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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여, 야 대표 3자 회담이 오늘(2013-09-16) 오후에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랫만에 열리는 대화의 자리에 많은 기대가 집중되고 있지만,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아래의 글은 3자 회담의 진행과 결과에 관한 김창현 님의 정치 꽁트입니다. 모두 가상의 내용인만큼 풍자의 관점에서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모쪼록 이 내용과는 달리 3자 회담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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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왼쪽부터 김한길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황우여 홈페이지
출처: 왼쪽부터 김한길 홈페이지, 청와대 홈페이지, 황우여 홈페이지

여러 가지 논란은 있었으나 결국 3자 회담은 열렸다.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은 세 사람은 마주 앉아 덕담으로 대화를 시작하였다.

박근혜(이하 ‘박’): 외국에 다녀왔어요. 가보니 정말 국내의 작은 일로 싸울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눈이 벌개 난리예요. 우리도 작은 일은 서로 이해하고 더 큰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김한길(이하 ‘김’): 외국 다녀오느라 고생했습니다. 시청 천막에서 베트남의 한복 패션쇼 잘 보았습니다. 외교 문제에서는 정파의 차이 없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우리 민주당은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황우여(이하 ‘황’): 그동안 얼마나 고생 많이 하셨습니까? 건강한 모습을 다시 뵈옵게 되오니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대통령님은 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또 애쓰시는데 국내에서 정치하는 우리들은 별것도 아닌 작은 일로 툭하면 다퉈 국민과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리니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 이번 외국 방문 외교를 잠시 설명해 드릴게요. 귀한 시간 내 만났는데 우리 좋은 이야기 많이 해요. 뭐 자잘한 국내 문제야 또 대표님들끼리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제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제가요. 7박 8일을 다녀왔어요. G20 정상회의에 참여할 겸 또 베트남 국빈방문도 했어요. 러시아와 유라시아 협력의 중요성을 서로 강조했어요. 현대중공업의 애로도 전달해주고 제가 아주 세일즈 외교를 펼쳤어요. 너무 장하잖아요?

: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통해 잘 설명해 주어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마다 해설까지 잘 곁들여 있어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오늘 제가 이렇게 뵙고 하려는 말은 국정원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입니다.

: 김 대표님. 뭐가 그리 급합니까? 우선 러시아 이야기도 듣고 또 베트남 패션쇼 이야기도 좀 하고 대화를 하시지요. 허허. 우리나라 정치는 이래서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너무 멋이 없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님. 하시던 말씀 계속 하시지요.

: 호호. 그러지요. 조금만 제 말씀을 들어 주세요. 그러니까 아까 어디까지 했더라… (수첩을 들여다본다.) 아. 맞다. 여기까지 했구나. 그래서 말이에요. 러시아 현지 진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어요. 제가 G20에서 멋진 말을 몇 개 했어요. “행동하는 G20” 어때요? 제가 생각해도 너무 괜찮은 멘트 같아요.

: 와우. 대박! 정말 멋지네요.

: 잘 알겠습니다. 내정에서도 행동하는 대통령님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까 하던 말을 계속하겠습니다.

: 허어. 급하기도 하셔라. 러시아만 다녀오신 게 아니고 베트남도 다녀오셨는데 그 이야기도 들어봐야지요. 여야의 대표를 모아놓고 국가의 중요한 비전을 이야기하는 자리 아닙니까?

: 여당대표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베트남 이야기도 좀 할게요. 호호. 베트남에 가니 저를 많이 반겨주더라고요. 기분 좋더군요. 은근히 아버지 때 했던 짓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그런 내색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미국한테 매일 당한다고 하지 말고 똑같은 방식으로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로 했어요. 자원 많은데 실컷 챙겨보자고요.

그럭저럭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김한길 대표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작 꺼내보지 못한 채 속만 자꾸 타다 보니 다 식은 차만 훌쩍 마시고 있었다.

: 그러니까 국정원이 말입니다.

: 왜? 국정원이 뭐라 합디까?

: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심리전단이라는 걸 만들어 댓글을 조작하고 야당을 헐뜯고 대선에 깊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난리입니다. 막상 대통령은 가만히 입을 닫고 있으니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 아. 그 국정원 여직원을 강제로 가둬두고 인권을 짓밟은 사건 말이지요? 그래요. 그런 짓을 하면 국민들이 화를 내지요. 그리고 다 나라를 위해 한 일 아니겠습니까?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대화를 해야지요.

: 맞습니다. 국정원은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라를 뒤집으려는 세력을 잡아냈습니다. 너무 장합니다. 새누리당에서는 훈장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의논하고 있습니다만.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없습니다. 힘 모아 이석기 의원 제명하고 통합진보당 해체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 무슨 소리 하십니까? 국정원의 대선개입이야말로 국기 문란행위이고요. 이걸 덮으려고 NLL 녹취록 공개한 건 더더욱 불법행위입니다. 이걸로 온 나라가 부글거리고 있는데 정말 모른단 말입니까?

: 어머. 나는 모르는 일이에요. 제가 시킨 적도 없고요. 지난 정권 때 있었던 일이잖아요? 그리고 나는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요. 도와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요.

아 그리고 녹취록 이야기 말인데요. 저도 그 녹취록 보니까 나라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장난감 총 개조해서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더군요. 유사시 후방교란 뭐 이런 걸 모의하고요. 한꺼번에 130명씩 모여 내란음모를 할 만큼 우리나라의 안보태세가 엉망이더군요. 예전 아버지 같으면 가만히 안 둘 텐데. 무슨 혁명조직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아 맞다. 혁명조직 이름이 혁명조직이더군요.

: 그 녹취록 말고요. 노무현 대통령 발언 녹취록 말입니다. 교묘히 조작한 그 녹취록 말입니다. 그걸 막 터뜨리면 안 되죠.

: 그 녹취록이나 이석기 녹취록이나 다 국정원에 있는 거고요. 이석기 녹취록은 진짜라고 생각하시면서 왜 노무현 녹취록은 조작이라고 하세요? 국정원은 그때그때 다른 짓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얼마나 나라를 위해 애쓰는 좋은 조직인데요.

: (왜 이렇게 대화가 꼬이냐.) 아무튼 남재준 국정원장 자르고 국내 정치 개입 못 하게 개혁조치를 하세요.

: 어머 왜 남재준 국정원장을 잘라야 해요? 뭘 잘못했나요? 숨겨둔 아들이라도 나타났나요?

: 말 나온 김에 숨겨 둔 아들 이야기 좀 합시다. 채동욱 검찰총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 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니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대통령님의 지시로 채동욱 날린 것 아닙니까?

: 김 대표. 예의를 지키세요. 예의를. 설마 대통령님께서 그런 지시를 했겠습니까? 우리 대통령님은 그런 것 잘 모릅니다. 채동욱에게 도움받은 적도 없고요. 김용판이 누군지, 원세훈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그냥 아들이 없다가 나타나니 신기할 따름이겠지요. 조선일보는 정말 정보력이 탁월한 신문입니다. 어디서 그런 고급정보를 얻었을까요?

: (돌아버리겠네.) 아무튼 지금 같은 상황이면 우리는 천막 안 걷고 정기국회 협조 못 합니다.

: 왜 이러시나. 우선 국정원 문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니 지켜봅시다. 채동욱만 수사 잘합니까? 다른 공안통 총장을 잘 데려와 적당히 수습하며 수사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자꾸 밖에 나가 손 흔들고 밤에는 촛불 들고 설치는 그런 어린아이 같은 짓은 멈추고 큰 정치 합시다.

: 그래요.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우리는 이렇게 합의를 했다고 정리하면 어떨까요? 제 보좌진이 적어 준 수첩에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어느 정도 말이 되었으면 그만 합의를 해라. 어머 이건 읽지 않아도 될 걸 읽었네요. 호호.

‘오늘 우리는 외교와 국가 이익에 여야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국정원은 셀프 개혁을 준비 중이니 기다려 보자. 대선개입 문제는 수사 중이니 차분히 기다려 보자. 이석기 등 내란음모 세력에 대해서 정파를 떠나 단호히 대처하자. 흘러내린 양초 때문에 길거리가 더러워지고 있으니 이제 촛불시위는 정리하자. 채동욱 총장 자리는 숨겨 둔 아들 없는 사람으로 대체하여 검찰 공백을 메우자. 베트남에서 했던 패션쇼 같은 이벤트를 여야 함께 자주 열자.’

뭐 이 정도면 어떨까요?

: 아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그렇게 못 합니다.

: 왜 이러실까?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도 해야 하고 예산안도 다뤄야 하고 밀린 법안도 처리해야 하는데 뭐 꼴랑 국정원 문제 갖고 자꾸 그러십니까? 그분들도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민주당 충분히 야당답게 보여줄 거 다 보여 주었고요. 이제 고만합시다. 국민들이 오늘의 회담에 기대가 큽니다.

: 제가 다시 합의문을 만들겠습니다. 이대로 가면 저는 아주 혼납니다. 일단 말이죠. 촛불시위는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서 언급에서 빼고요.

‘국정원의 정치개혁은 다시 있어서 안 되며 그런 방향으로 개혁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남재준은 국정원을 제멋대로 흔들었으므로 자른다. 내란음모 등 국기를 흔드는 사건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응한다. 단 수사 중인 만큼 결과를 좀 더 기다려 본다. 그러면 초당적으로 국정운영에 힘을 모아 정기국회에 임한다.’

: 남재준을 막 자르면 됩니까? 일단 숨겨 둔 딸이라도 있나 살펴봅시다. 그리고 이왕 합의문 발표하는데 외교 문제 칭찬 뭐 이런 건 넣어 줍시다.

옥신각신 끝에 드디어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줄이었다.

“우리 모두 국가 발전을 위해 국정원을 비롯한 모든 정부기구를 개혁하고 뭐든 잘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한다.”

다음날 민주당은 국회에 등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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