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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에서 온 편지: 알바몬 vs. 사장몬

널리 알려진 사람과 사건, 그 유명세에 가려 우리가 놓쳤던 그림자,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상헌 박사‘제네바에서 온 편지’에 담아 봅니다.

최저임금은 스웨터에서 시작했다.

양털 스웨터 디자인이 고안되고, 산업혁명 이후 섬유산업이 성장하자 도매상에게 옷 주문을 받아 노동자에게 하청을 맡기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른바 ‘인간 스웨터’다. (스웨터는 직역하면 ‘몸에서 땀을 짜내는 옷’이라는 뜻.)

인간 스웨터는 노동자를 살인적인 노동환경과 저임금으로 몰아넣었다. 이를 보다 못한 19세기 말 호주 멜버른 중산층 시민운동으로 시작한 것이 바로 최저임금이다.

그들에게 최저임금이 있음을 알려라! 

최저임금 관련해서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똑같은 하소연을 듣는다. 좋은 정책이지만, 집행이 어렵다는 거다. 사업체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그러자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만사를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에는 최저임금이 1930년대 후반에나 도입되었는데, 잘 지켜지지 않아 애먹었다. 벌금도 올려가며 여러 방책을 세워봤고, 여기에 노조도 힘을 보탰었지만, 기대만큼 진전이 없었다. 그런데 돌파구는 간단했다. 공장 출입문 바로 옆에 현재 최저임금을 명시한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면 되었다.

최저임금 벽보 (미국, 1950년 대)

최저임금 벽보 (미국, 1950년대 중반)

사용자 입장에서야 빈정 상할 일이었다. 오해받는다는 억울함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당당하고 편했다. 숨길 일도 아니었고, 마찰도 적어졌다. 최저임금 떼먹는 얄미운 옆 동네 공장 친구에게 엄포놓을 생각이었는데, 덕분에 얼굴 붉힐 일 없이 해결되었다.

“그들에게 최저임금이 있음을 알려라!”

그게 첫걸음이고, 그런 ‘사소한’ 시작이 큰 움직임을 만들어 내었다. 최저임금 적용률은 물론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매년 바뀌는 최저임금을 이런 방식이 아니면 노동자들이 알기 힘들다. 최저임금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이들도 있다.

알바몬 vs. 사장몬

‘알바몬’의 최저임금 광고가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얼핏 봐서는 “현재 최저임금은 얼마”라고 예쁘게 알려주는 게 전부다.

그런데 관련 업계 사장님들은 마음이 상하셨다고 한다. 광고 때문에 자신들이 보는 눈이 싸늘해질까 걱정이란다. 그래서 광고 중지와 사과까지 요구하며 ‘사장몬’이라는 조직까지 만들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몬과 정부에 권함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대응방식은 좀더 세련될 수 있겠다.

그 억울한 마음을 풀어내려는 것이라면, ‘사장몬’에서 “2015년 최저 시급은 5,580원”이라는 스티커를 제작 배포한 뒤 모든 회원들이 의무적으로 자신의 가게 입구에 부착하도록 하는 건 어떨까?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사장님들을 집단으로 째려봐 주는 건, 또 어떨까?

정부도 거들면 금상첨화다. 담뱃세수도 늘었으니 조금 빌어다가, 종합일간지에 “최저임금은 5,580원!”이라고 1면 하단 광고를 내면 어떨까? 될 수 있으면 크고 간단하게. 그래서 알바생들이 이 광고를 스마트폰에 찍어서 가지고 다니며 필요할 때 ‘증거’로 보여줄 수 있도록.

‘억울한 심사’는 이렇게 풀어야 우아하고 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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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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