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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나온 판결: 288번째 이야기] 검사는 파면할 수 없는가? ‘중대성’이라는 이름의 만능방패. (김효성/필명, 법학박사) (⏳5분)

손준성 검사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정치인들을 겨냥한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국회는 검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고 보고 손준성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손 검사의 위법 행위가 헌법질서를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며 전원일치로 기각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했음에도 “탄핵할 수 없다”는 판단은 검찰 권력의 책임을 끝내 묻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남긴 손준성 탄핵 기각 결정, 김효성(필명) 법학박사가 비평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손준성, 위법하지만 중대하지는 않다?

2025년 7월 17일 헌법재판소(2023헌나3)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청구를 기각하였다. 손준성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그 직위를 이용하여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정보를 수집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
  • 직권을 남용하여 수사정보정책관실 공무원으로 하여금 제보자에 관한 실명 판결문 자료를 수집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
  • 제보자에 관한 실명 판결문 및 제보자를 비롯한 범여권 인사들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의 출력물 사진을 국회의원이던 김웅에게 텔레그램으로 전송하여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선 관련 파일을 내부 메신저를 통해 공유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였지만, ▲파일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고, ▲공유한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었고, ▲공공수사사건과 관련된 정보의 수집과 관리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통상적 업무범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헌법과 형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소속 공무원을 시켜 실명 판결문 검색이나 조회한 데 대해서도 그 사실은 확인되지만, 이를 지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였다고 보았다. 또한 수집한 정보도 통상적으로 수집ㆍ관리하는 대상에 속한다고 보았다. 국회의원 김웅이 고발장 관련 자료 등을 전달하였으며, 이들 메시지의 원본 생성자가 손준성 검사라는 사실도 인정되었지만, 손 검사가 김웅 및 미래통합당 측에 제공하였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기에 검찰 또는 검찰총장 윤석열, 검사장 한동훈 등을 상대로 한 비판적인 언론보도 등에 대응하여 제보자의 신원 및 전과 내역을 밝혀서 MBC뉴스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고발장을 전달하였다는 점은 해당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 상대방이 누군지 밝혀지지 않더라도, 당시 범여권 정치인 등을 고발함으로써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헌법 제7조 제1항에서 천명한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 및 정치적 중립의무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검찰청법 제4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손준성 검사의 행위에 대해 헌법과 검찰청법에서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유지 의무 위반은 인정하였으나, 형법상 직권남용 등을 포함한 범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기초로 하여 그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의 정도가 중대하여 국민이 간접적으로 부여한 신임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중대성’이라는 이름의 만능방패

헌법재판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지휘ㆍ감독을 하였던 검사 이창수, 조상원, 최재훈(2024헌나3, 2024헌나4, 2024헌나5)에 대해 이미 탄핵 기각결정을 한 바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탄핵결정에 있어서 “그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이 중대하여 침해된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검사가 법 위반행위를 통하여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탄핵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청구인인 검사가 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탄핵결정은 검사를 그 직무에서 영구적으로 배제할 정도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정도가 커야 한다는 것이다. 손준성 검사의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된 점도 고려되었다.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 것인가?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검사에 대한 징계의 종류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으로 구분된다. 즉 검사는 징계제도를 통해 파면을 할 수 없다. 법관은 여기에 더해 정직, 감봉, 견책만 가능하다.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고는 파면할 수 없다. 즉 검사징계법에 따른 징계나, 탄핵이 아니라면 파면되지 않는다.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검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당연 퇴직사유가 된다.

그렇다면 검사에 대한 징계는 잘 이루어지고 있을까? 참여연대의 검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총 30명의 검사에게 징계를 내렸는데, 해임이 5명, 정직이 14명, 감봉이 4명, 견책이 7명이었다고 한다. 이 중 해임만 보면 직무상 의무위반 및 품위손상이라는 이유로 당시 검찰에 비판적이었던 검사들에 대해 강력한 징계처분을 내렸다. 오히려 술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정직이 내려졌다. 사건에 대한 부적절한 처리를 한 경우에는 견책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즉, 이 기간의 검찰에서 내려진 처분 중 해임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측면이 있었다.

위헌·위법적 검찰권 남용 방조해선 안돼

반면 손준성 검사와 같이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행위를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때에는 별도로 징계조치가 내려지지 않았고, 오히려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사례도 있었다. 즉, 검찰에서의 징계제도는 사건처리에 있어서 불합리 또는 직권을 남용하였거나,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이라는 조직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상대적으로 강하게 대응하였다고 볼 수 있다.

검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기본권 침해를 막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검사 징계제도는 검사의 의무와는 반대로 기본권 보호를 소홀히 한 사람에게도, 국민의 신뢰를 배반하였지만 조직이나 권력자를 수호한 사람에게도 경하게 혹은 작동하지 않는다.

검사에 대한 탄핵제도는 이렇게 작동하지 않는 검사 징계에 대해 국민의 신뢰 배반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검사에게 적용함으로써 검사는 탄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중대성’이라는 기준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였고, 국가에서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밖의 임명직 공무원에게 적용하는 것은 탄핵제도의 취지상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적으로는 대통령의 탄핵과 그 밖의 임명직 공무원의 탄핵 요건을 달리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그보다 앞서 검사라는 직무의 중요성에 반하여 검사 징계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광장에 나온 판결: 288번째 이야기

– 2020년 총선 때 정치인 고발을 국민의힘에 사주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손준성 탄핵소추 전원일치 의견 기각 판결비평.
– 헌법재판소 재판장 김형두, 재판관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마은혁 2025.7.17. 선고 2023헌나3 [결정문 보기]
– 1심 판결비평 고발사주 사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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