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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이하 ‘제평위’) 제재소위원회는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전송 행위에 대하여 제재조치를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32일 동안 기사 노출 중단과 재평가 조치를 의결했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 공적 책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눈 앞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약 2,000여 건의 기사형 광고를 ‘기사’ 형태로 포털에 송고했고, 명백한 증거자료 앞에 제평위는 그들이 정한 규정대로 32일 노출중단과 재평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디어오늘,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고발한다’, 2021. 8. 10.)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게 편집해야 한다고 규정한 신문법 6조3항을 위반하고, 광고성 기사를 돈을 받고 쓰는 기만행위를 일삼은 매체가 매년 국가로부터 3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는 국가기간통신사였다는 점에서 제평위의 결정은 환영받았다. 제휴평가위원회의 연합뉴스에 대한 제재결정 이후 다른 언론사들의 광고형 기사 전송수도 며칠 사이 현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제재 결정이 있기 전인 8월19일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공영언론이자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막중한 공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는 연합뉴스에서는 매우 적절치 않은 행태였습니다.” (조성부 연합뉴스 대표)

연합뉴스
국가로부터 연간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으면서 포털에 2,000건이 넘는 기사형 광고를 송고한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재심의? 감경?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연합뉴스는 대국민 사과와 달리 제평위에 제재결과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재심의 요청을 했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제평위 제재소위 위원 5인 이상이 동의하여 이미 의결한 제재 조치를 감경하는 방안을 발의하였고, 향후 재심의할 예정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뉴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포털뉴스제휴평가위의 자체 규정에 의하면 한번 의결된 제재결정에 대한 재심의절차는 없다. 규정 제16조3항과 5항은 제재수위를 결정함에 있어서 제재소위 15인중 5인 이상의 발의와 9인 이상의 찬성으로 제재수위를 높이거나 낮출수 있다는 조항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조항은 최초 제재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규정에서 정한대로 제재를 할 것인지, 아니면 감경, 가중을 할 것인지를 의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아야한다.

이번처럼 제재 의결이 확정된 이후, 일부 위원들의 발의로 원결정을 바꾸는 감경, 가중 조치를 논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조항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똑같은 위원들이 한번은 원칙대로 제재조치를 의결했다가, 그 이후에 스스로 그 결정을 번복하여 감경, 가중을 논의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연출될 것이다.

더욱이 최초 제재조치 결정 당시에도 감경조치 발의가 있었으나 5인이상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어떤 사유로 위원들은 그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불과 2주일만에 입장을 바꾼 것일까. 연합뉴스의 기만행위와 오히려 이를 대변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제평위를 뉴스 소비자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과연 독자가 연합뉴스와 제평위의 행위를 신뢰할 수 있을까.
과연 뉴스 소비자들이 연합뉴스와 제평위의 이런 행위를 신뢰할 수 있을까.

제평위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 

자율심의기구라고 하는 포털의 제평위는 15개의 단체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 한국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위원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언론인 현업 단체가 8개이다. 그 외 언론학회, 대한변협과 4개의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협의회, 한국YMCA, 한국소비자연맹, 언론인권센터), 그리고 언론인과 매체를 지원하는 행정기구인 언론진흥재단으로 구성되어있다.

현재 위원의 과반 이상이 언론인 현업단체로 구성되어있는 셈이다. 제휴평가위원회의 구조상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결정을 내리려면,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단체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제평위는 변화하지 않았다. 자체 규정에도 없는 연합뉴스의 재심의 안건이 발의된 배경에는 이런 태생적,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포털의 제평위는 스스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향상하기 위한 심의기구인지, 언론사 또는 포털의 입장을 대변하는 심의기구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다. 언론사나 포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정한 자율기구로서 기능하고자 한다면 구조 개혁을 단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독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언론사와 광고주의 이익을 옹호해 주는 조직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뉴스 소비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단체가 제평위에 더 참여하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뉴스 소비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해관계가 ‘없는’ 시민단체가 제평위에 더 참여하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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