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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아이엠피터는 현재 활동하는 가장 유명한 정치 블로거 중 한 명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티스토리에 자리를 잡고 블로깅을 하는 그를 2015년 3월의 어느 오후에 홍대 근처에서 만났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의 블로깅 초창기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차근차근 들어보았습니다.[/box]

– 정치 블로거로 유명하다.

(허허) 아니다.

– 언제부터 블로깅을 시작했나. 현재 블로그(티스토리)를 보면 2004년 1월이 첫 글이다.

블로깅을 처음 시작한 건 2002년이다. 원래는 네이버 블로그에 있다가 2008년에 티스토리로 이사 왔다. 당시에 누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 게 있어서 가능했다. 티스토리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9년 후반.

– 블로깅 초기엔 개인적인 이야기, 여행, 해외 사는 이야기를 올리다가 2009년 5월에 어떤 각성의 계기가 되는 글을 썼다. (해당 글: 블로거로서 올챙이적 생각을 잊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셀프 반성문 같은 글이다. 계기가 있었나.

블로그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정보 공유 차원에서 시작했다. 내가 아는 정보를 올렸더니 사람들이 반응을 해주는 게 좋았다. 단순하게 정보만 제공하는 것 외에 사람들이 내 생각을 궁금해하더라. 그때는 미국과 일본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시 악플러들은 미국 이야기를 올리면 양키냐, 친미냐 이러고 일본 이야기를 올리면 쪽바리냐… 이러더라.

그러다가 내가 무언가를 비판하려면 그걸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각성을 했다.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한국이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까지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글을 써왔다고 느꼈다.

성이 임, 미국식 이름이 피터. 그래서 아이엠피터(I'm Peter)가 필명이 되었다고.
성이 임, 미국식 이름이 피터. 그래서 아이엠피터(I’m Peter)가 필명이 되었다고.

시사 블로거, 전업 블로거

– 시사 블로거로 자리 잡은 이유가 무엇인가.

간단하다. 평생 글을 쓴다면 어떤 주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예를 들어 당시 민노씨 같은 블로거는 사회적인 이야기도 많이 쓰고 그랬다. 그런데 나는 노는 물이 달랐다.(웃음) 맛집 블로거, 여행 블로거랑 친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맛집, 여행 블로거들의 몰락을 봤다. 그래서 평생 블로깅을 할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삶의 목표라는 게 아니라 내가 쓸만한 글쓰기의 주제라는 거다. 정치는 내가 평생 글을 써도 글감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다이버시티와의 인터뷰에서 “정치나 시사 쪽을 잘 알기 때문에 쓰는 게 아니라, 잘 모르니까 쓰는 겁니다. 저도 자료를 찾고 정리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고 하는 그런 과정에서 즐거움이 있는 거죠.”라고 했는데, 실제 글을 보면 그 주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정보를 찾아서 올리는 수준 이상이다. 역설적이지 않나.

우리나라가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 제대로 아는 분이 많지 않다고 느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같은 책처럼 내가 정치를 모르니까 배우면서 글을 쓰고, 나처럼 모르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자는 생각을 했다.

– 하루 중 블로그에 쏟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내 일상은 그날 글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자료를 찾을 때도 내가 다 아는 거면 지루할 텐데 모르는 거니까 하나라도 더 찾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자료 찾고 준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집중하는 시간만 4~5시간이다. 하루에 글 하나를 올리는 게 목표다.

– 오전 일찍 올리는 이유가 있나.

포털 사이트에 종속된 블로그는 아침 7시에 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야 다음 뷰 같은 메인에 뜬다) 내 블로그는 출근하면서 모바일로 보는 독자들이 40~50%가 넘는다.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무조건 글을 올린다.

– 하루에 글을 하나씩 쓴다고 했다. 포스팅하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나.

똑같은 주제더라도 남이랑 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홍준표 관련 뉴스가 있다고 하자. 나는 ‘홍준표 무상급식’으로 검색했을 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 다른 시각으로 쓴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열심히 자료 찾고 글을 쓰다가 그만두고 다른 글 쓰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어떻게든 잘 안 나오는 자료, 예전 인터뷰 자료들을 찾아서 쓰려고 한다.

시사 블로거로서의 노하우

– 자료를 찾고 정리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일반 자료는 인터넷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은데, 정보공개청구로 해서 나오는 자료는 허접스러운 게 너무 많다. 예를 들어 통일부에 북한에 갔다 온 언론사 관련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냥 언론사 이름만 써서 던져주더라. 방문 허가를 언제 했고, 몇 명이 다녀왔는지 등 정보를 함께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정보공개청구를 하느라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너무 허술한 자료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너무 황당하다.

– 취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정치권 소스는 보좌관이나 정치했다가 뒤로 밀려난(웃음)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이 연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는 사람을 직접 안 만나려고 한다.

– 혼자 취재하는 분량을 넘어서는 것 같을 때도 있다.

아까 말한 대로 자료만 대여섯 시간씩 찾는다. 내가 잘 찾는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시간을 투자해서 잘 안 보는 것뿐이라고 본다. 어떤 기자는 “나도 하루에 한 꼭지만 쓰면 아이엠피터처럼 쓸 수 있겠다”고 하기도 한다. 한 사람이 온종일 시간을 들여서 자료를 찾고 글을 쓰면 되는데 그렇게 안 하게 되는 게 현실 아닌가 싶다.

– 찾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노하우가 있나.

나는 주제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정리한다. 내가 보니까 우리나라의 역사는 인물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 같더라. 나는 아직도 신동아를 즐겨보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인터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인터뷰에서 하는 말을 100% 믿을 수는 없겠지만 그대로 현대의 기록물 관점에서 볼 때 좋은 게 많다. 내가 보기에 데이터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거고, 그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발언을 했는지, 표결을 어떻게 했고 어떤 법안을 냈는지 등등이 중요하다.

– 주로 쓰는 툴이 있나. 자료를 모으다 보면 정리를 아무리 해도 잘 정돈하기 어렵지 않나.

그냥 뭐 특별한 거 없다. 다만 나는 파일을 정리할 때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파일명을 다 바꾼다. 새누리당 출신, 사외 이사, 금융 마피아와 같은 키워드를 파일명에 그대로 적어둔다. 폴더명도 다 키워드 위주라서 예를 들어 박근혜, 신당동과 관련한 자료라면 폴더명이 ‘박근혜 신당동’이다.

또한 항상 컴퓨터 안의 파일명을 검색한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썼던 글을 구글에서 검색해서 다시 확인해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이엠피터 (티스토리). 조만간 블로그 툴을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엠피터 (티스토리). 조만간 블로그 툴을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엠피터가 꼽는 정치인과 정치 행위

– 아이엠피터는 문빠 혹은 노빠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를 문빠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문재인 대표가 정치하기도 전에 홈페이지에 배너를 올렸고 정치 무대에 나오자마자 배너를 뺀 사람이다. 나는 정치 글을 쓸 때 내 생각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쓰지는 않는다.

나는 사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시기나, 생존 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당시는 블로그에도 다른 주제로 글을 썼고. 서거 후 글을 쓰다 보니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자료에서 많이 찾았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새롭게 보고 좋아하게 된 거다. 노무현이라는 이미지를 본 게 아니다.

나는 이를테면 노무현재단 같은 곳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약간 신성시하거나 하는 식의 스탠스는 사실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정치인을 신성시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누구나 공과가 있는데 그걸 정확히 볼 수 있는 자료를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서 이미지 정치를 아예 벗어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노무현의 이미지를 가지고 글을 쓴 게 있긴 있다.

– 아이엠피터가 생각하는 최고의 정치인과 정치 행위를 꼽자면 뭔가.

김대중 대통령. 그분이 대선에 나오면서 JP와 손을 잡은 건 지금 문재인이 김무성과 손을 잡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일이지 않나. 하지만 어찌 됐든 그게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시민 참여, 시민 민주주의 발언도 높게 생각한다, 왜 그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를 생각해 봤다. 왜 우리나라 정치가 왜 안 바뀔까… 내가 내린 결론은 시민이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자신이 해봤지만 혼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되고 퇴임하면서 시민 민주주의 교육을 자꾸 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 시민이 정치를 공부해서 알아야 정치 수준이 높아져야 정치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 그럼 반대로 최악의 정치인과 정치 행위를 꼽자면?

특별히 최악이라고 꼽을 건 없다.

– 그럼 이미 은퇴하거나 죽은 사람 빼고 현재의 정치인으로만 한정한다면?

당장 생각나는 건 김두관. 지금의 경남이… 김두관 지사가 있으면서 많이 바뀔 여지가 있었다. 그가 이걸 다시 원점으로 돌려놨다. 오래된 역사를 되돌릴 수 없으므로 최악 논의는 잘 모르겠고, 지금 당장만 보면 김두관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 김두관을 옆에서 꼬드긴 사람들이 정말 나쁘다고 본다. 언저리에 있는 인간들이 자꾸 바람을 넣고 옆구리를 찌르는 게 정말 최악이다. 그 한 사람 팔아서 자기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행위들이 너무 많다.

– 의도적으로 야권 쪽 인물만 언급하는 건가(웃음)

정치 블로거로서의 나는 새정치연합 전문이 아니다. 새누리당 전문이다. 지금도 틈만 나면 국회 어플 켜서 새누리당 의원들 놓고 3선인지 2선인지 지역구가 어딘지 외운다. 새정치연합이나 야당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미 많다.

내가 볼 때 새누리당을 제대로 알고 끝까지 파고든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새누리당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매우 무섭다고 생각한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에 안 가고 새누리당에 가는지, 그 이유가 뭘까 싶은 거다. 보수가 힘을 합치고 뭉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끝까지 파고들어서 나중에 보수를 제대로 파악하는 정치 블로거가 되고 싶다.

– 새누리당의 어떤 점이 무서운가.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제일 무서운 건 새누리당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정의(正義)의 내용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법원의 결정도 자신의 이익에 어긋나면 바꾼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도 바꾼다. 자신의 정의를 모두의 정의라고 말하고, 사람들에게 그 정의를 선포한다.

– 예를 하나만.

세월호 특별법을 봐라. 시행령을 만들려면 입법예고를 해야 한다. 통상 20일을 설정하는데,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는 그 기간을 10일로 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자신의 스케줄과 의도에 따라,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10일로 단축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새누리당에는 법도 자신의 목적이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 새누리당의 정치행위 중에서 인상적인 행위를 하나 뽑자면?

천막 당사다. 최악의 상황에서 어쨌든 방법을 찾아냈다. 이미지 메이킹뿐만 아니라 후원금,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더는 정권을 창출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배수진을 침으로써 실망한 지지자들에게 다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새정치민주연합는 다른 정치세력이나 ‘바람’에 의존한다면, 새누리당(전신 한나라당)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평가한다.

주로 보는 미디어

– 주류 미디어 말고 혹시 평소에 자주 보는 게 있나.

뉴스타파 외에는 잘 안 본다. 대안매체는 잘 안 읽고 조중동 많이 읽는다. 종편 많이 보고, 새누리당 홈페이지를 제일 많이 간다.

다만 요새 더300, 티타임스, 스브스뉴스 등 기성 매체인데 변화하려고 하는 그런 걸 자주 본다. 기존의 취재력과 컨텐츠가 있고 그걸 잘 가공하면 확 뜰 수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크고 배울 점도 있다고 본다.

– 종편 방송 보면서 황당하다고 생각한 적 있나.

예전에 마케팅 쪽 공부하면서 홈쇼핑을 많이 봤다. 홈쇼핑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기법을 쓰듯 종편도 그렇게 한다. ‘그게 나쁘다’,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그들이 뭘 가지고 장사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들이 빨간색을 자꾸 쓰는지 왜 큰소리로 방송하는지 등 많이 살펴본다. 민언련 자료도 많이 본다.

– 종편이 앞뒤 안 재고 막 지른다고 하지 않나. 어떻게 보나.

종편 등을 통해 왜곡된 이야기가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걸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는 게 많다. 사람들이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걸 잘 못 하는 것 같다. 새정치엽합은 그걸 못한다. 맨날 “그건 왜곡이다”, “잘못됐다”고만 하는데, 실제로 잘못된 자료가 뭔지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못한다. 그들이 현혹시키려는 장사를 한다고 한다면, 그걸 이기는 건 철저한 데이터 중심이라고 본다.

아이엠피터

전업 블로거가 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가다

– 제주도에는 언제 내려갔나.

2010년에 내려갔다. 2009년에 각성을 하고 2010년 초반기에 글을 정말 잘 쓰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전업 블로거가 아니면 안 되겠더라. 그래서 생활비가 적게 드는 방법으로 제주도를 택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취재를 할 때 가장 빨리 서울에 올 수 있는 곳이 오히려 제주도다. 처음부터 제주도가 좋아서 간 건 아니다.

– 부인이 반대는 하지 않았나.

다행히도 하지 않았다. 당시 아내가 둘째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몸이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고맙다.

– 전업 블로거가 되기 전에는 뭘 했나.

친구가 하는 웹에이전시에서 웹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

– 제주도 생활 만족하나.

정치 관련 생각을 계속 하고 살면서도 사람이 굉장히 느긋해진다. 글을 쓰다가도 문을 열면 자연이 있으니까. 예전에는 이겨야 한다, 정치는 당장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아주 느긋해졌다. 당장 승리해야 한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시민 의식이 성숙해지고 정치가 발전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그럼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전업 블로거로 먹고살 기반은 있었나?

프리랜서로 일감이 어느 정도 있긴 했으나 사실은 무대뽀로 내려갔다. 빨리 내려가고 싶어서 결정한 후 두 달 만에 내려갔다. 가서 1년 정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디음 뷰에서 1등 하면 상금도 나오고 해서(웃음) 근근이 버텼고 그 이후로 많이 풀렸다.

– 일반 미디어도 생존이 어려운데, 전업 블로거로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이 있나.

정치 블로거가 생존하기는 어려운데 나는 정치 + 생활이야기라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블로그에 내 주소를 공개했다. 사는 이야기를 다 올린다. 가족 이야기도 많이 쓴다. 사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이 동질감도 느끼고 나에 대한 신뢰도 생기는 것 같다. “얘는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고, 모든 걸 노출했기 때문에 후원해도 되는 애”라고 보는 게 아닐까 한다.

– 그렇다고 생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많이 하는 건 아니다.

1주일에 6번 글을 쓰는데 5일은 정치와 시사 관련 글을 쓰고 토요일은 제주도 이야기를 쓴다. 처음엔 가족 이야기 위주였는데 지금은 제주도 이야기를 쓴다. 의도한 건 아니고 예전부터 내 이야기를 써왔기 때문에 그렇게 쓰고 있는 거다.

– 정치 이야기보다 아이들 이야기가 더 독자 반응이 좋다고 하던데, 아이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 사는 삶은 아이들과 24시간 함께하는 삶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아빠로서 자식들과 함께 있지 못한다. 나보다 나이 많이 드신 분들도 내 나이 때 아빠로서 자식들과 함께 있지 못했고. 독자들이 내가 그런 삶을 사는 걸 보면서 조금은 부러워도 하면서 좋아해 주고 여러 생각과 추억을 떠올리는 게 아닌가 싶다.

– 동물은 안 키우나.

유기견 단체에서 입양이 도저히 안 돼서 안락사를 시켜야 하는 개를 아는 분의 부탁으로 키운 적이 있다. 당시 12살이어서 6개월만 돌봐도 잘한 거라고 했는데 16살까지 함께 살았다. 장수하시고 돌아가신 거다.

제주도에서 지역 언론 준비

– 지금 제주도에 있는데, 친한 블로거가 있나.

지금 정치 관련 글 쓰는 분들은 대부분 안다. 요즘 일인미디어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 한국독립저널리스트협회라는 걸 구상한다고. 어떤 모습인가.

언론사까지는 생각하는 건 아니다. 여러 블로거 각자가 가진 영역들이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모이고 흩어지고 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몽구 님이랑도 함께 해봤지 않나. 단기적으로 하는 건 상관이 없는데 꾸준하게 함께 하는 게 쉽진 않더라.(웃음) 그래서 언론사보다는 협회 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 협회라니, 운영이 잘 안 되지 않을까.

예전에 지방에 취재를 함께 가면서 같은 사안인데도 서로 각자의 방법으로 다양하게 취재를 하면서 얻은 좋은 경험이 있다. 프로젝트 단위로 뭉쳐서 한 것이 좋았던 거다. 지금까지 10명 정도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하면 모여서 같이 하곤 한다.

– 아무래도 다음 쪽 블로그에서 유명하고 오래 있었으니 다음 쪽 사람들과 친할 것 같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취재나 인터뷰를 위해서 만나는 건 해도 그냥 인적 네트워크를 쌓거나 교류를 위해 만나는 건 잘 하지 않는다.

– 지금도 정치 기사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온다. 기존 미디어의 정치 기사들이 가진 부족한 점이나 문제점을 느끼는 게 있나.

어떤 정치 사건이 있다면 그에 대한 3가지 유형의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 스트레이트성 기사, 당사자랑 만나서 심도 있게 진행한 인터뷰 기사, 팩트를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의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한 신문사에서 보도하더라도 사건당 3명만 투입하면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만날 단순 스트레이트성 기사만 나온다. 사람들이 정치 기사에서 스트레이트 기사만 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내가 정치 기사를 찾아보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게 너무 많다. 과연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건지 황당할 때가 많다. 요즘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 스타일의 글이 반응이 더 좋은 것처럼 정치기사도 세분화시켜서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도 정말 해보고 싶다.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사진 위주로 포토뉴스 식으로 보내고, 그 사람과 인터뷰를 해서 따로 내고, 마지막으로 데이터 위주로 기사를 쓰고 싶다. 요즘 치근치근 그렇게 시도하고 있다.

전업 블로거에 하는 조언

– 전업 블로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

강의 나가면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끝까지 해야 한다. 적어도 1년 정도는 하루에 한 편씩 꾸준히 쓰면 성과가 나온다고 본다. 1년이면 최소한 몇백 개의 글이 나오는데, 그걸 1년만 하면 지금 하루 방문자 수 100명이지만 나중에 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다니는데, 많은 분이 그렇게 못 하더라.

– 블로그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꾸준히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공부를 예로 들자면 공부는 매일 하는 거다.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는 스스로 터득하든지 시간을 들여서 찾는지 할 수 있다. 1년을 했는데도 터득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웃음)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주로 마케팅용 포스팅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이 블로거들의 글이 시간이 가도 좋아지지 않는지 느낀 적이 있다. 아무도 데스킹을 안 해주는 거였다. 독자들도 잘하는 것에만 말해 줄 뿐이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말을 잘 안 해준다. 내가 일인미디어, 전업 블로거의 처지에서 볼 때 혼자 글 쓰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데스킹이라고 생각한다.

내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언론사를 세우고 다수의 외부 편집위원들에게 비판을 좀 받아보고 싶다. 나는 나름대로 객관성을 가지려고 하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제목도 마찬가지고.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방식의 검증도 받고 데스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데스킹을 받아서 반영하고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 메일 같은 거 많이 받나.

사람들이 내가 딱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메일을 많이 받진 않는다.

– 실제로 글을 통해 칭찬보다는 지적을 많이 하지 않나.

새누리당 중심으로 자료를 찾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너무 많으니까(웃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힘들어하는 문제들이 단순히 새정치연합이 잘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보수세력이 헤게모니를 갖고 있다고 보는데, 그에 대한 문제점들을 잘 알아야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현실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정치에는 완성이 없다. 조금씩 변화해 나가야 한다. 그 완성을 만드는 건 칭찬보다는 비판이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우리 애들도 정치를 잘 모르고 커 나가고 있다. 정치라는 과목을 공부한 사람들이 없다. 헌법이 뭔지 삼권분립이 뭘 의미하는지 이런 걸 모른다. 누군가는 나보고 너무 쉬운 글을 쓴다고 하는데 나는 중학생이 읽어도 될만한 수준으로 쓰려고 한다.

마무리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올해 바라는 건 제주도에서 언론사를 등록하는 거다. 외국을 보면 정치 관련 신문이 전국지가 아니다. 지역에서 중앙뉴스를 다루면서도 굉장히 많이 호응을 얻고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정치 뉴스를 지방에서 쓰려고 하느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역의 뉴스부터 다루면서 그걸 중앙으로 올릴 수 있는 확산성있는 글을 쓰고 싶다. 지역 정치를 바꾸면 중앙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롤 모델은 아닐지언정 정치 블로거로 전업 블로거가 된 건 처음이다. 앞으로는 혼자서 언론사를 차린 사람 중에서 성공 모델이 되고 싶다. 지역에서 중앙까지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협회를 만들고 싶은 이유는 내 방식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일인미디어를 꿈꾸는 분들을 더 잡아주고 이끌어서 나보다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다.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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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1.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인터뷰 기사 잘 읽었습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아엠피터님을 좀 뵐수 없을까요?
    송정근 목사라고 합니다.010-4714-9928

  2. 김대중이 최고 ㄷㄷ 차마 업적이야기는 할개없으니 못하겠고.. 야합을해서 최고라니.. 그게 행동하는양심인가? 최고정치인은 박정희지

  3. 하긴 다음 티스토리 전업해서 생활을 꾸리려면 왼쪽에 서지않으면 살수없지. 생활전선 차원에서 인정한다! 평생 블로거하시길~

  4. 잘 봤습니다.ㅎ

    인터뷰의 내용이 꽤 오래전에 작성된 것이군요. 가능하다면 수정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뷰’에 관련된 내용은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이미 없어졌거든요.
    아임피터님을 애정하는 독자입니다^^

  5. 제가 좀 어설프게 읽었군요. 말씀대로 모두 과거의 일을 말씀하는 것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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