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은 논쟁적인 맞춤법 규칙이다.
- ‘최대값’이 아니고 ‘최댓값’이 맞지만 ‘최대값’으로 쓰는 사람이 훨씬 많다. (국립국어원 조사에서는 51.2배였다.)
- ‘장미빛’이 아니라 ‘장밋빛’이 맞지만 ‘핑큿빛’은 아니고 ‘핑크빛’으로 써야 한다.
- 사이시옷이 ‘맥주잔’에는 안 들어가고 ‘맥줏집’에는 들어간다.
- 사이시옷이 ‘담뱃불’에는 들어가고 ‘담배꽁초’에는 안 들어간다. ‘수돗물’에는 들어가고 ‘수도세’에는 안 들어간다.
- ‘셋방’과 ‘월세방’, ‘전셋집’의 차이는 기자들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사글셋방’은 되지만 ‘월셋방’은 안 된다.
- ‘사괏값’이나 ‘하굣길’처럼 낯선 글자도 등장한다. 글자가 깨지는 경우도 많다.
이게 왜 중요한가.
- 발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심지어 국립국어원도 정확한 표기를 안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비교값’과 ‘비굣값’ 가운데 뭐가 맞느냐”는 질문에 “표준 발음이 없어 정확한 표기를 안내해 드리기 어렵다”는 답변도 있었다. “‘값’이 [갑]으로 발음된다면 ‘비교값’으로 쓰고 [깝]으로 발음된다면 ‘비굣값’으로 쓴다”는 설명이다.
- 결국 발음을 규정하지 않으면 맞춤법을 규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 사이시옷 규정을 개편하자는 주장과 논의가 많았지만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 이것은 원칙의 문제고 논리 구조의 문제다.
기본 원칙.
- 사이시옷은 두 개의 명사를 합쳐서 합성 명사가 될 때 발음이 바뀌는 걸 표시하기 위해 적용하는 규칙이다.
- ‘나무’와 ‘가지’가 만나면 [나무가지]가 아니라 [나묻까지]로 발음하게 된다. 그래서 ‘나뭇가지’로 쓴다.
- 코+노래=콧노래. [콘노래]
- 수도+물=수돗물. [수돋물]
- 초+불=촛불. [초뿔]
- 이처럼 발음이 달라지는 경우는 사이시옷을 붙이는 게 맞다.
사이시옷의 두 가지 조건.
- 앞에 오는 명사의 발음이 모음으로 끝나야 하고,
- 두 개의 명사가 순우리말이거나 순우리말+한자어의 조합이어야 한다.
사이시옷이 붙지 않는 세 가지 경우.
- 앞의 명사에 자음이 있으면 안 붙는다. (길+가=길가) (사이시옷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 둘 다 한자어면 안 붙는다. (개+수=개수) (꼭지+점은 꼭짓점이 되지만 소수+점은 소수점이 된다.)
- 발음의 변화가 없으면 안 붙는다. (위+층=위층) (뒤에 오는 명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인 경우.)
한자어+한자어인데도 사이시옷을 붙이는 여섯 가지 예외.
-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 여섯 단어는 그냥 외우는 수밖에 없다.
- 관습을 인정해 예외로 뒀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 대가(代價)는 [대까]로 발음하지만 한자어+한자어인데다 예외가 아니라 ‘대가’로 쓴다.
발음에 따라 다르다.
- 노래+말은 ‘노랫말’이지만 인사+말은 ‘인사말’이다. 발음할 때 [노랜말]로 바뀌기 때문이고 [인삳말]이 아니라 [인사말]로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 머리+말을 [머릳말]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지만 [머리말]이 맞다고 보기 때문에 ‘머리말’로 쓰라고 한다.
- 머리+기름은 [머릳끼름]이라고 읽으니 ‘머릿기름’으로 써야 한다는 논리다.
- 담배+갑(匣)을 ‘담뱃갑’이라고 쓰면 [담배갑]이 아니라 [담배깝]이라고 읽으라는 이야기가 된다. 국립국어원은 발음에 따라 ‘담배갑’과 ‘담뱃갑’을 둘 다 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곽은 우리 말인데 갑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비누+갑도 ‘비눗갑’이라고 써야 맞다.) (‘맞다’도 사실 ‘맞는다’고 써야 맞는다.)
헷갈리는 경우.
- 월세(月貰)+방(房)은 둘 다 한자니까 ‘월세방’이고 전세(專貰)+집은 ‘집’이 우리 말이니까 ‘전셋집’이 된다.
- 장마+비는 둘 다 우리말이고 [장마삐]로 읽으니 ‘장맛비’로 쓰는 게 맞다.
- 등교는 한자어고 길은 우리말이니 ‘등굣길’로 써야 한다.
- 순대+국은? [순대꾹]이라고 읽으니 ‘순댓국’이라고 쓰는 게 맞다. ‘북엇국’도 마찬가지. ‘순대’와 ‘국’은 순우리말이다. ‘북어(北魚)’는 한자어지만 ‘국’이 우리말이니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 ‘맥주잔’에 안 들어가고 ‘대폿잔’에 들어가는 건 ‘대포’가 순우리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과연 맥주가 한자어라서 [맥줃짠]이 아니라 [맥주잔]이라고 발음하고 대포는 우리말이니 [대폳짠]이라고 발음하는 것일까.
- ‘해님’이나 ‘나라님’은 ‘님’이 파생어라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 ‘나뭇꾼’이 아니라 ‘나무꾼’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개미는 순우리말이라 ‘개미과’가 아니라 ‘개밋과’로 써야 한다. ‘고양잇과’와 ‘갯과’도 마찬가지. 하지만 하마(河馬)는 한자어라서 ‘하맛과’가 아니라 ‘하마과’라고 쓴다. 하마가 한자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사글셋방’에 들어가는 사이시옷이 ‘월세방’에 안 들어가는 건 ‘사글셋방’은 삭월+셋방으로 보고 ‘월세방’은 월+셋방이 아니라 월세+방으로 보기 때문인데 논리가 꼬인다.
‘값’도 붙여쓴다.
- 2008년부터 바뀌었다. 의존명사가 아니지만 모두 붙여 쓴다. 띄어 쓸 때는 문제가 없는데 붙여쓰니 사이시옷이 골치거리가 됐다.
- 원유+값은 [원윧깝]으로 읽으니 ‘원윳값’으로 쓴다. 사과+값도 ‘사괏값’이 맞다. ‘배춧값’, ‘담뱃값’, ‘채솟값’이 맞다.
- 수치를 뜻할 때도 붙여쓴다. ‘변숫값’이 맞다. ‘고윳값’, ‘근삿값’, ‘유횻값’ 등이 맞다.
- 커피는 외래어니까 ‘커핏값’이 아니라 ‘커피값’이 맞다. 발음은 [커피갑]일까, [커핃깝]일까.
문제는 원칙이 없다는 것.
- ‘인사말’에는 사이시옷이 없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실제 발음은 [인삳말]에 가깝다. ‘반대말’도 마찬가지다.
- 둘레+길은 둘 다 우리말이지만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둘렛길’이 아니라 ‘둘레길’로 쓴다. ‘올레길’도 ‘올렛길’이 아니다.
- ‘예사말’이 맞고 ‘예삿일’이 맞다. 각각 [예사말]과 [예산닐]로 읽기 때문이다. [예삳말]로 읽는다면 잘못 읽는 것인가.
- ‘머릿말’은 [머린말]로 읽고 ‘꼬리말’은 [꼬리말]로 읽는다. 이쯤되면 발음이 먼저인지 표기가 발음을 규정하는지 헷갈린다.
- 사이시옷 규칙이 경음화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등교] [길]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굳이 [등굗낄]로 읽으라고 강요하는 상황이다.
- ‘맥줏집’도 낯설지만 ‘만홧가게’나 ‘막냇삼촌’, ‘옥수숫가루’ 등은 맞게 쓰는 사람이 2%도 채 안 된다. [만홛까게]라고 읽으니 ‘만홧가게’로 써야 한다는 논리인데 [만화가게]라고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봐야할 문제다. [옥수수가루]와 [옥수숟까루] 가운데 무엇이 정확한 발음인지 누가 정할까. 국립국어원은 발음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동태국]으로 읽는 사람도 있고 [동탣꾹]으로 읽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장마+비를 [장마비]가 아니라 [장맏삐]로 읽어야 한다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인가.
- 박효정은 2020년 ‘인문과학연구’에 실린 논문에서 “1988년 한글 맞춤법의 사이시옷 규정은 지나친 표음주의적 원칙에 따라 잘못 형성된 규칙”이라고 지적했다. “소리에 따라 형태를 바꿔 글말을 표기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의미에 하나의 형태를 고정해 표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의사 소통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다.
생각해 볼 부분.
- 훈민정음은 500년 전 “니르고져 할뺴있어도 제 뜻을 시러 펴디 못 하기 때문에(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만든 문자다. 처음 만들 때는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게 목적이었지만 우리가 쓰는 말이 모두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도 아니고 정확히 소리를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발음도 계속 바뀐다.
- ‘대가’라고 쓰고 [대까]로 읽는 것처럼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게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일관된 규칙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초+불을 ‘촛불’이라고 부르고 쓰는 건 이미 익숙해진 데다 하나의 단일 명사가 됐으니 그렇다치고 만화+가게를 굳이 ‘만홧가게’라고 쓰게 만드는 경직된 규정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 ‘월세방’은 [월세방]이고 ‘셋방’은 [섿빵]인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맥주잔’은 ‘맥줏잔’[맥줃짠]이 아니라 [맥주잔]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나. 한자를 모르는 세대에게 ‘잔(盞)’이 한자어라서 사이시옷이 안 들어간다고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말이 글을 규정하는가. 글이 말을 규정하는가.
한글 표기법의 최대 난제, 대안은?
- 최형용(이화여대 교수)은 2021년 ‘언어와 정보 사회’에 실린 논문에서 한자어+고유어의 경우 사이시옷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우리말이 앞에 올 경우만 쓰자는 이야기다.
- 이 경우 ‘깃발’이 아니라 ‘기발’이 되고 ‘등굣길’이 아니라 ‘등교길’, ‘곳간’이 아니라 ‘고간’, ‘숫자’가 아니라 ‘수자’가 된다. 고유어+한자어인 경우 ‘귓병’이나 ‘개밋과’ 등은 그대로 쓴다. 역시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예외를 최소화하고 한자어의 형태 변화를 피할 수 있다.
- 박효정은 “장기적으로 북한처럼 사이시옷 어문규범을 폐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귓병’을 ‘귀병’으로 ‘냇가’를 ‘내가’로, ‘나뭇잎’을 ‘나무잎’으로 쓴다.
- 최형용도 “사이시옷 표기 자체를 폐기하는 방안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당장 ‘곳간’을 ‘고간’으로, ‘귓밥’을 ‘귀밥’으로 쓰자고 하면 엄청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등굣길’을 ‘등교길’로 ‘최댓값’을 ‘최대값’으로 알기 쉽게 쓸 수 있게 된다.
- 국립국어원은 2019년 98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사이시옷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나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바꾸려 하면 수조 원의 교체 비용이 들어 더 혼란스러울 수 있고 이런 혼란을 감수할 정도로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ㅅ 안쓰고 싶다.
장맛비는 장맛이 나는 비 같아서 영 어색해서..
ㅅ 안써도 발음 다 된다.
왜 ㅅ을 넣어서 된발음을 만들어서 중국말 느낌나게 하나?
ㅅ 빼서 부드러운 발음으로 프랑스 말 같이 하고 싶다.
그런 논리라면 인기가요는 ..인끼가요라고 써라.
“반딧불이”란 어거지 조어도 원래 우리 고유어인 “반디”로 환원해야 합니다. 글자는 간결하면서 알기 쉬위야 합니다. 왜 실록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조상 대대로 사용하고 현대에도 널리 쓰이던 좋은 말을 억지로 길고 복잡하게 하라고 강요합니까? “반디”보다 “반딧불이”가 더 좋은 말이라면 “초”와 번개도 “촛불이”, “번갯불이”로 바꾸어야 할것입니다.
“반딧불이”란 억지 조어도 원래 우리 고유어인 “반디”로 환원해야 합니다. 말과 글은 간결하면서 알기 쉬워야 합니다. 왜 실록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조상 대대로 사용해 왔고 현대에도 널리 쓰이던 좋은 말을 억지로 길고 복잡하게 하라고 강요합니까? “반디”보다 “반딧불이”가 더 좋은 말이라면 “초”와 “번개”도 “촛불이”, “번갯불이”로 바꾸어야 할것입니다.
한글은 정말 쉬운데 그에 비해 한국어는 음운 변동, 띄어쓰기 등 헷갈리는 요소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복수 표준어 라는 좋은 방법도 있는데..
모든 언어에 불규칙성은 많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묻다’는 왜 의미에 따라 ‘물었다’와 ‘묻었다’로 활용 형태가 다릅니까? 이것도 하나로 통일시킬까요? 규칙적으로. 다른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언중의 필요성에 따라 변해 온 겁니다.
백번 만번 찬성합니다.
사이시옷은 혼란의 원흉, 한글을 어렵고 추하게 하는 사이시옷을 아예 없에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소리중심에서 표기중심의 한글로 바꾸어야 합니다. 영어처럼.
더 축소시키자는 그대의 제안은 짧은 식견으로 긴 뒤를 보지않는
생각이란걸 하세요. 당신이 주장하는 건 우리말이 중국의 음과는 차이가 있어 개발하신 훈민정음과는 퍽 차이가 난다는 걸 아셔야합니다. 기분나쁜 욕을 먹고도 각성할 수 잏는 지성인이 되셔야 지성인이고 개혁인입니다.
세종대왕이 국민들이 편하게 쓰라했지
니들 월급받으라고 규칙 만들고 쓰라켔나
국민들 편히쓰는데 도리니 뭐니 하면서
지럴들은
오랜만에 꽤 괜찮은 기사를 읽었네요. 사이시옷이 이제는 그렇게 발음이 나서 적은건지, 그렇게 적었기에 발음을 그렇게 하는건지 헷갈릴 정도로 뒤죽박죽이지 않나 싶어요. 여하튼 잘 읽었습니다!
그렇게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규칙을 정하다가 결국은 일본어처럼 단순한 언어가 될 거다.
말은 규칙대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 규칙은 있어야 하겠지만 변형이나 표현은 자유로워야 한다.
규칙을 만들어 억지로 끼워 넣어 언어 자체를 고칠 권한이 누구한테 있나?
돈은 받았고 일한 티는 내야 하니 억지로 일하는 척할 필요 없다.
한글이 왜 만들어졌나?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서인데 규칙을 만들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어이없는 짓이지.
기본 한글 규칙을 따르면 될것을 ..예외 적용을 둬서 한글 문법을 더럽게 어렵게 만드는게 바람직한가?그중대표 적인게 사이시옷..이건 당장 없애야된다.
사이시옷 안쓰고 읽을때 알아서 읽으면 된다ㅋ 쓸데없는건 처 바꾸면서 할일은 안하네ㅋㅋ 쓸모없는 기관
괜히 사이시옷 넣다가 발음이 쎄지고 된소리가 강하게 나서 거북할 때가 자주 있다. 막냇동생, 국숫집..이게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