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삼겹살은 직접 구워서 직접 소금에 찍어 먹어야 하는 음식인가?

집에서 먹든 가게에서 사 먹든 삼겹살은 우리 상 위에 생으로 올라온다. 아무런 간이 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얼은 놈도 있다. 우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혹은 숯불 위에 고기를 올리고 굽는다. 집이라면 내 손으로, 가게라면 때때로 종업원이, 회식이라면 막내가 굽는다. 아무도 이러한 제도(?)에 이의제기하지 않는다.

“내가 맛있게 구울 수 있다.”

자유가 주어진 인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구울’ 자유에 열광하며 자발적으로 삼겹살을 굽는다.

삼겹살

탕수육 찍먹파와 부먹파의 갈등도 마찬가지. 탕수육에 소스가 따로 나오면 그걸 위에 부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논쟁한다.

하지만 틀렸다.  

주방장이 아니라 아마추어에게 음식의 마무리를 맡기는 것은 우리에게 자유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주방이 게으른 탓이다. 미국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가 보라. 스테이크를 레어, 미디엄, 웰던으로 할 거냐 물어보지 상 위에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올려주고 직접 구워 먹으라는 곳이 있는가.

당연히 자기가 구우면 더 맛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주방장이 가장 잘 알고, 정확히 안다. 그래야 한다. 어느 온도에서 어떤 식으로 얼마나 구워야 맛있는 스테이크가 되는지를.

주방장

찍먹이냐 부먹이냐를 놓고 싸울 문제가 아니었다. 애당초 주방장에게 “왜 마무리를 짓지 않고 음식을 내왔나?”라고 타박할 문제다. 이연복 선생의 ‘목란’에선 당연히 소스를 부어 낸다.[footnote]이연복은 ‘찍먹’과 ‘부먹’의 갈등에 관해 어떤 음식은 ‘당연히’ 소스를 미리 부어야 하고, 어떤 음식은 ‘당연히’ 찍어 먹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편집자) [/footnote] 그래도 그 바삭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바삭하게 못 튀기니까 소스를 따로 주고 책임을 피하는 것이 현재 중국집의 현실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 삼겹살.

왜 우리는 삼겹살을 직접 구워 먹으며 환호하는가? 대화는 나누지 못한 채 눈은 삼겹살에 전부 쏠려 있고, 각자 자기 것을 알맞게 굽느라 정신없이 불판에 시선을 빼앗긴 채 소위 ‘회식’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삼겹살의 정치학: 왜 누군가는 굽고, 누군가는 먹는가.
삼겹살의 정치학: 왜 누군가는 줄기차게 굽고, 누군가는 줄기차게 먹는가.

삼겹살의 두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 식당에서 서빙하는, 혹은 당신의 집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굽고 있는 삼겹살의 두께는 ‘먹기 좋은’ 두께가 아니라 ‘굽기 좋은’ 두께다.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리고 10분씩 구워야 한다면 누구나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겹살은 빨리 구워지면서도 최소한의 육즙을 보존할 수 있는 정도의 두께로 우리 상 위에 오르고 있다.

틀렸다. 

삼겹살은 주방에서 다 구워져서 서빙되는 것이 맞는 음식이다. 의당 삼겹살의 두께는 ‘굽기 좋은’에서 ‘먹기 좋은’이 되어야 하고, 소금을 찍어 먹을 것이 아니라, 간이 알맞게 배어있어야 한다.

[divide style=”2″]

김작자의 만연체 레시피 

1. 수육용 삼겹살 구입 

우선 통삼겹을 산다. 소위 ‘수육용 삼겹살’이라 적힌 놈 중 두께가 일정하고 지방층이 적절하게 올라온 놈으로 고른다.

수육용 삼겹살.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면 500g에 1만 6천원 정도 한다. (출처: GSfresh)
국내산 수육용 삼겹살. 오픈마켓에서 구입하면 500g에 1만 6천원 정도 한다. (출처: GSfresh) 외국산이나 국내산이라도 중소 브랜드를 선택하면 훨씬 싸다.

2. 후추와 소금간(재워두기 + 랩으로 감싸기)  

삼겹살 4면에 골고루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다. 소금간이 삼투압으로 스며들 시간 정도를 고려해 30분 이상 재워두는 것이 좋다. 밑간한 상태에서 랩으로 덮어두고 1시간이 적절하다. 고기가 상온으로 올라와야 속까지 금방 익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프라이팬에 굽기 

프라이팬을 잘 달궈서 연기가 날 것 같을 때 삼겹살 수육을 올린다. 기름이 필요하니까 껍데기 쪽부터 굽는다. 170도 이상 올라가면 단백질이 분해되며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난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자체가 풍미를 내는 순간이다. 기름이 흥건히 생기기 시작했으니 옆면을 같은 방식으로 굽는다. 그런 식으로 4면을 돌려 굽는다.

원래는 오븐에서 돼지고기 중심부 온도가 70도가 될 때까지 익혀 위의 과정으로 구우면 잘라서 더 구울 것도 없이 상에 낼 수 있다.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가운데는 말캉해서 육즙 터지는 삼겹살을 먹을 수 있지만, 오븐까지 나오는 건 무리니 참고만.

4. 평소보다 좀 두껍게 썰기 

4면이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도마로 꺼내 올린다. 칼로 고기를 써는데, 평소 먹던 삼겹살의 두께보다 좀 더 두껍게 썬다. 권장 두께는 1cm.

5. 흰 파와 함께 좀 더 굽기 

집에 대파 흰 부분이 있다면 검지 길이로 잘라 몇 개를 아까 굽던 판 위에 올리고, 1cm 두께로 썬 삼겹살을 올려 다시 앞뒤로 굽는다. 아까 뿌린 소금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조금 더 뿌린다. 어느 정도 구울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취향.

먹다 남은 김치찌개가 있길래 조금 덜어서 아까 그 돼지기름에 볶았다. 접시에 돼지고기, 볶은 김치찌개, 상추를 올리고 상을 차린다.

드디어 완성한 삼겹살 구이 ⓒ 김성회
드디어 완성한 삼겹살 구이 ⓒ 김성회

돼지고기 한 점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고 씹는다. 육중한 무게감에 일단 육향이 퍼져나오고, 이빨 사이로 고소한 육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까 넣은 대파 덕분에 파향이 은은히 돌며 느끼한 맛을 상쇄시킨다.

그냥 삼겹살을 얇게 구워 소금에 찍어 먹었더라면 초반에 소금은 혀와 침에 다 녹아 사라지고, 돼지고기 끝맛은 싱거웠을 텐데, 충분히 소금, 후추로 간을 해 둔 탓에 고기 씹는 내내 적절한 염분이 흘러나와 일정한 맛을 유지해 준다. 돼지고기의 느끼함은 볶은 김치찌개가 해결해주고.

이것이 바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의 대표적인 예.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 꼭 좋다고 할 수 없다. 아이폰이나 맥북이 커스터마이징(사용자 맞춤 편의화)을 잘 못 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너무나도 선택할 것이 많은 현대인에게 폰트 크기를 7로 할 건지 8, 9, 10, 11로 할 건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준다. 기본 설정을 두고, 작게, 크게 정도가 더 있으면 충분하다. 얼마만큼 작게 하고 크게 할 것인지는 회사가 알아서 정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문제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래서 탕수육은 부먹도 찍먹도 아니고, 주방장이 적절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divide style=”2″]

¶. 참고 문헌 

  • 이용재, [한식의 품격] (반비, 2017): 삼겹살을 직접 구워 먹는 식당 문화에 관한 비판은 이용재 선생의 글을 읽고 재정리한 내용이다.

한식의 품격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