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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다가왔다. 명절 맞이 웹툰 추천도 벌써 네 번째가 되었다. 이번 설날의 주제는 ‘추억의 인기 웹툰’으로 정했다. 명절이면 TV에서 방영해 주는 추억의 특선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완결된 지 수 년이 지났지만 지금 다시 보아도 괜찮을 좋은 작품들을 골라 보았다.

기억하고 있니, 그때 그 작품

골방환상곡 (워니, 네이버웹툰)

웹툰 [골방환상곡] 16화 중에서.
웹툰 [골방환상곡] 16화 중에서.
제목만 얘기하면 기억을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는 단어를 창조했던 그 웹툰이라고 하면 어떨까? 바로 [골방환상곡]이다. 2005년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6개월 뒤 연재를 시작한 조석의 [마음의 소리]와 함께 네이버 웹툰 초창기를 이끈 생활툰의 쌍두마차였다.

대학 복학생이나 취업 준비생, 솔로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공감 가는 내용으로 지금 다시 보아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생활툰이어서 이동하며 잠깐씩 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2008년 12월까지 324화와 번외성 4화로 완결되었다.

또한 워니는 최근 앙영과 함께 슬로우뉴스에 부정기적으로 어썸데이툰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남아돌아 (캐러멜, 다음웹툰)

웹툰 [남아돌아] 5화 '솔로의 좋은 점' 중에서.
웹툰 [남아돌아] 5화 ‘솔로의 좋은 점’ 중에서.
웹툰 [다이어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가 캐러멜의 장편 웹툰 데뷔작이 바로 [남아돌아]다. 2005년 1월 연재가 시작되었을 때는 막 제대한 백수 청년의 일상을 담은 생활툰처럼 보였다.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나 그러나 부모님께 구박받는 모습 등이 생생해서 초반부 댓글에는 실화냐는 질문이 많았었다.

하지만 11화에서 여주인공인 희나가 등장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연애를 못 해봤던 캐러멜을 돕기 위해) 36화부터 스토리 작가인 JJO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로맨틱 코미디로의 장편 스토리 라인을 확립하게 된 것이다.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면서도 개그와 패러디가 잘 녹아 있어 아빠 미소 지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지금과는 사뭇 다르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잘 그려내는 캐러멜 작가의 강점이 잘 살아 있다. 2006년 2월까지 91화로 완결되었다.

한국 SF의 전설을 만나보자

기계전사 109 (김준범, 네이버웹툰)

웹툰 [기계전사 109] 2화 중에서.
웹툰 [기계전사 109] 2화 중에서.
추억의 인기 ‘웹툰’이라고 하기엔 좀 모호할 수 있다. [기계전사 109]는 25년 전인 1989년 12월 아이큐점프에 연재를 시작해 1993년 4월에 단행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웹툰으로서 소개하는 것은 네이버웹툰에서 리메이크작이 연재되었기 때문이다.

[기계전사 109]는 한국만화사에서 사이버 펑크의 시초로서 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대립, 사이보그의 정체성 문제 등, 그때만 해도 흔하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한 결말, 일부 산만한 구성과 전형성을 띈 대사들 등 몇몇 약점은 있다. 하지만 한국만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을 웹툰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리메이크작은 2008년 8월에 연재를 시작해 2009년 4월까지 총 38화로 완결되었다.

브이 (제피가루, 다음웹툰)

웹툰 [브이] 예고편 중에서.
웹툰 [브이] 예고편 중에서.
웹툰 [브이]는 1976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브이]의 30년 후를 다룬 작품이다. 50대가 된 조종사 김훈은 한 전자회사의 만년과장으로 삶에 찌들어 있다. 그러던 그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소행성을 막으면서 배후에서 30년 전 카프 박사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30년 후라는 설정과 함께 어린이가 아닌 성인 대상의 작품이 되었다. 가장의 고뇌, 경제 불안과 정리해고 등의 사회상, 부마항쟁과 광주 민중항쟁 등 한국 근대사의 사건들도 잘 버무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원작을 안 봤더라도 몰입할 수 있는 충실한 내용으로, 연재 종료 수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좋은 작품이다.

2007년 1월에 연재를 시작해 2007년 10월까지 총 60화로 완결되었다.

떠들석했던 연휴, 마무리는 차분하게

도자기 (호연, 네이버웹툰)

웹툰 [도자기] 71화 중에서.
웹툰 [도자기] 71화 중에서.
수묵화 같은 느낌의 필치와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한국의 도자기에 관해 다루는 웹툰이다. 사실 ‘수묵화’와 ‘아기자기’는 나중에야 드는 느낌이고, 처음에는 무언가 개발새발하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학습만화라고 하기에도 생활툰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독특한 이야기 전개에 적응기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회씩 보다 보면 어느새 단순한 그림체가 주는 편안함, 섬세한 내용이 주는 잔잔한 감동,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도자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2007년 1월에 연재를 시작해 9월까지 총 93화로 완결되었다.

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다음웹툰)

웹툰 [고양이 장례식] 프롤로그 중에서.
웹툰 [고양이 장례식] 프롤로그 중에서.
헤어졌던 연인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의 죽음을 계기로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의 웹툰 [고양이 장례식]을 포함해 세 편의 단편이 실린 작품이다. 세 단편은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같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각각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인연이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옛사랑의 추억이 주는 아련함, 버리지 못한 미련을 어떤 계기를 통해 내려놓게 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작이다. 2009년 5월에 연재를 시작했던 작품으로 현재는 유료화되었다. 하지만 부산했던 설 연휴를 조용히 마무리하기에는 아깝지 않은 금액(1,500원)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미들하우스에서 펴낸 단행본에는 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인 capcold의 훌륭한 서평과 웹툰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에필로그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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