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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승 씨와 지하철이나 버스를 같이 타고 이동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주말에는 동네 외에는 멀리 나가지 않는 편이고, 멀리 가야 한다면 주로 운전을 한다.

왜냐?

계속해서 서 있고, 걸어야 하는 대중교통은 사실 의족을 사용하는 항승 씨에게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난 두 다리 다 있는데도 힘들다. 판교에서 서울 나가기 멀다. 으하하. 하지만 그래도 서울 시내에 가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어제는 참으로 오랜만에 그와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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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 타서 자리가 나면 항승 씨는 늘 나를 앉힌다. 그가 다리가 많이 아플 때가 아니고서는 내가 앉는 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앉아있는 내 앞에 항승 씨가 선다. 그리고 시작되는 시선 퍼레이드.

여자1: (시선을 옮기다가 우연히 항승의 팔을 본다)

항승: 그래서 주리야~ (어쩌고 저쩌고~~)

주리: (여자1의 시선을 느끼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여자1: (한쪽 팔이 없는 항승을 보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시작한다)

주리: (여자1의 시선을 따라가지만, 역시나 별다른 눈치는 주지 않는다)

여자1: (항승에게 있던 시선이 주리에게 향한다. 역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는다)

주리: 항승아. 이런 시선 또 오랜만이네. 우리, 지하철 되게 오랜만에 탔나보다 ㅎㅎ

항승: 오늘도 있어? ㅎㅎ

여자: (주리의 팔과 다리, 얼굴을 곰곰이 살펴본 후 다시 항승의 팔을 바라본다)

​위 상황은 약 5초 안에 일어난다. 그리고 여자1이 사라지면 여자2가 나타나고, 여자2가 사라지면 남자1이 나타난다. 여자1과 남자1의 연령대는 30대 이상, 보통 50대 이상이 많다.

항승 주리 부부 2

​팔 한 짝 없는 절단장애인을 보는 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눈 앞에 문득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무의식적으로 좀 더 오래 보게 될거다. 그것도 흔히 ‘장애인’하면 상상이 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되게 멀쩡하게 차려입고 다니니까 더 신기하겠지.

항승 주리 부부 3

​장애인 내 남편 항승 씨를 보는 시선 자체가 기분나쁜 게 아니다. 그건 이미 익숙하다못해 사실 아무렇지도 않다. 그 시선 다 신경 쓰고 살면 이렇게 못산다. 항승 씨도 이미 무덤덤하다. 하지만 우리가 신경 쓰이는 건 그를 보고 나서 바로 옮겨지는 ‘나’에 대한 시선이다.

항승 주리 부부 4

‘ …… 이상하다. 남자가 팔이 없는데, 다리도 없는데, 여자는 정상인인가? 어디가 하자가 있을 텐데?’

‘팔다리는 다 있는 거 같은데… 머리가 이상한가? 좀 모자란 아가씨인가? ‘

‘말을 못하나? 외국인인가? ‘

아, 어쩌나. 그대들의 그 호기심 어린 시선에 답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 나는 팔도 두 개, 다리도 두 개, 눈도 잘 보이고, 귀도 잘 들린다네. 한국어 겁나 잘하는 한국 국적 사람이고,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지수도 70이 넘는다네. 당신의 그 호기심 가득한 의문점 ‘사지 멀쩡한 여자가 장애인 남자를 만나는 건가?’ 에 대해 “Yes” 라고 대답해줄 수밖에 없어서 심히 죄송합니다는 개뿔.

어우, 참 불쾌한 시선이다. 사람을 그런 식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는 걸 왜 모르는 건지. 단지 ‘장애인을 그렇게 대하면 실례다’가 아니라, 그런 시선 자체는 어느 누구에게나 폭력이 될 수 있는 거다. 주먹으로 얼굴을 날려야만 폭력이 되는 게 아니라, 당신의 그 의문스럽고 부정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 눈빛도 폭력이 된다.

하지만 그런 시선을 주는 사람들 대부분은 중장년층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그 사람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그 사람들이 연애를 하던 그 시기에는 일단 팔다리 없는 장애인이 이렇게 돌아다니는 일도 많지 않았을 거다. 다들 골방에 있었겠지. 그런 시기였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져야지. 이제는 그런 시선이 잘못됐다는 걸 자신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이 시선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폭력이 되는지보다, 자신의 시선이 얼마나 부끄럽고 쪽팔리는 행동인지를 알아야 할 텐데. 누가 그런 교육 좀 안 하나? 성인 대상 장애 인식개선 캠페인이라도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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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2016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바로 내일이다. 장애 인식 개선 관련 캠페인, 교육, 홍보영상, 기획물 등에 ‘장애인 + 비장애인’ 부부 ‘항승 + 주리’가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하루뿐인 장애인의 날이라도, 작지만 울림이 된다면 얼마든지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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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장애가 있나요?’ 블로그 글 사용 문의도 얼마든지 받습니다. 필요하다면 목적에 맞는 원고 작성도 가능합니다.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단, 공공성 없는 이익 활동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례비를 받고 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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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승 씨와 제가 함께 강연을 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본업이 있기에 평일에는 어렵지만, 주말이라면 조율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평일 강연을 원하신다면 2016년 9월 이후로, 주말 강연이나 출연이라면 행사 목적과 날짜를 정확하게 먼저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청소년, 성인 대상 장애 이해 교육
  • 장애인-비장애인의 사랑과 삶
  • 항승 씨 개인의 삶에 대해 강연이 가능합니다.

기타 인터뷰나 원고 작성은 크게 무리가 없는 한 모두 열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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