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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모두 연결돼 있다.

전남대 경제학 교수 김수현과 한국은행 울산본부 조사역 안주현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울산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대응을 지역별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PIXABAY.

이게 왜 중요한가.

  • 기후변화의 물리적 리스크가 울산 기업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 기존 연구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추정하는 ‘이행 리스크’(transition risk)에 초점을 맞춰 왔다.
  • 기업은 이행 리스크 말고도 기후변화가 직접 경제 활동을 저해하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를 안고 있다. 철강 생산 시설이 집중호우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 연구진은 국내 기상청이 제공하는 기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상고온, 이상저온, 폭우, 가뭄 및 해수면 등 5가지 기후 변수를 표준화한 후 평균해 기후리스크지수(CRI:Climate Risk Index)를 측정했다. CRI는 지역 단위 기후 위험을 체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수다.

“미국 기후변화, 울산 지역에 큰 타격.”

  •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의 기후 리스크가 심화할수록 국내 기업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울산 지역 기업이 받는 부정적 영향이 타지역에 비해 더 크지는 않았다.
  • 미국과 중국의 기후 리스크가 심화할수록 국내 기업 매출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특히 미국의 기후 리스크가 커질 경우 울산 기업들이 전국 평균에 비해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 중국의 기후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은 울산과 타지역 기업들이 비슷했다.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모습. 위키미디어 공용.

급격하게 상승한 울산 수출의 대미 비중.

  • 울산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울산의 대미 수출 비중은 2008년 7.9%에서 2024년 26.6%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반해 전국 평균은 2008년 11%에서 2024년 18.7%로 7.7%P 상승했을 뿐이다.
  • 울산의 대중 수출 비중은 2008년 17.1%에서 2024년 9.3%로 빠르게 하락했다. 전국 평균은 2008년 21.7%에서 2024년 19.5%로 소폭 감소했다.

공급망 미·중의 기후 재해, 전 세계로 파급.

  • 미국의 자연재해로 물류망이 마비되면 한국의 원자재·중간재 수입 및 유통도 멈춘다. 국내 산업 생산과 매출 감소가 뒤따른다.
  • 대표 사례가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 정전 사태다. 극심한 한파와 기록적 폭설로 현지 반도체 공장과 석유화학 시설이 대규모 정전 사태로 마비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졌고 국내 자동차 산업 생산도 차질을 빚었다.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주 대규모 정전 사태. 30년 만에 미국을 강타한 한파 영향으로 가스 배관, 터빈 등이 얼어붙으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 특히 울산 지역은 액화천연가스(LNG), 반도체 소재와 장비, 기타 화학 원료 등을 미국에서 수입하는데, 허리케인 발생 지역과 인접한 항로를 지나야 한다. 허리케인 등으로 항만이 폐쇄되거나 물류망이 망가지면, 원자재 조달이 지연되고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
  • 현대차의 북미 시장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미 현지 기후 재해로 자동차 딜러 네트워크가 마비되거나 자동차 수요가 위축할 경우 현대차 수출, 생산 및 매출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모습. 유튜브 채널 ‘울산현대차’ 갈무리.

어떻게 회복력을 키울 것인가.

  • 연구진은 “산업·기업 구조의 쏠림이 큰 울산은 교역 상대국의 기후변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고 했다.
  • “서비스업이나 내수 산업 비중이 높은 지역은 대외 충격이 발생하면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울산의 경우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은 지역 경제 부진으로 직결된다.” 교역 대상국의 기후변화 충격이 울산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가 다른 지역보다 더 큰 것이다.

“미국 정부와 기후 정보 공유 체계 구축해야.”

  • 연구진은 네 가지를 주문했다.
  • 첫째, 기후 리스크가 산업에 미치는 충격이 지역 및 산업 구조에 따라 상이하므로 정책 대응 또한 세분화해야 한다. 울산과 같은 제조업 중심 지역은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기후적응형 생산 설비 도입이 필요하다.
  • 둘째, 기후 리스크 조기 경보 체계가 필요하다. 울산은 국내 기후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기후 리스크 또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 지방정부 등과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고 모니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PIXABAY.

기후 리스크는 명백한 글로벌 리스크.

  • 셋째, 해외 기후 리스크의 파급 효과를 고려한 무역·산업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 기후 리스크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다. 실물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글로벌 리스크다.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외교·통상, 에너지 안보 정책 등 범정부적 대응이 요구된다.
  • 넷째, 기업 차원에서도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을 제고하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TCFD* 권고안 등 기후 리스크에 관한 국제 공시 기준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기후 리스크에 대한 평가 체계를 내부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 TCFD: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약자. 2015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했다. TCFD는 기업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목표 관리 등)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따른 재무 리스크를 사전 파악해 경영 전반에 ESG를 반영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온충격, 물가상승 압력 2배로 키운다.

  • 같은 날(8일) 공개된 한국은행의 또 다른 보고서도 특기할 만하다.
  •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기후리스크분석팀 과장 연정인은 기상 충격이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 보고서는 1990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전국 자료를 분석하여, 일 최고 기온이 평균 기온보다 1도 높아지면 ‘고온 충격’, 일 최다 강수량이 평균 강수량보다 10mm 늘면 ‘강수 충격’으로 구분했다.
  • 보고서에 따르면, 1℃의 고온 충격이 발생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24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평균 0.055%P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반 고온 충격’ 발생 시 12개월간 물가 상승 압력은 0.03%P 수준이었으나, 충격 규모가 상위 5% 이상인 ‘극한 고온 충격’ 발생 땐 물가 상승 압력이 0.56%P까지 확대됐다.
  • 탄소 감축 노력 부족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는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은 급격히 높아진다. 2100년경 극한 고온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은 0.85~1.04%P로, 현재(0.32~0.51%P)보다 2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위기 대응이 미미하면 국내에서도 기상 충격이 중장기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부상할 수 있다.

“기후 적응 투자를 강화하라.”

  • 연정인의 대안과 해법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기후 적응 투자를 강화하라. 농·축·수산업 등 기후 취약 부문의 생산성과 공급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재난 대응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며, 보험·금융 관련 안전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 둘째, 기상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조기에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라. 기상 충격이 각 상품·서비스의 수요·공급 체계에 파급되는 경로와 시차를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중장기 관점에서 극한 기상 현상 심화가 실물·금융 경제 및 통화 정책 운용 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 정책 마련을 위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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