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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한 뒤에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집주인(임대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기도 하죠.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하나 님의 체험기를 통해 보증금, 확실히 돌려받는 방법을 하나씩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이 글은 슬로우뉴스 편집팀의 법률 검토를 거쳤습니다. (편집자)

  1. 내용증명 보내기
  2.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3. 임차보증금 반환소송 
  4. → 강제집행 신청과 보증금 돌려받기
  5. 이번엔 집주인이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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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게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하면, 일단 보증금은 받았다. 강제집행을 신청했더니 끝까지 버티던 집주인 할머니는 거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탁을 걸어서 보증금과 지연이자를 돌려주었다.

그 후 나는 강제집행 비용과 소송 비용을 받기 위해서 법원에 다시 신청했고, 그사이에 집주인 할머니는 나에게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걸었다(이 내용은 글 말미에 자세히 썼다).

일단 2015년 11월 강제집행 신청 이후의 일들을 먼저 정리해보겠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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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제집행 이후

2015년 11월 6일 : 강제집행 신청

보증금 반환소송 이후 이행권고결정을 받았고, 그 결정문을 근거로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이때부터 할머니와 나의 관계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가 된다.

2015년 11월 17일 : 집행관, 강제집행 위해 채무자 집에 방문 

강제집행까지 약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나는 약 10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강제 집행 전날에 집행관실에서 연락이 온다. 나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실제 건물주인인 집주인 할머니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아들의 실제 주소인 대치동의 모 아파트로 동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이날 강제집행을 나갔던 집행관이 다시 전화를 해왔는데, 집에 있던 할머니의 며느리가 ‘보증금은 공탁금을 걸어놨다고 하는데 강제집행을 왜 하느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집행관에게 보증금 전액을 공탁하지 않으셨고, 그마저도 반대급부(건물명도)를 걸어둬서 찾아가지 못하게 해뒀으니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강제집행 말풍선
할머니의 며느리는 이렇게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집행관은 확인해보고 연락을 해준다고 했고, 이후에 연락이 와서는 할머니가 반대급부를 풀고, 나머지 보증금도 돌려준다고 했다며 기다려 보라고 했다. 그래서 정말 아쉽게도 그 집에 있는 물건들에 압류딱지는 붙이지 못했다.

어쩌다 보니 집행관이 가운데 껴서 중재 아닌 중재를 하게 되는 꼴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집행관이 할머니 쪽 말만 듣고 나에게 큰소리를 친다거나 하는 일 때문에 서로 고성이 왔다 갔다 했다.

나중에 또 이런 일을 할 일이 있다면 동산 압류가 아닌, 통장 압류 방식으로 강제 집행을 신청하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2015년 11월 19일 : 공탁금 8,750,000원 찾음

이전에 반대급부 걸어놨던 것을 풀었다길래 일단 이 금액 먼저 돌려받았다.

2015년 11월 20일 : 나머지 보증금과 지연이자 1,294,739원 공탁.

집주인 할머니는 하루 뒤인 20일에 나머지 보증금과 지연이자 등을 법원에 공탁했고, 공탁금을 찾아서 보증금 모두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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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탁? 편하게 ‘공탁금 찾기’ 

반대급부가 없었기 때문에 굳이 법원에 가지 않아도 공탁금을 찾을 수 있다. 법원 전자공탁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탁금 찾기 신청을 하면 내 계좌로 돌려받을 수 있다.

전자공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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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송 비용과 강제집행 비용 청구

소송에서 이기면 저절로 소송비용을 받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강제집행을 신청할 때 소송비용도 한꺼번에 받으려고 했는데, 집행관에서 그건 또 따로 신청해야 한다고 해서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법원에 소송비용 확정 결정신청을 하면, 영수증을 보고 법원에서 혼자 결정을 하는 게 아니라 또 임대인에게 진술서도 받아서 의견을 취합한 후 법원에서 결정해준다. 그 과정이 한 달에서 석 달 정도 걸렸다. 그래서 내가 신청한 비용을 모두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버젓이 소송에 들어간 비용에 대한 영수증도 다 있는데 왜 이렇게 하는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시간 시계

법원에서는 ‘공정함’을 위해서 이런 절차를 또 거치는 것이겠지만,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한 사람들은 소송 비용 몇 푼 받자고 또다시 그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될까 싶었다. 다행히 나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라 결정신청을 하긴 했지만. 행정이 좀 더 쉽고 간편해 져야 한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1) 소송비용 확정결정 신청

  • 2015. 11. 17 : 신청서 접수
  • → 12. 1 : 보정명령 등본 받음
  • → 12. 7 : 보정서 제출
  • → 12. 15 : 법원에서 피신청인인 임대인에게 최고서와 소송비용액 계산서 발송
  • → 12. 24 : 피신청인인 임대인이 진술서 제출
  • 2016. 3. 2 : 소송비용 확정 결정 정본 받음.

2) 강제집행 비용액 확정결정 신청

  • 2016. 1. 11 : 신청서 접수
  • → 1. 14 : 보정명령 등본 받음
  • → 1. 14 : 보정서 제출
  • → 1. 15 : 법원에서 임대인에게 최고서 정본 송달
  • → 1. 21 : 피신청인인 임대인이 진술서 제출
  • → 1. 22 : 보정명령 받음
  • →1. 26 : 보정서 제출
  • 2016. 1. 27 : 강제집행 비용액 확정 결정 정본 받음.

여기서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라 거짓으로 가득한 임대인의 진술서 내용과 첨부 자료로 제출한 부동산의 증언문 같은 건 모두 생략했다. 모두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진행했다. 전자 소송 사이트는 윈도우에서만 구동이 된다는 점만 빼고는 법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했다.

이렇게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결정 정본을 받았다.

 

그래서 끝났냐고? 아니다! 

 

비용을 실제로 받으려면, 결정 정본을 근거로 다시 강제집행 신청을 해야 한다. 하하하! 나는 두 가지 비용을 합치니 약 1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 이번 주 중에 법원에 가서 또 강제집행 신청을 해보려고 한다. 동산압류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고, 이번에는 통장 압류를 해보려고 하는데 방법은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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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반격, 그리고 동병상련의 이웃들 

그리고 2016년 새해가 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할머니는 나에게 부당이익금 반환청구소송을 했다. 할머니가 주장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임차 기간 만료 후 상의도 없이 집을 점유하다가 열쇠를 공탁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임차보증금 반환소송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공탁해서 변제했다.
  2. 집을 무단으로 점유했던 기간 동안 월세와 싱크대, 세면대, 벽지 등 수리비 총 53만 원을 돌려받아야 한다.
돈을 너무 사랑(?)하신 할머니...
돈을 너무 사랑(?)해서 남의 돈(임차보증금)까지 돌려주지 않으려 한 할머니…

내 보증금에서 한 푼도 뜯어내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나 보다. 이번 주에 이 소송과 관련해서 재판이 있다. 재판이 끝나면 이것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다시 따로 정리하려고 한다.

내가 보증금 관련해서 쓴 글이 슬로우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에 몇 분께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

“나하나 님 글을 보니 제가 당하고 있는 일과 같고, 주인도 같은 사람 같아요!”

실제로 확인해보니 그중 한 분은 (소름 끼치게도) 같은 주인이 맞았다. 다른 지역에서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보증금을 뜯어내고 있었다.

좋은 임대인은 복불복? 이건 잘못됐다 

그분과 함께 형사소송이라도 해보자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분은 가족들의 만류로 그냥 보증금에서 몇십만 원을 까이고 나머지 금액을 받으셨다고 한다.

소송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돈을 주고 말자고 결정을 한 것이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그런 결정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더라. 실제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았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그냥 묻어두는 사람이 아마 많을 것 같다.

집

돌이켜보면 이렇듯 전 주인 할머니가 세입자 보증금 떼어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동안 그렇게 살아도 괜찮았던 이유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임대인에게 유리한 주거정책 때문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할머니의 못난 인격이 크게 한몫 하고 있기는 하지만.

돈이 없다고 세입자가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임대인끼리도 가격이나 품질(?) 경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이렇게 건물을 여러 채 가지고 집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제도가 꼭 있으면 좋겠다. 주거도 먹을거리만큼 중요한 문제인데, 세입자 입장에서는 주인 잘 만나는 게 그냥 ‘복불복’이니 이건 뭔가 아주 많이 잘못되었다.

Paul Hudson, "Wheel of fortune", CC BY https://flic.kr/p/yKr4tc
좋은 임대인을 만나는 건 순전히 복불복? 이건 많이 잘못됐다. (출처: Paul Hudson, “Wheel of fortune”,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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