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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한 뒤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집주인(임대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기도 하죠.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하나 님의 체험기를 통해 보증금, 확실히 돌려받는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이 글은 슬로우뉴스 편집팀의 법률 검토를 거쳤습니다. (편집자)

  1. 내용증명 보내기
  2.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3. 임차보증금 반환소송
  4. 강제집행 신청과 보증금 돌려받기
  5.  이번엔 집주인이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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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보증금 반환소송을 했고 승소해서 모두 돌려받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이 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걸었다. 소송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돈을 너무 사랑(?)하신 할머니...
돈을 너무 사랑(?)한 집주인 할머니. 처음 겉보기엔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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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할머니의 주장 (청구 취지) 

  •  내가(임차인) 집을 임대하여 살고 있었는데, 계약 기간이 훨씬 지나도록 상의도 안 하고 있다가 열쇠를 공탁하고, 임대료도 정산하지 않고 보증금반환소송을 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  계약 기간 만료일부터 열쇠를 공탁한 22일간 동안 집을 부당하게 점유했으므로 그 기간의 월세를 돌려받아야 한다.
  • 싱크대, 화장실 배관공사, 세면기 공사비 등의 수선비를 돌려받아야 한다.
  • 따라서 이렇게 돌려줬던 보증금 중에서 53만 원을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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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도 내가 이겼다. 집주인은 소송비만 날리고 별 소득 없이 이번 소송에서 지고 말았다. 이번 글은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소장을 받은 날부터 시간순으로 기록한다.

임대인으로부터 온 문서들은 혹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용을 요약해 첨부했고, 내가 작성한 답변서나 준비서면은 개인정보만 제외하고 그대로 올린다. 혹시나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마음껏 사용하면 좋겠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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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득금반환 소송 과정 

1.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장이 집으로 날아왔다 (2016. 1. 4) 

위에 간단하게 적은 것과 같은 내용이다. 나에게 (집주인 할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부득이하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던 보증금 1천만 원 중에서 53만 원을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에 대한 증거로 첨부한 것이 집을 수리했다는 간이영수증 두 장뿐이었다.

내 입장에선 하나하나 다 말이 안 되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주장하는 내용을 반박할 증거가 충분해서 이번에도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

우편으로 소장을 받은 후에는 전자 소송 사이트에서 등록하고, 이후에는 모두 전자 소송을 통해 진행했다. 그래서 변론기일과 판결 기일을 제외하고는 법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었다. 소장을 받은 후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마음을 좀 추스르고, 증거도 모아서 1월 11일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2. 답변서 제출 (2016. 1. 11) 

답변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제출했다. 어차피 재판에서 또 만날 것 같아서 답변서는 최대한 간단하게 작성을 했다. (아래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편집자)

3. 변론 기일이 잡히다(2016. 3. 18) 

답변서를 제출하고 두 달이 지나서 변론기일이 잡혔다. 전자소송으로 등록을 했기 때문에 문자로 변론기일 통지서가 왔다는 안내를 받았고,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확인했다. 그런데 처음 변론 기일로 잡힌 날짜에는 해외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 변론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간단하게 사유를 작성하고, 그 증거로 비행기 티켓을 첨부해서 제출했다. 다음 날 바로 변론기일이 일주일 연기되었다고 다시 통지가 왔다.

4. 변론 기일(2016. 5. 26) 

드디어 재판하는 날. 과연 할머니가 직접 법정에 나올지, 아니면 그의 아들이 나올지. 마주치면 뭐라고 말을 해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재판은 처음이라 판사 앞에서 어떻게 변론을 해야 할까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법원에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판은 간단했다. 워낙 소액이고, 밀려 있는 다른 재판도 많아서 딱히 이 사건에 집중해서 재판하지는 않았다. 재판이 오전 10시 10분이었는데, 10시쯤 법정에 도착하니 판사가 예전 사건들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임대인 할머니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나를 발견하더니 시선을 잠시 멈춘 뒤 다시 앞을 바라봤다. 역시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런지 여유가 느껴졌다.

Phil Roeder, "Black & White Justice, CC BY https://flic.kr/p/oo3eDD
Phil Roeder, “Black & White Justice”, CC BY

판사가 사건 번호를 부르고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피고인석에 나가서 앉았다. 바로 옆에 원고석에는 할머니가 앉았다. 본인 확인을 하고 나니 할머니가 익숙하게 서기에게 무언가 문서를 건넨다. 서기는 그 문서들 중 한 부를 나에게 주었다. ‘준비서면’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이런 소액재판에서는 말로 변론을 하는 것 보다 서면을 통해 변론을 대신한다고 한다. 판사가 “변론을 서면으로 대신하겠습니까?” 라고 할머니에게 질문하자 “네.”라고 했다. 바로 나에게는 “추가 변론을 서면으로 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해서 “읽어보고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제출하겠습니다.” 라고 답을 했다. 판사는 다음 선고 기일을 말해주고 그렇게 변론 기일이 끝났다.

약간은 허무했지만, 판사 앞에 있는 산더미 같은 서류를 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할머니는 역시 유경험자라 그런지 이런 재판에 익숙해 보였다. 나와 마주치긴 했지만, 한마디 말도 걸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받은 준비서면을 읽어보았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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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할머니의 준비서면 내용 (‘임대인의 주장’ 요약)

  •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끝나자 일방적으로 나가놓고, 보증금반환소송을 했다. 부득이하게 이의 제기 기간을 놓쳐서 할 수 없이 보증금을 돌려주었다.
  • 임대인 본인이 2015년 11월 6일경에 부동산 중개업자 오 모 씨에게 전화하여 임차인인 내가 속을 썩인다고 말하며 보증금을 공탁할 테니, 찾아가고 명도확인을 해달라고 전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업자 오 모 씨가 임차인인 나에게 전화를 해서 그 말을 했지만, 내가 됐고 법대로 강제집행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 부동산 중개업자가 확인증을 써서 첨부했다.
  • 내가(=임차인) 열쇠를 공탁하고 본인을 만나려 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본인(임대인)을 만나서 정산하면 밀린 임대료와 싱크대, 화장실 배관 공사비용을 공제하고 보증금 정산을 할 것 같으니 아예 집도 안 보여 주고 열쇠만 공탁하고 나간 것이다.
  • 내가(=임차인) 열쇠를 공탁한 사실을 알고 2015년 11월 19일에 집에 가서 보니 싱크대 문도 다 떨어져 있고, 화장실 배관과 세면기도 막혀서 뚫었다. 또 현관 열쇠도 다 망가져서 문이 안 열려서 10만 원을 들여서 수리했다. (이 부분은 소장에 없던 내용인데 갑자기 추가함.) 이런 사실을 공사업자인 최 모 씨가 보고 진술했다.
  •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 기간 만료일부터 열쇠를 공탁한 기간 22일 동안의 월세를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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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종 준비 서면 제출(2016. 5. 30)

임대인의 준비서면을 보고 대응할 서면을 나도 제출했다. 선고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 변론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할 모든 말과 증거를 끌어모아 다 첨부했다. 판례도 찾아서 모두 첨부하고, 확인서를 써줬다는 부동산 업자 오 모 씨와 통화할 때 두 번이나 “그 할머니에게 돈을 받으려면 소송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한 적 있는데, 그 녹음 파일도 모두 첨부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편집자)

6. 원고 측 준비서면을 받음(2016. 6. 7) 

이제 선고일만 기다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임대인 쪽에서 또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처음 준비서면에서 이런저런 주장이 추가되었다. 같은 내용은 생략하고, 추가된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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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할머니의 추가 준비서면 (‘임대인의 주장’ 요약) 

  • 할머니는 임대차 만료 후에 내가 임차권 등기를 하고 소송을 한다고 협박을 해서 급하게 돈을 준비해서 나를 만나서 정산하면서 건물을 명도받으려고 10월 1~3일에 3일간 연속해서 방문했으나, 내가 만나려고 하지도 않고 전화도 잘 받지 않다가 부동산 중개업자 오 모 씨를 시켜 전화했다. 그랬더니 임차인인 내가 전화로 소송했다고 하면서 정산도 거부하고 열쇠도 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10월 초에 공탁이라도 하려고 법원에 갔는데 주민등록 초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할 수 없이 공탁을 못 하고 있었다.
  • 내가(=임차인) 집을 파손하고 나갔다. 원상회복 등을 확인하고 정산한 후에 보증금을 반환하는 것이 정상이지 무조건 보증금 전액을 돌려줄 의무는 없다. 내가 동시이행항변 운운하는 것은 이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 할머니는 부동산 중개인 오 모 씨에게 열쇠를 받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 할머니는 간이영수증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돈 30만 원을 받자고 거짓 영수증을 제출하지는 않는다. 임차인인 내가 너무 억지를 부리고 있다.
  • 내가 증거로 제출한 사진(집을 퇴거하며 찍은 사진)은 이사 오기 전에 집을 둘러보러 올 때 찍은 사진으로 그 후 화장실을 고쳐달라고 하여 본인(임대인)이 다 고쳐주었는데도 내가 그 화장실을 훼손하고 나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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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이 가장 어이없었다. 내가 이사하기 전에 와서 보고 화장실을 고쳐달라고 했다니. 어떻게 그런 거짓말이 떠오를 수 있는지 기가 막혔다.

7. 다시 준비 서면 제출(2016. 6. 7)

판결 선고 기일이 6월 9일이어서 급하게 준비서면을 작성했다. 보통 준비 서면은 판결 선고 기일 일주일 전에 제출해야 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 너무나 기가 막혀서 판사가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하더라도 일단 제출하자는 생각으로 작성했다. 다행히 전자소송이어서 그런지 제출하자마자 접수되었다. (아래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편집자)

8. 판결 선고기일(2016. 6. 9) 

판결 선고는 변론했던 법정에서 오전 10시로 잡혔다.

나는 10시 좀 전에 법원에 도착했다. 법정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판사가 들어왔고,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판사가 순서대로 사건 번호를 말했다. 나의 사건 번호를 말할 때 손을 들어 출석했다는 표현을 했더니, 간단하게 “원고 패”라고 결과를 알려주었다. 또 판결문은 나중에 갈 테니, 판결문을 받는 2주 이내에 이의가 있으면 신청하라고 알려주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판결 선고 기일에는 꼭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역시 유경험자인 집주인 할머니(임대인)는 나오지 않았다.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판결 결과를 알려 주는 문자가 도착했다.

“원고 패.”

‘아마 이 문자를 지금 할머니도 받아 보았겠지?’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판결문은 그로부터 약 2주 뒤에 도착했다. 판결문이 도착한 후 2주 동안은 임대인 쪽에서 항소할 수도 있으니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2주가 지나도 임대인이 항소하지 않았다. 아래는 판결 전문이다. (아래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편집자)

1년간의 싸움을 끝내며 

판결문을 받고 얼마 후에 국세청에서 연락이 왔다. 보증금반환소송을 할 무렵에 임대인의 차명계좌를 신고했었는데, 그 후 국세청에서 조사했고, 임대인에게 탈세한 세금에 대한 추징금을 청구했다고 결과를 알려주는 연락이었다.

‘돈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아주 꼴좋게 되갚아줬다!’ 

어디선가 또 다른 세입자들 등골을 빨아 먹으며 살고 있겠지만, 추징금을 청구했다니 일단은 기분이 아주 아주 좋았다.

이렇게 드디어 거의 1년간 했던 싸움이 끝났다. 당연한 결과인데, 그 과정이 너무나 쉽지 않았다. 통화 녹음 기록이나 메일 등의 증거가 없었다면 소송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살면서 늘 임대인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사진을 찍어 둘까?

그래도 앞으로 나는 아마도 계약 만료 시에 임대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임대인과의 통화는 꼭 녹음해놓을 것이다. 모든 임대인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이런 생각을 하니 약간 씁쓸해진다. 우리에게도 좋은 임대 정책이 있었다면, 이렇게 개인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조장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배 우정
이제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 (정말 끝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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