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골드만삭스나 JP모건 같은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요?” 최근 금융인들과 모임에서 누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 “금융업은 사람 장사인데, 52시간제 때문에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업종·직종을 가리지 않는 획일적 주52시간제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갈라파고스식 규제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봐도 (…)
-조선일보, [동서남북] 정은경 본부장이 52시간제 대상이었다면..(나지홍, 2020. 4. 14.) 중에서
그래 좋다. 미국엔 52시간제가 없다. 그럼 미국처럼 해보자!
가령 혁신의 천국이라는 캘리포니아에는 52시간제는커녕 노동시간 상한제가 없다.
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아메리카![footnote]이 글은 원문을 필자 동의 하에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footnote]
1. 최저임금
캘리포니아 주의 최저임금은 25인 초과 사업장 기준 13달러, 즉 약 1만6,000원이다. 2022년에는 15달러(1만8000원)이 된다. 물론 팁은 별도다. 캘리포니아주 중에서 도시·카운티 별로 더 높은 곳도 있다.
- 샌프란시스코는 더 높아서 현재 15.59달러(1만9,000원)
- 샌호세라고도 하는 새너제이는 15.25달러(1만8,500원)
- 쿠퍼티노는 15.35달러(1만8,700원)이다.
2. 초과 수당 또는 휴일 노동
- 하루 8시간 초과 또는 주당 40시간 초과, 또는 휴일 노동 때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줘야 한다.
- 하루 12시간 초과 또는 휴일 8시간 초과 노동 때는 통상임금의 2배를 줘야 한다.
3. 사례: 설거지 담당 직원의 월급과 연봉은?
따라서 만약 시간당 14달러를 받는 설거지 담당 직원이 하루 13시간을 일했다면?
- 112(첫 8시간) + 84(다음 4시간) + 28(마지막 1시간) = 하루 224달러를 번다. (아래 박스 참조)
- 주말에는 쉬고 평일에만 일했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224×21=4704달러, 곧 약 572만 원이다.
- 12달 일했다고 하면 5만6,448달러, 약 6,86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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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입장에서 본 설거지 담당 직원
업주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설거지 담당 직원 이몽룡이 하루 8시간 일하면 업주는 112달러를 줘야 하는데, 하루 13시간 일하면 정확히 곱절인 224달러를 줘야 한다. 업주로서는 차라리 이몽룡은 하루 8시간만 일을 시키고, 성춘향을 추가로 뽑아서 추가 8시간 일을 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숙련도 등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편이 낫다. 그러니 자연히 이몽룡은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에 가깝게 일을 하게 된다. 업주가 줘야 할 초과노동 임금을 떼어먹을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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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20년 한국의 기준중위소득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해도 약 475만 원이고, 1인 가족 기준은 176만 원이다. 또한 2020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8,590원(시간), 월급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4.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다
그리고 새로 제정된 AB5 법안에 따라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영업자 내지는 프리랜서 등으로 취급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회사가 ‘홍길동은 우리 회사의 피고용인이 아니라 자영업자·프리랜서입니다’라고 주장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 (A) 홍길동은 회사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계약서상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래야 한다.[footnote]both under the contract for the performance of the work and in fact[/footnote]
- (B) 홍길동은 회사의 일반적인 사업이 아닌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
- (C) 홍길동은 회사의 업무와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해야 한다.
ABC 테스트라고 하는 이 조건을 모두 통과하지 못하면 홍길동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가 아니다. 회사의 피고용인인 노동자가 된다. 이 기준을 따지면 최근 사업을 종료했다는 ‘타다’는 물론이고, 한국의 대부분 ‘특수고용직’은 명실상부한 노동자가 될 것이다.
자, 할 거면 이렇게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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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규제? 한국의 ‘진짜’ 현실은?
이전에 한국에서 주 52시간 이상 노동이 성행했고, 사실은 지금도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업주가 초과노동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은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포괄임금제 등 포함), 통상임금에 관계 없이 정액으로 주거나, 기본급을 줄이고 각종 수당을 많이 붙여서 통상임금을 최소화하거나 하는 불법·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여 엄격하게 초과노동 임금을 지급하면서 52시간 이상 노동을 시킬 수 있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면 당장에 ‘회사 망한다’는 말이 돌아온다. 대표적인 대기업인 기아차는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1조 원 충당금이 드는 바람에 적자로 전환했다고 했다. 하지만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해야 한다. 기아차가 1조 원 충당금이 든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지급했어야 할 임금 1조 원을 떼어먹었다가 뒤늦게 지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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