼의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술은 발전하고 기업이윤은 커지지만, 이들의 삶은 위기에 처하고 만다.
인간의 노동이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임금 하락과 고용 불안정을 피할 수 없다. 개별 기업의 생산성 및 이윤율은 거침없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에 반해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급속한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자동화 및 알고리즘화 경향에서 최저임금제가 가지는 다른 측면을 살펴보자. 기계와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 자동화가 아직 매우 미미한 수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단위 노동당 최저 비용이라는 고정값을 비교기준을 제시한다. 개별 인간 노동에 대한 산술적 목표와 비교할 수 있는 비용 제시는 노동 자동화를 추구하는 혁신과 개발자 정신에 매우 강력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의 최저임금 이하로 로봇 및 알고리즘의 생산비용이 떨어지면 로봇과 알고리즘은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 아마존 사례를 다시 보자. 최소 단위로 규범화된 노동은 단위 노동가격이 명확하며, 그 가격이 낮은 영역부터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진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어느 순간 아마존을 비롯한 기술기업은 최저임금제의 강력한 지지자로 입장을 바꿀 수 있다.
‘프라잉셔틀’과 ‘제니방적기’ 변화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경제사학자 칼 폴라니는 1944년 역작 [거대한 전환]에서 사회 질서를 바꾸는 변환은 요란한 사건과 함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주장했다. 폴라니는 “(영국) 산업혁명의 전야에 이와 관련된 신호와 징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아무도 기계산업의 발전을 예측하지 못했고, 이는 완전한 놀라움으로 다가왔다(89쪽)”고 말한다.
당시 영국사회를 뒤흔든 변화는 언뜻 보기에는 보잘것없는 작은 발견과 혁신에서 시작됐다. 1733년 영국의 존 케이가 선보인 작은 발명품 플라잉셔틀(Flying Shuttle)은 베틀에서 베를 짜는 노동을 인간의 몫에서 기계의 몫으로 바꾸었다. 플라잉셔틀은 베틀에서 날실의 틈으로 왔다 갔다 하며 씨실을 푸는 북을 끈과 바퀴에 묶어낸 것이다.
북의 움직임을 자동화한 플라잉셔틀은 베틀에서 북을 전달하는 직공의 일을 대체했다. [프랑스 방법론 백과사전]은 플라잉셔틀의 속도를 당대 사람들에게는 “상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마치 순간순간 사라지는 작은 구름과도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Wadsworth/Mann, 470쪽). 현대인의 눈으로는 느리기 짝이 없는 속도겠지만, 플라잉셔틀이 확산하면서 당시 베틀의 생산성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이와 연관된 기술의 발전은 1764년 실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적기인 제니방적기(Spinning Jenny)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섬유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은 영국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한 힘이 되었다.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폭과 깊이가 변화할수록 인간과 인간의 연결, 인간과 자본의 결합, 자본과 사회의 관계는 서로 충돌하고 조정하면서 산업사회의 특징을 구성하는 핵심 관계망으로 발전해왔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시대는, 예고없이 실업이 폭증할 수 있는 시대이다. 갑작스레 한 직종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시대다. 사실 전달만 할 뿐 상황에 대해 해설하지 못하는 기자, 약의 특성을 암기하기만 한 약사, 가정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기술적 방법론에만 능숙한 통계전문가, 윤리적 성찰 능력이 크게 부족한 데이터 분석가들은 설 자리가 사라져 가는 시대다.
이런 사람들을 양성하는 교육시스템도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시대다. 비범한 재능을 스팩과 관계없이 아낌없이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얕은 교양교육 또는 융합교육이 아니라 광범위한 전공교육을 통해 개성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어강의 이수, 몇 개의 교양강의 이수 등 명목상 평균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현재 한국 교육정책은 집중하고 있다. 알고리즘 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다.
알고리즘 사회… ‘기본소득’ 열린 접근 필요
일자리 축소 규모에 비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임노동사회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 또한 그 뿌리부터 흔들릴 것이다. 사회보장제도, 특히 실업보험의 기원은 19세기 말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다. 산업혁명과 이후 지속한 산업 기술변화가 가져온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가 사회보장제도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기계와 알고리즘에 의해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질 때,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노동자의 임금으로 당대의 절대다수 실업자를 지원할 수 있을까? 이러한 배경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스위스는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를 2015년 10월까지는 실시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매달 2,500 스위스 프랑(약 3백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체계를 만들자는 기복소득법안이 국민발의로 연방의회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국민발의에 의한 국민투표는 발의안 통과 뒤 2년 안에 실시해야 한다.)
기본소득이 스위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든지 아니든지와 상관없이,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은 인간에게 ‘노동에 대한 강제’가 반드시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진영은 다수의 사람들이 일하기보다는 TV 앞에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까 걱정한다.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쪽은 실업을 더 는 사회악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노동의 새로운 동기부여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제도(의 현실성)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노동에 대한 재정의’다.
기본소득을 찬성하는 진영도 앞으로 적지 않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지낼 수 있는지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예술가, 문인, 가수, 배우, 철학자가 될 수 없다. 모두가 병원, 양로원,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모두가 학자와 개발자가 되어 알고리즘 사회의 혁신을 이끌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디지털 아테네 시대? 기술이 동반할 사회 변화에 눈뜰 때
로봇에 의해 대체 가능한 노동과 그에 얽힌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은 궁극적으로 죽음을 향해 치닫게 되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경제시스템도 그리고 사회체계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알고리즘과 로봇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 현상에 대해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언론 다수는 파란 하늘을 날아가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에 환호를 보내며, 아마존의 혁신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기술의 신기함에 놀라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대한 상상력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기술이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꿈꿀 수 있을까? 노동은 알고리즘과 로봇이 담당하고, 인간은 이른 아침, 안방까지 배달되는 꽃향기를 맡으며 멋진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까? 이른바 귀족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질시는 자취를 감추고, 인간의 자존감을 무참하게 짓밟는 해고와 피를 부르는 파업은 깔끔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관용과 화합의 시대가 올까?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그랬다. 끊임없이 굴욕을 느끼게 하는 거친 노동은 노예와 여성의 몫이었고,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성 시민은 정치와 역사, 문화와 철학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사회였다. 알고리즘과 로봇의 진화는 우리에게 디지털 아테네 시대를 약속하고 있을까? 과거 아테네에서 노예와 여성의 몫이던 노동은 이제 로봇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눈앞에 성큼 다가온 알고리즘 사회, 인류에게 간단치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다. 그 도전을 ‘알고리즘 사회’ 연재를 통해 앞으로 하나씩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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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한 글
김종혁 2006, 영국 산업혁명의 재조명
Habakkuk, H. J., 1953, English Population in the Eighteenth Century, in: Economic History Review, 2nd Series, Vol. 6, No. 2.
Kelly, Kevin, 2012, Better than Human: Why Robots Will – And Must – Take Our Jobs, in: Wired,
http://www.wired.com/gadgetlab/2012/12/ff-robots-will-take-our-jobs/
Polanyi, Karl, 1944,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Wadsworth, Alfred P. / Mann, Julia De Lacy, 1965, The cotton trade and industrial Lancashire, 1600-1780
택시 운전사, 약사, 변호사, 기자의 정치적 입김이 같은지? 이런 각기 다른 계급들이 어떻게 투쟁 혹은 타협을 할지에 대한 전망은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지요? 뭔가 대단히 허전한 전망이란 느끼만 받습니다.
2부는 언제 나오나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자님 홧팅
로봇을 만드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을 만드는……
로봇의 생산, 유지 및 보수, 사후관리 모두 인간 몫입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캘빈 박사(로봇 전문가)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됩니다.
새로이 창출될 무수한 로봇 관련 일자리는 로봇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인간의 우위를 잘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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