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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와 함께 ‘지방소멸’ 해법 찾기

인구감소/지방소멸은 마치 중력처럼 우리 삶의 기본 조건으로 점점 더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현상’에만 주목하기보다 그 현상을 초래한 원인과 해법에 관심을 두고자 합니다. 2021년부터 지방소멸 문제를 고민하고,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와 함께합니다. 이 글은 희망제작소 송정복 기획사무국 국장, 윤채연 희망제작소 기획사무국 연구원이 함께 썼습니다. 원문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지역소멸은 정해진 미래일까요. 우리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가치와 방향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지역소멸과 인구 감소를 위기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전략과 실행이 요구되고 있지만, 동시에 도시의 가능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지역소멸 속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대응하는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까요?
모두를 위한 포용적 미래도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요?

도시라는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삶을 꿈꾸며,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인데요. 격변의 시기에 미래도시를 상상하는 일은 곧 우리 삶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인 만큼,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축소도시’와 ‘포용도시’에 관해 살펴보고, 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책 ‘축소되는 세계(Shrinking Cities)’의 저자 앨런 말라흐(미국 커뮤니티프로그레스센터 수석연구원)는 인구감소는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현실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구감소라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 질문을 새롭게 던져야 한다는 겁니다.

정책 전문가 크리스 하틀리(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조교수)는 “인구감소가 곧 파멸을 뜻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학계와 정책 입안자 모두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구감소는 ‘해결’ 대상이 아니다: ‘축소도시’

영국의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영국 옥스포드대 명예교수)는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국가 차원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정책과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률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총인구까지 감소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인구감소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인데요.

인구감소로 인한 변화는 복지, 경제, 지역 균형, 지방 재정 등 우리 사회 전반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격차를 완화하려면, 단순한 인구수 회복을 목표로 하기보다 인구감소 사회에 맞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본 아오모리의 ‘콤팩트+네트워크 전략’

일본 아오모리는 대표적인 ‘축소도시’입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시 외곽의 공동화 현상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성장’을 전제로 한 도시계획이 작동하지 않게 된 곳이죠.

이에 아오모리시는 2002년부터 ‘콤팩트 시티 + 네트워크 전략(Compact City+Network Strategy)을 도입해 도시 기능을 효율화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아오모리항. 멀리 하코다산이 보인다. 사진 = 위키미디어커먼즈.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 인구가 집중된 중심 시가지에 행정, 상업, 의료, 교통 등의 주요 기능을 모으고(콤팩트)
  • 주변지역과 중심 시가지를 대중교통으로 연결(네트워크)하는 것.

예컨대 고령자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료, 행정, 복지시설을 아오모리역 근처로 재배치했습니다.

또 도심에 고령자 친화형 공동주택을 세운 결과 전체 인구는 감소했지만, 도심 거주자의 생활 만족도는 상승했고, 도심 인프라 활용도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지역소멸위기의 대응책으로 도시계획의 방향을 ‘팽창’이 아닌 행정 및 도시의 재편으로 전환한 사례입니다.

또 다른 콤팩트 시티 ‘도야마 스타일’, 도야마시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의 도시 재생과 축소 관리

독일 라이프치히는 구 동독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독일 통일 이후 서독으로 대규모 인구 유출과 산업 붕괴를 겪으며 도시가 심각한 축소를 경험했습니다. 인구가 1990년대 중반까지 20만 명 이상 줄고, 빈집과 유휴 토지가 급증하면서 ‘빈집 도시(Ghost Housing)’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죠.

라이프치히는 유럽연합(EU)의 ‘현명한 축소(Shrink Smart)’ 프로젝트에 참여해 축소를 부정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관리 가능한 변화로 인식하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주요 대응책은 이렇했습니다.

  • 철거된 빈집 부지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 텃밭이나 도시 농업 등 녹지 공간으로 전환하는 도시녹지화
  • 인구 감소에 맞춘 유연한 도시계획을 통한 인프라 재배치
  • 시민과 예술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계 구축.

도시 이미지를 문화와 창의산업 중심으로 새롭게 브랜딩하여 젊은 층 유입과 경제 회복을 도모하는 등 축소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 모델을 실현했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행정건물.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포용도시’, 차별 없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면

유엔의 2025년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58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를 기록했습니다. 경제적 수준은 높지만 사회적인 관계망이 취약합니다. 매년 증가하는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깊은 고통을 드러냅니다. 더불어 도심과 주변부,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소도시 간 차별과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는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할 수 없고 머무를 수 없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결성을 강화하여 모두의 행복을 증진하는 포용적 도시로 전환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의 ‘포용도시’ 모델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도시’, 즉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과 도시계획을 실행해왔습니다. 포용도시(Inclusive City)성별, 연령, 출신, 소득,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모든 사회 영역을 ‘성인지 관점’으로 바라보며 도시 디자인을 진행한 젠더 메인스트림 도시계획(Gender Mainstreaming Urban Planning)’이 있습니다.

성인지 관점으로 공공건물과 공간, 대중교통, 일상생활과 주택 영역 등을 혁신적으로 재편했습니다. 예컨대 남성과 여성의 이동 경로를 수집해 여성의 이동·안전·돌봄 노동을 고려한 교통정책으로 설계했습니다. 공원과 같은 공공공간에도 변화를 꾀했습니다. 10대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공공놀이터에서 잘 놀지 않는다는 걸 발견해 여자아이들의 수요를 파악해 모두에게 안전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지난 1999년 브루노 크라이스키 공원(Bruno-Kreisky-Parks)에 설치된 축구 전용 공간 대신 해먹과 같은 휴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또 주요 통로에 조명을 충분히 설치해 모두에게 안전하고, 좀 더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했습니다.

2018년 유럽 올해의 도시 상을 수상한 비엔나의 모습. 사진=플리커 CC BY-NC-ND 2.0

국 오클라호마주 세대통합형 모델

미국 오클라호마주 젠크스에서는 요양원 내 어린이집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노인들과 아이들은 함께 대화하고, 책을 읽고, 연극을 하는 등 자연스럽게 교류합니다. 세대 간의 교류로 노인들은 좀 더 긍정적이고 삶의 활력을 얻습니다. 아이들은 책임감, 자제력, 다름을 수용하는 자세 등을 배우며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었습니다.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통합적인 공간 설계가 우리 사회의 활력과 연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오클라호마주 최초의 조기교육 세대통합형 프로그램으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미국 오클라오마의 한 노인커뮤니티센터. 사진=가을공원커뮤니티. CC BY-NC 4.0

📔 참고 자료

📕앨런 말라흐. (2023). 축소되는 세계 (김현정, 역). 사이.
📗다무라 후미노리‧권규상. 2019. 일본 컴팩트 도시 정책의 한계와 국내 도시 정책에 대한 시사점. 한국도시지리학회지. 제22권. 1호.
🔗 비엔나시청 공식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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