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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 특별위원회’의 박광온 위원장(이하 ‘박광온 의원’)은 ‘허위조작정보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허위조작정보 및 혐오와 차별이 담긴 정보와 표현이 우리 사회 미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동감한다. 하지만 종합대책은 기존의 내용규제 제도가 담고 있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화된 규제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기존 법체계에 대한 무지 

박광온 의원은 종합대책의 ‘허위조작정보’의 기준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에 관한 조항에 근거했음을 밝혔다. 해당 조항은 음란물, 명예훼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정보 등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를 불법정보로 정의한다.

위와 같은 불법정보의 정의는 ‘허위조작정보’와는 매우 다른 개념으로, 불법정보의 규제는 소위 ‘허위조작정보’의 규제에 아무런 실효를 기대할 수 없으며,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불법정보는 이미 규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행 불법정보 규제 제도 역시 ‘행정기구에 의한 인터넷 내용 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이처럼 종합대책이 말하는 허위조작정보의 규제는 사실상 불법정보를 명분으로 한 온라인 상 정부검열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검열

종합대책은 9가지 불법정보에 대한 임시차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현행 내용규제 체계에 대해 무지한 주장으로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 현재 불법정보 중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정보’에 대해서는 이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삭제 등의 처리가 되고 있다.
  • ‘프라이버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임시차단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대책안이 제시한 대로 임시조치를 불법정보 전반으로 확대 할 경우,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정보에 대해서는 누가 불법 여부를 판단하여 임시조치를 신청 할 수 있겠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도 없이 정부기관의 요청 혹은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기준도 불분명한 임시차단 조치를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박광온 의원은 임시차단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권을 신설하여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하지만, 임시차단 조치에 대한 이의신청권의 신설은 이번 허위조작정보의 논의와는 별개로 이미 오래 전부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던 문제이다. 이의신청권 신설은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개선을 약속했으나 국회의 방기로 현재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문재인 정권은 초기 정부 공약으로 인터넷 자율규제 확대를 내걸었으나 현재 이렇다 할 정책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업자 책임 강화? 결론은 정부 검열 강화  

종합대책은 플랫폼 사업자의 허위조작정보 재생산 및 유통에 대한 책임을 더욱더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과도한 검열을 부추길수 있으며 이로인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허위조작정보, 혐오 표현 게시물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기준으로 게시물을 필터링할 것이고, 개별 이용자 역시 필터링을 피하기 위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불법정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결국 정부 검열의 강화를 의미한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검열 강화라는 결과를 낳는다.
인터넷 사업자에 대한 책임 강화는 ‘종합대책’의 체계와 절차를 고려하면 결국 정부의 검열 강화을 의미한다.

방심위의 자의적인 심의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 제도에 대해 ‘행정부’의 자의적 불법여부 판단에 따른 사실상의 검열제도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올해 초 SNI차단 정책이 발표되면서 이어졌던 비판 역시, ‘디지털 성폭력물에 대한 조치’에 대한 반발이 아닌 정부의 자의적 검열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의원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조한 독일의 NetDZ 법안을 참고해 대책안을 만들었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법안은 독일 내에서도 도입 전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받아왔으며, 법이 발효된 이후에도 유럽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상 내용규제 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데이비드 케이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 증진 및 보호에 관한 UN특별보고관 보고서’[footnote](A/HRC/38/35. 2018.4.6)[/footnote]에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바 있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는 사법 당국이 아닌 정부 기관이 합법적 표현의 판단자가 되는 규제 모델을 채택하지 않아야 함. 또한, 콘텐츠에 대한 판단자의 역할을 기업에게 위임하지 말아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약인 자율규제 확대, 먼저 고민하길 

이 외에도 해당 대책안이 가진 문제점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팩트체크 서비스 의무화 대상으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라고 언급하고 있으나, 뉴스를 발행하는 언론사 등은 이미 오보 등에 대한 대응 매뉴얼 등을 갖추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대형 플랫폼이 아니어도 개인 홈페이지 혹은 소규모 공동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뉴스 링크를 공유하거나 뉴스 목록 등을 제공하는 곳들이 존재하는데 이 경우에도 팩트체크를 의무화 할 것인지 의문이다. 만일 뉴스를 제공하는 모든 플랫폼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다수의 허위조작정보 소위 ‘가짜뉴스’나 차별과 혐오를 야기하는 내용의 게시물은 유튜브나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서 게시되는데 이 경우 블로깅 플랫폼까지 모두 규제할 것인지 의문이다.

공교육 차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만하나, 그 전에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윤리’ 교육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윤리’는 각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 등을 통해 스스로 형성하는 것이지 정부가 특정한 가치를 ‘윤리’라는 이름으로 주입할 순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허위조작정보 및 혐오·차별 표현에 대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높이는 규제만을 강화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도 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종합대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이 점을 우려한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바와 같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규제를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한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사기업에 의한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형태를 띤) 검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에 대한 (사기업에 의한 형식적으로는 자율적인 형태를 띤) 검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자율규제 확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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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진보네트워크센터 ‘미루’ 활동가가 작성한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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