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해결을 촉구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전국적인 집회와 행진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해경 해체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눈물 뒤에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학생, 시민들을 ‘세월호 선동꾼’으로 호도하고, 이들을 연행하는 데 열심입니다.
검찰에서는 ‘불법시위사범 삼진아웃제’ 시행에 관한 보도자료로 뿌립니다.
묵비권, 마구잡이 연행조사와 불심검문에 만병통치약?
사정이 이러니 트위터,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는 경찰의 불심검문과 임의동행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라는 정보가 돌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오늘 연행되신 분들, 변호사 도착할 때까지 모든 질문에 묵비권 행사하세요. 민변 모임 02-522-7284
- 트친님들, 우리 꼭 살아남아야해요. 아이들이 보내준 편지는 그 의미에요. 살아 남아서 아이들 억울한점 밝히고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만들라는 당부예요. 분신,자살 절대!! 안 됩니다. 잡히면 변호사 올때까지 묵비권행사하시고, 어떡하든지 그들의 그물망에 걸려들면 안 돼요.
- 어제 제가 올렸던 글인데 오늘 또 올리게 되네요. 연행되신 분들 꼭 참고하세요. 일단 기본 묵비권 행사부터 시작합니다. 꼭 참고하세요.
- 당황하지마시고, 묵비권 행사 하시다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소연 변호사는 자신이 예전에 썼던 ‘묵비권에 관하여’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1) 묵비권을 행사하려면 내가 누구인지 밝히지 말아야 한다? NO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신원에 관한 답변을 일체 하지 않고 조사를 거부하는 분이 가끔 계십니다. 그러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에 묵비를 하시는 것은 실익이 없습니다. 경찰에게도 체포한 시민의 신원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원 확인을 거부할 경우 경찰은 검증영장을 청구하여 강제 지문 채취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원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것은 조사를 지연시킬 뿐 아니라, 물리적 강제력에 의해 강제로 지문을 채취당하는 불쾌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묵비할 생각이라도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답변을 하고, 그 다음부터 답을 하지 않으시는 편이 오히려 신속한 석방에 도움이 됩니다.
– 정소연, Boda Law Office – 묵비권에 관하여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죠.
불심검문과 이에 따른 행동 요령
1. 불심검문의 정의
불심검문이란 경찰관이 거동이 수상한 자를 발견한 때 이를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을 말합니다.
2. 시민의 권리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7항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불심검문시 당해인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아니하며, 그 의사에 반하여 답변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즉, 국가에 의해 형사소송을 당하지 않는 한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게다가 진술거부권 즉,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중 하나입니다.
3. 최근 대법원 판례
다만, 최근 대법원 판례를 보면 경찰의 불심검문 요건을 완화하는 듯한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
[box type=”info” head=”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13999 판결”]
판시사항:
경찰관이 불심검문 대상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및 불심검문의 적법 요건과 내용
판결요지(요약 발췌):
경찰관직무집행법의 목적과 내용 및 체계 등을 종합하면,경찰관이 ‘불심검문 대상자’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불심검문 당시의 구체적 상황은 물론 사전에 얻은 정보나 전문적 지식 등에 기초하여 불심검문대상자인지를 객관적ㆍ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나,
반드시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형사소송법상 체포나 구속에 이를 정도의 혐의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경찰관은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하여 범행의 경중,범행과의 관련성,상황의 긴박성,혐의의 정도,질문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대상자를 정지시킬 수 있고 질문에 수반하여 흉기의 소지 여부도 조사할 수 있다.
[/box]
위 대법원 판결은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완화 요건으로 ‘범행의 경중, 범행과의 관련성, 긴박성, 협의 정도, 질문 필요성’ 등을 들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만 불심검문과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죠.
4. 불심검문에서의 행동 요령
그럼 불심검문을 당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제7항”을 꼭 기억하시고, 이것을 기억하기 어려우시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기억하세요. 이것도 어려우면 ‘경찰집행법’ 정도라도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 경찰법과 형사소송법상 불심검문에도 요건이 분명해야 합니다. 저는 지나가는 행인인데 왜 저를 불심검문하려고 하시죠?
- 경찰집무집행법 3조 7항, 형사소송법상 명백한 혐의가 없다면 불심검문으로 답변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혐의를 말씀해주세요!
경찰이 여러분을 불심검문하려고 한다면, 1) 경찰이 그럴만한 상당한 혐의가 나에게 존재하는지 2) 경찰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질문하고 있는지 판단하시고, 3) 경찰집무집행법(3조7항)과 형사소송법을 말씀하신 뒤에 구체적인 혐의와 불심검문 요건을 경찰에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의동행과 이에 따른 행동 요령
1. 임의동행의 정의
임의동행(任意同行)이란 수사기관이 범죄 용의자나 피의자의 ‘동의’를 근거로 이들과 함게 수사관서로 가는 수사방법을 말합니다. 즉,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죄 용의자나 피의자의 ‘동의’입니다.
2. 시민의 권리 (임의동행이 적법하기 위한 조건)
다시 반복하지만, 시민(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와 동의”가 없는 한은 임의동행은 불법입니다.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 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 (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3. 최근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일관해서 동행을 거부한 의사를 확실하게 표시한 피의자를 ‘영장’ 없이 임의로 강제연행한 행위를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증거 수집행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1) 동행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강제연행한 행위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지 여부 (당근!)
2)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루어진 마약 투약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채뇨 요구가 위법한지 여부 (당근!)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3611 판결)* 주의(업데이트): 단, 위 대법원 판결은 “수사기관의 연행이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고 그에 이은 1차 채뇨에 의한 증거 수집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그 이후에 “피고인은 이후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적법하게 구금됐고, 압수영장에 의해 2차 채뇨 및 채모 절차가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2차 감정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하여 위법한 임의동행 이후에 적법한 긴급체포 및 영장발부에 의한 증거채집은 적법하고, 그렇게 채집한 증거에 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업데이트 입력 시각: 2014년 5월 21일 오전 2시 26분)
4. 임의동행에서의 행동 요령
대법원 판결이 명확하게 임의동행의 조건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혹여라도 임의동행하자고 한다면? 역시 예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동행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 제가 동행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고지하셨나요?
- (영장 체포/현행범 체포/임의동행 여부 확실하게 확인) 지금 저에게 임의동행 요청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체포영장이 있나요? 아니면 저를 현행범(현장)으로 체포하시려고 하는 건가요?
- (영장 체포/현행범 체포 아니라면) 영장이 없으시다면 제가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이게 확고한 대법원 판례라는 것도 아시죠?
가진 자의 주먹으로 전락한 법, 시민의 ‘주먹’이 되려면
현재 소셜 서비스를 통해 유통하고 있는 ‘묵비권 대응 요령’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경찰은 집회 참가자의 사진을 열심히 촬영(채증작업)하고, 경찰서에서 진압하던 경찰관들을 참고인으로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시위 참가자가 묵비권을 행사해도 경찰은 채증한 사진이나 참고인 진술을 통해 도로교통법 위반이나 집시법 위반을 입증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것이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하지만 오늘날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법은 권력과 기득권, 소위 ‘가진 자의 주먹’ 역할을 하는 수가 많죠. 형사법의 근간이 되는 원칙으로서 ‘죄형법정주의'(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않으면 범죄로 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은 많은 시민들이 그런 가진 자의 주먹에 대항해서 피를 뿌리며 성취한 결과물입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정의은 멀고, 경찰은 가깝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법 규정과 (대법원) 판결을 숙지하면, 혹여 있을 수 있는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먹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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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달면 못 지나가? 경복궁 주변 경찰 통제 의혹 확산 @i_ilyo http://t.co/FrywnCbrBU pic.twitter.com/qKSmaYls4u
— New_Spring (@ChoYongdeok) May 9, 2014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이유는 아무리 동행을 거부해도 물리적인 연행?을 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통제하고 항의 할 경찰기구가 필요한데 감사실이라고 있는건 유독 이런일에 나몰라라하지요.
이런 부분 심층 취재 요청합니다.
경찰의 강제적인 임의동행으로 인권을 침해당한 경우 이를 보상받기위한 제도와 판례에 대해서 도 좀더 자세한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이 불법으로 임의동행을 시행한다는 것은 주어진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하여도 이에 대한 책임내지는 보상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