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신영 관세사 뭐길래

슬로우뉴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더니 대뜸 물어본다.

“외국에서 현지 인력을 고용해 제작한 영화 촬영분을 하드디스크에 담아왔는데 2억8천만 원을 세금으로 추징당하는 게 제대로 된 건가?”

사실관계를 따져보니 업무상 자주 접하는 사례였다. 30분 동안 전화로 답을 해줬더니 (전화 목소리 너머로 타이핑 소리가 들린다) 바로 기사가 실렸고, 다양한 답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관세사가 미친 거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십 년 가까운 세월을 관세사로 일해왔다. 2006년부터였으니까 횟수로 딱 10년이다. ‘관세’, ‘통관’… 접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낯선 말들이다. 아파트 앞집 아주머니는 내가 관세사라니까 공항 활주로에서 일하는 관제사로 안다. 물론 나에게도 관제사는 낯설다.

슬로우뉴스에선 기사 반응도 좋고, 독자들도 관세에 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으니 연재를 해보란다. 수·출입업체를 통관하면서 다양한 의견서를 작성하거나 관련 협회에 기고문을 낸 적은 있지만, 온라인 소통은 처음이다. 하지만 신선하기도 하다.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물론 파일럿(Pilot)이다. 다양한 사람이 접할 테니, 나도 부담 없이 편하고 쉽게 써보려고 한다. 우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담배도 담배 나름? 연초담배 vs. 전자담배

내 오랜 지인은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로 갈아탔다(난 그가 담배로 일찍 세상을 하직할 줄 알았다). 만약 해외 사이트에서 전자상거래로 연초담배를 구매해오다 전자담배로 바꾸면 관세가 어떻게 바뀔까?

관세법상 연초담배는 관세율이 40%다. 거기에 부가가치세 10%, 지방세와 개별소비세가 한 갑당 1,007원, 594원씩 붙는다. 요즘 담배 한 갑 가격인 4,500원으로 간단히 계산하면, 한 보루를 수입하면 관세만 18,000원이 나온다.

담배 세금

반면에 전자담배는 관세율이 8%다. 지방세와 개별소비세도 연초담배와 비교하면 동일 기준 628원, 370원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금액으로 연초담배 대신에 전자담배를 사면 관세를 1/5로 아낄 수 있다.

만약 오른 담뱃값이 부담된다면 이참에 전자담배로 바꾸거나 확 끊어보시길 권장한다. 참고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내 아는 형님은 담뱃값 인상으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는데 KT&G는 재고 차익으로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남겼단다. 과연 약속대로 3,3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할지 두고 보겠다.

전자담배

‘베를린’ 해외 촬영분을 테이프에 담아왔다면?

이번에 이슈가 된 영화 [베를린] 제작사의 하드 디스크 사례를 보자.

촬영 영상물을 담아온 하드디스크로 인해 예상치 못한 세금을 3억 원 가까이 추징당했지만, 관세는 0원이었다. 제작사로서는 부가가치세도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만약 해외 촬영을 6mm 비디오카메라로 한 후 녹화된 테이프를 들고 입국하다 적발됐다면?

관세만 1억8천만 원을 더 추징받았을 거다.

하드 디스크에 담긴 소프트웨어가 관세 대상?

이는 동일한 영화 촬영이라도 저장 매체, 즉 수입물품이 무엇이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 부가가치세는 납부하더라도 매입세액으로 인정돼 차후에 납부세액에서 공제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관 추징의 사유로 부가가치세를 추가 납부할 경우에는 수입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즉, 추징을 받으면 부가가치세가 가산세와 마찬가지의 벌칙금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성실 납세의 중요성!)

관세, 누구냐 넌? 

관세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재정확보를 위하여 징수하는 국세다. 또한, 소비세적 성격을 띠고 있어 원재료에서 완제품으로 갈수록 세율도 올라간다. 이는 국내 제조 및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에도 맞다.

관세는 수입물품의 가격에 관세율을 곱해서 산출한다. 가격은 말 그대로 국내의 구매자가 해외로부터 물품을 구매한 가격이니 관세 또한 가격에 비례해서 나온다. 하지만 재미난 것은 같은 가격이라도 물품이 뭐냐에 따라서 관세가 100만 원이 되기도 하고 0원이 되기도 한다는 거다.

세금

예를 들면, 원목을 수입해서 목제품을 만들면 관세율이 0%지만, 목제품을 수입해서 국내 유통할 경우 관세율은 8%다. 물론 이론상 그렇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를 역관세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수출용 원재료에 대한 관세 환급이나 보세구역 등 여러 제도장치를 통해서 보완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말이지만 관세도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다. 무역업을 하는 사업자이든 해외여행을 하는 개인이든 생활 속 관세 상식을 알면 내 지갑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할 수 있다. 탈세가 아닌 절세로 말이다.

다음 글에선 절세 꿀 팁 몇 가지를 정리해서 알려주겠다. (계속)

관련 글

7 댓글

  1. 사실, 애시당초 느린소식 쪽에서 제목을 잘못(?) 붙인 탓에 엉뚱한 얘기가 된거죠.
    애초에 영화 베를린 하드디스크에 관세가 부과된 적 없는데, 기자가 이해를 잘못한건지, 관세와 부가세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건지, 제목으로 독자들을 한번 낚아보려 한건지……
    어쨌든, 베를린 측 하드디스크에 담겨있던 영상데이터에는 관세든 과세든 된 적이 없고, 베를린 촬영팀이 해외에서 생산한 “가치”에 “부가가치세”를 물린거죠.
    유체물이니 무체물이니 따질 것도 없고, 매체에 따라 관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따질 이유도 없고……
    기사 좀 제대로 씁시다.
    기사 양반.
    “느린 뉴스”면 느리게 가야지, 이건 뭐……

  2. inde 님께

    이 글 편집자입니다. 의견은 고맙습니다만, 사소한 착오가 계신 듯 합니다. ^ ^;

    우선, 슬로우뉴스 관련 기사(4월 14일, 15일)에 앞서 나온 기사들입니다. 제목에 “관세”라고 적고 있습니다.

    1. 연합뉴스 – 법원 “영화 ‘베를린’ 해외촬영분 반입에 관세 적법” (4월 12일)
    http://www.yonhapnews.co.kr/…/0200000000AKR201504101963…

    2. 동아일보 – 법원 “영화 ‘베를린’ 해외촬영분 반입, 관세 2억8600만원 내야”(4월 12일)
    http://news.donga.com/3/03/20150412/70661545/1

    더불어, 말씀하신 관세는 협의의 관세(우리나라에선 수출세, 수입세, 통과세 중 ‘수입세’만 있죠)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통상 “관세 등”으로 통칭하는 관세에는 협의로서의 수입세와 더불어 부가가치세(통상 부가세라고도 약칭하는) 등을 포함합니다.

    다른 언론은 물론이고, 슬로우뉴스가 정확하게 부가가치세라고 하지 않고, 제목에 ‘관세’라고 통칭한 것은 1) “관세 등”으로 통용되는 관세를 지칭하는 것으로 그 지시적 의미로도 별 문제가 되지 않고, 2) 특히 수입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그리 쓴 것입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3. 참고로, 베를린 측이 하드 디스크를 아타 까르네를 이용해 반출한 건 (의도였든 실수였든) 말씀하신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으려던 행동입니다. 그리고, 유체물이니 무체물이니 따질 것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그와 다릅니다. 같은 촬영분을 국내로 들여오더라도 필름으로 들여오면 부가세 외의 관세가 추가로 붙고, ftp나 클라우드로 전송하면 부가세도 붙지 않으니까요.

    착오가 있으신 듯 합니다.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