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내가 ‘뉴스의 인물’로 주목받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8월 13일 새벽에 일어난 일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스캔들 공방’을 벌이고 있는 배우 김부선이 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놓고, 그 아래에 ‘누구냐 넌. 누구냐’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사실 그 사진은 2013년 1월 진주의 사진작가 김기종 씨가 찍어준 것이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촬영 중인 모습이어서 얼굴이 가려져 있고 헤어스타일과 왼쪽 뺨만 보이는데, 얼핏 이재명 도지사를 연상케도 했다. 그래서인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 사진을 놓고 밤새 많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짚고자 하는 것은 논란의 과정이 아니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다.
그날 아침 나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해온 언론사는 5곳뿐이었다. 그런데 ‘김부선 김주완’ 이름이 함께 포함돼 포털에 송고된 기사는 50건이 넘었다. 전화를 한 5곳 외에는 모두 베껴 썼거나 대충 인터넷상 논란을 정리한 기사였다.
베껴 썼다는 사실을 당당히 밝힌 언론들도 많았다. “~김주완 기자라고 노컷뉴스가 보도했다”는 식이다. “한 매체에 따르면~”이라며 베꼈다는 사실은 밝혔으나 매체 이름은 밝히지 않은 희한한 기사도 있었다.
좀 더 황당한 일은 다음에 벌어졌다. 뒤늦게 베껴 쓰기 대열에 동참한 언론들이 나를 ‘A 기자’라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경남지역의 한 일간지 A 기자’라는 식이었다. 심지어 내가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올린 글을 인용하는 기사에서도 ‘A 기자’라고 쓰는 언론이 대부분이었다.
더 웃기는 것은 내가 페이스북에 “종편의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올린 글을 인용 보도하면서 역시 ‘A 기자’라고 표기한 ‘동아일보’였다. 내가 거절했던 그 종편은 ‘채널A’였는데 말이다.
졸지에 익명의 ‘A 기자’가 되고 보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무슨 죄를 지어 익명 뒤에 숨은 사람으로 취급받는 듯했다.
이미 앞선 수십 개 기사에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또는 ‘이사 겸 출판미디어국장’이라고 직책까지 정확히 밝힌 매체도 있었다)’라고 밝혀진 사람을 굳이 뒤늦은 보도에선 익명 처리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자신이 직접 취재하지 않고 베껴 쓰는 기사여서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포털에서 이 해프닝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300건가량이 나왔다. 이 가운데 한 손에 꼽을 정도의 네댓 건 외에는 모두 취재 없이 쓴 기사라는 결론이다. 인터넷 시대의 기사는 이처럼 한심한 과정으로 만들어져 포털에 송고되고 소셜네트워크와 각종 메신저를 통해 삽시간에 유통, 소비된다.
깜짝 놀란 것은 이후 만나는 모든 사람이 이번 일을 알고 인사를 건네더라는 것이다. 종이신문과 방송만 있던 시대에 비해 뉴스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엄청나다는 걸 실감했다. 이처럼 뉴스 소비는 훨씬 늘었지만,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권이다(2017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뉴스 정확도 부문 38개국 중 37위, 2018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조사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18’ 결과 37개국 중 꼴찌). 그럴 수밖에 없겠다 싶다. 사람이 쓰는 기사가 로봇 저널리즘보다 못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