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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제는 실패할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는 실패할 것이다. 21대 총선뿐만 아니고,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계속 그럴 거란 얘기다. 이미 ‘위성정당은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성공하기까지 한다’는 걸 모두가 알아버렸다.

위성정당이라는 ‘빈틈’ 

위성정당이 출범하면 연동형 비례제는 망한다. 이건 연동률을 100%로 하더라도, 비례대표를 250석까지 늘리더라도, 똑같이 생기는 문제다. 위성정당은 연동형 비례제가 무조건 가질 수밖에 없는 빈틈이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위성정당을 막을 수 있을까? 일단 어떤 조항으로 막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지역구 안 나가면 비례 출마 금지? 일정 기간 합당 금지? 타 정당 홍보 금지?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전부 무력화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위성정당 금지하면 뭐하나, 그럼 다른 비례전용정당(예: 국민의당)이 쓸어가겠지. 거대 양당이 대놓고 위성정당을 출범시키는 건 어떻게 막는다 해도, ‘국민의당’처럼 비례전용정당을 낸다거나, ‘열린민주당’처럼 외곽에서 유사위성정당이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그것까지 금지했다가는, 그건 정당 결사의 자유를 해치는 위헌이니까.

균열 지진 틈새 벽 건물

연동형 비례제, 그 자체의 문제 

연동형 비례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그걸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히 위성정당에 관해서도 별로 비호감이 없다.

진보 지식인들은 연동형 비례제를 꿈의 제도처럼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다. 난 솔직히 진보 지식인의 직무유기가 심각했다고 본다. 위성정당이란 치명적인 약점이 너무 뚜렷하게 존재하고, 실제로 위성정당에 의해 제도가 망가졌던 해외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독일만 갖고 와서 ‘좋지?’하며 자랑만 하더라. 실패 사례를 보여주고 분석을 했어야지, 성공 사례만 갖고 와서는 대체 뭘 했던 건지.

연동형 비례제에는 위성정당을 제외하고도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하 500석(지역 250+비례250)짜리 연동형 비례제를 가정해 논의를 진행해보자.

주의! 이하 서술 내용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가 아닌 ‘연동형’ 비례제를 가정한 내용입니다.

첫째, ‘역(逆)사표’

지역 정치를 잘한 정당일수록, 그 정당에 던지는 비례 표는 사표가 된다(=역사표). 만일 더불어미래민주통합당이란 정당이 지역 선거를 너무 잘해서 지역구에서 250석을 싹 쓸어가 버린다면, 더불어미래민주통합당은 정당투표에선 득표율 50%를 넘길 때까지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사표 방지 심리’가 발동해, 지역구 기반이 약한 정당에게 비례 투표를 집중하게 된다. 이게 사실 한국 정치 구도에서 말하자면,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안철수신당) 같은 정당이다. 여론조사를 전면 금지하고 완전 깜깜이 선거를 돌릴 게 아닌 이상 유권자들의 ‘전략적 투표’는 필연적이다.

실제로, 굳이 연동형 비례제가 아니더라도, 정의당은 실제 평소 정당지지율보다 높은 비례 득표율을 얻는다. 이건 민주당 지지층이 일부 정의당으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의당 지지층이 지역투표는 민주당으로 이탈한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요는 유권자들이 반드시 ‘가장 지지하는 정당’을 찍는 건 아니라는 거니까.

연동형 비례제는 이런 ‘전략적 투표’를 더욱 강화한다. 정식 위성정당이 출범하지 않더라도, 이런 전략적 투표 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사실상 ‘민주당은 지역구, 비례는 정의당’으로 나뉘어지는 일종의 ‘선거 연합’을 형성하게 된다.

전략적 투표

연동형 비례제는 전략적 투표를 더욱 강화한다.

둘째, 지역정치의 축소 

두 번째는 좀 더 큰 문제다. (완전한) 연동형 비례제에서 지역 투표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어차피 의석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배분되므로, 지역구에서 0석을 얻든 250석을 얻든 결과적으로 갖게 되는 의석 수가 똑같기 때문이다. 즉, 지역 정치의 종말이다.

수도권 입장에서야 그러거나 말거나겠지만, 지역은 여전히 중요한 정치 단위다. 지역 개발은 여전히 중요한 정치 이슈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중앙의 ‘공중전’ 이슈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수도권 외 지방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지역 개발 이슈 등에서 표심을 드러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물론 이거야 뭐 제도가 수십 년 자리를 잡으면 아마도 결국 극복될 문제이간 히자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지역구 투표가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은, 곧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를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실상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한글당의 ‘가’가 당선되어봤자, 비례대표 명부에 있는 ‘나’가 떨어지는 효과가 날 뿐이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당득표율대로 공평하게 나눠주니까 상관 없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선거의 ‘효능감’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선거의 효능감이 떨어지고,

연동형 비례제에서는 선거의 효능감이 떨어진다.

비례의석 늘리고 병립형으로

가장 큰 문제는 결국 그거다. 유권자들이 연동형에 별로 호감이 없다. 나름 잘 돌아가고 있는 소선거구제를 깨부수고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게 되면, 당장 유권자들이 느끼는 선거의 효능감이 급전직하한다. 예외가 있다면 소수정당 지지자일까? 하지만 소수정당들도 아마 3% 봉쇄조항에 걸려 추풍낙엽처럼 스러질테고, 이쪽도 ‘이럴 거면 뭐하러 도입했냐’며 한탄할 가능성이 높다.

위성정당 문제도 그렇다. 정의당은 끝까지 ‘원칙을 지키는 정당’을 내세웠지만, 사실 사람들은 연동형 비례제에 관심도 없고 호감도 없다. 위성정당을 낸다고 해서 그게 ‘원칙을 저버린 일’이라고 기함하는 일도 없다. 애당초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던 제도고, 무력화된다고 해서 썩 관심도 없다.

그나마 멀쩡한 방법은 연동형 포기하고, 병립형 비례제(지역투표와 비례투표가 분리돼 상호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음. 기존 제도)로 가되 비례의석을 크게 늘리는 것밖에 없다. 선거의 효능감이 떨어지진 않는다는 점에서, 설령 당장은 더 큰 비판에 부닥친다 해도 결과적으론 연동형 비례제만큼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는 못하겠지. 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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