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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8월 19일 최재천 의원실 주최로 간담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제가 존경하는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연구원은 ‘포털이 더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죠. 그날 행사 관련 기사는 좀 이상하게 취사선택한 매체 말고는 대개 그 맥락(‘포털은 더 공개해야’)에서 보도됐어요. 그 와중에 이 문제만을 집중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기사에도 나오지만, 사실관계부터 밝히면 이렇습니다. 포털은 편집원칙을 공개하고 있어요. 다음의 뉴스편집원칙, 네이버의 편집원칙, 네이트의 기사배열 기본원칙(편집가이드), 그리고 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회원사들이 2012년 공동제정한 ‘인터넷뉴스기사배열에 관한 공동자율규약‘. 기존 언론 중에 이 정도라도 공개하는 언론사는 중앙일보밖에 못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뭘 어떻게 공개할 수 있을까요? 조선일보가, 한겨레가 오늘 1면 톱은 이러이러한 원칙으로 골랐다고 공개하나요? 포털이 메인 뉴스로 편집한 기사를 고른 기준과 원칙요? 당연히 속보성도 따질 테고, 클러스터링 방식(수동 편집 없이 자동으로 대표 뉴스와 주제별 뉴스를 선정, 분류하는 방식)으로 중요도도 볼 테고, 기사 자체의 완성도를 따지겠죠. 다만, 그 이상 어떤 원칙을 공개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구글 뉴스 순위 알고리즘은 대형매체에 유리

강정수 박사가 사례로 든 구글의 뉴스 순위 알고리즘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참고: 강정수, 포털뉴스 논쟁 3: 포털의 사회적 책무와 ‘감히 현명해지는 용기’ 중 분석4.)

언론사가 평소 기사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기사 길이가 얼마나 긴지
중요한 사건을 보도하는지
다른 기사를 옮겨 쓰는 편인지
외부에서 이 언론사의 기사가 얼마나 인용되는지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방문자 수와 트래픽은 얼마나 많은지
기자와 편집실 규모
사무실 수
기사에 취재원 이름을 실명으로 썼는지
보도 범위
글로벌 영향력은 얼마나 큰지
기사를 철자와 문법에 맞춰 썼는지

이런 기준이라면, 당연히 대형 매체가 유리합니다. 현재 구글 뉴스를 살펴보면 대형 매체들이 주요뉴스(탑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구글 뉴스 (한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구글 뉴스 (한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구글 뉴스 (영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구글 뉴스 (영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구글 뉴스 (미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구글 뉴스 (미국)
2013년 9월 11일 오전 8시 30분

더불어 구글 뉴스를 보면 기성 언론 기사와 해당 언론사 블로그의 콘텐츠가 함께 섞여서 편집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아래 캡처 사진에서 CNN(blog)로 표시된 부분 참조).  우리나라에선 조선닷컴, 인터넷한겨레 등은 블로그 컨텐츠가 기사와 함께 배치되곤 하죠.

하지만 포털에는 언론사 기사와 블로그 컨텐츠를 함께 편집해 배치하는 건 금지됩니다. 기사와 기사 아닌 걸 구분해서 표시하라는 게 법이죠. 기자의 정의, 매체의 정의, 미디어의 정의가 복잡해지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네요.

블로그를 기성 뉴스와 함께 편성 배치하는 구글뉴스
우리나라 포털은 기성언론 기사와 블로그를 함께 편집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한다

편집원칙 더 공개해라? 구글 알고리즘처럼?

실제 ‘편집’하는 것과 구글식 기계적 알고리즘은 공개 대상이 다릅니다. 국내 언론은 더 공개할 편집원칙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다음(DAUM)은 뉴스 통계를 통해 실시간 편집 내역은 공개합니다. 이렇게 공정을 기해 편집했으니 문제가 있으면 공개한 걸로 따져달라는 거죠. 검색 알고리즘은 대개 어뷰징 이슈 때문에 공개를 않지만, 뉴스를 포함해 검색의 기본은 키워드 빈도수, 해당 사이트 신뢰도 및 인기도 등을 비롯해 수십 수백 개 변수를 넣습니다.

구글처럼 알고리즘 편집해보면 어떨까?

최근 여당 일각에서 준비하고 있다더라, 소문 수준의 정보는 국내 포털도 구글처럼 알고리즘으로 편집하도록 하고, 직접 편집을 못 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다음과 네이버는 이제 뉴스 하지 말라는 법 만든단다’라는 식으로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실제 여당에서 그런 법 준비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알고리즘 편집이 정답일까요? 공정성 논란을 피하려고요? 포털은 신문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입니다. 법적으로 미디어죠. 미디어의 편집권은 고유권한입니다. 정부기관 혹은 관련법으로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편집해야만 한다고 정해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따른 강제가 아니라 다음과 네이버가 자율적으로 알고리즘 편집을 한다면 어떨까요? 만약 구글 같은 방식을 도입한다고 치죠. 구글의 방식은 대형 언론사에 가중치를 많이 주는 방식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몇몇 매체들은 환영할만해요. 근데 그럼 다른 매체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포털의 뉴스 알고리즘 불공정하다, 대형 매체만 편애한다, 당장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전문지도 있고, 규모가 작아도 훌륭한 매체들이 있어요. 그 분들보다 기존 큰 매체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알고리즘, 과연 적절한가요?

알고리즘 편집은 공정성 논란을 끝낼 수 있을까?

‘왜 이 뉴스가 톱으로 올라왔느냐’, ‘포털의 알고리즘이 이상하다’, 정말 공개할 경우 알고리즘 변수 자체가 편향되고 불공정하다고 하지 않을까요? 위에서 언급했듯 모든 언론사가 만족할 리 없을 테고, 소수의 언론사 외에 다른 언론사들은 다들 알고리즘을 바꾸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도 알고리즘입니다. 국내 포털이 구글 방식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와 쌍방향 편집을 해본다고 치죠. 다들 좋아하시겠어요? 지금 포털은 균형을 갖춘 미디어 책무를 진답시고 엄청나게 신경씁니다. 편향 편집요? 몇 년째 시달리는 처지에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 바보가 아닌 한. 그런데 알고리즘으로 돌려버리면, 한국식으로 이용자가 좋아하는 순서로 보여주기 시작하면 저는 오히려 중립적이거나 균형적이지 않을 거라 봅니다. 화끈(?)해지겠죠. 어떤 분들은 싫어하실 겁니다.

@channyun(윤석찬) 님은 트윗을 통해  “해외에서 구글과 야후처럼 알고리즘과 에디터 편집 두 방식이 양립하듯 국내도 네이버와 다음이 그런 역할을 각자 하면 될 듯요. 네이버도 예전부터 그러길 원하는 것 같”다고 멘션을 주셨습니다. 저는 구글 알고리즘 편집이 국내에서 통할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걸 법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면 어느 포털이든 얼마든지 선택 가능한 얘기죠.

제가 결국 공정성 논란 갖고 논문까지 썼습니다. 다들 나름 애써요. 다음과 네이버 뉴스가 그렇게 불공정하다면 1,000만, 2,000만 명씩 보러 오겠습니까? 이용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냥 포털은 뉴스 하지 마! 왜 해?

이런 질문도 주시더군요. 공정성 시달리지 말고 편히 관두라는. 그러나 1,000만, 2,000만 이용자가 쓰는 서비스입니다. 시장 수요가 있어요. 이걸 무슨 이유로 중단할 수 있을까요? 덜 시달리겠다고 중단해야 하나요? 이용자는 포털 뉴스가 공정하지 않다고 심각하게 문제 제기하지 않아요. 싫으면 안 보면 되고, 대체재는 많으니까요.

포털에 뉴스 ‘하지 마, 너희 공정성 문제야’라고 말하는 건 정치권과 언론이죠. 미디어의 공정성이야 당연히 뜨겁게 토론하고 의견 주고받는 게 맞아요. 법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만 아니라면 어떤 논의든 가능하다고 봅니다. 미디어가 법적 통제 대상은 아니니까요.

포털 뉴스 편집자들 만나보면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편집한다는, 어느 다른 기존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보다 조금이라도 더 낫게 편집한다는 자부심 있습니다. 신경 쓰고 노력하고요. 사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여야가, 정부가, 혹은 언론이 난리가 나는데 어떻게 막 하겠습니까.

논란을 회피하는 게 답은 아닐 테고, 신뢰를 얻기 위해 더 애써야 하는 게 답이겠죠. 다만, 편집원칙을 더 공개하라는 요구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아이디어를 좀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정수 박사를 비롯해 언론 연구하시는 많은 분에게 의견을 구해봐야 할까 봐요.

뉴스 편집자 한 분이 이렇게 의견을 주셨습니다.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공정하자’라는 다짐이 무겁게 울리는군요.

“누군가가 어떤 기사를 콕 집어 ‘왜 이 기사를 다음 톱에 올렸느냐’고 묻는다면, 매체 신뢰도-대중 관심영역-이슈 팔로우-섹션 밸런스-정치적 균형, 그리고 심플한 ‘재미’까지. 몇십 개의 이유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유 중에 절대로 포함할 수 없는 게 편집자 개인의 정치적 지향점일 듯합니다. 일선 편집자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니깐요. 출근 후에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뉴스를 열어보며 스스로 ‘중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공정하자’라는 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포털 뉴스편집을 바라보는 논쟁들의 시선이 더욱더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되묻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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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공정하자는 말이 와닿는데요.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와 -를 반복하며 0에 다가서는 일이라고 한다면, 연합뉴스를 베껴쓰는 기사를 1차적으로 걸러낸 후, 나머지 기사를 언론사 규모, 성향에 무관하게 플랫폼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중,동,한,경,매(매일경제)등 대형 신문사와 인터넷 신문사가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털 뉴스 큐레이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2. 구글은 비슷한 기사를 서로 묶어서 보려주지요. 그 중 어느 언론사 것을 묶음 대표로 내세우느냐 하는 문제가 언론사에는 중요하겠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연합 따다 옮기거나 서로 베끼는 기사들이 한 뭉치로 치워지는 게 보기 좋습니다.

    포털 뉴스는 다른 걸 문제삼고 싶은데, 기사 정보 노출이 너무 적고 그 때문인지 선정적입니다. 몇천만명이 보는 시장인데 제목도 다 안 들어가는 짤막한 글귀가 다이니 언론사들이 목숨 걸고 낚시질에 나서는 거죠.인터넷뉴스팀이라는 게 실시간 검색어 뜨면 몇개 긁어다 기사라고 올리는 게 일이고… 그 좁은 공간에 충격 경악 알고보니 가 넘쳐나는데 자부심을 갖고들 있다면 참 안타깝네요.

  3. 예전에 정말 누가 봐도 공정한(공정할 수 밖에 없는) 편집 서비스를 개발해서 서비스 해본적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일반에 오픈하기전에 각 언론사 ( 약 30여개 회사)에 배포하고, 이메일로 문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뉴스캐스트 이전이라서, 언론사들은 콧대가 높을때였고, 대형 언론사들은 100% 전부 거절했습니다. 중간급은 미적미적 하고, 작은 회사들은 연락조차 없더군요.
    포털이 잘못이 있겠습니다만, 언론사들도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만들고 있습니다.
    그걸 포털들에게 무조건 책임을 전가하는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자본주의자체가 시장의 불공정 논리에서 시작하는것이고 이를 보완하기위해 정치적 복지는 역불공정으로 하층우선 지원하는데, 신문은 복지도 아니고 공정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여론이 선택하고 선택받지 못하면 도퇴되도록 나두어야지 모든게 공정하게 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포털처럼 제목 낚시질과 댓글로 특정편파 언론을 편집하여 보도하는것 자체도 공정과 거리 멀다.
    구글처럼 같은 뉴스 카테고리에 기사끼리 서로 경쟁 하게 만들고 클릭시 그 신문사로 넘김으로서 포털에서 못빠져 나가게 강제로 묶는 불공정 행위 없앨 수 있다고 본다.

  5. 권력(정치, 경제, 종교)과 파괴자(혐오주의, 극단주의)의 개입만 막을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나머지는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6. 사용자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볼게 딱 2개밖에 없어서 이며,
    네이버는 당연히 여당의 30%처럼 그놈들이 보기때문이고
    다음은 메일을 기본으로 그나마 나아서 보기때문이였는데,
    요즘 다음의 순위가 이상해요,,
    예를 들어 메르스 건이나 국정원 해킹건는 거의 탄핵감정고건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이틀잠깐 올랐다가 사라지고요,,그외 사사로운(사사롭진않지만)건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조사하면 재미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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