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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문제는 넘치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좋은 해법은 질문에서 나옵니다. 슬로우뉴스가 문제와 함께 해법을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질문합니다.

“기본사회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걸 사회에 집어넣어둔 ‘빌트인 소사이어티’다. 사회참여 소득, 기본서비스, 사회적 경제를 통한 공동생산이 기본사회의 3대 기둥이다. ”

“좋은 삶에 필요한 교육, 의료, 교통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몽땅 시장에서 조달할 수는 없다. 국가가 사회연대경제와 함께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조달하게 하자. 삶의 터전을 만들게 하자. 그게 기본사회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 #1. 전남 여수의 한 상가는 가게 셋 중 하나가 비었다. 여수 경제를 지탱하는 석유화학산업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무너지고 있는 탓이다.

📢 #2. 게임개발사 크래프톤은 인공지능에 투자한다며 ‘자발적 퇴사’를 선택한 직원에게 최대 3년치 급여를 주겠다고 밝혔다.

📢 #3.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기준 856만8000여명이다. 6명 중 1명(16.1%)은 저임금근로자, 중위임금의 3분의 2보다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OECD 평균(12.7%)보다 높은 비중이다.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정규직은 인공지능에 밀린다. 비정규직은 늘고 저임금근로자는 OECD보다 많다. 1인당 GDP 3만6000달러, 21세기 한국의 현실이다.

정치경제학자 홍기빈은 “지금의 21세기 산업 사회에선 완전고용이 무의미하다, 산업사회는 복잡해지고 전환 속도는 빠르다”며 “달라진 사회에 맞춰 사회정책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에 기대수명 연장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인생 리스크’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면서 ‘기본사회’로 지역사회를 재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를 6일 판교의 한 카페에서 만난 데 이어 17일 이메일로 보충 인터뷰했다.

사회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인생 리스크는 늘어났다


-최근 기본사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녹색평론, 경향신문에 쓰신 것을 봤다. 왜 지금 기본사회가 필요한가.

“사회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은 복지정책이었다. 20세기 중반엔 노동시장에서, 시장경제에서 열심히 일해 경제 생활을 해결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우면 그걸 지켜주는 체제가 존재했다. 지금의 21세기 산업 사회에선 완전고용이 무의미하다. 고용의 질이 낮아졌다. 고용상태는 종잡을 수 없이 불안정하다. 개인과 가족의 생계 해결이 안 될 정도로 급여 수준도 낮다. 산업사회는 복잡해지고 전환 속도는 빠르다. 달라진 사회에 맞춰 사회정책의 틀도 바뀌어야 한다.”

-기본소득 제안이 연상된다.

“기본소득과 기본사회의 문제의식은 같지만, 해법은 전혀 다르다.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온 패러다임은 깊은 통찰,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기본소득은 저마다 처한 상황과 위험이 다르니 일정 액수의 현금을 직접 지급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그 취지는 옳고 문제도 제대로 봤으나 기본소득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첫째, 개인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할 만큼 재정지출을 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 둘째, 근본적으로 개인이 시장에 기대게 한다. 필요한 걸 시장에서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익이 기업으로 넘어간다. 개개인이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각자 시장에서 구매하면 판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5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기본사회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인권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기본적 삶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사회”라며 국가전담기구를 설치하고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오픈AI CEO)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1000명에게 매달 144만 원씩 기본소득을 주는 실험을 했다.

무책임한 주장이다. 그 액수는 어떻게 정한 거냐. 물가나 경제 상황 변하면? 구체적인 문제가 나온다. 빅테크가 세상을 지배할테니 사람은 일을 하지 말라는 거냐. 사람은 활동을 해야 한다. 노동은 사회 참여의 매개고리다. 이게 얼마나 끔직한 게토화, 무기력화를 낳는지는 우파들조차 지적하고 있을 정도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걸 사회에 집어넣어둔 사회


-기본사회는 어떻게 다른가.

“빌트인 아파트 같은 것이다. 요즘 나오는 아파트들 보면 냉장고. 인덕션 세탁기 등 생활하는 데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걸 다 집어넣어놨다. 기본사회는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걸 사회에 집어넣어둔 ‘빌트인 소사이어티’다. 사회참여 소득, 기본서비스, 사회적경제를 통한 공동생산이 기본사회의 3대 기둥이다.”

-좀 더 설명해달라.

“지난 국정기획위원회의 기본사회 TF에 참여하면서 내가 생각한 바대로 설명하겠다. 먼저 보편적 기본 서비스는 사람들이 기본으로 필요로 하는 의료, 주거, 교육, 교통, 통신을 현물로, 서비스로 주는 것이다. 조람 맘다니(뉴욕시장 당선인)가 말하는 무상버스 같은 것이다. 만다니는 무상버스를 말하면서 ‘어포더빌러티(Affordability)’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니까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가’,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가’를 포함한 단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도 현저동 같이 가게가 없어 노인들이 식품을 사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 이런 곳에선 어떻게 사람들이 식료품에 접근하게 해주느냐. 교통, 의료, 교육, 돌봄에 접근하게 해주느냐. 이런 관점에서 기본소득에 쓸 재원으로 버스 등 공공교통을 무료화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식량을 제공하는 게 보편적 기본서비스다.

사회참여 소득. 이건 기존의 기본소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 햇빛발전소를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해서 나오는 햇빛연금, 농어촌기본소득 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또 생애주기별 현금 지원 같은 것도 포함된다. 사회적 경제 즉 공동생산이란 아까 말한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조달할 적에 지역주민들이 사회연대조직을 통해 풀어나가는 것을 뜻한다.”

조란 맘다니는 뉴욕시를 감당가능한 가격의 도시로 만들겠다(making the city more affordable )고 약속하면서 11월 4일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사진은 11월 11일 브롱크스에 있는 커먼웰스 재향군인회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참전 용사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조란 맘다니. ©조란 맘다니 인스타그램 캡처.

영국 연구 결과, “GDP 2%면 보편적 기본서비스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조직들이 그런 역할을 했다. 협치제도도 있다. 그러나 지자체장의 의지와 재량에 따라 잘 되기도 했지만, 거수기 조직이 되기도 했다.

“과거엔 그런 조직들이 무슨 힘을 가질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몇백, 몇천 만원도 안 되는 돈(예산)을 결정하라고 하니 다들 모여 얘기나 하거나 싸움이나 한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하던 역할을 대폭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 재정 조달은 중앙 정부가 책임을 지고,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필요한지 또 그걸 어떻게 조달할지는 읍면동까지 포함한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되 여기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협치제도를 시행하면 시간 있는 주민들, 지역유지들만 참여하게 되던데.

“이건 고민을 더 해야 할 문제다. 기본 서비스마다 들어가는 돈의 단위도 크고, 알아야 할 것도 많다. 노인 간병 서비스를 예로 보자. 지금은 각자 간병인을 구해서 쓰지만, 이걸 동네에서 돌봄통합서비스로 운영한다고 하고 읍면동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기로 한다고 치자. 이걸 운영하고 관리하는 게 보통 문제겠는가. 의견이나 불만 수렴도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영국 런던 대학 부설 ‘세계번영연구소’가 제안한 구상이 있다. 보편적 기본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자발적인 지역 거버넌스 모델을 두는 것이다. 각 선거구마다 25명의 선출직 의원을 뽑고 이들을 보좌하는 행정직원을 2명을 뽑아 월급을 주되 이들이 보편적 기본 서비스에 지역 주민들 의견을 반영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다.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런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데에 영국에선 GDP 2.3%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 사회지출을 늘린다는 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처럼 터무니 없는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지는 않다.”

“극우파의 발호, 자유무역의 종언, 통화질서의 혼란, 지정학적 변동.” 홍기빈은 지금의 세계가 1930년대와 너무나 비슷하다며 지금이야말로 칼 폴라니 말처럼 ‘사회의 재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홍기빈의 칼 폴라니 강의노트. ©홍기빈

빌트인 소사이어티, 읍면동에 사회를 재건하라.


-그걸 운영할 주민들이 있을까. 그럴 주민 공동체가 있는 지역이 얼마나 될까.

“옛날 농촌 공동체 같이 하나의 규율로 묶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어느 동네를 가든 다들 계급이 다르고, 계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 동네에 마을버스가 안 와서 큰 문제라고 하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우리 동네 마을버스 노선을 개선할 것인지, 트램(노면전차)을 놓을 것인지,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게 된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그런 논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다.”

-공동체가 없어도 기본사회는 만들 수 있다는 뜻인가? ‘사회’와 ‘공동체’는 어떻게 다른가?

공동체(Community)는 포괄적인 삶’을 함께 하는 것이다. 사회(Society)는 사람들이 기능과 목적으로 모이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시대로 넘어온 다음에는 해외에서도 ‘커뮤니티(공동체)’라는 말이 거의 안 쓰인다. 시장이 아닌 사회 관계는 모두 ‘소사이어티’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계약관계 이외의 인간적 관계를 맺는 걸 지금은 ‘사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빌트인 소사이어티’란 사람들이 좋은 삶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탑재한 사회 단위라고 보면 될까.

“나 혼자 쓰는 개념이지만, 그런 개념에 가깝다. 한 나라 전체를 사회공동체로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생활세계로 오면 다르다. 가난하건 부자건 우리 동네에 병원이 몇 개 있는가, 도서관이 있는가는 좋은 삶을 위해 구체적인 문제가 된다. 빌트인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기본권을 보장하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특히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역사회를 재건해야 한다. 읍면동에 사회를 재건해야 한다.”

-국가나 시장이 제공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사람들의 삶에 뭐가 필요한지 국가가 알 수 없다. 시장경제가 그걸 할 수도 없다. 마가릿 대처(전 영국 총리)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 존재할 뿐이다’라는 말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는 그 말이 얼마나 틀렸는지 경험했다. 우리 헌법에 보장한다는 기본권이 시장에서 보장된다는 건 허상이다. 좋은 삶에 필요한 교육, 의료, 교통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를 몽땅 시장에서 조달할 수는 없다. 국가가 사회연대경제와 함께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조달하게 하자. 삶의 터전을 만들 게 하자. 그게 기본사회다.”

-이재명(대통령)은 인공지능에도 기본사회 개념을 적용했다. 그게 가능한가.

인공지능을 다 시장에 넘겨주면 안된다. 공공을 위한 인공지능도 있어야 한다. 기본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는 데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 의견으로는 소셜벤처가 굉장히 필요해지는 시기가 왔다고 본다. 소셜벤처를 강화해야 한다. 소셜벤처는 기술로 공동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벤처기업이다. 지금은 사회와 기술 사이에 껴서 지원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소셜벤처를 키우면 인공지능, 기후변화 같은 난제를 함께 푸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의 사회적 결핍(안쪽 내부) 및 생태학적 한계 초과(바깥 원 외부)의 지구적 추세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21개 차원 35개 지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부유한 20%의 나라는 지구의 생태적 한계 초과에서 44%를 차지하고 가난한 40%의 나라는 사회적 결핍의 63%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GDP가 두 배 늘어나는 동안에도 사회적 결핍이 줄어드는 건 미미했다. ©연구논문 캡쳐

기본사회 구상은 국가판 도넛경제 모델


– 녹색평론 기고문에서 최근 국제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도넛경제 모델과 기본사회 구상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어떤 점이 그러한가.

“기본사회를 이해하고 싶다면 도넛모델을 봐라. 기본사회는 도넛경제로부터 영감 받았다. 지침을 삼고 있다. 기본사회는 도넛경제 모델의 안쪽 동그라미 콘셉트와 비슷하다. 지역에 기반하되 국가 전체 차원에서 이 사회적 최소한을 구상한다는 점에서 기본사회는 도넛 모델과 궤를 같이 한다.”

-도넛모델은 기존의 GDP 중심 성장 모델의 한계를 지적한다. 도넛경제학 주창자, 케이트 레이워스(영국 옥스포드대 환경변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얼마 전 분석결과를 발표했는데, 2000~2022년에 전 세계 GDP가 두 배로 늘었지만 사회적 기초를 보장 받지 못하는 사람은 미미하게 줄어들었다.

난 GDP 중독은 깨질 것이라고 본다. 1930년대에 미국 실업이 심했을 때만 해도 ‘완전고용’ 달성을 문제로 삼았지 GDP라는 추상적인 숫자로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GDP 맹신주의 즉 경제는 팽창해야 한다는 생각은 20세기 후반 들어 정치세력이 쓰면서 생겨났다. 이건 정치적 조건이 바뀌면 깨진다. 인공지능 산업 덕분에 GDP가 성장했다 해도 내 삶이 좋아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욕할 수 있다. 사람들은 경제 성장을 다르게 정의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때 GDP를 대체하는 모델로 도넛모델이 떠오를 수 있다. 종합적 사회경제지표로 쓰일 수 있다.”

도넛경제 모델은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벨기에 등 유럽 도시 중심으로 적용되기 시작해 전 세계 40여개 도시에서 운영계획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서울 노원구, 충남 보령시 등 한국의 지자제들도 도넛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도넛경제액션랩(Doughnut Economics Action Lab, DEAL)은 매년 글로벌도넛데이를 열어 이러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 세계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서울, 용인에서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사진은 10월 14일 열린 줌회의에 전 세계에서 130여명이 참여해 아시아 최초 적용도시인 말레이시아 이포(Ipoh) 등 도시별 적용 사례를 공유하는 장면.

칼 폴라니가 말했듯 시발점은 ‘사회의 재건’


– 정책가, 시민 진영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산업기술이 전환하고 있다. 변화된 산업기술에 맞게 사회 전체를 어떻게 업데이트 할 것인가. 어떻게 사회를 전환할 것인가. 이걸 기반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1930년대 같은 정치 경제적 대격변 상황이기도 하다. 총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 칼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거대한 전환은 오늘 이야기한 기본사회 구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칼 폴라니는 사람, 자연, 화폐 모두가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시장의 거래 관계로 온 세상을 구성할 수 있다는 황당한 발상이 대공황, 파시즘, 세계대전이라는 대참극을 낳았다고 보았다. 지난 40년 동안에도 인류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온 세상을 시장으로 통일하려고 했다가 지금 가지가지의 모순과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발점은 항상 ‘사회의 재건’이 되어야 한다. 기본사회의 구상은 바로 그 맨 밑바탕을 깔아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의 세계를 보면 1930년대와 너무나 비슷하여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극우파의 발호, 자유무역의 종언, 통화질서의 혼란, 지정학적 변동 등 비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기까지의 역사적 맥락 또한 너무나 비슷한 줄거리라서 놀라울 정도이다.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더 많이 더 널리 읽혀야 한다. 하지만 책이 워낙 어렵고 내용이 방대해서 막상 책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온라인 스쿨을 운영하여 이 책을 강의하고 함께 읽는다.”

– 이번 달 말에도 『거대한 전환』 읽기 강연을 한다고 들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기본사회와 같은 ‘사회 재건’의 야심적인 구상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폴라니의 이 저서를 음미하며 읽어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칼 폴라니는 사회과학에서 “미셸 푸코와 나란히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세계적 사상가이지만 국내에선 그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홍기빈은 말한다. 그는 12월 7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8시에 총 10강에 거쳐 칼폴라니 아카데미 5기를 진행한다. 9강은 온라인으로, 2월 8일 종강은 대면으로 강의한다. 전반부 후반부 각 4회의 온라인 강연이 끝날 때마다 세미나를 연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홍기빈의 어나더경제학과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홍기빈

🌱 홍기빈은 누구?


◾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외교학과 대학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석사 학위를, 토론토 요크 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칼폴라니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칼 폴라니, 베블런, 캅 등의 ‘제도주의 전통’에 근거하여 대안적인 정치경제학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정치경제 체제의 변화 과정을 포착하는 것을 주요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 지은 책으로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자본주의』, 『투자자 국가 직접 소송제 – 한미 FTA의 지구정치경제학』, 『소유는 춤춘다』,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가 있다.
◾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 베블런의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등 여러 책을 우리 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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