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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에 기자실 폐쇄를 추진했다가 엄청난 역풍에 부딪혔다.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하며 기사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2007년 1월 16일)라는 국무회의 발언이 불을 질렀다. 기자실 ‘대못’이란 말도 그때 나왔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이 들고 일어났고, 노 대통령은 전쟁을 벌여야 했다. 정권이 바뀐 뒤 ‘대못’이 뽑혔다. 기자실이 다시 열렸고 지정석과 독서실 칸막이도 살아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2004년 모습)

노 전 대통령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출입기자 제도를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었다. 한국은 신문사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다. 누구나 신문사를 만들고 싶으면 시청에 가서 신청만 하면 20일 정도 걸려 언론사로 등록된다. 흔히 착각하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기자증을 발급해주거나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쉽게 언론사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개방형 브리핑룸은 언론사 기자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다. 너도나도 기자라고 정부 부처에 들어오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이 있겠지만, 그게 가능해야 한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메이저와 마이너의 구분 없이 기자라면 누구나 들어와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자료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과격한 발상이었다. 기자들의 특권을 없애겠다는 게 노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였다.

‘기자실 개방’ 노무현이 옳았다

오마이뉴스가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쫓겨나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던 게 2001년 3월이다. 법원은 기자의 출입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때만 해도 “어디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신문사가 감히” 하는 분위기였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에 등록된 언론사는 6,031종이고, 언론산업 종사자는 5만 9,077명에 이른다. 언론사를 등급을 나눠 출입 여부를 가를 원칙이나 명분도 없다.

그런데도 취재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자실의 ‘이너서클(inner circle)’이 존재한다. 검찰과 법원이 위치한 ‘서초동’에서는 출입기자가 아니면 판결문을 받아볼 수 없고, 부장검사의 ‘티 타임’에도 들어갈 수 없다. 서울시청 기자실은 아직도 출입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기자단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투표일에는 가입을 희망하는 기자들이 프레젠테이션까지 한다고 한다. 기자실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곳은 경찰청이다. 출입기자가 아니면 애초 주요 사건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차장검사의 ‘티타임'(비공개 정례 브리핑)을 부활시킨 한동훈 법무부장관(출처: 법무부). 개정된 형사사건의 공고에 관한 규정이 7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티타임이 부활했다.

청와대와 국회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많이 낮아졌지만, 이렇게 정부 부처가 기자실을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기자들이 기자실로 출퇴근하면서 온종일 앉아서 기사 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1920년대 일본의 기자 클럽의 영향을 받아 만든 기자실 시스템이 군사 재 시절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되다가 2000년 이후 주류 언론의 특권을 방어하는 기득권 카르텔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자실에서는 기자들끼리 특정 사안에 엠바고를 걸거나 임의로 엠바고를 깨면 출입정지 조치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사소하게는 월요일 자 기사가 부족하니 남겨뒀다 일요일에 쓰자고 엠바고를 거는 일도 있다. 취재원들이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하는 사안에 한 언론사가 이를 어기면 다른 기자들이 비난 하는 경우도 있다.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자제한다는 취지지만, 이런 담합이 비슷비슷한 기사가 넘쳐나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비판도 많다.

‘기자실’ 기자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란 없다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 출입기자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출입증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내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 허가는 피고(법원)의 업무여서 출입기자단의 판단에 이를 맡길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출입기자단의 기자들이 다른 언론사 기자의 기자실 출입 여부를 결정하고 취재 접근 범위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피고가 실질적인 거부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신청에 대해 그 절차를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라면서 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출입기자단에 문의하라고 안내했을 뿐 출입기자단이 미디어오늘 기자의 기자단 가입을 거부한 것과 법원이 기자실 출입을 허용하지 않은 건 별개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였다. 당연히 미디어오늘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자실 문제의 해법은 명확하다. 기자들에게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란 건 없다. 공개 가능한 정보는 모두 동시에 공개돼야 하고, 기자실에 앉아 있는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는 동시에 온라인에 업로드돼야 한다. 판결문 역시 개인정보 등을 삭제하고 공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정보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기자들의 특혜가 돼서는 안 된다. 20년 전 노무현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익숙한 관성이 퇴행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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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의 필자는 이정환 미디어오늘 사장입니다.[/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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